포탈 나이츠 - 엔딩 봤습니다.
괜찮은 게임이었네요.
스토리 ★
이전에 쓴 대로, 그냥 섬에서 섬으로 옮겨다니는 것을 합리화 시키는 설정만 있고 스토리라고 할만한 것은 거의 없습니다. 마인크에 익숙한 사람은 그냥 무덤덤할 듯 합니다.
그래픽 ★★★★
세계가 작아서 그런지 그래픽적으로는 마인크 류에선 최고입니다. 오브젝트 간의 상호작용은 없습니다만 물이 흐르는 것도 제대로 묘사되어 있고, 밤과 낮의 전환이나 다채로운 지형도 놀랄만큼 잘 구현되어 있습니다. 가장 놀라운 건 이정도 그래픽을 유지하면서 60프레임이 잘 유지된다는 거네요. 물론 간혹가다 버벅거리지만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UI 도 콘솔에 맞춰서 최적화가 잘 되어 있습니다. 마인크나 테라리라는 커녕, 드퀘빌보다 더 작은 인벤토리 창과 얼마 안되는 슬롯들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그 대신 게임 디자인을 간소화 시켜서 필요로 하는 아이템의 숫자도 적고 퀘스트도 부담이 덜합니다. 드퀘빌에서 문제가 되었던 시야도 옵션에서 다양한 옵션을 켜고 끄는 것으로 유저마다 편하게 설정이 가능합니다. 인벤토리가 불편한 건 사실입니다만 프리플레이의 여지가 별로 없고 엔딩이 있는 게임이기 때문에 충분히 감안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게임플레이 ★★★
(1) 전투 ★★★
처음에는 쉽게 봤었는데 생각보다 난이도 있는 게임이었습니다. 초반엔 쉽게 무쌍이 가능했는데, 레벨 10 이 넘어가서부턴 적들의 난이도가 급격히 상승합니다. 난이도 상승의 가장 큰 주범은 적의 HP 가 급상승해서 칼질 10번 이내에 죽던 적들이 30~40번을 찍어야 한다는 겁니다. 덕분에 공격에만 올빵한 상태에선 방어력이 딸려서 실수할 때마다 피가 깎이고, 적 하나의 공격패턴은 단순합니다만 두마리 세마리 추가될수록 난이도가 갑절은 뛰기 때문에 가뜩이나 좁은 필드에서 기본으로 3~4마리씩 리젠되는 몬스터들을 상대하기가 매우 힘들어집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역시 게임의 시스템을 십분활용하는 거고, 그것이 이 게임에선 장비와 물약입니다. 회피만으로는 장시간 플레이 하면서 집중력이 버틸 수 없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방어구 장비를 맞춰서 물약빨면서 맞다이 하는게 편합니다. 이 장비를 맞추기 위해서 몹들이 몰려드는 필드는 피하고 일대일 상황이 주로 벌어지는 지하 던전에서만 한동안 자원 노가다를 뛸 정도였네요.
직업이 3종류가 있는데 그 중 전사와 레인저만 해봤습니다. 전사는 버튼 누르면 칼질을 하기 때문에 콘솔 컨트롤러에 가장 적합한 직업입니다. 반면 레인저(궁사)는 FPS 의 조준 보정 기능 같은 것이 없기 때문에 콘솔에선 에로사항이 매우 많습니다. 장거리에선 조이스틱으로만 조준해야 하고 근거리에선 오토락온이 걸리는데 직사로만 나가기 때문에 벽이 중간에 끼이면 하나도 안 맞습니다. 따라서 콘솔에서 솔플하기엔 암 유발 직업으로 보이고, 멀티에서 전사가 몸빵해줄 때 안정적으로 대미지 딜러역할을 하는게 맞는 것 같습니다.
(2) 크래프트 ★★★
처음엔 할게 방대하다 생각했는데 완료하고 나서 정리해보면 테라리아 수준입니다. 게임의 진행(보스 클리어, 레벨제한)에 맞춰서 등급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어떤 순서로 장비를 갖출지는 정해져 있는 편입니다. 인벤토리와 상자의 압박이 워낙 쎄기 때문에 퀘스트도 간단하고 퀘스트에서 요구하는 아이템도 수가 적습니다만, 아무래도 게임 진행에 방점이 찍혀있다 보니 엔딩 이후 프리플레이 컨텐츠는 없다시피 합니다. 마인크와 같은 네버엔딩 컨텐츠를 바라는 분에겐 실망이겠지만 '끝'이 존재하는 콘솔게임 주류의 시점에선 납득이 됩니다.
음악 ★★
대충 적당한 BGM 을 쓰기 때문에 별다른 인상은 없었습니다.
트로피 난이도 ★★★
기본 플레이 약 30~40시간 정도면 왠만한 트로피는 다 딸 수 있고 그다지 어렵진 않습니다. 다만, 가장 어려운 건 랜덤하게 나오는 월드 이벤트를 200번 참가해야 따는 트로피인데, 나오는 적의 수준이 레벨 스케일을 받아서 계속 어려워지기 때문에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다면 클리어가 힘듭니다. 만약 도저히 클리어 못할 것 같다면 이벤트가 끝날 때까지 1시간이나 기다리거나 리셋해서 다른 이벤트를 띄워야 합니다. 이래저래 시간이 많이 소모되어서 추가로 10~20시간 정도 더 들 겁니다.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ONE 스타일
뭐 왠만한 액션게임이라면 왼쪽 스틱이 위로 올라가 있는 XBOX 스타일이 유리하긴 합니다만, 이 게임은 마인크 류라서 인벤토리 정리를 위해 십자키를 많이 써야 합니다. 그래서 듀쇽4가 유리한 점도 있긴 합니다만, 그래도 항상 엄지로 스틱을 밀어서 이동하는 게임이라 XBOX 쪽이 여전히 편합니다.
총평 ★★★★
드퀘빌을 좋아하신다면 포탈 나이츠도 어느샌가 빠져드실 겁니다. 묘하게 드퀘빌과 비슷한 부분이 많으면서도 어떤 부분은 더 좋기도 하고 더 나쁘기도 해서 재미있게 비교할 수 있습니다. 마침 드퀘빌2 도 올해 출시 예정이라 이미 드퀘빌을 해보신 분이라면 2 출시 전까지 징검다리 게임으로 추천합니다. 엔딩을 보고나면 급격히 할만한 게 줄어들지만, 초기 출시가격부터 저렴한 편이라 가성비에 어울립니다.
게임에서 나오는 폭탄 같은 도구들을 보면 마치 드퀘빌과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을 많이 발견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습니다. 두 게임 다 비슷한 시간대에 만들어졌는데, 개발회사는 동양과 서양, 그것도 거의 연결관계도 없는 남남지간인데도 결과물이 비슷합니다. 한쪽이 장점이 있고 다른쪽이 단점이 있다면, 다른 부분에선 정 반대로 단/장점이 있어서 서로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었습니다. Keen Games 라는 회사, 그동안 나온 게임도 좋은 평가가 없었고 30명도 안되는 소형 개발사인데 이번 기회에 확실히 기억했습니다.
그리고 오역일지도 모르겠는데, 게임내 사물과 현실 사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무에서 과일이 나온다든지 서로 이름이 뒤바뀌어 있다든지, 심지어는 대마초 모양의 식물을 게임 내에선 알로에라고 합니다. 게임 내에서 잘못된 지식을 습득할 경우 현실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혹시 아이들 교육이 걱정된다면 사전에 충분히 주의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