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 미키 리브러쉬드 - 잡생각

PS Plus 무료 게임으로 풀렸던 에픽 미키 리마스터 버전을 잠깐 플레이 해봤습니다.
재미없고 지루하더군요.

이 게임은 15년 전 Wii 로 나왔던 게임을 리마스터한 거라서 그래픽이 전체적으로 우중충한 편입니다.
스토리도 딱히 매력적이지 않고 캐릭터도 디즈니답지 않게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할 것'을 명확히 해놔서 게임을 하다보면 흐름이 끊기지 않고 계속하게 됩니다.
어쌔신크리드 오딧세이에서 서브퀘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했던 거랑 비슷한 느낌입니다.
컨텐츠도 풍부해서 레고 시리즈처럼 하나의 스테이지 안에 클리어 안해도 상관없는 도전과제가 잔뜩 마련되어 있어 편집증을 부추깁니다.
잠시 게임을 멈추고 이 게임에 대한 평가를 알아보니 꽤 흥미롭더군요.
이 게임의 감독은 워렌 스펙터로, 몇 번 들어봤지만 인상이 흐릿해서 기억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력을 훝어보니 대충 독자적인 게임 철학을 발전시켜왔고, 자신의 게임 이론을 토대로 미국에서 가장 큰 스폰서라 할 수 있는 디즈니에 입사해서 에픽 미키라는 야심찬 초대형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에픽 미키는 꼴아박았고 후속작은 더더욱 처참해지자 회사는 문을 닫고 워렌 스펙터도 게임개발을 관두고 게임개발학교를 만들어 교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또 다시 게임을 만드는 것 같은데 전부 평가가 별로입니다.
에픽 미키를 해보니 워렌 스펙터가 헛된 개똥철학에 매달리다 매번 망하는 이유를 알 것 같더군요. 재미란 감정을 일으키는 게임의 구조를 분석하여 학문으로 만들면 규격에 맞춰 대량의 게임을 만들어 투자자들이 큰 돈을 벌 수 있습니다. 워렌 스펙터는 게임 분석에 닌텐도 게임을 사용했고, 에픽 미키를 만들 때에도 닌텐도 급의 게임을 만들 거라고 호언장담했습니다. 디즈니도 닌텐도처럼 돈되는 게임 마구 뽑아내고 싶어서 워렌 스펙터에게 엄청난 투자를 한 거구요.
제가 보기에 워렌 스펙터의 게임개발철학은 전제부터 잘못되었습니다. 게임의 양식미는 플레이어와 게임간의 중간 매개체일 뿐, 게임의 핵심 재미는 우리 일상 주위에 있습니다. 어렸을 때 놀이터에서 모래성을 쌓으면서 느껴던 즐거움, F1 레이싱을 보면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레이싱에 대한 기대, 날아다니는 비행기를 보면서 하늘을 나는 설레임, 주택을 건설하고 아파트를 세우는 시장의 도시건설의 꿈. 이를 게임이란 형태로 담았기에 게임이 재밌는 겁니다. 아무 의미없는 설정놀음하고 뽕맛을 느낄 수 없는 오버액션 연출이 빈번하면 아무리 게임이란 '형태'를 잘 만들어도 내용물이 구정물인데 마실 사람은 없습니다.
존 카멕이 스토리는 필요없다고 말했었죠. 하지만 스토리나 캐릭터를 엉망으로 만들어도 된다고 말하진 않았습니다. 게임 산업 초기에는 그토록 신선하고 즐거운 게임이 많았습니다. 개발자들은 자유분방한 사람들이었고 대학을 나오지 않은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게임 산업이 정립되고 명문 대학교에서 평생 공부만 해온 책상머리 게임 디자이너들이 양산되기 시작하면서 게임의 "룰"에만 신경쓰고 게임의 "컨셉"에는 신경쓰지 않는 게임이 너무나 많아졌죠. 매일 뭔가 "해야" 하는데 "왜" 해야 하는지 모를 수많은 양산형 게임이 모바일은 물론이고 콘솔 게임계도 휩쓸고 있습니다. 속살은 빼고 튀김 껍데기만 남은 너겟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