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가이아2 PC 뒤늦은 소감
이번에 뒤늦게? 디스가이아 1 리파인 (PS4) 을 사면서 생각난 김에 PC 에서 디스가이아 2 PC를 플레이 해봤습니다.
디스가이아 2는 디스가이아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파본 적 없는 게임이었습니다. 당시 영문판 나오자마자 플레이했지만 플레이 타임도 디가1 보다 짧았고 엔딩만 보고 그만뒀었죠. 손을 뗀 가장 큰 원인은 물론 1보다 못한 스토리였지만 시스템에 대한 이해부족도 컸습니다. 사실 이렇게 디가를 파게 된 시발점도 디가3 (PS3) 부터였죠. 1편도 스토리가 좋아서 다른 스토리들 보려 다회차 보다가 폭주 엔딩보고 그만두었고 말이죠.
이번에 2편을 PC 로 다시 하게 된 이유는 치트의 힘을 빌려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늘리고자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돈이나 레벨업, 전생 속도만 빠르게 & 아이템계 돌아다니기 쉽도록 이속 증가 정도만 하고 말이죠. 물론 이렇게 되면 레벨업 앵벌이 부분을 빼먹게 됩니다만, 다른 디가 시리즈들을 전부 섭렵해온 만큼 대충 맵 디자인만 보고서도 어떻게 앵벌이 할 건지는 짐작이 가죠. 다른 분들에게 이렇게까지 하는 건 추천하기 힘듭니다만, 12년 전이 아닌 요즘 시대에는 적당히 제한해서 쓰시길 바랍니다. 역대 최대급으로 앵벌이를 강요하는 시리즈가 디가 2 이니까 조금은 용서됩니다;;
1. 스토리 ★
옛날에도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봐도 별로입니다. 주인공들 스토리가 매력적이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중간에 천하제일무도회로 삼천포로 빠진다든지, 뜬금없이 와패니즈 캐릭터들이 나와서 일본식 신파극을 펼치는 것도 그 당시 스러운 스토리라고 생각됩니다. 그거 말고도 전체적으로 막 나가는 경향이 심하고 성적인 의미를 함유한 대사나 아이템들도 은근히 많아서 시리즈 사상 가장 자유분방한 작품이 아닐까 합니다. 뭐, 이 당시가 니폰이치 리즈 시절이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잡다하고 와글와글하기만 할 뿐, 모든 걸 버무린 스토리가 되진 못했습니다.
2. 게임 플레이 ★★★ (성장치트 ★★★★★)
디스가이아 시리즈를 플레이 해본 유저라면 알겁니다. 12345로 갈수록 1차원적인 노가다가 점차 2차원, 3차원, 4차원으로 복잡해지고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게 만들도록 변해가면서 노가다의 양이 줄어든다는 걸요. 디가 1만 해도 캐릭터를 강하게 하기 위해선 그냥 닥치고 레벨업 9999 + 전생 노가다 반복이었는데 디가2 는 기존 니폰이치 작품과 비교해도 확연히 결이 다르게 복잡하고 다양해집니다. 그만큼 D2의 시스템은 현행 최신인 5 에도 짙게 드리울 정도로 이미 기틀을 마련하고 있었고, 이후로는 좀더 세련되게 고치는 작업일 뿐 크게 변하진 않았다고 생각되네요. 그런 의미에서 치트로 성장 가속을 걸고 시스템을 경험한 가치는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신규 유저 입장으로서는 역시 불친절해서 추천하기 힘듭니다. 특히, 역대 가장 할 게 많다고 알려진 D2 인 만큼 플레이타임이 장난 아닙니다. 역시 PC 에서 치트 걸고 하는 걸 추천할 수 밖에 없네요. 처음 디스가이아를 접하는 분들은 가장 세련되고 방법만 알면 초고속으로 성장가능한 D5를 추천해봅니다. 그 다음으로는 옛날 시스템이지만 디스가이아 1 리파인이고요 (디스가이아 1 PC가 아님)
그런 의미에서, 분명히 해볼만 하고 파볼만 하지만 시간이 너무 소모된다는 측면에서 별 3개, 하지만 성장 치트를 건다면 별 5개로 역대급으로 할만한 게임이라고 감히 주장해봅니다. 개인적으로는 D5 정도의 재미까지 느꼈네요.
3. 그래픽 ★★
디스가이아 2 PC 는 PSP 기반으로 거의 수정하지 않고 PC에서 돌아가는 게임입니다. 즉, PSP 시절의 SD 그래픽을 기준으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UI 가 너무 커서 대형 모니터로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나오는 정보량도 적고요. 디스가이아 1 PC 도 거의 같은 상황이라 거부감이 심할 겁니다. 그래서 디가1 은 PS4나 스위치로 나온 리파인 버전을 하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D5 수준으로 강력하게 UI 를 바꿔서 HD 모니터에 훨씬 잘 어울립니다. 표시하는 정보도 많고요.
그래도 일단 게임에 익숙해지고 플탐이 20시간 넘어가면 괜찮아집니다.(?!) 디가의 본질은 캐릭터 육성 시스템 운영이니까요. 참고로, 이런 SD 급 그래픽은 옛날과 같이 작은 모니터나 핸드폰 같은 데에서 돌리기 더 적당하죠.
4. 사운드 ★★★
니폰이치 전통의 사토 텐페이지만, 역시 과거가 리즈시절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에는 자기반복이 심하고 멜로디도 별로인데 옛날 건 들어줄 만 합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D2 자체가 육성이 워낙 흉악하기도 하지만, PC 판은 치트를 써도 달성하기가 난감할 수준입니다. 모든 EX 보스를 동시에 깨려면 사실상 시스템의 최종단계까지 가야 하거니와 회차를 적어도 10회 이상 반복하며 강제 엔딩으로 가버리는 보스들을 다 잡아야 한다는 겁니다. 이건 치트를 써도 번잡해서 30시간 이상 걸리죠. 네? 치트 안 쓴다고요? 아마 400~500 시간은 걸리지 않을까요......
게다가, 스팀 도전과제 버그가 좀 있습니다. 분명 EX보스 잡았는데도 도전과제 클리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다발합니다. 이 경우엔 직전으로 로드해서 다시 깨면 종종 되는데, 저도 이거 때문에 전부 깨는 걸 포기했을 정도입니다. 세이브 안 한 상태에서 분명 깬 줄 알았는데 엔딩 보고 다음 회차로 넘어가서 확인해보니 아직 안깨서 거기 다시 가려면 ㅂㄷㅂㄷ한 상황이라... 여튼간에 실력보다는 노가다가 엄청 요구되는 게임입니다.
6. 컨트롤러 : PS 타입 추천
십자키를 매우 많이 쓰는 게임입니다. 그래서 십자키가 별로인 Xbox 컨트롤러로는 추천하기 어렵고 오래 하다보면 손가락이 아픕니다. 키마 조합도 딱히 좋다고 말하긴 힘드네요. 그만큼 콘솔최적화 옛날 PS2 게임이라......
7. 총평 ★ (시리즈 팬 ★★★★★)
신규 게이머 입장으로선 절대로 추천하기 힘든 게임입니다.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최고는 스토리로는 1편 - PS4 리파인 버전을 추천하고 게임 시스템으로는 5편 Complete - PC 또는 PS4, 스위치 버전을 추천합니다.
하지만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팬이고 디가의 진미를 아시는 유저라면 D2 PC는 매우 도전적인 시스템과 수많은 달성과제로 만족할만한 게임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스팀 도전과제 버그만 주의한다면 달성하는 재미는 D5 못지 않으실 겁니다.
언젠가 D2 도 리파인되서 나오면 좋겠는데, 지금 그대로 나오는 건 반대입니다. -_-/ 허접한 스토리나 너무 많은 노가다를 강요하는 시스템이나 둘 다 뜯어 고쳐야 요즘 세상에 먹힐 테니까요. (아니, 이건 옛날에도 안 먹혔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