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Flipper 중간포기 및 감상
요즘엔 끈기있게 엔딩까지 보지않고 중도탈락하네요. 끝까지 안봐도 뒷부분은 뻔하다는 자신감으로 쓰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다시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쓰는 겁니다. 다만 그게 게임성을 전부 이해했기에 글로 풀어서 쓸 수 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냥 질려서 그런 건지는 읽는 분께 맡깁니다.
구입하기 전에 스팀의 리뷰글을 보니 집을 청소하고 인테리어하는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말 그대로였습니다. 그래픽이라든지 각종 게임 내 세부 사항에 대한 건 그냥 리뷰글들을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여기선 이 게임이 어떤 면에서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질려서 떠나게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이 게임은 도를 닦습니다. 처음에는 주어진 퀘스트로 소소하게 용돈을 벌고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겪게 되는데, 정말 별거 아닙니다. 대걸래로 바닥을 밀고, 창문을 뽀독뽀독 문지르고, 벽지를 새것같이 닦아내고, 부서진 세면대나 변기를 치우고 새로 설치하고, 에어컨을 깔고, 벽을 부수거나 새로 만들고, 벽지를 붙이고, 타일을 깔고, 페인트칠을 하고, 전구를 교체해주고, 바퀴... 읍... 유리조각을 치웁니다.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패드를 잡아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 속의 대걸레로 바닥을 밀고 있으면 마음 속까지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정작 내 발 밑은 너저분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십여분 후 컴퓨터 속의 집이 100% 말끔하게 청소되고 도배까지 깔끔하게 되어 있는 걸 보며 기분좋게 침대 속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쳐나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이라면 이 게임만큼 따분한 게임은 없을 겁니다. 컴퓨터 속의 집을 청소할 바엔 자기 방부터 먼저 청소하겠죠. 차라리 뒤의 자유과제로 나오는 부동산을 사서 집을 마음껏 꾸미는 컨텐츠에 더 열중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상상력이 빈곤한 건지 고작 4채 정도 집을 열심히 꾸미다가 상상력이 고갈나서 멈췄습니다. 이전 단계인 다른 집을 수선하거나 청소해주는 30여단계의 퀘스트를 훨씬 집중해서 했었네요.
그리고 게임은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알려옵니다. 퀘스트를 끝내는 것만으로도 각종 업그레이드 (청소를 더 빨리 해준다거나 벽을 한번에 여러개 세우는 등) 또한 9할 이상 해금되어 있으며, 자유과제인 집 꾸미기도 전부 샀다가 되팔면 꾸밀 집조차 없어집니다. 그럼 계정을 새로 파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죠. 진짜 할 게 없습니다. 추가 유료 컨텐츠인 가든 팩 등이 있긴 합니다만, 원작 게임도 이렇게 소모성이어서야 기대가 안되서 사고 싶지 않더군요.
일상 생활이 힘들다면 마음을 청소하는 기분으로/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집 하나씩 청소한 후 자는 걸 추천해봅니다.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컨텐츠는 꽤 아쉬울 겁니다.
+ 비슷한 클리어 소감을 느꼈던 다른 게임이 뒤늦게 생각났네요.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1/2 를 플레이 했을 때 이 게임과 비슷한 감상을 느꼈었습니다. 전반부는 퀘스트 위주로 게임 기능을 해금해나가고 후반부는 해금한 요소로 자유플레이하는 마인크래프트 풍의 게임이었죠. 물론 이 게임보다 할만한 요소가 훨씬 가득했고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땄지만, 전체적인 즐거움 그래프 및 플레이 중단 사유는 이거랑 동일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