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신디케이트 - 완전 클리어
오리진의 바로 전작인 신디케이트를 다시는 플레이 하고싶지 않을 정도로 클리어했습니다. DLC까지 전부 클리어이며, 엄밀히 말하면 트로피까지 완전 클리어는 아니지만 (42/56) 다시는 플레이하지 않을 정도로 싹싹 햩아먹었으므로 개인적인 의미로는 클리어입니다.
신디케이트 syndicate 는 클래식 어쌔신크리드 게임엔진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작품입니다. 다음 작인 오리진부터 게임성이 엄청나게 변하게 되었죠.
1. 스토리 ★★★★☆
(1) 본편 ★★★★☆
바로 다음에 나왔던 신세대 어쌔신크리드인 오리진과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점이 눈에 띄네요. 신디케이트가 오리진과 비교해서 가장 좋은 점은 자기완결성이 좋은 스토리입니다. 본편을 즐기고 나면 괜찮은 영국판 헐리우드 액션영화 하나 봤다는 뿌듯한 감정이 듭니다. 오리진과 약간 비슷하게 더블 주인공으로 프라이 남매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면서 플레이하게 되는데, 주인공은 사실상 남자인 제이콥 프라이이며, 악동 기질이 있는 그가 런던을 개판으로 만들면 이비 프라이가 핀잔을 주면서 재미없게 뒷수습을 하는 전개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만큼 스토리 양상도 상당히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 남자인 제이콥이 나오면 거의 호쾌하거나 영국 특유의 엽기적이고 황당하며 블랙유머적인 스토리인 반면 여자인 이비가 나오면 우울하고 교조적으로 가르치는 듯한, 후속작인 오리진이 생각나는 연출이 주가 됩니다.
후속작인 오리진에서 스토리가 어떤 결말이 되었는지 아시는 분이라면 예상하시겠지만, 두 사람의 갈등이 신디케이트 스토리의 주된 뼈대가 되며 결말에서 공동의 적을 두고 어물쩡 봉합됩니다. 스토리 파트를 완전히 둘로 나눠서 제작한 건지 끝까지 개운하지는 못해서 별 5개를 주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즐거운 스토리라인이었습니다.
오리진과 비교하여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또 다른 요소로 선악이 확실하게 구별되는 요소도 있습니다. 오리진은 지금까지와의 어크와는 달리 궤변에 가까운 악의 정당화가 그 말에 악바리로 맞상대하는 바예크의 찡그린 얼굴처럼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했다면 신디케이트는 악당들이 주저없이 선명한 악을 저지르면서 미친 소리를 내뱉기에 제이콥처럼 손쉽게 콧방귀를 내뀔 수 있습니다.
(2) 사이드 스토리 ★★★★★
시대가 현대와 워낙 가깝고 영국 영어권이다 보니 친숙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이집트 고대 사회보다 우리 생활상과 유사한 점이 훨씬 많고, 단순히 이름만 들어본 걸 넘어서 현대에도 영향력을 주는 위인들의 일화라 후속작인 오리진에 비해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네요. 퀘스트 내용도 본편만큼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영어 듣기가 가능하면 자막으로 표시되지 않는 잡담도 재밌습니다.
(3) DLC (잭 더 리퍼) ★★★
신디케이트의 스토리 DLC 는 2개가 있는데, 그 중 대형에 속하는 잭 더 리퍼는 스토리는 어크쪽과 영 떨어져 있긴 합니다만, 주제도 그렇고 발매 시기를 생각해보면 딱 서양 할로윈용 컨텐츠입니다. 깜찍한 트릭오어트릿 말고 심슨 가족에서 나오는 기괴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그 할로윈 스토리 말이죠... 저는 공포겜은 안 좋아하는데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에겐 평가 좋을 듯 합니다.
잭 더 리퍼 DLC 는 대형 DLC 라서 별개의 게임처럼 가동됩니다. 무기나 스킬트리 등도 별개로 돌아갑니다만 맵도 일부를 돌려 쓰는 등 반복해서 사용하는 요소가 많아서, 후속작의 역대 최고로 치는 DLC 인 파라오의 저주 수준을 기대해선 안됩니다. 다만 빠뜨리기엔 본편 20년 후의 이야기라서 언제나처럼 어크 스토리 DLC 는 필수 동시 구입입니다!
2. 그래픽 (근거리★★★★★/원경★)
신세대 어크인 오리진보다 구리네요. 바로 이전 어크인 유니티를 플레이하면서 그래픽을 격찬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오리진을 플레이한 직후 이렇게 신디케이트를 플레이해보니 유니티도 오리진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출시 순서는 유니티→신디케이트→오리진)
구시대 게임에서 전체 맵에 해당하는 블럭 하나 정도 이내의 거리는 안개도 안 깔리고 텍스쳐도 선명하게 전부 보입니다. 왕궁같이 화려한 맵에선 사물 하나하나 정밀하게 묘사해놓은 수준이 이전 유니티도 그렇고 신디케이트 또한 후속작인 유니티에 결코 안 꿀립니다. 즉, 근거리에선 전작이나 후속작이나 별 차이 없는 우수한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동기화를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한 블럭을 넘어가면 안개가 자욱히 깔려 원경의 텍스쳐는 거의 열화됩니다. 반면 오리진은 새로운 게임엔진을 써서 시야가 확보되는 지형 모두 선명하게 보입니다. 신디케이트까진 스크린샷을 찍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드는데 오리진은 가는 곳마다 정신없이 스크린샷 모드를 가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게임 플레이 (전투 ★★★★/수집★)
(1) 수집 ★
안그래도 무의미하고 보람이 없으며 시간낭비 그 자체인 수집요소 탑재 오픈월드 최악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어크인데, 신디케이트는 그 중에서도 탑 급에 꼽히기 전혀 손색없습니다. 우중충한 런던의 하늘 아래 지저분한 슬럼가에서 폐품 수집하러 건물 틈바구니를 비비적 대는 것과, 광활하고 아름다운 이집트의 자연풍광을 관광하면서 땅에 얌전히 놓인 보물상자를 열러 돌아다니는 것은 똑같은 폐품 수집이라도 천지차이로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구시대 어크 또한 오리진부터 추가된 투어링 모드를 진작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원래부터 관광 게임으로 유명했고 게임 내 정보도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원경이 뿌옇게 되는 게임 엔진 자체의 한계로 제대로 된 투어링을 할 수 없었고 게임 플레이도 제약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의 큼직한 건물도 어크 세계에 맞게 축소 모델링해서 다닥다닥 붙여 좁은 맵에 우겨 넣어야 했는데, 덕분에 종로구만한 땅에 우리나라 모든 랜드 마크가 건물 하나 건너 입주해 있는 셈입니다. 좁은 구역 내에서 전투도 이루어져야 하며, 조금이라도 구역을 벗어나면 진행상황이 리셋되어 적들이 모조리 되살아나는 상당히 열받는 일이 벌어집니다. 후속작인 오리진은 게임을 끄지 않으면 10 Km 나 되는 넓은 땅을 수시간 돌다가 와도 죽어있는 적의 시체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습격한 적진이 텅텅 비어 있는 것과 비교됩니다.
이런 제한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키우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래플링 훅 같은 이동 수단이 발달하여 본 작에선 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이동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그것이 극악한 헬릭스 결함 찾기로 연결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요. 손가락으로 실뜨기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두 손으로 엄청 복잡한 실뜨기를 하듯, 여러 건물들 사이에 수많은 경우의 수로 그래플링 훅을 걸치고 그 경로를 통해서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수집요소가 있다면요? 게다가 절묘한 컨트롤로 점프까지 해야 한다면요? 공략지도를 봐도 유튜브 공략영상을 봐도 닿질 않는 헬릭스 수집요소를 보면 환장합니다.
(2) 전투 ★★★★
구시대 어크의 가장 큰 특징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같은 타게팅 전투입니다. 타게팅 전투는 초보자도 금방 익숙해지고 쉽게 스타일리쉬한 전투가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감각이 있어도 아예 무쌍을 찍는 바람에 몰살하면 그것도 암살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요.
나름 밸런스에 신경 쓴 요소도 보입니다만,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해금되거나 챌린지로 특정 조건 몇십번 달성하면 해금되면서 결국 게임이 쉬워지기 때문에 저같은 액션치에겐 매우 고마운 시스템인 반면, 액션겜 매니아에겐 가장 높은 난이도로 해도 별거 아닌 리듬 액션게임으로 생각되겠습니다.
난이도를 낮추는 다른 요소들도 많이 있지만 스포일러성이므로 생략합니다.
(3) 파쿠르 액션 (직관성 낮음, 숙련시 퍼포먼스)
구시대 어크의 가장 큰 장벽은 마법 소메틱을 하듯 어려운 조작법이었습니다. 어크의 대명사인 신뢰의 도약을 할 때 조차 무려 3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있어야 해서 처음에는 몇 번이나 제자리에서 어물쩡거려야 했고, 난간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자꾸만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들켜서 짜증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반면 신어크인 오리진부턴 방향키를 기울인 상태에서 점프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방법으로 변경되었기에 조작법보다는 캐릭터가 특정 조작법을 적용할 수 있는 지형 위에 올라가 있는지 여부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구어크의 조작법은 파쿠르 경로를 전부 분해해서 경로마다 별개의 조작법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비유하자면 수많은 단축키를 일일이 할당해놓거나 옛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같은 조작법입니다. 복잡하지만 모든 버튼을 알면 단축키처럼 신속하고 스타일리쉬하게 움직입니다. 반면 신어크의 조작법은 숨길건 숨기고 보다 직관적으로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만들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애플 아이폰같은 조작법입니다. 직관적이고 쉽지만 시스템이 허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매번 멈칫거립니다. 제가 비유한대로 두 조작법에는 장단점도 그대로 따라옵니다. 구어크는 처음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조작의 범위가 넓어서 조금이라도 잘못 조작하면 캐릭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완전히 숙련되면 영화같은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신어크는 초보자도 왠만하면 영화같은 이동이 가능해질 정도로 매우 직관적이고 쉬운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형이 복잡해지고 보다 복잡한 조작체계가 필요해진다면 손조작보다는 화면에 뜨는 별개의 추가 옵션창이 뜨는 딜레이에 의존하게 되는 번거롭고 버벅거리는 조작 체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까진 오리진-오디세이-발할라 같이 고층 빌딩이 안 나오는 신화시대 신어크만 나와서 모르겠습니다만, 구작 어크를 신어크 엔진으로 리메이크 한다면 변경된 조작법의 단점이 바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어크 오리진의 조작법이 월등히 낫습니다. 적어도 오리진에선 매우 원활하고 재미있게 플레이 했으며, 구어크는 어려운 조작법 때문에 항상 실패의 부담을 안아야 해서 플레이하는게 겁날 정도거든요. 특히 시간제한 추적 미션 말입니다. -_-
4. 음악 ★★★★★ (번역수준 ★★)
오리진이 역대 가장 옛날이라면 신디케이트는 역대 가장 최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국입니다. 언어도 익숙한 영어이고 음악도 당연히 익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라든지 욕설도 왠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ㅠㅠ 이전 오리진에서 이집트인들이 하는 말이 소음공해인 걸 상기하면 이렇게 언어 장벽이 낮은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언어장벽하니 번역을 지적 안할 수 없군요. 후속작인 오리진은 번역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훌륭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일부 오역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게임 시스템 번역은 게임 내용에도 잘 어울려서 게임 개발하는 한국인 직원이 번역에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전 어크 시리즈는 대대로 발번역으로 유명했으며, 신디케이트 또한 왈도체 번역이 심각합니다. 일본어판 어크를 기계번역한 걸로 작업한 것 같은데,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임 내부의 번역팀이 아닌 외주 번역팀에서 작업한 듯 미션 목표까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역인 부분이 산재해 있어서 다소 짜증납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극악입니다. 지루하고 보상은 쥐꼬리만한 디지털 수집로동이 천개 가까이 쌓여 있으며, 어크 시리즈 전통의 무진장 재미없는 마차 경주도 있습니다. 본편과 DLC까지 클리어 타임은 50시간이지만 수집요소까지 끝내려면 60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ONE 스타일
보통 액션 게임이고 장시간 L 스틱으로 돌아다녀야 하니 XBOX 컨트롤러가 엄지 덜 아프겠죠. 하다보니 XBOX ONE 엘리트1 컨트롤러 L 스틱이 기울어짐 고장나서 납땜 교체를 위해 부품 주문했습니다.
7. 총평 ★★★★
신디케이트는 이전 게임엔진으로 할 수 있는 건 전부 보여준 구어크의 총아입니다. 역대급으로 할 것이 많고 복잡하며, 후속작인 오리진은 이에 비하면 좋은 의미로 심심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구어크의 단점 또한 극대화되어 있는 게임이라서 사람들이 질린다는 말이 나올만했으며, 특히 무의미한 수집요소와 아까운 투어링 경관을 게임엔진의 한계로 제대로 못 보여준 것은 오리진에서 게임엔진을 적절히 교체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되었습니다. 딱 하나만 제외하면 신디케이트 이하 구 어크 시리즈는 취향 외엔 더 이상 찾아가며 플레이할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진화선상의 화석인 셈이죠.
그런데 다른 건 다 나아졌으면서 하필이면 스토리만 구려진 걸까요? 곁다리도 아닌 게임의 핵심중의 핵심 메카닉이라서 신디케이트 포함 구시대 어크를 쉽게 놔줄 수 없게 만드네요. 어크가 국가 별로 돌아가면서 테마를 정하고 구시대 어크가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을 선점(?)했기에 언젠가는 신세대 엔진으로 리메이크 할 필요를 느끼지만, 혹시라도 리메이크하면서 스토리를 더 요상하게 만들까봐 더 걱정됩니다. 다음에 할 걸로 오디세이 현재 할인중이라 사두긴 했는데 구작 어크는 이대로 플레이 안할지 고민됩니다. 마침 오디세이를 구입하면서 어크3 리마스터가 동봉되어 따라왔으니, 오디세이 클리어 후에 이걸 해보고 지금까지 안해본 구판 어크 리마스터를 할건지 말건지 결정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