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오디세이 - 1회차 클리어 소감
소감을 쓰기에 앞서 미리 경고해드리자면, 이 게임은 밤잠 안 자고 몸이 지쳐서 쓰러져서 자게 될 때까지 하게 되는 부류의 게임입니다. 전작인 오리진도 어크 시리즈 중에서 유독 몰입감이 좋고 에피소드 두세개는 끝내야 손에서 패드를 놓았지만 오디세이는 주욱 이어지는 이어지는 소형퀘스트의 연속이라 하다보면 스스로 끊을 타이밍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취침/출근시간 놓치지 않도록 알람 설정하는 건 필수입니다.
또한,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전연령 대상이지만 성인 게임 리뷰시에는 성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주의드리며, 미성년자가 보기 안 좋은 묘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글을 읽다가 불쾌할 수 있으므로 미리 주의드립니다. 원래부터 폭력적이고 매 게임마다 수천명씩 죽이는 암살자가 주인공인 어크 시리즈인데 유독 오디세이에만 성인게임 경고문을 붙이는 이유는 이 게임엔 유독 연애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성적인 연애가 아니라 '서양게임' 연애 요소로 말이죠. 매스이펙트 트릴로지 시리즈 떠올리면 아주 정확합니다.
1. 시작 ~ 4 레벨까지
뭣?! 전작인 오리진이 기원전 50년인데 거기서 4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그럼 암살단 흔적도 없던 시절인데 암살스킬 어떻게 쓰라는 거지?! 시작은 막막한 심정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액션 어드벤쳐였습니다. 독수리(드론)도 안 뜨고 배트-적외선 비전도 안 뜨고, 당연히 되어야 하는게 하나도 안됩니다. 심지어 주워먹을 수 있는 아이템조차 가독성 좋게 크게 번쩍거리지 않고 마침표 하나 크기의 하얀 점만 가까이 가야만 떠서 언차티드 하는 기분이었죠.
게임 시작할 때 '제작자의 의도'라면서 더 하드코어한 HUD OFF 모드를 선택하라고 눈치를 줬는데, 이전 어크 시리즈를 해왔던 유저 입장에서 게임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아 옵션에서 원상복구 시켰습니다. 참고로 이거 켜면 화면 내비게이션도 안 뜨고 오직 퀘스트 대사 구문과 메뉴 지도와 방위 등만 보고 위치 찾아가는 '과몰입' 모드라고 합니다. 뭐든지 적당히가 좋은 건데...
아무튼 암살자라기 보단 일개 민간인으로서 땅 위를 기어다니면서 초반 마을을 깨고 나니 게임이 기존 어크보다는 폴아웃 시리즈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자는 위처3를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폴아웃3와 구성이 거의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위처3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중간에 접었고, 폴아웃3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생략이 많이 되어 있는 것이 어크 오디세이와 가장 비슷했습니다. 세계관과 무기를 생각하면 폴아웃3 정도로 간단한 스카이림으로 보면 됩니다.
2. 5레벨~10레벨
와! 드디어 배트-비전을 얻었다! 이거 없으니 가뜩이나 루팅 아이템 알아보기 힘들어서 게임이 참 귀찮았습니다. 그런데 범위가 심각하게 좁네요... 독수리로 광역스캔하는 것도 심하게 너프먹어서 풀업해도 전작 풀업의 절반 업그레이드 수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두가지는 이후에도 두고두고 괴롭힙니다.
그런데 게임에서 할 것이 과도할 정도로 많습니다. 지난 오리진은 새 게임엔진을 만들면서 이전 시리즈에 있었던 요소를 구현 못한 것이 한이 되었는지 이번 게임은 꽉꽉 우겨담았네요. 그것을 가장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 바로 초반 폭레벨업 + 전세계 지도 밝히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전작의 요소를 우려먹은 것도 있지만 전투는 기존 어크 시리즈의 사골냄새나는 암살 시스템이 아니라, 어크 오리진 시스템을 또 완전히 뜯어 고쳐서 새로 구축한 느낌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비유하면 디아블로2 → 디아블로3 스킬 시스템처럼 재탄생한 수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고 완전 신나고 재밌습니다!
3. 11~20레벨
우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대결이네?! 설마 폴아웃 베가스처럼 팩션 가입 시스템도 있는 거야!!? 유비 진짜 칼갈았다! 좋아 그리스에서 아테네 전부 걷어차준다. 띠스 이쓰 씃빠르따!
4. 21~30레벨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귀큰놈의 공장제 게임 어크인걸... 스토리를 맥아리없이 흐려놔서 플레이어가 어느 한 세력에 소속되는 일은 없으며, 언제 어느때든 뒤통수쳐서 양쪽 다 학살할 수 있게 만들어놨습니다.
유저가 직접 선택해서 스토리를 바꿀 수 있다면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전 어떻게든 사람들을 살릴려고 애썼고 게임 내 대형 사이드 스토리는 선택의 요소가 메인 스토리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편이지만, 그래도 메인 스토리는 강제로 흘러가는 걸 보고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어크 전통 스토리 전개 그대로이고,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한번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조연들을 죽여서 사라지게 하느냐, 아니면 '봐줬다' 결말이냐 뿐입니다. 기원전 GTA 같은 또 하나의 위대한 게임이 탄생하는가 싶었는데, 어크 이름값 하느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게임엔진이 좁은 틀 안에 가둬지니 안타깝습니다.
이전부터 어크하면서 오픈월드에 적용하면 재밌는 시스템이지만 어크만의 설정 탓에 '어크'가 아니면 도입하기 힘든 요소들이 있었죠. 지붕 동기화라든지 배트-비전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스토리까지 꼭 '어크'여야 할까요? 재밌으면 그만 아닐까요? 이미 오리진으로 벽을 부숴버렸는데 반드시 어크식 비극 스토리를 따라가야만 어크 타이틀을 붙일 수 있나요? 멀티 분기 게임은 만들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유비가 신세대 어크 기반으로 GTA 같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길 기대하며, 앞으로 출시할 어크의 스토리도 게임 시스템처럼 틀을 깨고 혁신하길 바랍니다.
5. 31~40 레벨
슬슬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신요소는 안 보이고 느려지는 레벨업과 돈 노가다 과정에서 게임의 단점이 부각되는 시기입니다. 신 시스템의 장점이 워낙 많아서 불평거리는 전체적으로 보면 미세합니다. 몰입감이 장난 아니라서 한번 손을 대면 떼질 못해 곤란할 지경이며, 아래의 단점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못해 아쉬운 점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게임이 많이 복잡해지다보니 발매된지 몇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도 오리진과 비교해 버그가 꽤 많습니다. 트로피 관련 진행 불가 버그가 있어서 이 부분은 조심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게임 껐다 다시 켜면 해결됩니다.
- 사이드퀘스트 중에서 반복 퀘스트로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무려 시간 제한을 걸어놔서 어이가 없더군요. 전작 오리진서 최고 귀중품 반복퀘는 시간 제한을 걸었지만 이번작은 범용 퀘스트조차 24시간 짜리 시간 제한을 걸어놔서 하루 지나면 시간 만료 떴다고 취소 뜨는 것이 마치 모바일 가챠 게임을 하는 것 같아 불쾌했습니다. 싱글 게임은 싱글 게임답게 짧고 굵게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하길 원합니다.
- 능력 제한을 해금하는 기준이 레벨이 아닌 스토리 진행인데, 덕분에 혹독한 노가다를 경험하게 되는 구간이 바로 30~40렙입니다. 무지막지한 사이드퀘스트 분량을 소화해내야만 각 스킬의 궁극 레벨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놔서 안쓰고 모아둔 스킬 포인트가 10개 넘게 남아돌 지경입니다.
- 이전에 하던 어크식으로 장비를 맞추면 게임이 안 풀립니다. 이 게임은 디아블로3 장비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근접무기/원거리무기/암살용 창 세가지 공격력이 구분되어 있으며, 여러 무기의 레벨만 보고 고르지 말고 무기마다 달린 옵션을 잘 보고 공격력을 증폭시켜야 예전 어크처럼 활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맵은 스카이림보다 크고 넓은데 대부분이 물바다입니다. 온통 섬으로 잘게 쪼개져 있어서 각 섬마다 사이드퀘스트 졸업식 치르고 나가는 감각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초반에 맵을 밝히면서 돌아다닐 때 느낀 건데, 땅과 바다를 오가야 하므로 연속성이 없고 빠른 이동을 주로 쓰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오리진에 비해 경관의 다양성과 투어링하는 재미는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이번 작품도 정신없이 스크린샷을 찍으면서 다니고 있습니다만 전작처럼 지역마다 독특한 풍경에 감탄하는 일은 점차 적어지고 빠르게 물리고 있습니다.
- 사이드 퀘스트는 흥미롭지만 동선을 마구 꼬아놨습니다. 내용은 전작 오리진의 재미없는 사이드퀘스트와 별 다를게 없지만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과장된 동작을 보면서 퀘스트 대사를 주고받으니 뭔가 몰입감도 생기고 그럴듯해서 좋더군요. 그렇지만 그 쪼그마한 도시 내에서 마치 실뜨기, 아니 육망성 별을 그리듯 동선을 엇갈리게 배치해놔서, 퀘스트끼리 조금이라도 연계해서 단번에 끝내지 못하니 동선이 엄청 길어지기에 돌아다니기 귀찮습니다. 이번 작은 도시 내부에서 말 타고 달리는 속도를 절반으로 제한해놔서 더더욱 답답합니다.
- 공장제 게임입니다. 맵은 더 넓어졌지만 세부 사항은 찍어낸 듯 똑같은 게 슬슬 체감됩니다. 특히 지하 던전이 가장 극심합니다. 폴아웃과 스카이림은 그래도 하나하나 손으로 수정한 정성이 보이는데 오디세이 지하동굴은 딱 봐도 똑같은 지형 복붙했다는 것이 딱 느껴지네요. 전부 그런 건 아니고 문화유적이나 도시는 공들여서 만든 티가 보이지만 정작 게임플레이의 중심이 되는 던전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전작이나 같은 유비소프트 내 다른 게임에서 그대로 베껴와 복붙하니까 공장제 게임이라 부르는데, 이렇게 던전까지 복붙하는 건 무성의한 거죠.
6. 41~49 레벨
한번 패드를 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기 때문에 이젠 아예 핸드폰으로 1~2시간 타이머 켜고 게임합니다. 안그러면 약속시간 훌쩍 지나서... 그래도 이젠 게임이 많이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몬가몬가 온라인 게임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특히 디아블로3 처럼 돈 노가다를 위해 사이드퀘를 깨다보면 생각없이 멍~ 하게 플레이하게 되는 면이 여전히 재미는 있어도 무의미한 반복 노가다처럼 느껴집니다. 더 이상 새로운 요소도 없고 눈에 띄게 강해지는 것도, 챌린지로 해금되는 것도 안 보여서 도전욕구를 자극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50렙이 되어야만 챌린지 통계를 보는 것이 해금됩니다. 그 전까진 특정 수치에 도달해야만 순간적으로 보상만 표시) 그저 디아블로3처럼 끝없이 장비 강화하고 교체하고 심부름 퀘스트 반복입니다. 재미는 있지만요.
7. 50~59 레벨
게임의 모든 기능이 해금되며 누구나 어렵지않게 본편 스토리 엔딩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숙련도 등도 해금되어 이것저것 뒤져보니... 할게 여전히 산 같더군요. 참고로 만렙은 99입니다.
이젠 던전말고 일반 필드도 식상해집니다. 지형과 나오는 적이 전부 비슷하다보니 가는 곳마다 다 똑같아 보이고 지루함을 느낍니다. 나름 재밌던 사이드퀘도 슬슬 질려서 메인스토리 진도 밀기 시작합니다.
8. 66 레벨 (본편 클리어)
본편 진도 나가면서 DLC 도 전부 밀지는 않고 중간 정도 진도 나갔는데, 알고 보니까 본편 클리어 이후의 이야기라서 스포일러를 좀 당했네요. 아울러 본편의 메인스토리도 전체 게임의 극히 일부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스카이림처럼 한 명의 이름없는 아무개가 어린 시절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리스를 구한 위대한 영웅이 되고, 그리스 땅에서의 사명이 끝나자 다른 지역으로 훌쩍 떠나버릴 때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서사시였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특정 암살자의 리즈 시절만 간단히 다룬 예전 어크와 비교하면 여러가지 의미로 이전 어크와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어쌔신 크리드입니다.
* 스토리 텔링 방법 : 스카이림의 텍스트 선택 및 분기식 어드벤쳐. 사이드 퀘의 선택들이 서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메인 스토리 퀘는 이후 메인 스토리 선택지에 영향을 줍니다.
* 사이드 퀘스트 : 전작 오리진처럼 플레이 내용은 심부름 꾼이라서 하찮지만 매스이펙트 시리즈처럼 얼굴을 직접 마주보면서 과장된 동작으로 대화를 나누니 지루함을 덜 느낍니다.
* 전투 : 디아블로3 스타일 - 스킬퍽 강화도와 장비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의 스타일로 전투할 수 있습니다. 단, 암살자로서의 전투는 이전 오리진에서도 무늬만 암살자였는데 이번작은 더 심해서 그냥 한 명의 스파르탄 전사입니다.
* 장비 맞추기 : 디아블로3 스타일 - 장비 옵션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미지가 2배 4배 8배 뻥튀기 되므로 게임 난이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본편 클리어에만 66레벨까지 달리면서 무려 110시간을 플레이했습니다. 좀 더 정확한 유비 통계이므로 제가 지금까지 플레이한 스팀판 어크처럼 1.5배 뻥튀기하면 약 170 시간 플레이 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뉴게임+ 모드가 해금되었는데, 지도와 발견한 장소가 전부 리셋되는 걸 보고 2회차는 포기하고 이대로 DLC 까지 끝내기로 했습니다. 당초에는 지금 플레이 시간이면 DLC 까지 전부 클리어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전과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어크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