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5 샀습니다
드디어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 PS5 를 이번 대량 출하에서 건져서 샀습니다. 엘든링 PC 판은 콘솔판에 비해 프레임 최적화가 덜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PS5를 못 구하면 스팀판으로 살까 생각하고 있었지만 지금 3060 에서 4090 으로 업글하기 전에 PS5 를 먼저 구한지라 그냥 지금 PS5 판 엘든링을 샀습니다.
역시 콘솔은 PC 에 비해 설치할 거라든지 신경쓸 게 없어서 편하니 좋네요. 물론 대신 치트라든지 모드 같은 것이 전혀 적용 안되지만 그만큼 온라인이 깨끗한... 깨끗한? 아니 비매너는 빼놓고 해킹 유저로부터 안전한 장점도 있죠. 프레임 위주의 퍼포먼스 모드로 하고 있는데 가끔 프레임이 버벅이는 걸 보면 좀 아쉽습니다. 아마 지금 PC 판을 사도 마찬가지 성능일 듯 하네요.
근데... 넘나 어렵습니다 ㅠㅠ 흑흑 무서워요... 원래 공포겜은 쥐약이고 액션치라서 멀키트는 커녕 아직 트리가드에도 꾸엑하고 죽어나가는 중입니다. 할 수 없이 맵 먼저 밝혀서 물약먹는 횟수를 늘리는 노가다를 해주니 쫄몹들을 상대하는 건 여유가 생겼지만 그래도 계속 쉽게 죽어나가네요 ㅠㅠ
소울류는 먼 옛날 PS3 시절 데몬즈 소울 처음 나왔을 때 멋모르고 실행시켰다가 벙쪄서 중고로 팔은 이후로 손댄 적 없습니다. 그 이후로 남일보듯 신경 안쓰다가 엘든링은 오픈월드에 쉬워(?)졌다는 말을 듣고 다시 시도하는 건데, 그때나 지금이나 별 차이 없는 것 같아요. 그나마 맵이 오픈월드라서 이동의 자유가 있고, 말타고 다니면서 치사하게 한타치고 도망치는 짤짤이가 가능하고, 몹을 피해 파밍하면서 강화시킬 수단이 있기에 망정이지, 이전처럼 갖힌 던전 안에서 쫄몹에게 무수히 죽어나가면서 영혼의 맞다이를 펼치라 하면 오늘 당장 팔아치우러 갔었을 겁니다.
엔딩까지 플레이하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건 저에겐 쥐약인 공포 속성 때문인데요. 오픈월드 덕분에 멋진 풍경이나 다양한 디자인의 몹들을 구경하면서 싸울 수 있지만, 좁은 던전에 들어가면 깜짝 놀라게 하는 등장과 함께 도망치지도 못하게 가둬놓고 싸우는 거 정말 싫습니다. ㅠㅠ 징그러운 것도 싫고요. 어크 오디세이처럼 한번 패드를 잡으면 몇시간이고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하게 되는 걸 보면 잘 만든 게임인 건 확실하지만, 도망가고 싶어지는 공포 요소가 없는 어크가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어크 같은 오픈월드 세계다 보니 엘든링의 세계를 탐험하면서 비교를 안 할 수 없게 되더군요. 다소 비어있는 것 같아도 어크 오디세이와 같이 전투를 중심으로 오밀조밀하게 세팅된 맵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만, 그럼에도 아트워크가 워낙 인상적이어서 세계관에 절로 흥미가 가더군요. 어디를 가도 한두방에 죽어버리는 쫄몹들이 튀어나오니 방심할 수 없는 것도 있고, 낙사로 쉽게 죽어버리는 절벽이 사방에 펼쳐져 있어서 조심스럽게 걸어다니면서 세상을 탐험하다보면 맵을 구석구석까지 빈틈없이 정성스럽게 만들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크의 양산형/공장형 맵과 딴판이죠. 포토모드가 탑재되어 안개 등을 걷어낼 수 있다면 스크린샷을 정신없이 찍어대었을 겁니다.
그러다가 어크처럼 게임공략맵을 열어보니 맵이 엄청나게 꽉꽉 들어차 있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웨이포인트 찍고 냅다 거기로 말타고 달리게 되었죠. 그러다가 문득 엘든링이 이전보다 덜 흥미롭게 느껴지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전에는 주위를 세심하게 살피면서 중간보스(수문장)도 처치하면서 숨겨진 장소가 있나 샅샅이 뒤지고 돌아다녔는데, 공략지도를 알게 되니 숨겨진 장소를 찍고 쫄몹을 제치고 거기로 무조건 달려가 버리는 겁니다. 덕분에 새로운 장소로 가도 주위를 둘러볼 시간없이 헉헉거리며 돌아다니느라 바쁘고 적도 상대 안하니 공포감도 덜하고 생존률도 올라갔습니다만, 문득 이렇게 게임하면 정말로 재미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위 말하는 공략집의 딜레마죠. 어느 게임이든 공략을 안 보고 게이머 혼자서 올클하는 것을 전제로 설계되기 마련이며, 당연히 그렇게 만들어져야 합니다. 인터넷이 없었던 시절에는 그게 당연했지만, 요즘에는 게임을 사자마자 공략보고 엔딩까지 달리는 것을 당연시하는 사람조차 있습니다. 어찌보면 어크 시리즈도 공략 지도가 없으면 게임을 하기 곤란할 정도로 공략집(숨겨진 지점 트로피)에 의존하는 게임이 되었죠. 그런 면에서 엘든링은 처음부터 공략을 볼 필요가 없고 공략집을 보면 오히려 게임이 재미없어지는 클래식한 게임인 것 같습니다. 정말로 클리어가 힘든 부분만 살짝 힌트를 보고 극복해야 더 재밌게 할 수 있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