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아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파이널 바 라인을 안하는 이유
리듬게임을 안한지 (못한지) 오래되었고, 시아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파이널바라인 (이하 파바라인) 은 고작 서너시간 밖에 플레이 안 해봤으므로 깊이없는 탈주 소감입니다.
예전에 나온 3DS 용 시아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커튼콜을 소장하고 있고, 그 때도 플레이 하다 중간에 그만뒀습니다. 이번에 PS4 버전으로 산 파바라인은 인터페이스가 달라졌으므로 터치펜을 적극 활용한 전작과 달리 조이스틱을 이용하도록 패턴을 약간 바꿨습니다. 그 결과 과거 3DS 에 비해 난이도가 조금 낮아졌긴 했습니다만 시아트리듬만의 특성은 훼손되고 좀 평범한 리듬게임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볼륨은 패키지판 385곡, 이후 나올 시즌패스 3부까지 500여곡으로 파이널판타지 본편만이 아니라 초코보의 모험 등 외전작들 모조리 출시될 예정이므로 플레이 곡 수는 커튼콜 이상으로 빵빵합니다. 또한 RPG 육성 및 파티 시스템을 도입해서 수십명의 캐릭터를 레벨 999로 올려서 보스를 효과적으로 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하므로 기대 플레이 타임은 더욱 늘어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도 희망적으로 보여서 구입했는데, 과거 3DS 커튼콜을 하다 말은 이유를 까먹어 버렸다가 PS4 파바라인을 켜자마자 뒤늦게 떠올려버렸습니다. 아래글 부터는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저 개인의 소감이므로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과거 비트매니아, BMS 믹스웨이버, EZ2DJ 등으로 시작한 유저라서 판정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식이 아닌 리듬게임을 못합니다. 게다가 코나미 게임저작권 소송 때문에 대부분의 리듬 게임이 저에게 익숙한 형식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려고 해서 게임 선택을 심각하게 제한받아왔죠. 시아트리듬 시리즈 또한 가로로 채보가 흐르는 형식이라서 적응이 전혀 안 됩니다. 판정이 심각하게 구려서 감이 떨어졌나 싶었는데 DJMAX Respect 를 돌려보면 그건 또 아니더랍니다. 요즘 리듬게임으로 시작해서 가로 채보에 익숙한 분이라면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니 이건 제 능력의 한계일 수도요.
시아트리듬은 키음이 없고 챔벌린을 흔들어대는 무음 게임입니다. 명색이 스퀘어에닉스 본가인데 음악게임 필수인 키음은 좀 기본으로 탑재해줬으면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이 게임은 무려 11년 전 3DS 로 나온 게임이므로 게임기 성능을 생각하면 키음 탑재는 불가능했겠죠.
키음 없는 리듬게임의 최악의 단점은 채보를 무성의하게 짜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음을 쓴다면 강제적으로 원곡의 리듬을 타고 채보를 짜야 하므로 저난이도 곡은 뻔하디 뻔한 정박자 채보곡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키음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채보 제작의 자유가 올라가고 이는 호불호 채보로 연결됩니다. 가장 짜증나는 건 정박곡에서 자꾸만 엇박으로 채보를 짜집기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리듬게임이란 음악에 맞춰 점차 흥을 올려가는 일종의 트랜스 음악 장르 같은 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곡과 전혀 무관한 엇박자 챔버린을 쑤셔넣으면 음악에 대한 몰입이 매우 방해됩니다. 마치 이어폰으로 음악 감상 중 옆자리 할아버지가 유튜브 크게 틀어놓은 상황입니다. 음악과 연동하며 리듬을 따라가야 흥이 돋고 원곡에 대한 리스펙트도 되고 한데, 원곡에는 전혀 없던 챔버린 챙챙 소리를 들어가며 음악과 상관없이 정박 엇박 번갈아 나오는 채보를 눈으로만 보고 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음악게임을 하는 건지 슈팅게임을 하는 건지 구분이 안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파판 10 음악을 챔벌린이 더럽(?)히는 걸 보니 분노가 치솟을 정도더군요.
이것과 거의 같은 이유로 때려친 게임으로 VOEZ 가 기억나네요.
오래간만에, 거의 4년 만에 DJMAX Respect 를 꺼내서 플레이 해보니 확실히 이쪽이 더 리듬게임 답다고 느낍니다. 새로 추가된 곡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절로 흥이 나서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패턴도 절로 버튼을 눌러가며 퍼펙트 콤보하는 재미가 쏠쏠하죠.
본인의 리듬게임 풀이 매우 비좁은 걸 다시 깨닫는 씁쓸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