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충 하다 포기한 오리와 눈먼 숲 Ori and the blind forest
이번에도 4시간만 플레이한 부실 리뷰입니다. 본편(?)인 어크 발할라 진도가 영 안나가서 그런지 병행하는 다른 게임도 시원찮네요.
오래간만에 캐슬바니아 월하의 야상곡을 플레이하다 요즘 나오는 메트로베니아 류 게임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게임 중에서 가장 저렴한 오리와 눈먼 숲 Ori and the blind forest 을 사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와 안 맞네요.
오리숲은 월하의 야상곡과 같은 장르이긴 하나 게임성이 크게 다릅니다. 오리숲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막장 마리오" 의 후계자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슈퍼마리오처럼 점프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은 마리오 맵처럼 사방에 즉사 함정이 널려 있어서 아주 약간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전투 요소도 있긴 하지만 왠만한 건 점프 트릭으로 해치우거나 넘어갈 수 있어서 공격력 스킬 노가다는 전혀 필요없을 정도죠. 반대로 말하면 플랫포머 게임을 잘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중간 강제진행 맵에서 50번 정도 죽고 욕설 좀 내뱉어야 겨우 클리어 가능합니다.
월하의 야상곡은 오리숲과 크게 다릅니다. 옛날 게임이지만 난이도가 굉장히 낮아서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진행이 가능합니다. 맵 구성 또한 점프 플랫포머 보다는 적과의 전투가 더 큰 장애물입니다. 이마저도 알카드 실드 같은 최강 무기 얻으면 다 쓸어버리면서 돌아다니지만요.
월하의 야상곡이 오리숲과 다른 또 다른 부분은 맵과 세계관의 깊이입니다. 월하의 야상곡은 성 하나를 통째로 돌아다니면서 성의 구조를 탐색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맵 디자인과 그래픽 또한 성 분위기에 맞게 잘 조율되어 있어 게임에 몰입하기 아주 좋죠. 반면 오리숲은 슈퍼마리오 월드나 옛날 게임 마계촌처럼 여러 환경의 숲속 - 실은 던전이라 숲으로 보기도 힘든 -을 돌아다니는데, 스토리부터 뭔가 엉성하면서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표출해주는 맵 구성까지 부실하니 도저히 몰입하기 힘듭니다.
마냥 아름다운 맵을 만든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메트로베니아 장르는 던전의 숨어있는 구역을 유저가 간접적으로 조사하게 만드는 것이 묘미이기 때문입니다. 월하에서 요상하게 딱 한 구역만 지나갈 수 없다면 주위 방을 계속 비비다가 마침내 찾아내는 묘미가 있는데, 오리숲은 맵의 방 배치가 대충이라서 어디에 빈 구역이 있을지 짐작이 안 갑니다. 다른 미흡한 요소들도 있는데 오리숲이 월하의 치밀한 맵 구성에 비해 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두가지입니다.
수많은 연속 점프 즉사 함정맵 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유튜브로 공략영상을 보니 이거 바로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막장 마리오나 다름없는 오리숲은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보심이 좋습니다. 아참, 공식 한글지원도 없습니다. (음성은 므어므어 거리는 일본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