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스테인드 짤막 클리어
이번에 해본 게임은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인 IGA 가 회사를 나온 후 킥스타터로 후원받아 제작한 블러드스테인드 Bloodstained Ritual of the Night 입니다. 노가다성이 짙어서 치트를 썼고 분기별로 한번씩 클리어한 소감입니다.
1. 스토리 ★★
이 게임은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을 다시 보고 싶은 팬들의 염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토리 또한 월하를 그대로 빼닮은 듯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작중 멀티엔딩도 그렇고 이면의 성도 그렇고 온통 과거 작품인 악마성의 오마쥬 떡칠입니다.
팬의 요망을 강하게 반영한 게임이라서 서사가 과거와 동일하게 된 건 이해는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기 힘듭니다. IGA 프로듀서의 과거를 정리하는 은퇴식 이상으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까지 있었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2. 그래픽 ★★
출시한지 좀 되었고 예산도 부족해서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좀 쌈마이합니다만, 제작자와 팬의 의도에는 부합하는 최소 기준치입니다.
객관적인 그래픽은 팬의 입장으로도 빈말로 좋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곳은 조금 신경썼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특히 컷씬은 오글거림 그 자체죠. 2D 악마성도 그닥 좋은 건 아니지만 보여줄 곳만 제한하면서 꾸림은 느끼기 힘들었는데, 역시 3D 는 강제적으로 보여지는 곳이 많아서 깔끔하게 다듬으려면 예산과 인원이 많이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악마성 팬들이 보고 싶어했던 딱 그 게임입니다. 오마쥬 투성이라서 타이틀만 악마성으로 바꾸면 "악마성 드라큘라 ~복각판~"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죠. 팬의 입장에서 이 게임의 그래픽 허점이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다면 오마쥬로 떡칠된 그래픽 때문일 겁니다. 맵 구성과 적들도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복붙 디자인이라서 팬이라면 극호, 악마성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게임답다고 느낄 겁니다.
하다보면 어느샌가 몇시간을 플레이하게 되므로 게임 플레이에 방해를 줄만한 그래픽은 아닙니다.
3. 게임 플레이 ★★★ (팬이라면 ★★★★)
전형적인 악마성 월하의 야상곡 스타일입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라서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월하 확장판을 원하는 분이라면 바로 이 게임입니다.
새로 접하시는 분을 위해 "월하 게임성"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게임에서 점프 같은 플랫포머는 진도를 막는 용도로만 쓰이고 맵 탐사의 중심은 전투가 맡고 있습니다. 발판 점프도 중요하지만 못 가는 곳은 애초부터 갈 수 없도록 확실히 막혀 있고 오리와 눈먼 숲에서 느꼈던 막장마리오 급의 극단적인 플랫포머 게임성은 이 게임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게임 진도를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건 이중점프나 수중이나 가시밭길을 통과할 수 있는 특수장비를 파밍하러 가는 던전 탐험입니다. 여기서 맵 접근성까지 빼고 스피디한 전투가 되면 데드셀 게임이 되죠. 오리나 데드셀이나 월하의 야상곡에서 영향을 크게 받은 셈입니다.
맵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적은 덩치가 상당히 커서 단순 점프로는 통과하기 힘들고, 캐릭터의 피통과 회복 방법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게임의 중심은 자연스럽게 적과의 피해없는 전투가 됩니다. 이것도 초기에 장비와 돈이 부족할 때에만 답답하고, 나중에 종결무기를 얻으면 가로막는 적들을 학살하면서 지나가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즉, 월하 게임성은 디아블로처럼 장비 파밍 + 맵을 통과하는 특수 능력 파밍이 핵심입니다.
한편, 게임성의 핵심이 장비 파밍이기에, 파밍에서 난이도를 올린 블러드스테인드의 호불호 요소가 생깁니다. 제한된 컨텐츠로 긴 플레이 시간을 만들려면 노가다 컨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원작 월하도 그렇지만 이 게임 또한 적을 반복해서 학살하여 확률적으로 떨어지는 템이나 특수능력을 흡수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마을의 NPC들 수집퀘도 있고 장비도 강화해야 해서 풀업하려면 필요한 돈과 자원이 엄청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처음부터 치트를 켜고 플레이했기에 자원난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치트를 켠 후에도 장비 파밍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꼈기에 (돈과 생명력만 치트함), 만약 바닐라로 플레이할 시 얼마나 오랜 시간을 플레이 해야 멀티엔딩 첫번째 엔딩 분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과정이 악랄하게 길어지면 상당히 고통스러울테고, 적당한 수준이라도 아이템 파밍 자체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불호 요소가 됩니다. 참고로 치트키면 아주 쾌적하게 장비 파밍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씩 플레이했습니다.
4. 음악 ★★
솔직히 본가의 사운드 트랙에는 이길 수 없습니다. 코나미가 아무리 그 꼴이 되었다지만 여전히 비트매니아를 비롯해 리듬게임 최강 회사이고 오리지널 월하의 야상곡은 지금도 듣고 있을 정도로 걸출합니다. 불행이도 블러드스테인드는 딱히 마음에 드는 음악이 없네요. 별매로 구입할 필요까지는 못 느낍니다. 인게임에서는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만, 치트 플레이 덕분에 맵을 한두번만 돌아다녀서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거고, 동일 맵 수백번 반복하게 되면 그 때에도 좋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저는 치트 플레이를 했기에 정확한 플탐은 모르겠습니다. 장비 파밍에 필요한 잡템 수급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상당히 난감할 수 있고, 지금까지 올라온 소감글을 봐도 노가다로 학을 띄는 유저가 많습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컨트롤러
십자키로도 조작 가능하지만 기본은 액션게임이므로 L 스틱이 편한 위치에 있는 XBOX 스타일 컨트롤러가 유리합니다. 이 게임은 진동도 시원찮으므로 듀얼센스 쓴다고 별다른 장점없습니다.
7. 총평 ★★★★
월하의 야상곡 개발자의 월하의 야상곡 팬을 위한 월하의 야상곡 최종판입니다. 모든 내용이 그리운 월하의 야상곡 스러우며, 월하의 야상곡보다 훨씬 맵이 훨씬 커졌음에도 여전히 월하의 야상곡처럼 맵의 빈칸을 촘촘히 공략해서 빈 방을 찾아내는 메트로바니아 그 자체입니다. 분량이 훨씬 많으므로 월하의 야상곡 스타일 = 메트로바니아 게임이 왜 사장되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질릴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가 상위호환인 건 아닙니다. 과거 2D 도트에 비해 허접스러운 3D 그래픽, 임팩트없는 BGM은 아쉬우며, 직접 확인한 건 아닙니다만 복잡하고 오래걸리는 장비 파밍 노가다가 쾌적한 플레이를 방해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번 패드를 쥐면 몇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습니다.
별 5개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종료되는 버그 때문입니다. 출시 초기부터 버그로 말이 많았다는데, 몇 년 지난 지금 시점에는 진행 버그나 템 버그 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멀티 엔딩 첫번째 분기 시점부터 강제 종료 버그가 난무하기 시작해서 게임 플레이에 엄청난 지장을 받습니다. 이 게임은 세이브 포인트에서만 저장 가능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몇 시간 동안 진행한 분량을 몽땅 날리면 보통 열 받는게 아니죠. 강제 종료 버그만 없었다면 도전과제 올클 했을 텐데, 몇 차례나 진행 분량 몽땅 날린 후 화딱지나서 리뷰 올리고 게임 접습니다.
정가 5만원은 약간 비싼 감이 있는데, 매년 수차례 60% 할인하니 1.8만원에 혜자가격으로 구입하는 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