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NO 1800 간단 첫인상
이번에도 게임 스타일이 제가 바라는게 아니라서 중간에 플레이 중단한 경우입니다. 시뮬레이션 게임 계열은 의외로 유저가 원하는 창의 크기가 좁아서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찾기 어렵죠. 그래서 구입 전에 리뷰나 공략 글을 충분히 읽는 것이 좋습니다. 전 대충 읽었다가 구입하고나서 후회했네요.
ANNO 1800 은 유비소프트의 역사가 오래된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 타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생산 건물은 창고 거점을 끼고 물류를 생산하고 창고로 물건을 옮겨 보관, 중간 가공 단계의 건물은 창고에서 물건을 빼내어 가공물을 다시 창고로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건 물론, 창고와 생산 건물의 거리도 한계가 있으므로 한 곳에 모아서 세워야 합니다. 물론 광산 같은 자원은 구석에 있어서 길을 거기까지 연장해야 하며, 하나의 섬은 굉장히 작고 자원의 종류도 제한되어 있기에 계속해서 테크트리를 올리려면 희귀자원을 구하러 멀리 있는 섬까지 개척해서 또 건물과 주민을 쌓아올려야 합니다.
무역은 어디갔냐구요? 하긴 합니다만 극히 미미합니다. 적어도 초반에는 무역할 만한 물건도 안나오고 수지가 안 맞아떨어져서 파산의 지름길입니다. 제가 한 3시간 플레이는 내실을 다져가는 과정에 불과한 거라 이후는 리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불만을 품은 지점은 대항해시대 및 윙커맨더 프라이버티어같은 1함대 단독으로 세계를 누비면서 무역으로 돈 짤짤이 하고 탐험이나 전투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아노 1800 은 파산당하지 않게 한정된 자원을 최소한의 건물로 효율적으로 가공하여 도시를 점점 불려나가는 심시티 계열-아마도 더 정확히는 세틀러 계열에 해당하는 게임입니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사고(적자 상황)를 최적의 물류 배치로 해결하면서 주어진 테크트리를 끝까지 올리는 기쁨을 원하신다면 이 게임이 어느 정도 맞을 수는 있겠지만, 후반까지 플레이한 건 아니라서 단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전 ANNO 시리즈에 비교했을 때 1800 의 장점은 아주 친절한 튜토리얼과 매우 훌륭한 그래픽입니다. 제가 예전에 샀었던 ANNO 는 2070 이었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ANNO 게임을 제대로 된 튜토리얼 없이 간단한 조작법 설명만 듣고 하라고 하니 순식간에 정이 떨어져서 그만뒀습니다. 그래픽도 4K 모니터에선 UI 사이즈가 옛날 걸로 고정되어 글자나 아이콘이 손톱만하여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죠.
반면 1800 은 도시를 지표면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보면 매우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인게임 컷씬도 별도 CG 렌더링 없이 실시간으로 보여줄 정도죠. UI 도 큼직하고 게임에 존재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나름 정리해서 상당히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끝없이 나오는 할 짓에 질리지만요. 1800 에서 가장 훌륭한 건 튜토리얼입니다. 예전의 허접한 튜토리얼에 비해 주인공의 인생 성공담과 라이벌의 견제를 담아 게임을 지속할 동기를 마련해주고, 훌륭한 그래픽 덕분에 몰입감도 좋습니다. ANNO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뭘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훌륭하고, 단순해진 UI 덕분에 시선을 옮기면 다음 해야 할 일이 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완벽한 건 아니고 재정수지 적자 해결법이라든지 무역하는 방법 등 경영시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몇가지 요소는 빠져 있어서 내놓은 자식처럼 더 이상 튜토리얼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악화되어가는 도시를 보면 답답하더군요.
요약하면 매우 친절하지만 짧은 튜토리얼로 제가 처음으로 ANNO 시리즈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주었고 아울러 훌륭한 그래픽이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다만 제가 바란 건 1인칭 무역이지 도시 경영이 아니라서 접는데요. 시뮬레이션 게임이 원래 그러니 자신이 지금 바라는 게임이 맞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미리 리뷰나 공략글을 상세히 읽어보고 구입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