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 아틀라스 1469 간단 소감
이건 1년 전에 플레이하다 중단하고 끝을 보지 못했던 게임입니다. 네오 아틀라스 1469 는 일본 아트딩크 사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스팀에도 있지만 한글화는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만 유일하게 나왔습니다. 당시에도 출시한지 좀 되었기에 중고 패키지 가격이 높아서 다운로드샵에서 구입했죠.
대항해시대와 같은 게임을 찾고 있던 저로선 반은 맞았지만 반은 고개를 젓게 만들었던 게임입니다. 먼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가장 큰 특징은 대항해시대의 그것이지만, 이 게임은 처음 만들어진게 1991년도라 대항해시대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도를 랜덤월드로 변경했습니다. 그러니 해안선을 타고 항해하면 우리가 아는 세계 지도가 아니라 그때그때 맘대로 변화합니다! 덕분에 제 경우 희망봉 비스무리한 걸 봤지만 인도는 내륙에 있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했네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회과부도를 펼치고 탐험하는 재미가 사라진 겁니다.
또한, 1인칭 함대 탐험 시점이라 지도가 도넛 O 형태로 재수없이 꼬이면 내륙 깊숙히 있는 이벤트는 아예 볼 수 없습니다! 과거 디스가이아 1 게임의 랜덤 던전인 아이템계는 악명이 높았는데, 아예 통과가 불가능한 랜덤 맵 배치 때문입니다. 이 게임도 그와 마찬가지로 게임 내 컨텐츠를 한 번에 전부 볼 수 없는 마구잡이 랜덤 맵 생성으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한다고 쓰고 랜덤맵 생성 알고리즘이 개판이라고 이해합니다.
여기서 이미 대항해시대의 장점이 크게 깎였는데, 게임에 추가된 컨텐츠가 함대의 발목을 잡습니다. 기본은 1인칭 함대 시점으로 함대를 옮겨서 진행하는 게임이긴 합니다만, 이 게임의 주역은 다른 서양 무역 게임들처럼 상회가 무역하는 겁니다. 함대가 무역 거점을 발견하면 상회에서 무역로를 지정하고 수익을 거둬야 하는 거죠. 함대를 뒤로 물려서 왕복 노가다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만, 덕분에 또 다시 대항해시대의 게임성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짜증나는 점은 보물이나 게임 진행 방식입니다. 이 게임은 맵을 확대해서 이벤트 지점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재화를 획득하거나 이벤트를 지정합니다. 그리고 지도 확대 배율은 40배 가량 됩니다. 축소하면 유럽 전체를 볼 수 있는데 확대하면 해안선의 작은 언덕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격차가 아득해서 열심히 확대 축소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디테일해서 (실은 랜덤 해안선 생성이지만) 좋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40배 확대해야만 나오는 보물상자나 이벤트 지점이 있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쉽게 말해서 대한민국 크기의 땅덩어리를 쭈우욱 확대해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지붕이 또렷히 보일 정도로 확대해야 숨겨진 보물상자가 튀어나옵니다. 종로구 크기 정도로 축소만해도 보물상자가 지도에서 사라져서 확인 불가능합니다. 이 짓을 전세계 모든 땅덩어리에 해야 합니다. 40배 확대하면 유럽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스캔하는데 몇 분은 걸리며, 아주 가느다란 한 줄만 스캔 가능하므로 여러줄 하면 실제로는 몇 시간을 플레이 해야 스캔 가능한 겁니다! 게다가 메인 이벤트 진행에 따라 나중에 튀어나오는 보물상자 포인트도 있으므로 이 짓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합니다.
미친 확대축소 노가다에 불을 지피는 건 구닥다리 조작법입니다. 기껏 터치스크린이 있는 닌텐도 스위치인데 조이스틱을 조종해서 느린 속도로 확대 축소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확대 축소하면 당연히 손가락으로 오므리는 핀치투줌 아닌가요?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원 안하고, 함대는 천천히 목표장소로 나아가고, 그 사이에 저는 짚에서 바늘 줍는 심정으로 확대해서 땅을 헤집고 있으면 현탐이 옵니다.
랜덤 지도라 대항해시대처럼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없고, 무역은 대항해시대의 소매상이 아닌 도매상 급 상회 거래라 취향이 아니고, 인터페이스는 구리고, 지도를 탐색해서 발견하는 역사적 유물도 현실 그대로가 아니라 게임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로 비틀은 거라 도움 안됩니다. 대항해시대와 같은 시대에 나온 게임이면서 대항해시대와 달라지기 위해 일부러 노력한 B급 게임 티가 좔좔 흐릅니다. 그러니 대항해시대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죠. 대항해시대를 대체할 만한 게임을 찾는 여정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