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rra Nil 간단 소감
이번에 리뷰하는 게임은 발매 몇년 지나서 할인가격으로 구입한 것이 아닌 발매 당일(오늘) 구입해서 플레이한 Terra Nil 입니다. 오픈크리틱 리뷰 점수 80점을 받았기에 꽤 준수한 것 같아 사봤습니다. 게임 장르는 간단히 요약하면 에코퀘스트 스토리 + 퍼즐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정체불명의 행성에서 지표면의 생태계를 복구하는 작업을 합니다. 처음 도착하면 오염된 황무지에 물도 없어서 1스테이지는 정화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복구" 명칭이나 양수기로 맨땅에서 지하수를 퍼올리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한번 생태계가 모조리 멸망했던 디스토피아 지구인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총 4가지 기후맵에서 다양한 종류의 자원 생성 건물/자원을 소모하는 생태계 회복 건물을 지어 사진처럼 푸르른 땅으로 복구한 다음 짐 다 싸들고 다른 곳으로 갑니다. 문자 그대로 이미 깔았던 건물과 잔해까지 모조리 다 회수해서 마치 처음부터 인류 문명이 없었던 것처럼 꾸미고 떠나는 겁니다! 이해할 수 없어요...
4종류의 기후맵 마다 두가지 종류의 목표 달성을 해야 해서 총 8종의 맵만 준비된 짧은 게임입니다.
게임성을 따져보겠습니다. 이 게임의 장르는 심시티같은 실시간 시뮬레이션이 아닌 퍼즐입니다. 제한된 타일에만 올릴 수 있는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생태계를 목표치까지 복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제거할 수 없는 것이 매우 치명적이라, 가장 쉬운 난이도로 해도 게임이 꽤 막힙니다. 심시티 게임에서 건물 부수는 불도저 없이 도시 운영하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한정된 타일 안에서 건물을 이리저리 배치하느라 고심하고 목표치까지 생태계를 복원하느라 고심하다보면 힐링 게임은 커녕 영락없이 빡게임입니다.
기껏 목표 달성하고 건물 다 뜯고 떠날 땐 힘이 쭉 빠집니다. 최종 단계에 진입하면 건물을 회수하는 도구들이 추가되는데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건물을 해체할 수 있거든요? 지형을 뜯어고치고 온도를 올려 기후를 변화시키는 전지전능한 신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어인데, 고작 발전기 건물 하나 해체하지 못해 쩔쩔매는 바로 직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리면 불합리함에 치를 떨게 됩니다.
스토리도 어이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껏 생태계 복구해놓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놨는데 왜 떠난데요? 전지전능한 신이었던 플레이어가 실제로는 청부 청소업자여서 의뢰대로 테라포밍한 후 휭 떠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엔딩까지 보고나면 현탐이 강하게 옵니다.
이 게임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작자의 의도가 매우 강하게 반영된 게임입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다단 로켓을 만들기 위해 한단씩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단순 마우스 클릭이 전부입니다. 한단씩 쌓아올리기 위해 자원을 모으거나 생태계 어느 부위를 복원해야 하는 제한 같은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생태계 복원 주제를 강조할 땐 게임성과 관련없는 일방통행식 설명이라서 반복 플레이시 매우 지루합니다. 원래라면 게임을 하면서 생태계의 중요성이라든지 복원 작업의 어려움을 느끼라는게 제작자의 의도인데요. 인게임에선 스토리와 게임성이 동떨어져 있어서 몰입이 안됩니다. 자연을 복원하면 대체 왜 떠나는 겁니까? 건물은 짓는 것만 되고 바로 해체하는 건 왜 안되는 겁니까? 인간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극성 환경론자처럼 뭔가 악의까지 느껴지는 설정이라서 게임의 제작 배경이 의심갑니다.
오늘 게임 출시되었기에 버그가 좀 있습니다. 가장 짜증나는 건 툴바 팝업 설명이 뜨면서 마우스 클릭을 불가하게 만드는 버그인데, 매번 툴바를 클릭해서 팝업을 진정(?)시켜야 해서 귀찮습니다. 다른 버그로는 건물이 지형에 끼여서 제거/회수가 안되는 버그가 있는데 빡겜시 걸린다면 꽤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게임에 대한 총평은 70점 정도면 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복플레이는 별로지만 처음 맵을 뚫어나갈 때 생태계가 번창하면서 나오는 연출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랜덤맵이라도 플타임은 꽤 짧은 인디게임이라서 80점 주는 건 아깝네요.
개인적인 평가로는 60점 미만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퍼즐게임이라서 그렇습니다. 제가 바란 건 심시티처럼 시뮬레이션 계열인데 게임성을 잘못 알고 구입해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