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mber Crew 클리어 소감
2차 대전 병기 다큐를 보다가 간만에 생각나서 클리어해봤습니다. 1년 전 공짜로 받은 게임인데, 당시에는 어려운 난이도로 학을 떼서 지지치고 버렸죠. 다시 해보니 편의성 업데이트가 추가되어 예전보다는 할만해졌습니다.
1. 게임 플레이
1-1. 인게임
이 게임은 2차 세계대전 폭격기를 운영하면서 적의 심장부에 폭탄을 퍼붓고 돌아오는 짧고 간단하지만 매력적인 미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 현실 2차 대전 폭격기와 달리 편대비행이나 호위 요격기 없이 단독으로 적지에 침투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할 일도 엄청 많아집니다.
(1) 계속해서 들어오는 적 요격기 격추
(2) 기체나 승무원이 대미지 받거나 탄약 고갈시 수리/치료/보급 노가다
(3) 목적지에 도착하면 폭탄창 열고 수동으로 조준 투하
(1) 계속해서 들어오는 적 요격기 격추
(1) 부터 환장합니다. 폭격기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이 상하좌우 사방의 포탑보다 적기에 항상 적을 대비하면 일반 순항에 필요한 기능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손놓고 있으면 좌우상방 포탑은 가만히 있고 바로 배 밑에서 올려서 쏴대는 적기에게 앗 하는 순간 터지죠. 목적지에 도달해서 한명을 추가로 폭탄창에 보내서 폭탄 조준하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바쁩니다.
(2) 기체나 승무원이 대미지 받거나 탄약 고갈시 수리/치료/보급 노가다
(2) 가장 미치게 만듭니다. 탄약 고갈이 순식간에 이뤄지므로 빨리 테크를 올려 자동보급 포탑을 달지 않으면 3초도 지나지 않아 바닥나서 아무것도 못하는 포탑들을 보게 됩니다. 전투 도중 산소나 전기 시스템 등이 맛이 가면 특기병이 수리를 해줘야 하고, 적의 공격에 승무원이 뻗었을 경우에도 일일이 응급상자 쥐어주고 승무원 회복시키러 가야 합니다.
제가 여기서 1년 전 학을 떼고 게임을 포기했습니다. 캐릭터 이동속도는 달팽이처럼 굼뜨기 그지없고 사방에서 죽어나가고 온갖 장비는 불나고 그나마 생존한 승무원은 탄약 다 떨어져서 탄약 날라야 쏴댈 수 있는데 적은 마음놓고 연달아 갈기니 적 조우시 요격은 커녕 1분도 되지 않아 터지기 쉽상입니다. 바빠 죽겠고 인터페이스는 불편하고 비행기는 계속해서 추락하면 의욕 상실 400% 입니다.
다행이 편의성 패치로 예전보다는 할만하게 변했습니다. 슬로우 타임 기능 및 영국 본토 상공에서의 빨리감기 기능 추가인데, 전자는 0.1초 단위의 판단력과 클릭이 필요한 전투 상황에서 난이도를 낮추고, 후자는 이륙 및 착륙시의 지루한 2분을 삭제시켜 게임 페이스를 빠르게 만들고, 초반에 적응하지 못한 플레이어의 반복 학습을 돕습니다. 덕분에 1년 전엔 비행기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출격나가기 귀찮아서 게임을 포기했는데, 이번엔 서너번 재도전하면서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1-2. 자원 운용
이 게임은 어렵습니다. 승무원은 순식간에 누워버리고 앗 하는 순간에 엔진이 하나둘씩 터져나가다가 공중분해되어 모두 사망합니다. 그렇기에 비행기와 승무원 전멸시 다시 승무원과 장비 맞추기가 매우 번거롭습니다. 다행이 본편은 패치를 통해 사이드 미션의 보상이 넉넉하고 본편 보상도 많아서, 한번 추락하더라도 피해를 부담스럽지 않게 복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구입해서 확인한 건 아니지만 확장팩인 USAAF 와 후속작인 SPACE CREW 평가를 보면 폭삭 망했다고 하니 밸런스가 좋지 않은 듯 합니다.
1-3. 길러지느냐 부러지느냐
이 게임은 2차 대전 폭격기를 운용하는 독특한 감성이 매력적입니다. 게임을 쉽게 만드는 핵심은 컨트롤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자동장전 포탑 및 승무원의 엄청나게 강력한 특수 스킬 수련입니다. 한번 셋업을 제대로 하고 나면 적 요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적진에 뛰어들어 폭탄을 떨구는 컨셉 플레이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 2차 세계대전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게임을 2시간 넘어 계속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고비는 플레이어가 게임 시스템에 길들여져서 불편함을 당연한 걸로 체득하는 순간까지 입니다.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왠만한 미션 하나 성공시키지 못하고 매번 격주당하다가 욕하면서 게임을 뜨게 되고, 장벽을 넘어서면 최대한 빨리 장비 셋업을 하고 신나게 폭격하고 다니는 게임으로 변모합니다.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크소울류 폭격기 게임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려운 난이도를 넘어서면 성취감을 느끼는 구성입니다만, 이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하고 첫인상 만으로 게임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크소울류로 상상할 수 없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과 2차 세계대전 폭격기 RPG 를 원하는 라이트 유저에겐 좀 심하게 높은 장벽이라서요. 특히 아이들이 했다간 끔찍하게 학살당하는 승무원의 모습에 충격받을 수 있습니다.
2. 그래픽
그저 그런 폴리곤 그래픽입니다. 좋게 보면 풍경을 뭉그러뜨리고 적을 알아보기 어려운 현실적인 그래픽이지만 저난이도 옵션으로 적 가독성을 올리면 더 좋았을 겁니다.
3. 음악
환장합니다. 승무원은 여기저기서 뻗어버리고 비행기도 여기저기 불나다가 마침내 작살나는 배경으로 우울한 BGM 을 듣다보면 의욕까지 꺾입니다.
4. 트로피 난이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게임 한두번 클리어하면 전부 딸 수 있습니다.
5. 총평
외형은 아기자기하지만 극악의 입문장벽으로 입구컷을 당하고,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하면 게임의 원래 컨셉인 2차 대전 폭격기 조정 RPG 를 즐길 수 있는 평작입니다. 오래할 수 있는 깊이있는 게임은 아니라서 아쉽습니다.
컨셉 및 플레이 방법은 꽤 괜찮은데 제작사의 역량 및 개발 규모의 한계로 인디급 게임인 것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AAA 는 못하더라도 AA급 게임 정도로 보다 현실같은 2차 대전 폭격기 게임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멀티플레이로 여러 사람이 각각의 역할을 RPG 하면 더 좋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