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 야생의 숨결 클리어 소감
최신 젤다인 왕국의 눈물 출시날에 옛날 젤다인 야생의 숨결을 클리어했습니다. 스위치 출시 & WiiU 버전과 함께 나온 게임이라 5년 되었으며, 예전에 스위치 일판과 함께 젤다를 샀었지만 영 흥미를 못 느껴서 금방 팔았죠. 5년이 지나 이번에 산 건 DLC 로 나왔던 시즌패스 포함된 패키지입니다. 요즘에는 시즌패스 같은 DLC 는 쿠폰으로 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건 패키지에 전부 포함되어 있어서 나중에 스위치 스토어가 문을 닫을 때에도 오프라인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1. 그래픽 (★★)
닌텐도의 WiiU 마지막 발매 타이틀 겸 Switch 동발 타이틀이자, 개발 시기는 그보다 더 앞서 있기에 그래픽은 2세대 이전 티가 팍팍 납니다. 스샷을 보다시피 물빠진 카툰 렌더링 및 폴리곤으로 각진 산 풍경은 전형적인 구시대 오픈월드 게임스럽고, 같은 오픈월드 게임인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따지면 4탄 오블리비언과 거의 비슷합니다. 또한 포터블 기기라 사양 제약또한 심하여 먼 풍경을 흐릿하게 뭉게버린 건 구세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일본판 발매 당시에는 딱히 티나지 않는 그래픽이었겠지만 반년 지나 출시한 신세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 오픈월드 그래픽의 기준을 확 올려버렸죠. 덕분에 야숨의 세계를 탐험하는 건 쉽게 질립니다. 오늘 나온 신작 왕눈도 야숨 그래픽과 필드 그대로에 각종 컨텐츠를 추가한 히든 레벨 같은 게임으로 보여서 그닥 안 끌립니다. 반면, 그저 돌아다니기만 해도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어크 오리진은 게임성은 별로지만 다시 하고 싶어집니다.
최적화를 위한 저채도 애니랜더링과 눈꼽만한 크기의 글씨는 포터블 모드에서의 플레이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사물이 분간이 잘 안되어 반응이 느려지고 눈이 아픕니다. 가능하면 TV모드 대화면으로 플레이 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특정 구간에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쾌적한 플레이가 되도록 해상도 저하 등의 최적화 수법을 쓰고 있어서 신경쓰일 정도로 불편한 빈도는 매우 적었습니다.
2. 게임성 (★★★★★)
오픈월드란 뭘까요? 이벤트가 연속되는 선형적인 구조의 게임과 간단히 비교하면 유저가 자유롭게 이벤트를 직접 찾아가서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 필드 곳곳에 숨어 있는 미니 게임과 퍼즐 투성이로 부르고 숙제로 이해하는 파밍 노가다죠.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필드 곳곳에 뿌려져 있는 파밍 포인트의 미니 게임에 주목해봅시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거죠? 옛날 패미컴 시절에는 단독 패키지로 나왔던 미니게임들이 이제는 오픈월드라는 하나의 거대한 테두리에 포함되어 숨쉬고 있습니다. 오픈월드의 또다른 특징은 수많은 미니 게임이 하나로 농축된 거대한 AAA 게임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닌텐도의 젤다 시리즈는 마리오 못지 않게 액션성이 강하지만 그보다는 퍼즐 플레이로 더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닌텐도가 젤다 야숨을 만들던 시절 유비소프트는 구세대 어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베데스다도 아닌 유비소프트도 아닌 닌텐도의 시점에서 파악한 오픈월드의 특징을 유추해보겠습니다.
- 유비 어쌔신크리드처럼 맵 상에 숙제를 잔뜩 뿌려둠
- 과거 젤다 시리즈에 나온 퍼즐을 미니 게임 요소로 도입
- 스카이림 같은 정적인 RPG 보다는 과거 젤다 시리즈처럼 액션성을 강화
- 과거 젤다 시리즈처럼 몹과 싸워서 경험치를 얻기 보다는 보상으로 얻게 되는 부산물이나 퍼즐을 해결하는 걸로 플레이어 강화
이 모든 걸 아주 조악하게 압축해서 요약하자면 유비소프트의 구시대 어쌔신 크리드와 가장 비슷하면서 젤다만의 테이스트가 들어간 퍼즐 게임입니다.
(1) 탁월한 액션성 (★★★★★)
젤다 야숨의 조작 체계는 구시대 어크로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수의 컨트롤러 버튼을 복잡 다단하게 사용하여 수많은 기능을 우겨넣었으며, 소매틱을 하듯 다소 비직관적이고 복잡한 조작을 하면 정확히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있어서 실수가 매우 적습니다. 허나 이는 구시대 어크의 단점과 일맥상통하며 엘든링식 조작법이기도 합니다.조작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그냥 직관적으로 조작하다보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해 죽어버리는 겁니다. 전투 상황에서 오동작으로 버버거리다 죽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신세대 어크인 오리진부터는 매우 직관적인 조작을 도입하여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대신 많은 기능을 추가하기 어려우므로 만약 야숨에 오리진식 조작법을 넣었다면 게임성이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달리고 점프하고 날아다니는 기본 액션과 폭탄 등 각종 기믹을 이용하는 방법 전부 어쌔신 크리드를 연상케 합니다. 좋은 의미로 말입니다. 구닥다리 각진 폴리곤 그래픽 또한 퍼즐 요소로서 효과적으로 승화시켜 활용합니다. 돈을 무지 퍼부은 AAA 게임 답게 조작대로 물흐르듯 움직이는 액션성은 패드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전투 액션 또한 정교한 히트박스 시스템이 감탄스러운데, 엘든링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능력만 되면 방패 패링이나 회피카운터로 대미지 전혀 받지 않고 적을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게 영락없이 다크소울입니다. 다만 타이밍 잡기 굉장히 어렵기에 마구 남용할 순 없습니다.
(2) 퍼즐로 시작하여 퍼즐로 끝나는 게임 (호불호 ★★★★★)
닌텐도하면 마리오이고, 마리오 하면 플랫포머 게임이고, 플랫포머 게임이면 극한의 타이밍에 맞춰 점프를 눌러야 합니다. 제가 쥐약인 장르라 매우 싫어하죠. 오픈월드 + 극악의 타이밍인 어쌔신 크리드도 실력 부족으로 클리어 못하고 패스한 숙제가 허다합니다. 다행이 젤다는 플랫포머 타이밍 퍼즐보다는 머리를 간단히 쓰는 수준의 퍼즐로 채워져 있습니다. 액션성이 완전히 필요없는 건 아닙니다만, 검은 닌텐도 스럽게 아주 극악으로 부당한 난이도는 극 후반에 가서야 겨우 보이기에 저같은 액션치도 꽤 할만합니다.
퍼즐 위주의 게임의 단점은 보스나 퀘스트 클리어도 특정한 퍼즐을 쓰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잦은 겁니다. 오픈월드가 뭡니까? 문제를 풀거나 해결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젤다 야숨의 보스는 오직 하나의 방법으로만 이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아무리 다양한 퍼즐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후반에 가면 일자진행 반복형 퍼즐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잘 조율된 퍼즐이라 해도 나중으로 갈수록 경험의 역치가 올라가 즐거움을 느끼기 힘듭니다. 물론 사치스러운 고민이긴 합니다만.
(3) 뭘 해야 하지? 여긴 어디지? (★★)
어크를 포함한 모든 오픈월드의 고질적인 단점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퀘스트가 많다 보니 유능한 퀘스트 가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젤다 야숨은 불친절한 구시대 오픈월드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퀘스트 마커만 제공하고 다중 퀘스트 가이드 및 리얼타임으로 뜨는 해야 할 일 목록 같은 요소가 없습니다. 퍼즐 게임이다보니 NPC 대사만 보고 유저가 유추해 알아내는 방식 또한 호불호가 갈립니다. 젤다 야숨에서 오픈월드 요소를 가장 많이 약화시키는 부분입니다.
(4) 사물의 상호작용 (★★★★★)
젤다 야숨의 사물간 상호작용은 하도 유명하니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받은 부분은 물가로 도망친 물고기가 땅에 올라오자 파닥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픽은 딸리고 게임 내용도 퍼즐로 정해져 있으니 이런 눈에 덜 띄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가다듬은게 영락없이 닌텐도 스타일이지만 결코 쓸데없는 짓은 아닙니다. 개연성있는 상호작용은 오픈월드로서의 세계관 완성도에 크게 일조합니다.
3. 음악 (★★★★★)
닌텐도의 효과음은 마리오의 띠요옹 소리나 코인 먹는 띠링 소리를 말만 해도 머리 속으로 바로 연상할 수 있듯이 엄청 잘 다룹니다. 젤다 야숨도 평상시 들리는 BGM 보다 보상을 먹거나 문을 열때 나오는 효과음이 오히려 더 선명하고 고음질로 들릴 정도입니다. 게임은 종합예술이므로 눈-시각, 손-촉각, 귀-청각을 전부 만족시킬 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4. 스토리 (★★★)
"닌텐도" "전연령" 작품이 다 그렇죠 뭐. 스카이림이나 어크 시리즈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쓸 수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이전 젤다 작품과의 연관성도 있다보니 다소 무미건조한 왕자가 공주를 구출하는 전개입니다.
다만 한가지 특이한 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작중에서 젤다... 아니 링크는 장비빨 + 축복으로 얻는 특수 스킬 빨로 적을 영리하게 해치우는 무능력자에 가깝다는 겁니다. 장비가 하나도 없으면 싸울 수도 없고, 후반가서 피통을 아무리 늘려도 맨몸으로는 한방에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거의 다크 소울 하는 기분까지 느꼈습니다.
오픈월드는 일자진행 게임에 비해 플레이어가 임의로 이벤트를 앞질러 클리어 하여 얻는 보상으로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성취감도 중요합니다. 스카이림과 신세대 어크 시리즈의 경험치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반면 젤다 야숨은 구시대 어크나 옛날 젤다처럼 단순히 적을 많이 죽여서는 성장할 수 없고 특정 이벤트를 클리어 해야 성장합니다. 그러면서 어크와는 달리 쪼렙이든 만렙이든 맨살이면 똑같이 어처구니 없이 약합니다. 이는 스토리와 긴밀히 연결된 의도된 제약 때문인데요. 플레이어의 성장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걸 즐기는 분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 게임의 완성도를 올려줍니다.
번역은 한본어가 강한 것 외엔 게임 플레이에는 지장없습니다. 닌텐도 자사 소프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메이저 타이틀이니 번역도 최상위 급으로 하리라 생각했지만, 한국어 문법이 아닌 번역기를 돌린 듯이 일본어투 그대로 직번역하는 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네요.
5. 트로피 난이도 (★★★★★)
최종보스 가논을 쓰러뜨리면 애프터도 없이 그냥 게임이 끝나버리는 고전적인 오픈월드 구성입니다. 또한 퍼즐식 전투이므로 공략법을 터득하면 쪼렙에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픈월드 게임답게 파려고 마음먹으면 끝도 없이 팔 수 있습니다. 모든 퍼즐 공략 및 서브 스토리 진행으로만 200 시간은 능히 넘기며, 이후에 출시된 마스터모드는 검은닌텐도의 악명 그대로 악랄한 난이도로 도전욕을 자극합니다. 어떻게 플레이할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
제 스위치는 4년이 넘어서 제 조이콘은 양쪽 아날로그 전부 개떡같은 상태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링크가 움직이다 플랫폼에서 추락사하기 일쑤이기에,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포터블 모드는 눈이 아파서 TV모드 큰 화면으로 플레이하기에 컨트롤러도 마음껏 고를 수 있고요. 요즘에는 자이로와 HD 진동을 탑재한 더 좋고 저렴한 서드파티 컨트롤러도 판매하고 있으므로 사제도 추천합니다.
7. 총평 (★★★★★)
닌텐도답게 스위치의 출발을 매우 강력하게 푸쉬해준 초우량 타이틀 이었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억수로 길어서 스위치 초반 할만한 타이틀이 없을 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을 것 같습니다. 스위치가 단종될 때에도 콘솔 대표작 3개 중 반드시 들어갈 작품입니다. 취향 탈만한 부분만 엄선(?)해서 고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 퍼즐과 액션성 사이에서 밸런스가 잡힌 게임이므로 피지컬이 딸리는 어른이라도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 평이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지만, 구시대 오픈월드 게임의 모든 특징을 닌텐도스럽게 정성스럽게 가다듬어서 재조립한 미니게임 합본집
- 2세대 이전의 구닥다리 그래픽이지만 스위치 다음세대 콘솔에서 4K 60fps 로 업스케일만 해도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충실한 세계관
- 휴대용 모드는 가급적 피하고 커다란 TV 화면으로 즐길 것
청양고추맛 마스터모드는 도저히 못할 것 같아 젤다 야숨은 여기서 끝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