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다 왕국의 눈물 클리어 소감
젤다 야숨에 이어 왕눈까지 클리어했습니다.
256시간 발걸음 기능으로 보스 쓰러뜨릴 때까지 걸린 시간을 유추하면 30%인 80 시간 가량 됩니다.
1. 그래픽 (★★★)
전작에 이어 바로 플레이했기에 리뷰 대부분이 야숨과의 비교입니다. 야숨 시절과 기기는 스위치로 똑같지만 조금이나마 향상이 있어서 공기가 맑아졌습니다. 원색이 많아졌고 수직방향으로 넓어진 3D 던전을 생각하면 구닥다리 기계에서 돌아가는게 신기할 지경입니다.
덕분에 전작에서도 적잖았던 프레임 드랍이 상시 일어납니다. 30 프레임 유지라도 되면 다행이고, 적이 10마리 이상 대거 출현하는 이벤트전은 거의 15프레임 급으로 뚝 떨어져서 키 입력 씹힘으로 고생하게 됩니다. 이벤트가 끝나고 보스전 1:1 로 들어가면 갑자기 60 프레임으로 회복하면서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전작 야숨도 그렇지만 이 게임 또한 새로운 스위치 후속기기가 나와서 그래픽과 프레임을 파워업하기만 해도 지금보다 평가가 100% 더 올라갑니다.
2. 게임성 (★★★★★)
(2-1) 조나우 기어 (★★★★★)
전작에서도 원활했던 물건들의 상호작용이 조나우 기어의 도입으로 거의 마인크래프트나 드래곤퀘스트 빌더즈 수준의 크래프트 게임으로 장르가 바뀌었습니다.
어지간한 필드 장애물이나 적들조차 조나우 기어로 만든 비행 발판 및 자동추적 레이저 살포기를 앞세우면 난이도가 어처구니 없을 정도로 내려갑니다. 또한, 전작과 달리 보스전에서의 특정 기믹 사용 강요도 완화되어 전작처럼 완전히 대미지가 들어가지 못하는 일이 크게 줄어 조나우 기어 활용도가 전방위적으로 넓습니다.
새로 추가된 지하맵도 처음 어둠에 익숙해질 때 까지만 어려울 뿐, 조금 지나면 호버드론 타고 온 지하맵을 돌아다니게 됩니다. 하늘 또한 조나우 기어가 있으면 모든 것을 발 아래 두고 오시할 수 있습니다.
유일한 예외라면 조나우 기어를 못 쓰게 막아둔 퍼즐 맵인 사당입니다.
본작은 장르가 퍼즐 게임에서 마인크래프트 같은 제작 게임으로 바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서, 전작보다 난이도가 오른 사당만 유일하게 퍼즐 중심이라 오히려 이질적으로 느껴집니다. 전작은 사당 난이도가 코로그 퍼즐처럼 상당히 단순하고 빠르게 클리어 할 수 있었는데, 본 작은 사당 난이도가 극악으로 올라서 머리를 한참 써야 합니다. 모든 장애물 돌파 및 적을 처리할 수 있는 조나우 기어 사용도 당연히 막아두고 딱 필요한 만큼만 쓸 수 있도록 배치해놨죠.
저는 DL판으로 구입했음에도 운좋게 복사 버그가 남아있는 시점에서 게임을 구입했습니다. 덕분에 새로운 버전에서 복사 버그가 막혔다는 말을 듣고 바로 인터넷 접속을 끊어서 업데이트를 막았죠.
조나우 기어가 이렇게 강력한데 닌텐도가 가만 내버려 뒀을까요? 조나우 기어 수급을 위한 자원 공급을 매우 짜게 설정해뒀기에 온갖 고생을 해야 기어를 쓸 수 있고, 기어를 쓸 때도 소모되는 자원량을 생각하면 함부로 남발하지 못하게 됩니다. 마인크래프트의 다이아라든지 드래곤퀘스트 빌더즈에서 자원을 못 캐는 최종맵을 떠올리면 됩니다.
그렇기에 복사 버그가 삭제되기 직전 시점에서 복사 버그를 사용해 게임의 정수를 마음껏 맛볼 수 있었습니다. 싱글 플레이어 오픈월드에서의 콘솔 명령어 및 복사 버그는 비정상적인 게임 이용이 아니며, 설령 닌텐도가 일부 한정 지역에서만 조나우 기어를 마음껏 쓸 수 있도록 풀어준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모든 지역에서 풍부한 자원을 마구 사용하여 창의적인 게임을 즐기는 재미는 못 느낄 겁니다. 타 플랫폼, 특히 PC로의 이식에 인색한 닌텐도의 아쉬운 점입니다.
(2-2) 업그레이드 된 요소들 (★★★★)
원래는 전작의 확장팩으로 기획했던 작품인 만큼 야숨의 기존 요소나 아이템을 그대로 활용하고 그걸 추가로 가다듬고 보충했습니다. 야숨+확장팩에 있던 요소가 대부분 게임에 녹아들어 있고, 아예 새로운 게임인 점을 십분 활용하여 기본 상태는 전작보다 못하지만 풀업을 하면 전작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쾌적하고 강력하게 성장합니다.
무기는 전부 썩어서 기본 대미지가 전작의 절반도 안되고 쉽게 부서집니다만, 조금 웃기는 모양이지만 무기와 다른 물건을 이어붙이는 식으로 전작 대미지를 쉽게 초월합니다. 특히 화살 쪽에서 발전이 눈부신데, 기존에는 얼음화살 불꽃화살 전부 별도로 구입해야해서 수급이 용이하지 못했지만 본작은 기본 화살 하나에 거의 모든 물건을 붙여서 쏴버리는 방식으로 화살 플레이의 범위를 광범위하게 넓혔습니다. 무기와 조나우 기어의 결합 또한 밸런스 파괴적으로 강력합니다.
반면, 기존에도 쓰레기였고 파워업해도 쓰레기인 말 활용은 여전합니다. 말 사용시 가장 골치아픈 건 워프하면서 필드에 버리고 가면 안되고 반드시 마구간으로 반납 및 데려오기를 써야 하는 거죠. 전작의 오토바이 같은 소환과 수납이 편리한 말(?)이 무조건 필요합니다.
제일 싫은 건 대사창 스킵 불가입니다. 버튼 조작도 구려서 대사 캔슬하고 넘기기 B 버튼을 누르다보면 선택지가 떴을 때 나가기 B 버튼을 눌러버려 처음부터 다시 대화해야 합니다.
특수 스킬을 비롯하여 기존에 있던 기능을 모두 재조합 하는 것만으로 새로운 게임성을 만들어낸 건 칭찬할 만 합니다. 하지만 위와 같이 모든 요소가 반드시 플러스인 건 아니었으며, 오픈월드라는 커다란 틀 안에서 게임성을 바꾸진 못했습니다. 젤다 왕눈을 다른 어떤 게임보다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건 조나우 기어인 셈입니다.
3. 스토리 (★★★★)
전작에서 그저 무난하기만 했던 메인 스토리가 확실한 엑센트와 동기 부여를 가진 짜임새있는 스토리로 돌아왔습니다. 자세한 건 플레이해보시면 아실 겁니다.
서브 퀘스트 스토리 및 NPC 와의 대화 관계도 엄청나게 파워업했습니다. 전작은 희뿌연한 공기 속에서 아포칼립스같이 황량한 세계를 탐험했다면, 이번작은 사람들과 바글바글 부대끼며 퀘스트를 수주하는 인싸 플레이가 되었습니다. 특히, NPC 들이 이벤트 진행에 따라 다르게 반응하면서 주인공 대접이 달라지는 걸 볼 때마다 생활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는 어쌔신크리드 오리진 및 오딧세이를 떠오르게 만드는 상호 작용입니다만, 어크의 사이드 퀘스트는 "숙제"처럼 한 번 대화하면 다시는 볼 일 없어서 세계관 몰입이 힘들었기에 젤다 왕눈의 보다 찰싹 달라붙는 NPC 대사가 더 마음에 듭니다.
한편, 오픈월드 특징인 앞질러 하기로 퀘스트를 미리 끝낸 경우에도 대부분의 NPC 가 벌써 끝냈냐며 놀라는 식으로 재미있는 반응을 보여줬지만, 유독 메인스토리 만큼은 앞질러 해도 여전히 이전 반응을 보이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줘서 다소 유감이었습니다.
퀘스트 해결에도 조나우 기어가 크게 활약합니다. 단순 심부름을 넘어 마인크래프트나 드래곤퀘스트 빌더즈의 정수인 물건을 직접 만들고 조합하여 퀘스트를 클리어하는 방법을 도입하니 예전보다 더 재밌어졌습니다.
4. 음악 (★★★★★)
전작처럼 BGM 자체는 큰 흥취를 돋우지 못하지만 게임 분위기에는 찰싹 달라붙는 효과적인 음원입니다. 특히 전투가 시작되었을 때 둥둥 고조되는 긴장감을 주는 인트로와 전투가 끝나면 찰랑거리는 청량감있는 아웃트로 음원은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닌텐도 게임이니 각종 효과음의 뛰어난 퀄리티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5. 트로피 난이도
80 시간 동안 플레이 하면서 자동적으로 조건을 달성했기에 저는 몰랐지만 진엔딩이 따로 있더군요. 또한, 전작과 달리 이어하기 기능이 추가되면서 보스전을 반드시 피할 이유가 사라졌습니다. 이어하게 되면 지도에 발견율 % 가 뜨는 등 각종 편의기능이 추가되기에 반드시 클리어하는 편이 좋습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스위치 프로 호환 컨트롤러
이번에 구입한 Gulikit Kingkong 2 라는 컨트롤러 덕을 많이 봤습니다. 정품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와 같은 레이아웃인데 프로그래밍 기능이 있어서 최대 10분까지 매크로를 녹음하는 기능이 있습니다. 덕분에 복돌이의 전당에서 아이템 복사할 때 컨트롤러 매크로 반복 기능을 간단히 적용하여 수많은 아이템을 복사할 수 있었습니다. 복사하지 않더라도 요리할 때 같은 요리 반복해서 만들기에도 매크로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강력히 추천합니다.
다만 내구성이 조금 걱정됩니다. A, B 버튼이 이물질이 들어간 건지 쫀득하게 바닥에 달라붙다가 떨어지네요. 조만간 분해 청소 해봐야 겠습니다.
7. 총평 (★★★★★)
전작 야숨이 구세대 오픈월드의 총아로 잘 가다듬은 게임이라면 이번작 왕눈은 오픈월드의 한계를 뚫고 마인크래프트나 드래곤퀘스트 빌더즈 같은 "만드는 재미"로 새로운 지평을 열은 기념비적인 작품입니다. 스위치 기기의 한계로 그래픽과 프레임이 크게 딸리는 것이 가장 아쉬운 점이며, 차세대 기기에서 4K 60fps 지원만 된다면 야숨, 왕눈 두 작품 전부 세기의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야숨과 왕눈 중 어느 작품이 좋냐고 물으면 무조건 야숨부터 해야 한다고 답하겠습니다. 왕눈은 모든 면에서 야숨의 컨텐츠를 끌어와 재조립했고, 편의성 업데이트도 한두군데가 아니므로 왕눈을 플레이한 후 야숨을 하면 답답해서 못합니다. 또한 두 게임은 본래 하나의 짝이기도 하므로, 왕눈만 하고 야숨을 플레이 안 한다면 인생의 재미를 그만큼 잃어버리는 셈입니다. 무조건 야숨 플레이하고 왕눈으로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하나는 오픈월드의 정석이고 다른 하나는 오픈월드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버렸기에 기존 젤다 팬에게는 다소 불만일 수 있겠습니다. 평소 닌텐도 게임을 안하는 제가 이렇게 고평가를 할 정도로 두 게임 전부 제가 즐겨 플레이하던 어크, 스카이림, 폴아웃과 같은 결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죠. 비록 플레이해보진 못했지만 젤다 왕눈에 유독 야박한 평점을 주는 웹진들 공통점이 과거의 젤다 게임이 아니라는 불평이기에, 기존 젤다를 좋아한다면 다소 호불호가 있을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