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초회차 클리어
이 게임은 18금 성인 게임이며 잔혹한 고어 연출과 과다한 성애 묘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미성년자 분은 보호자와 함께 하지 않는 한 보지 않으시는 걸 강력히 권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전연령이 볼 수 있는 사이트라 글 내용에 부적절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만, 혹여 실수로 해로운 내용이 포함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작 사이버펑크 2077 을 드디어 클리어 해봤습니다. 이번 여름 스팀 세일기간에 절반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한점 후회없는 지름이었습니다.
1. 그래픽 (★★★★★)
간만에 눈호강하네요. 최근 추가된 레이 트레이싱 업데이트로 RTX 4090 로도 풀옵으로 플레이 할 수 없는 게임답게 어마어마한 화질과 훌륭한 아트워크를 자랑합니다. 레이 트레이싱 최고 옵만 끄면 80~120 프레임으로 플레이 할 수 있으므로 크게 방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게임에 몰입하기 쉽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적 자극인 그래픽입니다. 이는 맵과 환경, 소품 디자인도 포함됩니다. 사이버펑크 2077 은 전형적인 1970~80년대 블레이드 러너식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현대 기준으로 다소 투박하지만 눈에 익은 스타일입니다. 근미래 SF 세계관을 대상으로 한 게임은 여태껏 많았습니다만, 3D 오픈월드로 세부 디테일까지 훌륭하게 만든 건 폴아웃3 가 사상 처음이며 사이버펑크 2077 은 그 직계 후계자로 최신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제 인생 게임 중 하나가 폴아웃3 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칭찬을 늘어놓을 건지 미리 예상되실 겁니다.
2. 스토리 (★★★★★)
제가 이 사이트를 열은 이후 가장 높은 스토리 평점을 매긴 두 게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데스 스트랜딩) 유비소프트 어크 시리즈의 수많은 뒤통수치기 및 찜찜한 엔딩은 잊으십시오. 어크 시리즈의 고통스러운 숙제 사이드퀘스트는 잊으십시오.
사이버펑크 2077 의 메인 스토리 라인은 이미 더 새로울 게 없는 SF 소설의 전형적인 왕도물 입니다만, 든든한 국밥을 먹듯이 아주 맛있고, 또한 요즘에는 특별한 맛이기도 합니다. 미국 드라마가 시즌 1 만 화제였다가 맨날 개판되고 뒤통수치고 뒤엎고 하다가 시즌이 이어질수록 인기가 떨어지듯이 요즘에는 이런 왕도물을 찾기 오히려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최근에 했던 왕도물은 젤다 야숨과 왕눈 뿐이었네요. 사이버펑크 2077 은 잊혀진 것 같았던 왕도물을 멋지게 살려서 정성스러운 백반 풀코스로 만들어놨으며, 다소 진부하지만 매우 강력하고 감동이 흐르는 기승전결 및 잔잔하게 소름이 돋는 엔딩 크레딧까지, 그야말로 "풀프라이스 AAA 급 게임" 다운 모습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경험시켜줬습니다. 엔딩을 보면서 기립박수를 쳐줄 정도였네요.
오픈월드 게임에서 모든 사이드 퀘스트를 재밌게 즐긴 건 두번째입니다.
과거 폴아웃 3를 필두로 3D 오픈월드 게임이 태동했을 때는 모든 사이드 퀘스트의 세부사항까지 사람의 손길이 깃든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각각의 스토리 라인이 차별화되고 연출 하나하나 볼 만 했죠. 폴아웃의 시대관이 근미래라 몰입하기 쉬운 친숙한 주제라서 그렇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양산형 오픈월드" 인 어크 시리즈부턴 사이드 퀘스트의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전투/잠입/심부름 등 게임성에 따라 크게 분류를 나누고 거기에 NPC 들 대사를 조금 양념친 수준으로 정성이 안 들어가 있고 스토리도 천편일률적이라 재미가 없는, 최근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 은 초대 오픈월드 게임인 폴아웃 3 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어크처럼 게임성에 따라 크게 분류되어 있긴 합니다만, 각각의 스토리는 SF 소설의 전형적인 딜레마를 포함하고 풀더빙과 선택지마다 연출을 크게 다르게 하여 마치 액자 소설처럼 게임 내 또다른 미니 게임을 치루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심지어 사퀘를 수주받거나 완료할 때의 소소한 대사와 보이스마저 중복되는 것 없이 각각의 사퀘 한 건마다 모두 달리 넣었기에 제작진의 정성에 몇차례나 감동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양의 오픈월드 게임, 또는 서양의 RPG 게임하면 바로 떠오르는 또 다른 짜증유발 요소로, 못생긴 캐릭터와 갑자기 들이대는 동성애 강요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리뷰한 어크 시리즈에서 최신작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경향에 대해 논평했었죠.
이 게임 또한 점차 친해지는 동료와 대화하다가 갑자기 키스 마크가 뜨며 이걸 누르면 동성애 진행으로 간다고 경고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만, 모든 사퀘가 흥미진진해서 풀더빙으로 대사 하나하나 감미하면서 보다가 선택지를 고르기 때문에, 어크처럼 재미없는 사퀘 마구 밀어대다가 갑자기 서로 키스하는 대참사를 보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을 듯 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도 하나같이 엘프같은 미형이라서 그냥 보기만 해도 안구가 정화됩니다.
3. 게임성 (★★★★)
칼질 아니면 총질 + 잠입을 곁들인 오픈월드 게임에선 전형적인 플레이지만 국밥처럼 든든한 게임성을 제공합니다. 폴아웃 3 의 뷸릿타임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적을 멈춰놓고 총을 정밀 조준하여 쏘는 걸 포함해, 사이버 펑크 시대다운 다양한 무기 개조옵션이 원툴로 게임하는 걸 막아줍니다.
지금까지 리뷰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 피지컬이 떨어져 근접무기라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플레이 했을 때의 소감은 작성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게임을 부담없이 즐겁게 플레이하기 충분한 구성이었습니다.
4. 음악 (★★★)
게임에서 들려주는 락이나 트랜스 장르 음악은 사이버펑크 세계관다운 멋진 선곡을 보여줍니다만, 게임으로서의 BGM 과 이펙트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자동차를 운전할 때의 모든 차종의 단조로운 엔진음이나 전투시 사운드 플레이가 다소 작위적인 모습은 이 훌륭한 게임에서 유일하게 최하점을 받는 약점입니다. 그래도 BGM 은 사서 듣고 싶어집니다.
5. 버그 (★★★★)
출시 초기 온갖 버그로 유명했던 타이틀입니다. 발매 2년 반이 지나 최후의 DLC 출시가 임박한 지금 시점에서 플레이 해보니, 안정화가 많이 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기본적인 버그가 많습니다.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버그는 꽤 많이 경험했습니다만 세이브 로드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방사능 가이거 카운터처럼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끼는 사운드 버그는 컴퓨터의 음질을 최하로 낮춰서 해결했으며, 플레이 도중 수시로 튕기는 건 꽤 자주 있는 자동 저장 포인트 덕분에 큰 부담은 없지만 가장 성가셨습니다. 결론은 현재는 많이 안정화되어 플레이 할 만 합니다. 젤다처럼 무결한 수준은 아니지만요.
6. 트로피 난이도 (★★)
음악 빼고 모든 면에서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최고급 게임이므로 사이드 퀘스트 올클 트로피 같은 건 자동으로 깨게 됩니다. 가장 성가신 건 전투 관련 특정 행동 트로피와 콩가루를 뿌린 듯 흩어져 있는 수백개의 경찰신고 퀘스트입니다만, 이것까지 다 합쳐 100 시간 이내 전부 클리어 가능합니다.
7. 컨트롤러 적합도 : 키마 + 조이스틱
FPS 슈팅 게임 지존은 키보드와 마우스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GTA 시리즈처럼 자동차도 조종해야 합니다. 자동차 조종은 조이스틱이 최고입니다. 키마와 조이스틱을 둘 다 동시에 쓸 수 있는 PC 니 기왕이면 둘 다 같이 쓰는게 플레이하기 월등히 쉽습니다.
8. 총평 (★★★★★)
출시 3년 차가 되어가는 사이버펑크 2077 은 나름 엄격히 채점하더라도 역대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으로 부담없이 손을 꼽겠습니다. 다른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으로는 저에게 이 장르를 처음 알려준 폴아웃3, 그리고 젤다 야숨과 왕눈을 추천합니다. 어크 시리즈는 그 어떤 것도 이 라인업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블레이드 러너같은 디스토피아 SF 세계관에 흥미가 있고 폴아웃 3 같은 유사 세계관 게임을 좋아한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모든 면에서 최첨단, 최고 화질, 훌륭한 스토리와 충분한 게임성을 갖춘 세기의 게임입니다. 음... 세기라고 하면 마치 누구같아서 Decade (10년)의 게임이라 부르겠습니다.
곧 나올 DLC 출시가 매우 기다려집니다. 그때까진 남은 멀티엔딩 분기 다 보고 플래티넘작을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