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y are billions! 리뷰
켐페인 완전 클리어는 아니지만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여 소감을 올려봅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서바이벌 게임은 레포데,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만, 소설/영화 월드워Z 처럼 수만 단위의 대규모 전투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기에 이 게임을 알게되자 바로 구입했습니다.
타이틀명 They are billions! 는 말 뜻 그대로 10억이 몰려든다!는 경비병의 절규입니다. 물론 실제 인게임에서 수억마리가 달려드는 건 아니고, 컴퓨터의 한계로 동시에 수십만마리가 몰려드는 수준입니다. 게임 장르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RTS 이며 그래픽은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2D 카툰렌더링 처리된 3D 입니다.
본론인 게임성으로 들어가죠. 2년 간 얼리엑세스를 거친 후 발매된 게임이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밸런스 패치를 거듭했기에 상당히 안정화(규격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잘 모르실테니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보죠.
(1) 자원 수급이 새틀러 시리즈나 ANNO 시리즈처럼 복잡해서 스타크래프트같은 전투 위주의 RTS 가 아니라 자원 공급-꾸준한 유닛 생산이 더 중요한 RTS
스타는 미네랄과 가스만 생산하고 밥집 건설해주면 땡이죠. 이 게임은 자원 종류만 7~8개가 되고 각각의 자원을 캐기 위한 특화 건물이 존재합니다. 베스핀 가스같은 건물이 10여종 있어서 각각 따로 지어야 해서 골치아픕니다.
거기다 건물 하나하나가 지을 때마다 인구수를 포함해서 동시에 두 종류 이상의 자원을 소모합니다! 밥집(인구수 늘려주는 집) 지으려면 발전소의 전기 생산량이 여분이 있어야 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장 같은 것도 충분히 건설되어 있어야 합니다. 식량을 생산하려면 전기+밥집이 있어야 합니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밥집이 있어야 합니다. 아주 기초 건물인데도 서로 상성이 있는 세가지 자원을 동시에 구비해야 하므로, 자원을 잘못 운영하여 밥집과 전기가 동시에 다 떨어지면 이미 지어놓은 건물을 부셔서 추가 밥집과 전기 생산시설을 지어야 확장이 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빠집니다. 말로 하면 복잡한데 실제로 당해보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짜증납니다. 참고로 이건 기초 건물을 지을 때 소모되는 자원이고, 고급 건물은 목재나 석유도 추가됩니다.
이렇게 자원 생산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게임 대부분이 전투가 아니라 자원 운영과의 싸움도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한쪽에선 좀비와의 전투가 벌어지고 동시에 본진에서 심시티 및 유닛 생산 명령을 내려야 하는 높은 APM (분당 명령을 내리는 횟수=피지컬) 이 요구되는 게임입니다.
(2) 심시티
건물 지을 공간이 부족합니다. 맵은 기본적으로 좀비로 가득 차 있으므로 좀비를 쫒아내고 획득한 공터에 건물을 심게 됩니다. 그런데 건물 하나하나가 덩치가 엄청나고, 자원 종류마다 다 설치해야 하며, 각각의 자원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 인구수+식량+전기 생산 시설을 추가로 짓다 보면 자리가 안 남습니다. 고급 유닛을 뽑을 즈음엔 맵 절반이 건물로 가득 찰 정도죠.
도전과제 중 인구 1만명도 있습니다만, 해보니 맵을 90% 가량, 그것도 효율적인 심시티를 해야 겨우 배치가 될 정도였습니다. 자원 수급망을 구성하는 것도 짜증나지만 초반 좀비떼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좁은 면적에서 최대한 심시티를 짜는 작업은 갓 입문한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3) 단 한마리라도 놓치면 게임오버
좀비하면 뭡니까? 초파리 같은 무서운 번식력이죠. 이 게임도 좀비 설정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맵을 열심히 청소했더라도 맵 구석 나무 사이에 낑겨 있던 좀비 하나라도 놓치면 다른 곳 보고 있는 사이에 도시로 가서 건물을 때립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건물이 오염되면서 좀비 네마리가 튀어나옵니다. 이 게임은 좁은 땅에서 빼곡하게 심시티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건물 하나가 오염되서 튀어나온 좀비 네마리는 어디로 갈까요? 바로 옆 건물 5개를 때립니다. 그럼 이번엔 좀비 20마리가 터져나옵니다. 다음은 좀비 80마리가 터져나옵니다. 다음은... 게임오버 화면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20초 안에 이뤄집니다. 좀비 영화의 난장판이 되는 정착촌 모습 그대로입니다.
말 그대로 딱 한마리라도 놓치면 게임 터지는 겁니다. 게임 처음 시작했다가 튜토리얼 가장 쉬움 난이도로 몇번이나 게임 터져보면 이를 악물고 좀비를 청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스타크래프트와 어느정도 차별화되는 하드코어한 RTS 게임입니다. 특히, 밑바닥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서바이벌 모드는 이 게임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드입니다.
허나, 정식 발매되면서 추가된 켐페인 미션은 폭삭 망했습니다. 이것도 스타크래프트의 켐페인 미션을 떠올리면 되는데요. 스타2 수준은 커녕 스타1 보다 열악합니다. 모든 마을짓기 맵은 서바이벌 모드의 재탕이나 다름없으며 테크트리 차별화도 안됩니다. 스타에서 생산건물 없이 영웅 유닛만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것과 동일한 스타일의 켐페인 미션도 있는데, 전부 천편일률 적으로 수많은 좀비떼를 혼자서 해치우고 아이템을 찾기입니다. 심지어 맵을 재탕하기도 하죠.
한줄로 요약하면, 켐페인에 포함된 20개의 마을 미션과 곁다리 영웅 미션은 서바이벌 미션을 복붙해서 분량 뻥튀기한 수준입니다. 자원 운용과 좀비와의 전투로 한판 플타임 기본 1시간은 넘는데, 그걸 몇개나 하루 안에 끝내라고 하면 난이도 이전에 지루해서 못합니다.
그 외 소소한 단점을 예로 들자면 여전히 남아있는 사소한 버그, 스타크래프트 2 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RTS 게임으로서의 미숙한 UI (특히 단축키 지정이 불편함), 읽어서 발음은 낼 수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면 차라리 영어 원문을 보는게 나은 AI번역기 등이 있습니다.
총평 : ★★★
이번 리뷰는 게임을 해보지 않은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같은 RTS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써봤습니다. 어떤 면에선 스타2 유즈맵에서 모든 시스템 구현이 가능할 정도의 아류 게임입니다만, 게임 엔진과 그래픽 특성 덕에 스타2에선 이 게임처럼 한 화면에 몇 만마리나 되는 좀비가 바글거리는 광경은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게임만의 유니크한 경험은 존재하며, 월드워Z 류의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색다른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소규모 제작사인 만큼 스타2에 비해 불편하게 만든 부분이 적지 않고 게임성도 다소 호불호가 있기에, 리뷰글을 보고 적응할만 한지 심사숙고한 후 구입하시는 걸 권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가 3만원은 오버프라이스이고, 이 게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서바이벌 모드만 따져서 1만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