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크리드 발할라 1회차 클리어 소감
이 구질구질한 게임을 해를 넘기고 겨우 끝내는 군요. 하는 내내 불평했고 끝내고 나서도 욕을 퍼붓고 싶지만, 여기는 제 개인 일기장이 아니라 타인에게 게임을 추천해주는 목적으로 쓰고 있으므로 게임 특성에 대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될 수 있으나,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저보다 나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목적에서 쓴 겁니다.
1. 스토리 (★)
발할라의 스토리는 개인 취향을 심하게 타며, 제작사의 거짓 마케팅으로 플레이어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엔딩까지 계속해서 통수를 칩니다.
(1) 더블 주인공 사기행각
이 게임은 시작할 때 이전작인 어크 오딧세이처럼 남녀 주인공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세이브 인계 같은 기능은 없기에 전작에서 남주인공 알렉시오스를 고르더라도 발할라에선 무조건 정사인 카산드라만 나옵니다만, 그래도 전작은 엔딩까지 주인공이 바뀌는 일은 없었습니다.
허나 이 게임은 맨 끝인 엔딩에 가면 지금까지 모든 건 여주인공이 해낸 거고 남주인공은 여주의 이중인격에 불과하다며 통수를 칩니다. 개연성이 충분하면 전개를 그렇게 비틀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정사에선 여주라는 걸 한층 더 강조하는 기믹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남주로서 조정해서 해온 일은 어찌 되는 거죠? 게임 내에서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한 건 실은 남주가 아닌 여주와 결혼한 겁니까? 남주가 이해 불가할 정도로 히스테리부리고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원래 여자니까 여자답게 행동했던 겁니까? 저는 여기서 유저의 선택을 쓰레기로 만들고 지멋대로 스토리를 후려친 제작진에 강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새로 시작하실 분은 무조건 여주로 골라야 저처럼 쇼크 먹는 걸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2) 작품 이름 사기행각
플레이 도중에 남긴 예전 소감글에서 이미 설명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눈덮힌 설원에서 상남자 바이킹이 도끼로 늑대를 쪼개는 호쾌한 작품이 아닙니다. 비열하고 언제든지 배신때릴 준비가 되어있는 북유럽판 왜구 하남자들이 잉글랜드 땅에 몰려와서 사람 학살하고 마을 불태우고 영국인 부하 꼬드껴서 왕을 죽이고 마침내 정착촌을 건설하는 왜구 성공기입니다.
작중 배경도 게임 시작할 때만 잠깐 북유럽 설원에서 뒹굴고, 본편에 들어가면 맨날 봐왔던 푸른 언덕과 초원,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우중충한 영국 날씨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고 예전 배경 복붙한 셈이라 지겹고 어디를 가나 다 똑같습니다.
결국, 발할라답게 명예를 중시하는 바이킹이 나오지 않고, 발할라다운 북유럽 배경도 아니므로 여러모로 이름값을 전혀 못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이 게임에 주고 싶은 더 좋은 이름은 "어쌔신 크리드 컨퀘스트" 로, 영국을 침공한 에이보르의 잔학한 삶을 요약하겠습니다.
파판 13은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 하는 스토리입니다.
(3) 미치광이 야만인 잠꼬대 같은 북유럽 신화 스토리
저는 북구 신화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온갖 고유명사와 익숙치 않은 이름 투성이에 스토리는 각 단계마다 맥아리나 개연성 없이 난장판입니다. 그야말로 가죽옷 입고 약탈하는 유목민족이 하루하루 벌어지는 버라이어티한 일상을 신화로 만든 티가 납니다. 내용 또한 온갖 배신과 음모, 뒤통수가 지겨울 정도로 나오는 덕분에, 오딘부터 다른 등장인물 모조리 도둑놈 소굴처럼 보였습니다. 그리스 신화도 미친놈 투성이지만 북구 신화는 훨씬 조잡하고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발할라는 북구 설화를 전면적으로 차용했습니다. 현실에서의 등장인물 및 갈등 관계부터 빼닮았으며, 약먹고 들어가는 북구 신화 세계는 라그나로크 이야기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북구 신화와 똑같이 스토리가 이해 불가능할 정도로 난잡하고 온갖 쓸데없는 고유명사로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겁니다. 엔딩까지 호쾌함은 전혀없이 뒤통수와 속임수를 쓰는 스토리는 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그냥 하기 싫습니다.
이건 북구 신화 및 발할라처럼 북구 신화를 전면적으로 채용한 스토리를 싫어하는 제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평가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북구 신화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불호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편, 북구 신화는 히틀러의 나찌 독일에서 즐겨 차용했으며, 2022년 독일 쿠데타 미수 사건에서도 북구 신화에 심취한 자들이 공모해서 일어난 만큼, 앞으로는 북구 신화를 주제로 다룬 미디어가 나찌의 경우처럼 줄어들길 기대해봅니다.
(5) 무성의한 DLC
오리진과 오딧세이 포함 지금까지의 어크는 전부 DLC 로 건질만한 스토리가 있었는데 발할라는 역대급으로 돈값 못하는 DLC였습니다.
전작 오딧세이는 캐릭터의 일대기를 마무리하는 코르푸 DLC로 인상깊은 마무리를 보여줬습니다. 후속작인 발할라도 이에 영향을 받은 건지 후일담 같은 에필로그를 넣어두긴 했습니다만, 전작과 달리 후일담을 보려면 본편 판박이라 재미없는 아스가르드 DLC 를 반드시 클리어해야 합니다. 결말 또한 전전작 오리진처럼 알맹이가 없는 내용이라 여운은 커녕 엔딩을 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오히려 궁금증만 만들고 안 그래도 비호감만 쌓인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듭니다.
2. 게임성 (★★)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전작을 접하신 분들은 게임을 처음 접하면 전작에 비해 개선된 편의성에 감탄하고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5~10 시간 동안 쾌적하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모든 요소에 익숙해지면 느릿느릿한 게임 진행에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암살도 마음대로 못하고 싸움도 마음대로 못하고 폭발(?)도 마음대로 못하고, 하다못해 달리기조차 기본값이 걸어가기라서 마음대로 뛰어가지 못하는 굼뜬 탱크같은 모습이 예전 어크 시리즈와 완벽히 대조됩니다.
일방통행식 무미건조한 스토리와 느려터진 이동속도가 결합하면 고구마를 넘어서 100년 전에 식은 용암이 됩니다. 제가 발할라를 클리어하기까지 1년이나 걸린 가장 큰 이유입니다.
3. 음악 (★)
가장 음악이 좋았던 어크 신디케이트의 배경은 영국이었습니다.발할라도 배경은 영국입니다만 바이올린은 커녕 풀뿌리만 남아 있었던 중세 초기입니다. 들을게 뭐 있나요.
4. 버그
게임 첫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따라다닙니다만 사이버펑크 2077가 패치되면서 나아졌듯이 아주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자주 저장하는 오토세이브를 부르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1회차만 클리어 했으므로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모든 수집요소를 모아야 하고 이 게임은 이동이 느려서 모으는 작업의 귀차니즘이 심해지므로 올클은 꽤 힘들 걸로 예상됩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듀얼센스 엣지 또는 키마+컨트롤러 하이브리드
컨트롤러 기본 세팅이 매우 불합리해서 주변 스캔 및 전력질주를 위해 L3 R3 를 분당 10회 누르다보면 양손 엄지손가락이 염증으로 나갑니다. 염증 생기면 한두달은 엄지 못 씁니다. 발할라는 키마와 컨트롤러를 동시 입력을 지원하므로, 컨트롤러의 버튼이 부족하면 키보드에 기능을 할당하는 식으로 손가락의 부담을 덜어줘야 오래 합니다. 제 경우 키보드 입력을 해주는 USB 페달을 구입해서 달리기와 스캔 버튼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또한, 정식으로 듀얼센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화살을 쏠 때 걸리는 어댑티브 트리거 및 더 나은 진동기능이 게임 플레이시 도움이 됩니다.
7. 총평 (★)
발할라는 역대급 흉작입니다. 제목만 보면 매력적인 바이킹의 모험기지만 정작 게임 대부분은 잉글랜드 침략사를 주제로 다루며 주인공도 정붙이기 어려운 비열한 하남자입니다. 전작보다 양성애 강요가 줄어든 듯이 보였지만 최후에 주인공이 실은 여자라고 밝히면서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지루한 배경 속에서 맨날 뻔한 속임수, 뒤통수치기, 배신으로 점철된 숙제형 스토리는 속도감을 느낄 수 없는 어드벤쳐와 더불어 고구마같이 꽉 막힌 플레이감을 선사합니다. 그래픽 하나는 그럴듯 하지만 다른 모든 부분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망가뜨리는 것도 능력입니다.
젤다 야숨과 왕눈을 만족스럽게 플레이한 후 오픈월드 게임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억지로 플레이했지만 다시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는 중간에 하다가 그만둘텐데 리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지로 플레이했네요. 차기작 미라지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바심은 발할라에서 워낙 시원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별 기대가 안됩니다.
고구마 리뷰 보느라 수고하셨으니 스샷으로 눈정화하고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