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uter Wilds - 본격적인 우주탐험 퍼즐게임
스타필드보다 실감나게 우주를 탐험하는 RPG 를 찾아서 몇가지 게임을 해봤는데, 그 중에서 인상깊은 게임을 소개해봅니다.
제가 원한 건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걸 실감할 수 있는 RPG, 세계관은 스타필드 같은 우주 탐험시대, 그리고 우주의 별 사이를 직접 날아다니면서 지표면을 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우터 월드는 이중에서 첫번째 사항만 빼고 충족시켰습니다. 그래서 그만뒀죠.
1. 장점 - 진짜로 본격적인 우주 탐험
이 게임은 인력을 벗어나 다른 별로 날아가서 착륙하는 과정이 자동이 아닌 수동입니다. 말 그대로 로켓을 3축 (6방향)으로 가속시켜 퓨웅 날아올라서 다른 별에 가까이 가면 부딛혀서 터지지 않도록 감속하면서 착륙해야 합니다. 터지지 않을 만한 속도라도 뒤집어진 상태거나 경착륙을 하면 우주선 일부가 부서질 수 있으므로 내려서 수리해야 합니다. 우주 프로그램 커비 정도로 지구를 탈출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본격적인 건 아니지만 조작에 익숙해져야 게임 진행이 가능합니다.
행성에 도착하면 우주복을 입고 날아다니게 됩니다. 중력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어서 지표면에서 중력이 가장 쎄며, 소행성 같은 소형 천체는 거의 자유 유영에 가깝습니다. 별 하나의 크기는 수백 미터는 커녕 수십미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주복 부스터를 계속 켜고 있다간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산소 게이지도 있어서 부스터 연료를 다 쓰고 산소까지 부스터로 쓰다가 다 떨어지면 골로 갑니다. 또한 지하 공동으로 들어가서 별 중심으로 갈수록 중력이 약해지는 것도 현실적입니다.
이처럼 우주선이나 우주복이나 부스터로 적절하게 날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장점이자 진입장벽이기도 합니다. 별의 특정 부위에 착륙하거나 별 표면의 장해물을 넘기 위해 부스터를 적절히 이용해야 하는 아케이드 플랫포머적인 게임성입니다.
2. 단점 - 퍼즐 게임
게임을 시작하면 왠 흉측한 외계인이 앞에 있는 것에 당황하게 됩니다. 즉, 플레이어도 다른 외계인과 같은 흉측한 외계종적인 거죠. 우주 탐험 시대답지 않은 나무로 만들어진 우주선도 당황케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야말로 형태만 만들더니 의도대로 작동하는 식으로 억지 세계관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억지는 세계 전체에도 적용되어 세계가 계속 멸망하고 리셋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됩니다. 플레이어는 그 이유와 경과를 퍼즐을 풀어나가면서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전형적인 퍼즐 게임입니다.
계속해서 죽고 리셋되므로 세이브조차 불가능합니다. (죽을 때 저장) 주인공이 강해지거나 뭔가를 크래프팅하는 요소가 없는, 옛날 젤다나 슈퍼마리오 식의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행성에 방문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도구나 정해진 맵 클리어 방법을 쓰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안됩니다. 스카이림의 레벨빨이나 장비빨로 고난이도 적을 잡아서 통과하는 식으로 다양하고 난이도 낮은 플레이 방법은 부족한 거죠. 오픈월드 게임 중 소위 말하는 반픈월드에 해당합니다.
3. 호불호 - 어두컴컴하고 불쾌할 수 있는 세계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서브노티카 게임에서 심해로 갈수록 무서워진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3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주위가 새까맣고 시야가 매우 제한되면서 아귀같이 거대한 적들이 우글거리는 필드인 점은 아우터 와일드도 똑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추가 DLC 인 Echoes of the Eye 는 공포적인 요소로 아예 게임 내에서 공포 제한 옵션까지 제공할 정도인데, 저는 기본 게임만으로도 답답하고 으시시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우주선이나 우주복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불편한 조작, 그리고 모닥불 수준으로 모든 필드가 어둡고 광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시야가 극단적으로 축소됩니다.
앞서 설명한 산소게이지와 부스터 연료량 때문에 단순 탐험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잦은데, 어둠 속에 적까지 도사리고 있으니 죽는 일이 그야말로 일상 다반사입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기만 해도 죽게 됩니다. 왜 부당하게 죽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긴 합니다만 .
4. 최대 단점 - 부실한 한글화
제작사에서 감수 전혀 안한 기계 번역 한글화입니다. 덕분에 문장을 읽을 수는 있어도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고, 호칭이 같은 문단 내에서 계속 바뀌기 때문에 보다보면 한글 실력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비공식 패치가 있다는데 플레이 하고 싶다면 반드시 설치해야 할 겁니다.
플레이를 직접 해보니 "우주 탐험"이 아닌 "우주 배경" 어드벤쳐 루프물 게임이었습니다. 세계관만 우주인 고전 퍼즐 게임 Myst 같은 걸 떠올리면 됩니다. 우주적인 요소는 우주선과 우주복 조종 밖에 없으니 제가 원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조작이 까다롭고 무서운 호러 게임 분위기지만 루프를 거듭하면서 세계의 비밀을 캐내는 어드벤쳐 게임을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우터 와일드와 비슷하지만 크래프트와 성장요소가 있는 서브노티카도 플레이 해봤습니다만, 하다보니 자원을 수집하는 노가다와 복잡한 동굴을 헤집으며 다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플레이가 귀찮아서 금방 포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