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펑크 2077 DLC 팬텀 리버티 클리어 소감
역시 DLC 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난 회사답네요. DLSS 3.5 도 지원하여 4090 에서도 힘들었던 패스트레이싱 풀옵션이 드디어 60프레임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연출력도 일취월장해서 플레이 도중 쉴 새 없이 스크린샷을 찍었습니다. 스샷 찍는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1. 스토리
아마도 스크립트 방식 멀티엔딩 스토리의 최고봉 중 하나일 겁니다. 유저가 AAA급 오픈월드 게임에서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유저의 선택이 게임에 확실히 반영되어 반작용이 확실히 돌아오고, 엔딩에서 유저가 선택한 결과가 뚜렷히 나오는 겁니다. 과거 바이오웨어의 매스이펙트 시리즈가 수많은 선택지와 피드백을 제공한 덕분에 많은 팬이 생겨났다가 최종작(?)인 매펙3의 신호등 엔딩으로 학을 떼고 떠나버렸죠. 뭘 하든 똑같은 엔딩이 나오거나 스크립트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면 매펙3 이나 폴아웃4, 스타필드 꼴 나는 거고, 수많은 선택이 섬세하게 게임에 반영되어 이후 이벤트에서 대사까지 바뀌는 훌륭한 게임으로 매펙2, 폴아웃3, 스카이림 등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다시 사펑 이야기로 돌아와서, 팬텀 리버티 DLC 의 스토리는 사펑만큼 훌륭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본편만큼 파고든 것 같습니다. 추가된 지역인 도그타운의 분위기는 본편과 굉장히 차별화되고 DLC 스토리도 사이버펑크 장르에 보다 가까운 미래 디스토피아적인 전개입니다. 직접 플레이하면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 이상은 스포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장르 게임치고 유별나게 밝은 분위기였던 본편과 같은 전개를 바란 분이라면 다소 실망하실 수 있겠습니다.
호불호 외에 소소하게 아쉬운 점을 들자면 전개가 다소 날뜁니다. 나름 비중있는 캐릭터들이 본편과 달리 도중에 존재감이 없어지는 구간이 잦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갑자기 비중있는 전개로 뜬금없이 나오는 걸 보면 페이싱 조절이 아쉽습니다.
2. 게임성
DLC 스토리 이외에도 새로운 지역 하나에 걸맞게 정식 픽서 하나가 추가되고, 무작위 랜덤퀘 픽서와 함께 일부 기존 픽서도 퀘스트 하나씩 추가되어 상당히 만족스러운 볼륨입니다. DLC 가격이 본편의 절반이라서 다소 비싸다고 볼 수 있지만 팬텀 리버티에 추가된 퀘스트는 대사량이라든지 연출은 본편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즐거움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한편 더 내주면 좋겠는데 사펑의 마지막 DLC 라 아쉬울 따름입니다.
DLC 발매와 함께 2.0 패치가 이뤄지면서 본편의 게임성도 모조리 다 뜯어고쳤습니다. 기존 플레이 방식은 그냥 잊어버리는게 좋습니다. 달랑 스킬퍽 밸런스만 조정한 게 아니라 전투 및 루팅 방식 까지 바뀔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쓸데없는 퍽과 패시브 스킬이 많았다면 2.0 은 액티브 스킬을 써야 본래 성능이 나올 정도로 보다 활동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퀵핵도 예전처럼 하나로 다 해먹기보다는 여러개의 퀵핵을 대기열에 올려야 쉽게 풀립니다. 과거에는 정적인 캠핑 위주 플레이라면 이젠 높은 난이도에서는 열심히 조작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0 패치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예전에는 스토리를 샅샅이 다 본 상태에서 1회차 끝내고 2회차 하려니 처음부터 다시 레벨업하고 돈벌어서 스킬트리 올리는 노가다가 까마득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게임다워져서 스토리와 별개로 반복 플레이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3. 총평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유료 DLC 중 하나였던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이세계 DLC 가 생각나는 훌륭한 확장팩입니다. 신규로 시작하는 게이머는 DLC까지 같이 구입하면 게임 내 놀거리가 확장되며, 과거 1회차 이상 클리어 했던 사람도 2.0 패치 덕분에 새로 출시된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세일즈 포인트를 아주 영리하게 잡은 DLC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