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혼2 스팀버전 플레이 소감
참으로 오래간만에 플레이한 괴혼입니다. 하다보니 괴혼2에서 실망했던 기억도 소록소록 떠오르더군요.
아! 코스모가 느껴져!
과거 PS2 에서 풀더빙 한글화로 즐겼던 괴혼1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큰 인상을 남긴 게임이었습니다. PS2 시절까지의 게임은 저예산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시절이었고, 괴혼1도 그래픽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막나가는 스토리, 게임과 연결되는 컨트롤러 활용법, 명반으로 가득 채워진 사운드 트랙으로 고전 명작에 오르게 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스팀으로 판매중인 괴혼1 리메이크 버전은 한글화도 삭제되고 더빙도 날아가 버려서 PS2 시절 최고의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없습니다.
반면에 괴혼2는 스팀으로 발매되면서 한글화도 다시 해줬습니다. 더빙은 1편과 달리 게임 내에서도 음성이 안 나오므로 원래 없습니다.
1. 스토리 ★ ★
당시에도 미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해보니 생각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괴혼1은 그야말로 코스모가 느껴지는 황당한 스토리와 작중 왕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이라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괴혼2는 평범한 인생극장으로 진부하게 각색해서 어른에겐 재미없는 내용이 되었습니다.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으로 너프되어 있는 것이 마치 역대 최고였던 디스가이아1 과 이후 시리즈를 보는 듯 합니다.
2. 게임성 ★ ★
엄밀히 따지면 괴혼의 게임성은 과거에도, 현재 시점에도 답답해서 플레이하기 힘듭니다. 공을 굴리는 속도가 느리고 가속도로 굴리느라 반응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컨트롤러를 잔뜩 부둥켜 잡고 있어야 하죠.
또한, 괴혼2 의 메인 메뉴 구성은 괴혼1에 비해 매우 산만하고 저퀄리티로 만들어졌습니다. 1편은 3D 지구 위에서 돌아다니면서 스테이지를 골라야 했는데, 2편은 위와 같이 평면위에 스테이지가 분산되어 있어서 플래시 게임처럼 단순해졌습니다. 1편은 메이스테이지가 본편 게임 스테이지의 일부이기도 하여 더더욱 의미가 있었지만 2편은 게임성과 전혀 관련없는 배치라 일관성을 해칩니다.
여러모로 1편은 메뉴 구성, 스토리, 사운드, 전개, 스테이지 구성까지 일관성이 있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타이틀이었던 반면, 2편은 전부 각개로 쪼개져서 따로 노는 산만한 구성으로 플레이어도 산만하게 만드는 몰입성 떨어지는 디자인이었습니다.
3. 음악 ★
1편은 미칠듯한 고퀄리티 음반으로 지금도 거의 모든 스테이지 음악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편은 어떻게 이렇게 모든 사운드트랙이 전멸해버릴 수 있는 건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절반은 1편에 나왔던 음악을 기이하게 리믹스한 거고, 나머지 절반은 대충 클래식이거나 별 희안한 음악으로 넣어놔서 플레이 하는 내내 언짢게 만들었습니다.
2편을 다시 플레이하고 나서야 확고하게 깨달았습니다. 1편을 명작으로 완성시킨 건 흥을 돋우는 1편의 사운드 트랙이었다는 걸 말이죠.
4.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컨트롤러
원판이 PS2 의 듀얼쇼크2 인 만큼 PS 계열 컨트롤러로 진행해도 됩니다만, 이번에 엑박 컨트롤러로 해도 큰 차이는 없더군요. 인체공학적인 아날로그 스틱 배치 덕분에 장시간 플레이에도 지장이 덜합니다.
5. 총평 ★ ★
괴혼 2편은 1편을 갈기갈기 토막내고 화룡점정인 사운드트랙까지 아작낸 열화판입니다. 도저히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괴혼의 명성을 혼자서 쌓고 완성한 건 괴혼 1편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PS2 버전은 한글화 및 풀더빙으로 괴혼 1편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고전 명작입니다. 지금와서 PS2 와 괴혼1 디스크를 구해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분이 극히 드문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