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닉 프론티어 클리어 소감
이제는 재작년에 나온 작품이네요. 발매 당시 양작으로 소문난 게임이었는데, 엔딩을 보고 나니 말 그대로 범작 중 양작이었습니다.
1. 스토리 (왕도적 전개, ★★★)
언제나의 소닉이죠. 마리오처럼 저연령층 대상이라서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닙니다. 이미 온갖 스토리를 섭렵한 성인에게는 뻔한 전개라 지루하죠.
하지만 보편 타당한 스토리는 언제나 통합니다. 뽕을 느끼게 해주는 적당한 연출까지 곁들이면 말이죠. 소닉은 앞뒤 안보고 달립니다. 앞뒤 간격 재서 발판 찾아 점프하면 마리오지 소닉입니까? 소닉은 생각하지 말고 달리고 또 달리는게 미덕인 게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닉 프론티어는 난이도는 쉽지만 소닉다운 연출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소닉 게임이 3D 에 와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워낙 빨리 달리다 보니 컨텐츠 소모속도가 어머어마해서 그렇습니다. 전부 다 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논란이 많았던 소닉 게임은 속도가 빠르다 → 컨텐츠 부족, 속도가 느리다 → 이게 무슨 소닉이야? 이지선다에 걸렸죠. 그런 면에서 프론티어는 계속해서 신나게 달리는데도 20시간 넘게 오래 즐길 수 있어서 볼륨도 충분했습니다.
2. 게임 플레이 (★★★★)
소닉 프론티어는 예전에 나온 소닉 게임을 조합한 반픈월드입니다.
(1) 반픈월드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황량한 오픈월드 들판이 보입니다만, 조금만 진행하면 이중 구조로 이루어진 걸 알 수 있습니다. 기본 오픈월드는 수많은 숏 퍼즐로 이루어진 공간이라서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숏퍼즐을 공략하거나 초대형 적과 싸울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구해서 맵을 해금하고 소닉의 기술이나 스피드 최대치를 올리는 등, 유비 오픈월드와 거의 똑같습니다.
오픈월드 곳곳에는 포탈이 있습니다. 포탈을 타고 가면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소닉 스테이지가 나옵니다. 대부분 이전 소닉 게임 내용물을 재탕한 거라 하던데 스토리적으로 개연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각각의 스테이지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키 아이템을 얻어서 본편 스토리 해금에 사용하는 지나가는 장소일 뿐입니다.
(2) 오픈월드를 꽉 채워주는 요소란?
어쌔신 크리드 오픈월드에서 가장 혹평받는 건 "공허하다", "수집요소만 잔뜩 있다." 탐험하는 즐거움이 없다." 입니다. 소닉 프론티어는 유비 오픈월드라 했죠? 그런데 전형적인 어크 오픈월드는 아니고 약간 덜 공허합니다.
젤다 야숨 오픈월드가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오브젝트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여 맵 탐험을 재미있게 만들어줘서 그렇습니다. 후속작인 젤다 왕눈은 만들고 노는 재미로 장르가 달라졌죠. 두 젤다 작품의 공통점은 캐릭터의 이동속도는 느리지만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마구 날아다니거나 갈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어크는 신디케이트의 스캐플러 후크에서 최고의 이동성을 뽑았으나 이후 오리진부터 땅개가 되어 상쾌하게 이동하는 재미가 잘려버렸죠.
소닉 프론티어도 처음 시작하자마자 좀 물립니다. 소닉의 속도 스탯이 최저라 이동속도가 느린데 반해서 맵은 광활하고 텅텅 비어 있으면서 군데군데 숏 퍼즐이 널려 있는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꾹 참고 두번째 오픈월드로 넘어갈 때 쯤이면 소닉의 이동속도가 원활해지고 오픈월드에 펼쳐진 레일을 타고 다니는 재미에 흠뻑 빠집니다. 대략 유비 오픈월드를 청룡열차 타고 돌아다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뒤로 갈수록 맵 크기가 광활하고 거점의 퍼즐을 전부 풀어서 맵 전체를 해방해야 빠른 이동이 해금됩니다만 이동의 불편함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소닉이 맵을 빠르게 가로지를 수 있어서 입니다. 소닉답게 레일을 타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으면 빠른 이동보다 돌아다니는 재미가 더 큽니다. 젤다와 명백히 다른 방향으로 오픈월드가 채워지는 것입니다.
(3) 어렵지 않은 플랫포머
앞서 스토리에서 설명했듯이 소닉은 달리는게 미덕입니다. 화면 전환이 워낙 빨라서 대부분의 퍼즐과 스테이지가 강제 전개 투성이이고 점프 함정도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몇 번 재도전하면 어느 타이밍에서 버튼을 눌러야 할 지 외어지므로 어떤 면에서는 리듬게임과 마찬가지입니다. 젤다 야숨처럼 맵 곳곳에 퍼즐을 뿌리긴 했습니다만 퍼즐의 성격이 전혀 다른 소닉 프론티어는 젤다 야숨과 닮았으면서도 명확히 차별되는 퍼즐 오픈월드를 구현한 셈입니다.
액션치인 제가 엔딩을 볼 수 있는 걸 보면 난이도 낮은게 확실합니다. 뒤로 갈수록 까다로운 플랫포머도 등장합니다만 안해도 엔딩 보는덴 지장없습니다.
3. 음악 ( ★★★★ )
소닉 프론티어 자체 음악은 별거 없습니다. 기본 배경이 멸망한 폐허라 소닉스럽게 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체 가능한 배경음악이 역대 소닉 시리즈의 노래를 모조리 쓸어 담은 것 같습니다. 수십개나 되는 명음반을 듣다 보면 절로 흥이 납니다. 배경음이 고정되는 포탈에 들어가는게 싫어질 정도입니다.
4.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컨트롤러
계속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플랫포머 게임이라 아날로그 스틱 위치가 인체공학적인 XBOX 컨트롤러 스타일이 좋습니다.
조작법은 약간 구닥다리입니다. 스킬을 구사하려면 여러 버튼을 조합해야 하는 암기력이 필요한 방식입니다. 저같은 초보자를 위해서 스킬 자동 발동 옵션이 있으나, 대략 5대 평타 때리고 랜덤하게 스킬을 구사하는 방식이라 딜 타임에 집중적으로 때려야 하는 적을 상대할 때에는 콤보 도중 대기 동작이 긴 기술이 터지면 복장 터집니다.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자동 콤보를 꺼야 유리합니다.
5. 총평 (★★★★)
세간의 평가대로 양작이었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길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파고들 만한 요소도 많고 오픈월드도 재밌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걸작은 아닙니다만 구입해도 돈이 아깝지 않은 중상급의 양호한 게임입니다.
저도 맵을 쏜살같이 돌아다니는 손맛과 잔뜩 남아있는 수집 요소 때문에 당장은 지우지 않고 생각 날 때마다 한 두 시간씩 플레이 할 생각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기작도 이번작과 같은 스타일의 오픈월드로 나온다면 지금보다 참신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드네요. 이번 작품이 양호한 이유는 예전에 나온 소닉 게임을 집대성해서 그렇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건 프론티어에서 다 보여줬는데 앞으로 뭘 더 추가할 수 있나요? 결국 어크 시리즈처럼 양산형으로 나오지 않을지 쓸데없이 걱정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