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3회 레트로 게임장터 - 소감
국내 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 합니다.
1. 장소 선정의 문제
롯데마트 1층 식당가의 중앙 벤치 자리를 빌려서 진행되었습니다. 당연히 가족단위(주로 엄마+아이)로 바글거리는 장소입니다. 배치도 운동장과 같이 길쭉한 타원형이고 안쪽에 매점들이 있어서 부채꼴로 사람들이 몰려드는 구조입니다.그 결과, 장소가 협소해서 통로를 지나다니는 것도 힘들 정도이고 구매하는 사람들이나 판매하는 사람들이나 식당가에 식사하러 들렀다가 빠져나오는 사람들이나 피곤한 광경이 연출되었습니다.
워낙 협소한 장소라 패키지를 늘어놓기도 힘든 상황이라 대부분 박스에 롬팩을 막 쌓아두고 팔기 때문에 원하는 게임을 찾기도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애들이 오면 안되는 곳인데 (대놓고 일본 18금 게임도 파는 곳도 있음) 식당에 온 김에 구경하던 부모와 아이들이 불안했습니다. 적어도 가든 파이브의 넓은 빈터에서 좍 펼쳐놓고 차근차근 판매했더라면 장시간동안 찬찬히 살펴보면서 골랐을텐데 명동처럼 북새통이라 빨리 ㅌㅌ 했네요.
2. 불법의 온상
대부분의 서브컬쳐가 양지로 나올 때 문제가 자주 발생하는 부분입니다. R4팩이라든지 하드 플스라든지 성인용 상품을 나이 보지 않고 그냥 막 판매하고 있는데, 지금 상태로는 법적인 태클 한번이라도 걸리면 우수수 무너지는 수준의 대학 동아리 행사급 장터입니다. 따라서 불법적인 문제를 철저히 제거하고 성인용품, 복돌이 판매를 주최측에서 막아서지 않으면 앞으로도 이 이상 행사를 크게 키울 순 없으리라 생각됩니다.
문제점을 떠나서 이벤트에 대한 전체적인 평가를 내려보면 대체적으로 미묘한 수준입니다.
장점
(1) 상품 폭이 상당히 넓다. 단일 규모로는 그래도 국내 최대 규모로 고전 게임기들이 모이는 장소라 용산에서 싹 사라진 레트로 기기를 그나마 쉽게 구입할 수 있다.
(2) 가격이 크게 바가지는 아니다. 일부 판매점은 명백히 바가지이지만 대체적으로 인터넷으로 구입할 수 있는 가격과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으로 구입 가능하다. 저렴하진 않다.
단점
(1) 희귀품은 구하기 힘들고 비싸다. 슈마 같이 대중적인 타이틀들은 거의 모든 부스에 걸쳐서 쉽게 발견되는 한편, 시가 10만원이 넘는 희귀팩들은 아예 안 나오거나 인터넷 시세보다 비싸서 그냥 구경하는 수준이다.
(2) 최근 제품들은 오히려 비싸다. 가치가 아예 없는 레트로들은 대체적으로 인터넷 시가에 따라 형성되어 있지만 여전히 게임매장에서 팔고 있는 최신 제품들 (3DS, 스위치 등) 은 전부 매장보다 비싼 가격이라 그냥 되팔이로 보인다.
(3) 국내 최대 규모라곤 하지만 여전히 작다. 아키하바라 레트로매장 하나 들른 기분이지만 전문성이나 매니아적인 부분이 떨어진다.
그냥 딱 이름값 하는 수준입니다. 벼룩 장터 수준... 생각보단 비싸지 않았다는 게 의외였고요.
이번에 득템한 PSX 입니다. 외관이 거의 폐급이고 시디도 시원찮게 돌아간다는데, 컬렉션으로는 실격이지만 가격이 워낙 싸서 첫 맛보기로 구입했습니다. 왜 이렇게 싼가 했더니 일본에서도 많이 폭락한 상태라서 그런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