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Cause 4 - 짤막 소감
Avalanche 스튜디오는 제가 오랫동안 아끼던 회사 중 하나입니다.
어크 초기작과 폴아웃3만 나왔고 스카이림과 폴아웃 뉴 베가스가 발매되기 이전이었던 2010년에 출시한 Just Cause 2 는 여러모로 충격적인 오픈월드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무려 Windows Vista + DirectX 10 전용 게임이라 당시 대세였던 Windows XP + DirectX 9.0c 에선 구동할 수 없었기에 윈도를 업글하면서까지 플레이 했죠.
당시에 경험한 저스트 코즈2의 비주얼은 충격적이었습니다. 그 때는 그래픽이 빠르게 발전하던 고도성장의 시기였기에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준 크라이시스1 도 발매된지 얼마 안되었을 때였습니다. 저스트 코즈2는 진정한 의미로 심리스 오픈월드를 구현한 최초의 게임 중 하나라서 GTA V 처럼 비행기를 타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아름다운 풍경을 구경했습니다. 최신? DX10 덕분에 넓은 가시거리와 성층권까지 가는 높은 활동 고도를 확보하여, 맵의 천장에서 고공 스카이점프를 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습니다. 특히 지금도 기억에 남는 광경은 눈덮힌 설산의 티베트 포탈라궁입니다. 지금도 동급으로 구현하는 게임이 몇 없는 저스트 코즈2의 광대한 필드와 아름다운 풍경은 크라이시스1 과 다른 방향으로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저스트 코즈2 는 광대한 오픈월드에 뿌려진 적 기지를 터뜨리고 점령하는 땅따먹기 식 게임이었습니다. 필드에 새빨갛게 보이는 적 기지를 닥치는 대로 부수면 카오스 포인트가 올라가고, 포인트가 목표 수치에 도달하면 해당 지역이 해방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옛날 게임이라는게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탈 것을 제공했기에 저는 여객기를 타고 적 기지에 내리 꽂히는 등 창의력을 발휘해서 지도에서 적 기지를 하나씩 지워 나갔죠.
자유로운 저스트 코즈2의 세계는 지금도 인상깊은 저만의 명작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후속작인 저스트 코즈3 는 출시되자마자 플레이 했음에도 인상이 다소 흐릿한 편입니다. 이는 제작진의 의도가 들어간 게임성 덕분인데,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자유롭게 싸우던 JC2 와 달리 JC3 는 공격 목표가 선명해졌고 미션도 많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미션 같은 거 없이 닥치는 대로 싸우고 다니면 되었는데 말이죠. 이와 같이 자유도를 제한하고 특정 미션으로만 공략하는 방식은 저스트 코즈4 에서 한층 더 강화되어 JC2 와 완전히 다른 게임으로 만듭니다.
저스트 코즈4 가 땅따먹기(점령)하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1) 적 기지를 전부 청소하더라도 이미 점령한 아군 지역과 인접하지 않으면 점령 불가능 (예전에는 적진 내부 깊숙히 들어가서 내키는 대로 점령)
(2) 특정 주요 미션이 있다면 해당 미션을 반드시 클리어해야 지역 점령 가능해짐
(3) 예전처럼 적 기지나 적 세력을 밀어서 카오스 포인트를 벌고, 카오스 포인트 (게임 내에서는 고용한 병사 수로 표현함) 를 소모하여 점령이 가능해진 지역을 점령.
새로 추가된 제한 때문에 저코4는 숨이 턱턱 막히는 점령전이 되었습니다. 그냥 적진 깊숙히 들어가서 막무가내로 쓸어버리고 다녀도 점령이 불가능하므로 반드시 구석진 곳에 있는 요새로 찾아가서 귀찮은 미션을 클리어 해야만 합니다. 획일적이고 반복적인 미션도 재미없지만, 인질 구출이라든지 호위 임무를 수행할 때 덜 떨어진 NPC AI 때문에 이동을 못하고 계속 리젠되는 적의 집중공격을 받다 죽어버리면 스트레스가 팍팍 쌓입니다.
요약하면,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예전처럼 아름다운 풍광을 구경하다가 지나가는 적기지 몰살시키고 또 여행을 떠나는 자유도는 사라졌고, 재미없고 버그 투성이인 호위나 구출 미션에만 닥돌해야 맵을 해금하는 방식으로 바뀐 겁니다. 결과적으로 유비 어크 시리즈나 파크라이의 클론 게임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바뀐 방식이 하도 원성을 산 덕분에 이후에 추가된 DLC 미션에서는 다시 옛날 방식으로 돌아왔을 정도입니다만, 정작 본겜은 수정하지 않은 구제불능 상태인데 누가 사겠습니까?
아발란체 스튜디오의 JC4 는 결국 상업적으로 실패를 겪었으며, 이후 출시한 Rage 2 도 실패를 겪고 현재까지 5년 넘게 신작인 Contraband 를 개발중입니다. 참고로 이건 197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온라인 코옵 건슈팅 게임이라 다음 오픈월드 게임 (아마도 저스트 코즈5) 발매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개인적으로는 JC2 에서 그래픽과 게임성으로 크게 감명을 받았고, 이후에도 매드맥스 오픈월드 게임에서도 IP 의 세계관을 멋지게 재현한 황무지 오픈월드로 좋은 인상을 받았기에 좋아했던 회사였지만, 저스트 코즈 시리즈의 게임성이 점차 달라지고 유비 어크 또는 유비 파크라이 456의 클론 게임이 되어버리니 더 이상 즐길 이유를 못 찾겠습니다. 갈수록 내리막길이라서 이젠 스튜디오의 존속부터 우려되는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글을 마치기 전에 정정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름이 똑같아서 그동안 착각하고 있었는데, 저스트 코즈 시리즈를 만든 회사는 Avalanche Studio 이고, 현재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호그와트 레거시는 Avalanche Software 였습니다. 호그와트 레거시를 하면서 역시 오픈월드를 주로 만들어온 명가에서 만든 게임 답다고 생각해왔는데 전혀 아니었고, 오히려 Cars 나 디즈니 인피니티처럼 영화와 연계된 저연령층 대상 게임을 주로 만들던 회사가 갑자기 내놓은 오픈월드 게임은 전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게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사실 관계를 정확히 파악한(?) 덕분에 그동안 저코 및 매드맥스로 정을 쌓아온 아발란체 스튜디오는 마음에서 완전히 정리할 수 있을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