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Cause 3 클리어 소감
저코4 에서 하도 실망해서 다시 한 번 저코3을 플레이 해봤습니다.
예전에 엔딩을 본 기억이 없었는데 도전과제를 확인하니 당시에 중도 포기한 것이 맞습니다. 이번에는 엔딩까지 밀었습니다.
저코3 을 주욱 플레이하면서 저코 시리즈가 2,3,4로 가면서 어째서 내리막길을 걸었는지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글은 저코3 에 대한 평가 보다는 저코 2-3-4 의 변천사 및 저코 시리즈의 변화에 대한 제 생각을 주로 적겠습니다.
저스트 코즈2 는 게임의 그래픽이 일취월장하던 시기에 발매된 게임이었습니다. 2007년 발매한 크라이시스1 은 지금도 통용되는 차세대 그래픽의 시작을 알렸으며, GTA 4와 폴아웃3 는 과거의 비좁은 맵에서 벗어나 전세계가 심리스로 연결되는 오픈월드 게임의 미래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저스트 코즈2는 지금도 다른 오픈월드 게임이 따라오기 어려울 정도로 광대한 맵을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었으며, 이는 다른 게임에서는 결코 볼 수 없었던 충격적인 비주얼 쇼크를 안겨줬습니다. 또한 윈도 VISTA + Direct X 10 이상 전용 사양이라는 하이스펙으로 15년 전 게임인데도 현세대 그래픽의 편린이 보이는 훌륭한 비주얼, 그리고 수많은 다양한 오브젝트의 물리엔진 및 상호 작용을 보여줬습니다.
위에 언급한 것들 전부 지금 시점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도 익숙해진 개념들입니다만, 당시에는 저코2 만한 게임이 없었고 어느 사업이든 선점효과는 엄청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저코2는 저에게 지금도 갓겜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편, 5년 후에 나온 저스트 코즈3 는 전보다 더 광활하고 넓은 세계에서 훨씬 풍부한 상호작용 요소를 탑재하고 나왔습니다. 그래픽 및 UI 는 완전히 현세대 수준이고 후속작 저코4 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입니다. 아니, 지금 시점에도 버그 투성이 후속작보다 훨씬 플레이할 만 합니다.
그런데 갓겜 저코2를 플레이한 제가 발매하자마자 구입한 저코3를 중간에 그만 둔 이유는 뭘까요? 저코3 는 저코4로 수렴되는 게임성의 변화를 겪고 있었고, 저는 그것을 결코 환영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1) 자유도가 낮은 미션 강제 : 저코3 의 미션 진행 방식은 전작 저코2 에 더 비슷하지만 후속작에서 극도로 달라진 저코4 의 모습도 일부 담고 있습니다.
제가 4편 미션을 매우 싫어하는 이유는 플레이의 자유도를 극히 제한해서 입니다. 드넓은 맵과 물리엔진, 상호작용 같은 저코 시리즈 최대 장점을 내팽개치고 유저가 길을 둘러가거나 꼼수를 부리지 못하도록 실내 맵에서만 돌아다니게 만듭니다. 공략법도 전작에서 줄을 묶어서 끌고 다니는 식으로 마치 젤다 야숨처럼 물리엔진을 미션에서도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전부 내던지고 오직 한가지 특수 기믹을 써야만 클리어가 가능하게 설계했습니다. 안그래도 스토리도 유치하고 연출도 전작보다 구린데, 메인 미션 만이 아니라 사이드 미션도 다 비슷한 답답한 방식으로 도배해놓으니 게임에 흥미가 생길 수 없었습니다.
저코3 은 아직은 자유도가 남아있는 미션 구성입니다만 저코4 미션의 편린이 살짝 보여서 씁쓸합니다. 장래가 유망하던 아이가나중엔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 상태에서 점차 불량하게 변해가는 청소년을 보고 있는 느낌입니다.
(2) 여전히 정돈되지 못한 UI : 드넓은 오픈월드는 맵을 빠르게 이동하는 탈 것의 조작감이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코 시리즈는 대대로 UI 조작 최적화에 실패했습니다.
모든 탈 것마다 마우스 민감도 및 시야각을 설정 가능하게 해야하는 건 쾌적한 조작감의 기본인데 제작진은 후속작 저코4 까지 이를 일관되게 무시하면서 유저의 피지컬을 요구하는 피곤한 게임이 되었습니다. 게임을 최대한 즐기려면 마우스 민감도를 항상 최고로 올려서 화면을 획획 회전시켜야 하며, 차량이나 헬기에 탑승할 때마다 바로 바뀌는 조작감을 견디며 때로는 비좁아진 시야각으로 멀미까지 느껴야 합니다. 3편도 멀미가 꽤 나지만 4편은 시야를 아예 확 좁혀버려서 훨씬 울렁거렸네요. 물론 시야각 조정 옵션은 없습니다.
이처럼 피로한 조작감 때문에 저코 시리즈는 몰입하기 좋은 게임성에도 불구하고 타임머신을 타기 어렵습니다. 하다 보면 피곤해지기 때문에 알아서 30분 간격으로 쉬게 됩니다.
(3) 버그에 무관심한 제작진 : 아발란체 스튜디오는 대대로 발매 후 게임을 내팽개치는 걸로 악명이 높습니다.
발매 당시부터 진행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난이도를 높이는 버그가 몇개나 있는데 후속작이 나오고 10년이 지난 지금도 해당 버그가 남아 있습니다. 덕분에 몇 번을 도전해도 안 깨지는 메인 미션을 팔다리 잘린 상태로 공략하느라 피땀을 흘렸네요. 예전에 플레이하다가 그만둔 것도 진행 불가 버그에 걸렸다고 생각해서 인 것 같습니다. 지금도 그 버그가 남아있고 이번에는 어떻게든 유튜브 공략을 따라하여 억지로 클리어 했습니다. 현재는 도전과제 일부도 버그로 클리어가 안됩니다.
후속작 저코 4는 버그가 더 심합니다. 미션 버그도 버그지만 저코 3 까지는 괜찮았던 물리 엔진이 4 에서는 완전히 망가져서 미션만이 아니라 일반 맵을 돌아다닐 때에도 몇 번이나 저를 어이없게 만들었습니다.
(4) 유저를 빡치게 만드는 적 AI : 아발란체 스튜디오는 이후 ID 소프트웨어와 협업하여 Rage 2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저코3 도 전투 감각이 괜찮은 편이었고 저코4는 사격시 타격감도 훌륭합니다. 그런데 Rage 는 한가지 아주 악명이 높은 게임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게 뭐냐하면...
적 AI 가 하도 좋아서 유저가 쏘는 걸 다 피하는 걸로 빡침을 유발합니다. 레이지 2 와 비슷한 시기에 발매된 저코4 도 레이지의 악명 높은 AI 를 탑재한 건지 적이 달려오는 걸 총을 들어 조준하면 알아서 옆으로 게다리 걸음을 추면서 사사삭 피해버립니다. 게임은 적당히 쉬워야 한다구요! 가뜩이나 탄약 구하기 힘든 다연장 로켓 런처를 게다리에 점프까지 하면서 로켓을 모조리 피하는 걸 복장이 다 뒤집힙니다!!
저코4 의 적 AI 가 굉장히 빡치는 고수준인데 전작인 저코3 도 상당히 빡치는 편입니다. 안 그래도 조종이 힘든 헬기 및 비행기를 타면 확실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적 비행기가 내 조준선을 피해 갑자기 방향을 틀어버리고, 헬기 이동 방향을 예측해서 미리 조준선을 갖다대면 갑자기 헬기가 이동을 멈추고 조준선 바로 옆에서 멀뚱히 저를 바라봅니다. 그냥 빡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플레이어의 탄약까지 낭비시킨다는 면에서 저코3와 4의 우수한 적 AI 는 스트레스 유발 요인입니다. 내 멀티 로켓 탄약이 하늘로 쏘아올려진다구요!
그 외에도 스크린샷 촬영 불가 등 저코3 만의 단점이 몇개 더 있지만 이 글은 저코 시리즈가 2-3-4 로 갈수록 어떻게 쓰레기 게임이 되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적었으므로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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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저코2 - 저코3 과 게임성이 거의 동일하지만 지금 시점으로는 옛날 것이 되어버린 다소 구닥다리 그래픽 및 UI 가 진입장벽. 지금 사도 재미는 있지만 고전게임에 속한다.
저코3 - 10년이 지난 2024년에도 손색없는 그래픽과 아직 살아있는 저코2의 자유도. 할 만 하지만 조작이 불편해서 피지컬을 요구하며, 몇몇 미션은 피할 수 없는 버그로 난이도가 불합리함.
저코4 - 쓰레기 게임. 저코3 과 다를 바 없는 그래픽에 맵 크기 및 상호작용은 오히려 후퇴했으며 자유도 없는 일자진행 강요 미션 및 어크식 사이드 퀘스트 범벅. 파크라이 6 클론.
저에게는 추억 미화로 여전히 저코2 가 가장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습니다만 처음 저코 시리즈를 접하는 분에게는 무난하게 저코3 를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