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더랜드2 짤막 소감
초반만 잠깐 깔짝이다가 쓴 소감입니다.
보더랜드2는 루트슈터 게임 장르를 열은 대표작으로 유명하며 3편까지 도합 1억장에 가까운 8천만 장을 판매한 대작입니다. 그래서인지 보더랜드2 도 발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해서 온라인 접속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친구가 없습니다. 친구 없이 혼자 플레이한다면 어떤 단점이 부각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1) 무의미한 오픈월드
맵이 넓은 편이며 이동수단도 지원합니다만 대부분 무의미합니다. 타 오픈월드 게임이라면 적 기지를 정복하여 안전지대로 만들어 버렸을 텐데, 보더랜드 2 에서는 맵을 전환하거나 퀘스트 종료 후 재방문하면 똑같은 적이 반갑게 총을 쏴댑니다. 사방 어디를 가더라도 계속 무한리젠되는 적을 상대해야 하는 거죠.
또한, 오픈월드의 전형적인 특징인 비선형적인 퀘스트 설계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커다란 적 기지를 몰살시키고 점령전을 완료한 것 처럼 보여도 현재 진행중인 퀘스트에 등록된 지역이 아니라면 기지 가장 안 쪽의 보스가 등장하지 않거나 퀘스트 진행에 필요한 아이템이 잠금이 걸려 획득 불가능한 상태여서 나중에 또 다시 와야 합니다. 그냥 사방팔방으로 적과 싸울 수 있을 뿐이지 유저의 이동 동선은 한 점에서 다른 한 점으로 이어지는 선형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겁니다. 이 시점에서 오픈월드를 돌아다녀도 괜히 헛수고한 느낌이 들어 게임에 대한 흥미가 절반은 줄어들었습니다.
(2) 처음부터 코옵을 전제로 만들어진 게임
보더랜드2 싱글 플레이에서의 가장 큰 패널티는 죽었을 때 가사 상태에서 회복이 불가능한 겁니다. 코옵이라면 쓰러졌을 때 팀원이 다가와서 일으켜 세워 줬을텐데 싱글에서는 그냥 땅바닥에서 죽어가야 합니다. 그 외에 항상 적에게 숫적으로 밀리고 포위 상태로 전투를 치러야 하는 불리함도 있습니다.
(3) 불합리한 적 AI
적 AI 는 아주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불합리함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앞서 저스트 코즈나 Rage 에서 언급한 유저를 빡치게 하는 고급 인공지능은 아니라서 적당히 맞아주지만 순순히 계속 맞아주지는 않고 옆으로 굴러다니는 등 나름 재미있는 슈팅 게임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놈들이 코앞에서만 리젠됩니다. 기지 입구는 적들이 진을 치고 있기 때문에 안전한 장소에서 쏘면서 진입할 수 있습니다만, 일단 적 기지 안으로 들어가면 적이 리젠 되는 건물 근처로 다가갔을 때 갑자기 5미터 앞에서 탱커 몹과 자폭병이 뿅 튀어나와서 화염방사기로 저를 지져댑니다. 근접 전투나 화력이 쎈 캐릭터라면 몰라도 저는 원거리 저격캐라서 적이 기습 리젠되는 건물 근처는 다가가기도 싫을 정도로 스트레스를 줬습니다. 지역 정복 형식 오픈월드가 아니기 때문에 다른 맵에 갔다가 다시 오면 몰살시킨 적이 고스란히 리젠되므로, 다시 적 건물 앞을 지나가면서 적이 뿅뿅 튀어나오면 그렇게 빡칠 수가 없습니다.
보더랜드2의 가장 큰 장점은 디아블로처럼 아이템 파밍하는 재미입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무기마다 정해진 기본값이 있고 거기에 추가 옵션이 랜덤으로 붙어서 원하는 옵션을 가진 무기가 언제 나올지 모르는 도박성 컨텐츠입니다.
랜덤 옵션 무기는 야누스의 양면을 가진 시스템인데요. 엔드 컨텐츠로 활용될 경우엔 똑같은 맵을 몇 번을 재도전해도 언제 원하는 무기가 나올지 모르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전형적인-악명높은 반복 컨텐츠가 됩니다만 아직 엔딩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는 운에 따라 해당 단계의 난이도를 뛰어넘는 무기가 튀어나올 수 있기 때문에 유저에게 약간의 반복플레이 만으로도 더 좋은 총기를 획득하여 게임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합니다. 바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면 더 고레벨 적이 나오므로 일시적으로 붕괴된 파워 밸런스도 바로 해결되죠. 제가 재미있게 플레이 했던 어크 오딧세이도 매 고비마다 장비 파밍하여 캐릭터를 육성시키는 재미가 뛰어났습니다.
랜덤 장비 옵션 파밍 시스템이 재미가 있으려면 게임의 밸런스가 아주 잘 맞아 떨어져야 합니다. 장비 파밍이 필수로 느껴지도록 난이도를 세심하게 조절해야 하고, 갓옵 장비를 얻더라도 그 이상의 새로운 장비를 얻고 싶어지도록 계속해서 더 강력한 적(컨텐츠)이 추가되어야 합니다. 디아블로 같은 온라인 멀티 전용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라면 언제든지 밸런스 조절이 가능합니다만 어크 오딧세이처럼 오프라인 싱글플레이 전용 게임에서는 항상 수정이 가능한 온라인과 명백히 다른 방식으로 난이도를 잡아줘야 합니다.
보더랜드2 는 싱글과 협동 플레이 둘 다 지원합니다. 그런데 싱글과 멀티에서의 파워 밸런스를 둘 다 동시에 잡을 수 있을까요? 완전히 다른 상황 (싱글은 혼자서 포위된 상황에서 무쌍 / 멀티는 여러명과 동시에 몇 배의 화력으로 적과 전투) 에서 똑같은 무기를 들었을 때 동일한 전투를 치루는 건 불가능합니다. 발매된 지 10년이 지나도 계속해서 온라인 지원중인 보더랜드2 는 오프라인 싱글 플레이시 밸런스는 포기한 듯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반픈월드, 부당한 AI 설계와 더불어 싱글로는 적에게 밀릴 수 밖에 없는 부족한 무기 화력으로 게임 난이도가 몇 배 뛰어올라 싱글 플레이로는 그다지 재밌게 즐기지 못하겠습니다. 소울류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통 이상의 난이도인건 확실합니다. 10년 넘은 옛날 게임이지만 많이 팔린만큼 지금해도 나쁘지는 않은데, 같이 할 친구를 구하는게 가장 어려운 게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