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건담 게임 2종 비교
오래간만에 괜찮은(?) 건담 게임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에 무거운 엉덩이를 들어서 콘솔을 켜봤습니다. 올해 내내 PS5 에 전원을 넣은게 이번이 처음이네요.
건담 브레이커4 가 괜찮게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 게임이 정말로 제가 원하는 게임인지 확신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건브4와 함께 제가 가장 선호하는 VS 시리즈의 최신작을 해봤습니다.
건담 VS 시리즈란 연방 VS 지온 (속칭 연대지) 을 시작으로 지금도 나오는 시리즈를 말합니다. 액션 명가로 이름높은 캡콤에서 처음 제작했으며, 대략 아군 2대 적군 2대 편성하여 상대편을 쓰러뜨리는 아케이드 대전 액션 게임이었습니다.
VS에선 기존 건담 액션 게임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어지럽게 난립하던 조작체계를 캡콤의 대전격투게임처럼 간단하면서도 다채로운 입력이 가능하도록 정돈했으며, 기체간 밸런스는 기체 코스트 및 세력 총합 코스트 체제를 도입하여, 강하지만 코스트도 높은 기체가 터질 경우 아군 세력의 코스트가 급감하고 세력 총합 코스트가 0 밑으로 내려가면 패배하는 식으로 맞췄습니다. 덕분에 자쿠 같은 허약 기체는 여러번 출격 가능한데 건담은 하나만 터져도 패배 직전으로 몰리죠.
다소 편의주의적인 시스템이지만 연대지를 기점으로 비로소 건담 IP 액션 게임이 정립되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건담 IP 에 엄청난 영향을 준 게임이며, 아직도 초대작인 연대지 DX 아케이트 버전이 돌아가고 있는 오락실이 있을 정도입니다.
연대지가 첫번째 건담 애니메이션을 주제로 다뤘다면 후속작인 에우고 VS 티탄즈는 두번째 애니메이션인 Z 건담을 다룬 작품입니다.
에대티는 전작보다 전투 템포가 상당히 빨라져서 숙련된 유저의 입맛에 맞췄으며, 전작과 마찬가지로 해당 세계관만 구현하여 Z건담의 세계관에 푹 몰입할 수 있었던 명작입니다.
세번째로 나온 작품은 ZZ 건담이 아닌 건담 SEED 를 배경으로 한 연합 VS 자프트입니다. 연대자는 세 작품 중 가장 정신없이 날아다니고 피하고 쏘아대는 뉴타입용 게임이었습니다. 적어도 저는 그렇게 기억합니다. 그리고 건담 시드는 애니메이션을 본 적 없어서 그다지 접점이 없기에 연대자부터 VS 시리즈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죠.
연대자 다음에 나온 건담 VS 건담 시리즈는 이전과 달리 모든 건담 시리즈를 타이틀 하나에 우겨넣기 시작했습니다. ZZ 건담을 건너뛰고 연대자로 가버린 것만 봐도 짐작할 수 있듯이, 이후의 건담 애니메이션은 체급이 딸려서 단 하나의 작품 만으로는 타이틀을 전부 채우는 것이 힘들다고 여긴 것 같습니다.
저는 이때부터 건대건 시리즈에 크게 비호감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연대지와 에대티를 각별하게 여기는 건 게임 내 분위기 (BGM, 등장 기체, 스테이지 배경 등) 가 해당 애니메이션을 충실하게 재현했고, 덕분에 게임을 하면서 애니메이션의 향수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게임도 잘 만들었고 IP 컨텐츠를 충실하게 활용하면서 원작의 가치까지 올리는 최고의 미디어 믹스 전개입니다.
한편, 건대건 부터는 제가 본 적도 없는 건담 애니메이션의 기체가 계속 툭툭 튀어나오고, 배경음악도 생소하고, 캐릭터나 배경도 생소한 몰입이 안되는 컨텐츠가 대부분이라 즐거워할 수 없더군요. 매년 조금씩 수정하고 새 건담 애니메이션이 나올 때마다 추가 컨텐츠 넣어주고 하면서 시리즈를 연명하기엔 딱입니다만, 저는 딱 하나만 집중적으로 다룬 예전의 연대지나 에대지 같은 작품을 재발매해줬으면 합니다. DJMAX 리스펙트 시리즈처럼 DLC 형태로 각각의 애니메이션을 계속 추가하는 식이면 최고이고요. 물론 반다이는 돈 벌어야 하니 그렇게 안 해줍니다.
제가 이번에 구입한 건담 Extreme VS Maxi Boost On (PS4) 은 건대건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 작품 중 가정용 콘솔로 나온 가장 마지막 작품입니다. 지금도 오락실에서 최신 버전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최신 버전은 가정용으로 내놓지 않습니다.
직접 해보니 역시 아케이드 기반 게임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PS4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PS2 시절처럼 메인 컨텐츠는 아케이드 모드 (2vs2) 이며, 타이틀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싱글 플레이 미션 모드를 넣어놨습니다만 무의미한 수준입니다. 미션 수가 굉장히 많고 파고들만한 구석도 많습니다만 보상을 얻어봤자 신 기체 해금도 없고 멀티플레이 모드에서 사용하는 아바타나 휘장 교체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하나의 애니메이션에만 초점을 맞춰 완성도가 높은 연대지, 에대지, 연대자를 플레이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만 전부 PS2 게임이고 리마스터도 안해주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선 다른 분에게 도저히 추천할 수 없습니다.
가장 최근 작품인 익스트림 맥시 부스트 온은 모든 건담 시리즈를 총망라했기 때문에 새로 시작하는 분에겐 모르는 작품 투성이라 몰입이 힘들듯 합니다만, VS 시리즈는 지금까지 여전히 최고의 건담 IP 액션 게임이며, 맥시 부스트 온은 현세대 콘솔에서 플레이 할 수 있는 가장 게임성이 높은 건담 게임이므로 차선책으로 추천합니다.
마침내 이번 글의 주인공 건담 브레이커 4 의 등장입니다. 최신 작품인 건브4 가 글의 중심이 되어야 할텐데 뜬끔없이 VS 시리즈를 나열한 건, 건브보다는 VS 시리즈에서 제가 할 말이 더 많아서 그렇습니다.
여기까지 읽은 시점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건브4는 익스트림VS맥시부스트온과 다른 방향성을 가진 게임입니다.
합성 개그짤이 아니고 엄연히 게임 시스템으로 만들 수 있는 기체입니다. 즉, 건브4 는 기체 각 부품을 자유롭게 교체하고 VS 시리즈와 유사한 게임성으로 전투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어... 기체 조합이 저렇게 자유로운데 게임성 개판나지 않겠냐고요? 당연히 개판납니다. 시리즈가 4까지 오면서 계속해서 밸런스 조정을 해주고 있긴 합니다만 최신작인 건브4 도 벌써 사기 밸런스 무기 파츠 목록 등이 공유되고 있습니다. 게임성도 치밀하지 않아서 게임에서 표기한 스펙과 실제 스펙이 다른 경우가 허다하고 버그로 구현이 안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맥시 부스트온과 비교하면 건브4 의 액션성 및 완성도는 확연히 떨어집니다.
건브4에서 주목할 만한 부분은 게임성이 아닌 건담의 조립 그 자체에 있습니다. 게임 내부에서도 대놓고 반다이 건프라 박스를 보여주고, 박스를 개봉해서 부품을 확보하는 식으로 전개됩니다. 위의 유머짤처럼 독특한 기체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만 시중에 판매중인 건프라를 구현할 수도 있습니다. 기체 여러대로 디오라마를 만들 수도 있고 기체 포즈도 수십개가 준비되어 있으므로 건프라를 좋아하는 분에겐 아주 찰떡궁합인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근데 부품 모으는 재미가 전부라면 한계는 뻔합니다. 콜렉션을 전부 완성하는 식으로 언젠가 컨텐츠가 바닥나는 날이 오게 되며, 자기가 직접 꾸민 독특한 기체를 남에게 자랑하는 것도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고 안하는 사람은 금방 질려서 떠납니다. 건브4는 중고 가격이 금방 하락하는 타이틀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건브4는 반다이 치고는 이례적으로 스팀에서도 동시발매되었습니다. PC 는 모드로 개조가 가능하니 게임 수명이 조금은 더 늘어나겠죠. 건담팬, 그 중에서도 건프라를 만드는 걸 좋아하는 팬에게 가장 안성맞춤인 게임이므로 내가 즐길 만한 게임인지 좀 고민하시는게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