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파이러시 - 걸작 리듬액션 게임
한 번 올클하고 올리는 소감입니다.
1. 스토리 (★★★★★)
간만에 보는 엄청나게 멋진 게임입니다. 스토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유치하고 캐릭터들도 진부한 스테레오 타입이긴 합니다만, 마치 24편 1쿨짜리 파워퍼프걸 애니메이션을 통째로 보는 듯한 수려한 연출력과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성으로 흠뻑 몰입할 수 있습니다. 어른도 피식할 정도로 클리셰를 비트는 개그가 끝없이 나와서 보는 내내 웃음을 감출 시간이 없습니다. 유튜브 공략 비디오를 잠깐 감상하시기만 해도 이 게임이 얼마나 재밌는지 삘이 옵니다.
분량도 리듬 게임으로서 피곤할 정도로 길어서 1 스테이지 당 1시간 이상 소요하고, 그게 10개 넘게 존재하여 12시간을 집중해서 플레이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액션 게임이라면 짧을 수도 있습니다만, 게임 내내 집중해야 하는 리듬겜에서 이 정도 분량은 피곤해서 나눠서 해야 할 정도로 빵빵한 분량입니다.
2. 게임플레이 (★★★★)
처음 플레이하면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느껴져서 실망할 수 있는데, 2~3 스테이지를 거치면서 기능이 완전히 해금되면 그냥 리듬 게임이라는 걸 알게 됩니다. 적이 멀리 있어도 줄을 당겨 단숨에 다가갈 수 있고 회피 및 패링 기능까지 익히고 나면 아예 방향 스틱을 조작하지도 않고 끝없이 공격-공격-공격-패링-공격-줄당기기-공격-회피 로 적 무리를 싹쓸이 하는 콤보 삼매경을 펼칠 수 있습니다.
배경음의 박자에 맞춰 공격 버튼을 탁-탁-탁 누르는 방식은 스페이스 채널5 등 아주 초기의 리듬 액션 게임부터 있어왔습니다. 과거작과 비교하여 하이파이러시가 최신 리듬 액션 게임이라는 걸 강하게 느끼게 해주는 부분은 배경음만이 아니라 주위 온갖 사물과 주인공까지 박자에 맞춰 비쥬얼로 확실하게 박자감을 알려주는 시각적 편의성입니다. 덕분에 단 한순간도 박자를 놓칠 틈이 없으므로 박자치인 사람도 1시간이나 되는 스테이지를 계속 플레이 하다보면 저절로 버튼을 탁-탁-탁 누르게 됩니다. 엔딩보고 난 후 글 쓰고 있는 지금도 키보드 타이핑을 탁-탁-탁 박자에 맞춰 입력하고 있습니다;
굳이 단점을 꼽는다면 정박으로만 공방이 이뤄지다 보니 어느 순간 적이 다 똑같이 느껴져서 질리는 거네요. 그래서인지 가드를 깨야만 공격이 통하거나 특수 공격으로 기절시켜야만 클리어 할 수 있는 성가신 기믹을 넣었는데 전체적으로 유쾌한 게임 분위기와 동떨어지는 엄격한 제한 조건입니다.
3. 음악 (★★★★★)
모든 리듬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건 당연히 음악입니다. 음악이 매력적이지 않고 입력시 키음 미지원으로 반응이 시원찮다면 게임 할 맛이 안 납니다. 하이파이러시는 소시민이 락스타가 되어 대기업을 때려부수는 내용대로 멋진 락 음악을 수십개 넣었으며 (각 스테이지 당 최소 2곡 = 일반 스테이지 1 곡 + 보스전 1곡), 단순히 한 곡을 무한 재생하는게 아니라 구간 별로 변주를 계속 넣고 어드벤쳐 - 전투 - 궁극기 사용 등 플레이 양상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곡조가 변화하여 지루함을 느낄 수 없었습니다.
반복 플레이 성이 좀 떨어지긴 합니다만 음악이 나빠서 반복 플레이가 어려운게 아니라 전투가 단조롭고 뻔해서 다시 하기 싫어지는 겁니다.
4. 컨트롤러 적합도 : 아무거나
이 게임은 표면 상으로만 액션 게임이고 실제로는 버튼 입력만으로 적에게 자동으로 붙고 자동으로 회피하는 순수 리듬 게임입니다. 따라서 전투시 방향키는 별로 쓰지 않으므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 / ★★★★★)
원래 시작은 쉽지만 마스터는 어려운게 리듬 게임입니다. 사람에 따라 플래티넘 트로피 따기 매우 어려울 수도 있고, 원래 격투 게임 매니아라서 금방 감을 잡은 분은 단 번에 클리어 할 수도 있으므로 개인차가 큽니다.
6. 총평 (★★★★★)
과거에도 이름높은 리듬 액션 게임이 몇 있었죠. 스페이스 채널5 나 기타루맨, 파타퐁 등 이름만 들어도 기억하실만한 리듬 액션 타이틀이 누구에게나 하나 쯤 있을 겁니다. 하이파이러시는 2020년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리듬 액션 게임이며, 리듬 게임을 새로 접하는 분이나 이전에 즐기셨던 분들 모두에게 평생 기억으로 남을 만한 걸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재밌는 게임의 증표인 제 꿈에서도 나왔으니 확실합니다!
다만 리플레이성은 다소 떨어지는 편이니 처음 올클 12시간을 농밀하게 즐긴 후 되팔면 적절하겠습니다.
-----------
사족으로 게임 외적인 부분을 살펴보면 하이파이러시는 불운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발표 전까지 단 한번도 홍보할 기회를 받지 못해서 깜짝 발표하자마자 판매를 시작했고, 엑스박스 게임패스 데이원으로 나와버려서 수백만명이 게임을 플레이해도 돈주고 사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이전작들이 연거푸 실패했기에 하이파이러시를 만들던 탱고 게임웍스 스튜디오는 결국 폐쇄되었습니다만, 위와 같은 외적인 악재를 보면 폐쇄는 기정사실이었던 셈입니다. 그 마지막 작품이 한 시대와 장르를 대표할 만한 걸작이고, 같은 계열사에서는 타지도 못한 GOTY 를 혼자서 수두룩하게 받았는데도 말이죠.
폐쇄되었긴 하나 다행이 개발인력까지 완전히 분해되지는 않았고, 국내 게임회사 크래프톤에서 남은 인력 + 하이파이러시 IP 를 인수했다고 하니 하이파이러시 차기작 출시는 확정된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렇게 잘 만든 게임이 그냥 사라져 버리지 않아서 천만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