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스트랜딩 2 소감
플래티넘 트로피는 땄으나 플래티넘보다 더 어려운 게임 내 도전과제 올클은 하나 실패한 졸업 소감입니다.
저는 액션치라서 다크소울식 싸움이나 시간제한 과제 같은 걸 정말 못합니다. 가장 어려운 배달 미션도 유일하다시피한 타임어택 전투라서 엄청나게 준비하고 계획한 끝에 도전해서 달성했지만, 코지마 게임 전통의 VR 미션은 사전 준비가 아예 불가능한 집단 근접전 난투라서 깰 가망이 전혀 안 보이더군요. 처음 등장하는 적 5명조차 넘을 수 없어서 몇트 후에 포기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VR 미션 클리어 도전과제 하나만 빼고 나머지 올클입니다.
다시 게임 소감 및 평가 글로 돌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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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스토리 (★ ★)
데스 스트랜딩 1 (이하 DS1) 의 역대급 별 5개에 비해 명백히 부족한 작품입니다. 장점과 단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장점
* 탁월한 컷씬 연출. 스토리 몰라도 유튜브 쇼츠로 보더라도 넋놓고 볼만한 명장면 투성이
* 훨씬 좋아진 인물 그래픽과 표정 묘사로 컷씬에서 작중 인물의 감정 묘사가 생생하게 전달되고 무슨 감정인지 잘 전달된다.
단점
* 인물 연기 잘하고 컷씬 연출도 멋진데 왜 성질내고 싸우고 웃는지 이야기의 맥락이 이해가 안된다.
* 전작처럼 엔딩까지 가야 작중 전개에 대한 의문점이 대부분 풀리는데 스토리의 큰 줄기가 중구난방이고 매력없어서 기대치가 낮다.
* 전작 인물 소외, 홀대 - 특히 주인공인 샘에게 쓸데없고 복잡한 서사를 쑤셔넣어 실망하게 만든다.
* 후속작 발매를 감안하여 1편의 불편하지만 구수한 설정을 전부 삭제하고 누구나 아는 범용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로 전락
6년 전에 나온 DS1 은 코지마 감독만의 매우 독특한 세계관과 훌륭한 인게임 세계관 구현으로 온갖 구수한 냄새를 풍기는 호불호 요소로 떡칠된 개성 강한 게임이었습니다. 덕분에 액션 게임으로서도, 호러 게임으로서도 어느 쪽도 아닌 완전히 새로운 취향의 장르를 개척하여 좋아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더 싫어하는 게임이 되었죠.
하지만 이번 DS2 는 설정과 스토리, 그리고 1편에 나온 등장인물도 전부 표백하여 흔하디 흔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이 되었습니다. 1편 등장인물 대부분이 중립 NPC 화 되고, 2편에서도 여전히 주인공인 샘도 본인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어졌습니다. 2편부터 처음 시작한 분이라면 샘과 1편 등장인물의 매력을 하나도 못 느낄테죠.
반면 스토리의 메인 골자는 샘의 불편한 과거이고 불편한 인물들만 집중 조명하여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습니다. 마치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2 에서 1편 작중 등장인물이 박살나고 오히려 악역을 부각시킨 것이 생각나는데요. 그래도 역대급인 라오어2처럼 샘을 야멸차게 박대한 건 아닙니다만, 몇 번을 거듭 생각해봐도 그냥 새로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서 2편을 만드는 것이 훨씬 낫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돈이 없어서 기존 자료 그대로 써먹어서 만들려고 무리수를 둔 거겠죠.
그래서 DS2 스토리에 대한 종합평가는 별 1개 입니다. 스토리 작가를 외주 준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미드 시즌 2 3 4 5 스토리 꼬라지와 똑같은 모습입니다. 이런 전개라면 코지마 감독 은퇴 후에 누가 만들어도 될 것 같이 흔하네요.
별 하나 더 준 이유는 작중 컷씬 연출이 전부 재미있고 "짧고" 연기력이 충만합니다. 이놈들이 왜 이런 짓을 벌이고 무슨 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마치 감독이 "여기서는 웃으세요!" "꺄르르!" "여기서는 슬퍼하세요!" "흑흑흑" "여기서는 분노하세요!" "캬오오!" 라고 친절히 지시하는 듯 영상의 호소력이 매우 뛰어나서 그냥 보게 되더랍니다. 물론 두 번 보게 되면 스킵하겠죠.
2. 게임성 (★ ★ ★ ★ ★)
DS1 에서 게임성을 제한하던 각종 억까 요소를 삭제하여 보다 보편적인 액션 어드벤처 전투 택배 장르물(?)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편에서 전투 액션이 심심해서 불편한 분과 택배 업무가 불편해서 아쉽다는 분 모두 만족하는 보편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저도 전작 DS1 초회 버전인 PS4 버전에서는 몇몇 택배 임무가 밸런스 붕괴 급으로 어려워서 포기하고, 나중에 나온 PC판 디렉터스 컷에서 새로 나온 신규 배달 수단까지 써서 겨우 올클 달성할 수 있었는데요. DS2 는 밸런스 조정에도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겼는지 배송업무 대부분이 아주 어렵지 않고 아주 쉬운 것도 아닌 적당한 수준이었습니다. DS2 에 나온 신규 배달 기능도 아주 파격적이지 않고 배송업무를 잔잔하게 쉽게 만드는 수준이라서 디렉터스 컷과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전투 기능의 발전이 매우 탁월합니다. DS1 은 첫 미션에선 아예 BT 를 공격할 수단을 제공하지 않아 공포심을 주고, 탄약도 살상탄과 비살상탄을 철저히 구분하여 사람을 죽였을 경우 페널티가 어마어마했습니다. 반면 DS2 는 탄약 체계를 단순화하고 처음부터 무기를 와장창 퍼부어주면서 오가며 보이는 BT 와 뮬 따위 손쉽게 격퇴하고 보상을 챙겨가는 배드애스가이로 재탄생했습니다. 나중엔 드론 공중부양총을 우르르 들고 다니고 포병 원격 지원, 심지어 초거대 BT몬까지 소환해서 보스 따위 2분이면 다 잡아버립니다.
물론 그만큼 적도 무기를 잔뜩 준비해와서 샘에게 총알의 비를 쏟아부으므로 노가다를 열심히 해서 고성능 장비를 해금해야 난이도가 올라가지 않습니다.
한편, 1편에서는 구린내가 나는 세계관을 활용하여 아주 독특한 택배 미션이 자주 등장해서 게임내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DS2 는 세계관이 표백된 덕분에 미션 대부분이 비슷비슷해서 중복이 심하여 지겹게 느껴졌습니다. 몬헌이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처럼 전작의 요소에 대폭 의존하는 시리즈물의 한계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이번 작의 게임성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설산 지형입니다. DS1 에서 설산의 난이도가 쉬웠다는 지적이 있었는지 DS2 는 모든 산맥 지표면에 가파른 경사를 줘서 건물 설치를 매우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DS2 의 산맥은 모두 뾰족뾰족하게 복붙한 느낌까지 들어서 산을 보는 재미가 많이 줄었습니다. 게임성은 개선했지만 이 게임의 본질인 한가하게 트래킹 및 등반을 하면서 주위 풍경을 구경하는 목적에는 걸맞지 않은 거죠.
3. 그래픽 ★ ★ ★ ★ ★ ★ (호불호 : ★)
전작 DS1 도 아일랜드의 이국적인 풍경을 탁월하게 묘사하는 훌륭한 작품이었습니다만, 이번 DS2 는 DS1 까지 뛰어넘은 엄청나게 실사적인 그래픽으로 완성되었습니다. 프레임도 퀄리티 모드 30 고정으로 안정적이고 퍼포먼스 모드 60 도 유지가 잘 되어 PS5 Pro 에서 게임하기 엄청 편했습니다.
다만, 그래픽의 방향성 면에서 지나치게 포토리얼리즘을 추구하느라 제가 바라는 장면은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대충 이렇게 화사하고 멋진 조명으로 멀리 펼쳐진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는데요. 항상 뿌옇게 깔린 구름이나 안개로 시야가 답답한 편입니다.
이번작 그래픽 최악의 단점은 가독성을 완전히 박살낸 눈뽕 그래픽입니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십니까?
이 정도로 눈뽕을 자주 당하고 가독성이 떨어지는 AAA 게임은 처음 봅니다. 심지어 나중에는 눈에 극심한 통증이 생겨서 공포감에 모니터 밝기를 절반으로 줄였습니다. 하루 12시간 겜해서 그런거 아니냐고 태클걸기 금지.
아트 디렉팅이 스샷 찍기에는 좋아도 게임하기에는 엄청 불편해서 잘못된 것 같은데요. 게임 개발사에 그래픽 조절에 실패한 유명 사례로 남을 듯 합니다.
4. 음악 ( ★ ★ ★ ★ ★)
게임 음악의 활용이 세상에서 가장 탁월하고 앞서나가는 게임입니다. 코지마의 BGM 음악 선곡 센스도 탁월하지만 게임 진도에 맞춰 갑자기 새로운 음악이 잔잔하게 깔리는 연출도 소름끼칩니다. 게다가 이번 작에서는 택배하면서 뮤직 플레이어로 노동요를 틀 수 있어 게임이 전혀 심심하지 않습니다. 다른 어지간한 게임의 멍청한 뮤직 플레이어와 달리 인게임 상황에 맞춰 자동으로 음소거를 하는 것도 정말 잘 어울리고요.
무엇보다 뛰어난 점은 작중 모든 조작 요소에 효과음을 적절하게 달리하고, 버튼 누른 감각을 패드 진동으로 확실하게 응답받는 닌텐도스러운 효과음 디렉팅입니다. 닌텐도의 뿅뿅거리는 점프음을 이렇게 고급스럽게 게임 전반에 세심하게 부여하니 인벤토리 관리하느라 메뉴 돌아다니는 스트레스까지 줄어듭니다. 눈뽕 그래픽만 없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전세계의 모든 게임은 데스 스트랜딩 2 에서 배경음과 효과음, 그리고 패드 진동 피드백이 어떻게 쓰였는지 분석하고 최대한 따라해야 합니다.
5. 버그 (★ ★)
정식 발매 후 거의 매일 몇 번이나 업데이트로 버그를 픽스하는 것 같더군요. 저도 여러가지 자잘한 버그를 겪었습니다만, 게임 자체가 튕긴 건 딱 한 구간 뿐이고 나머지는 쉽게 극복하거나 게임에 영향을 주지 않는 소소한 버그였습니다. 전체적으로 매우 안정적이었습니다.
6. 트로피 난이도 (★ ★ ★ ★)
인게임 도전과제가 별도로 있어서 트로피보다 어렵습니다. 진정으로 완벽한 올클리어를 노리려면 200 시간 가까이 필요합니다. 지금은 공략 사이트가 거의 없는데 나중에 공략 보면서 하면 몇십시간 더 아낄 수 있을 겁니다.
참고로 DS2는 의뢰 목록 정렬 및 검색 기능이 있어서 아직 클리어하지 못한 미션을 쉽게 찾아갈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이 없었다면 매우 불편했을 텐데 덕분에 신속하게 미완료 미션을 찾아 클리어 했습니다. 공략 위키 볼 이유 거의 없습니다.
7. 컨트롤러 추천 : PS5 듀얼센스 무조건!
전작도 햅틱 진동과 어댑티브 트리거를 잘 활용했는데 DS2 는 PS5 컨트롤러 활용의 끝판왕을 달립니다. 음악에 맞춰 패드도 진동하고 메뉴 이동시 뿅뿅거리는 효과음과 함께 패드 진동도 강력하게 전달되어 누르는 재미가 탁월합니다. 나중에 PC 로 DS2 디렉터스 컷이 나오더라도 무조건 반드시 필수로 PS5 컨트롤러 사서 햅틱 진동 및 어댑티브 트리거 기능을 맛보시기 바랍니다. 안 쓰면 게임 재미 절반 손해보는 겁니다. 다른 모든 게임이 따라해야 할 컨트롤러 활용입니다.
8. 총평 (★ ★ ★ ★)
DS2 는 DS1 에 비해 모든 것이 편리하고 접근이 쉬운 보편적인 게임이 되었으나, DS1 의 강렬하고 기억에 남는 스토리 라인 대신 미드 시즌2 이상에서 흔히 보이는 캐릭터 억지로 뒤집기 및 매력없는 반전으로 게임 자체에 대한 인상은 흐릿해졌습니다.
앞서 중간 소감에서 DS2 이전에 DS1 부터 하라고 누누이 강조했는데, 지금 시점에서는 조금 망설여집니다. DS2 는 시리즈를 거듭할 수록 쾌적해지는 시리즈물의 후속작입니다. DS1 이 택배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하면서 다소 거친 면모가 있었고, DS2 는 게임성 최적화 끝에 장르를 완성했습니다. 처음 하는 분에겐 DS2 가 당연히 더 접근성이 좋습니다.
하지만 게임성에만 주목하지 않고 스토리와 캐릭터 같은 부가적인(?) 요소까지 종합적으로 보면, 여전히 DS1 은 애증이 겹겹이 쌓인 역대급 게임입니다. 게임성은 불편하고 구린내가 나지만 그만큼 세계관에 푹 몰입할 수 있고, 2편보다 매력적인 등장인물의 스토리를 보면서 게임의 거대한 서사의 줄기가 마지막에 하나로 모여 엔딩에서 대폭발하는 기승전결의 짜릿함을 즐길 수 있습니다. 2편 스토리도 1편의 서사 방식을 대놓고 따라했기에 1편보다 못난 스토리는 더욱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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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코지마 감독이 밝힌 대로 데스 스트랜딩 3 는 코지마 프로덕션의 다른 후계자 감독이 만들 겁니다. 코지마 감독은 앞으로 두 게임 더 만들고 은퇴하여 영화 만들러 갈 예정입니다.
데스 스트랜딩 2 는 코지마 감독이 게임계에 남기는 유작입니다. 1편에서는 코지마 감독 맘대로 만들었기에 호불호가 강한 게임이 되었고, 2편도 코지마 감독이 건든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1편의 독특한 요소 대부분이 표백되어 이젠 누가 만들어도 이상하지 않은 범용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DS2가 1편 만큼 독특하고 제 마음에 쏙 드는 게임이 되지 못한 건 아쉽지만, 앞으로 후속작이 나올 여지를 이렇게 확실히 보여준 이상 DS3 도 반드시 플레이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