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코프 Duckov 삭제 후기

요즘 한창 핫하다는 게임을 사서 해봤는데, 지금까지 경험으로는 유행타는 게임 따라해봤자 재미없거든요. 하지만 이번 게임은 저에게도 친숙한 장르라서 꽤 재미있게 즐겼습니다.


이 게임은 20년 전에 크게 유행했던 에일리언 슈터의 아종이며, 다크소울처럼 난이도를 대폭 끌어올리고 RPG 요소를 보강한 게임입니다.
에일리언 슈터는 아기자기하고 치밀한 쿼터뷰 맵 화면에서 무빙으로 적탄을 회피하고 마우스 컨트롤로 적을 쓰러뜨리는 게임입니다. 덕코프와 에일리언 슈터의 차이점은 에일리언 슈터는 적이 수백 수천마리 무리로 달려들고 일당백인 주인공이 시원하게 달려가면서 소탕하는 게임 VS 뒤뚱뒤뚱 걸어다니면서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에 가는 고화력 총기를 들고 1:1 다크소울식 싸움입니다.
또한, 에일리언 슈터는 구석에 위치한 스위치를 올려서 문을 여는 등 RPG 적인 요소가 최소화, 간략화되어 있는 반면, 덕코프는 다크소울과 비슷한 빈도로 아이템을 수거해오고 배달하고 스토리를 진행시키는 퀘스트 요소가 대폭 강화되어 있습니다.
한 번 죽으면 끝나는 것도 비슷합니다. 에일리언 슈터는 한 번 죽으면 처음부터 재시작이고, 덕코프는 기본 균형 난이도에서는 시체를 남겨서 또 다시 죽기 전에 시체를 찾아내면 아이템을 전부 회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에일리언 슈터는 공략법이 정해져 있는 액션 게임이라서 죽어도 고정 출현하는 무기를 수거하여 다시 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덕코프는 열쇠나 퀘스트 아이템 등 RPG 적인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두 번 연속으로 죽어 시체 회수를 못하면 다시 할 엄두를 못 낼 정도로 큰 충격을 받게 됩니다.

덕코프의 장점은 엄청 많습니다. 퀘스트가 굉장히 치밀하게 짜여 있고 등장하는 아이템을 사용하거나 파괴하는 과정에서 상호작용이 굉장히 다양하고 재밌습니다. 동전 꿰기를 분해하면 비트코인이 숨겨져 있다거나 안가에서 비트코인 채굴하는 코인팜을 운영한다든지요.
덕코프의 한계는 퀘스트 운영 및 인벤토리 운영이 매우 지겹고 귀찮다는 겁니다. 기본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인벤토리 용량이 매우 적고 충분히 자동화 할 수 있는 구간에서 마우스 클릭을 엄청 해줘야 하는 것이 귀찮습니다. 성장할 수록 맵을 돌아다니는 시간보다 인벤토리를 정리하고 비우는 시간이 더 길어지는 것도 그렇고요. 퀘스트 시스템도 다크소울보다 불편할 정도로 원시적이어서 퀘스트 따라가기 귀찮습니다.

덕코프는 고작 5명이 만든 인디게임이며, 한 가지 UI 로는 모든 사람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없습니다. 이 게임은 싱글 게임이기 때문에 스팀 창작마당의 유저 모드로 게임을 개인 최적화할 수 있습니다. 게임 난이도 조정 및 무기, 맵 추가부터 아예 1인칭, 3인칭 숄더뷰 시점 전환, 스킨 변환까지 온갖 종류의 모드가 출시 1달도 안되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제 경우 인벤토리, 무게 무한대 확장, 모든 스탯 2배 파워업을 걸고 했으며, 덕분에 난이도를 다크소울에서 에일리언 슈터의 대량학살 급으로 낮춰서 매우 즐겁고 손쉽게 했습니다. 모드 중에 적 등장 수 30배 올릴 수 있는 것도 있던데 정말 에일리언 슈터처럼 대량 학살 가능한 건슈팅 게임으로 튜닝할 수도 있겠습니다.

오늘까지 참 재미있게 하다가 갑자기 중단하기로 마음 먹었는데, 불합리한 버그로 죽어서 시체를 떨궜기 때문입니다. 이 게임은 에일리언 슈터와 달리 죽을 때마다 패널티가 커서 충격이 심합니다.
갓 출시된 인디 게임임에도 어지간한 버그를 찾아볼 수 없고, 수많은 모드를 깔아도 안정적으로 돌아갈 정도로 잘 만들어진 게임입니다만, 그럼에도 버그가 아예 없는 건 아닙니다. 제가 걸린 버그는 전투 도중 마우스 왼쪽 클릭과 오른 클릭을 마구 난사하다가 어느 순간 5초 정도 렉이 걸려서 화면이 완전히 멈춰버리는 버그입니다. 게임이 멈춘 사이에도 게임 내 시간은 흘러서 화면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캐릭은 벌집이 되어 케찹 신세가 됩니다. 저는 신중히 플레이하는 편이므로 지금까지 4번 정도 죽었는데 그 중 3번이 이거랑 똑같은 버그입니다.
엔딩을 코앞에 두고 보스룸에서 시체 회수해야 하는 짜증과 귀찮음 (인벤토리 탈탈 털어서 2군 장비 구성해야 함) 때문에 당분간은 쳐다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다시 한다면 데스 패널티를 감소시키는 모드(죽으면 소지금 차감 패널티 등)라도 깔고 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