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 몇시간 첫인상

5시간 가량 플레이한 짤막 소감입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닙니다만 튜토리얼부터 게임의 장단점이 명확히 나오고 있어서 호불호가 굉장히 심한 게임이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바로 직전에 한 게임인 제노블레이드 크로스는 초반에 시스템을 과도하게 제한하여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하고 있는데, 붉은 사막은 이와 정 반대로 초반부터 시스템을 과도하게 풀어놔서 높은 진입장벽을 형성합니다.
위 스샷에 나오는 사물 대부분이 줍고 훔치고 주워서 던져서 부수는 것이 가능합니다. 스카이림의 가게의 3~5배 정도의 밀도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젤다 왕눈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많습니다. 어찌보면 더 방대하고 치밀한 오픈월드 게임을 원했던 분에게 꿈과 같은 구성이라 할 수 있겠네요.

주변 풀밭에도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곤충이 랜덤하게 출현하여 인벤토리를 순식간에 채웁니다. 위 스샷은 막 시작했을 때 정신없이 주운 결과인데, 스샷을 찍은 후 불과 1분도 안되서 인벤토리가 꽉 차버려서 비우는 걸 고심해야 했습니다. 인벤토리는 게임 내내 계속 부족하므로 스트레스의 주된 원인 중 하나가 됩니다.

상호작용 할 거리도 굉장히 많습니다. 게다가 대부분이 튜토리얼 없이 유저가 호기심을 가지고 다가가야만 발생하므로 유저의 플레이 스타일을 굉장히 탑니다. 저 같은 경우 시작 지점부터 모든 걸 다 줍고 마구 돌아다니고 사람들에게 물어보고 하니 10분 만에 5개의 생활 스킬을 얻어 경악했습니다.
각각의 생활 스킬도 굉장히 복잡합니다. 예를 들어 나무를 팰 땐 쓰러지는 방향에서 피해야 대미지를 입지 않으며, 이 후에도 큰 가지로 잘라내고 작은 가지로 또 다시 잘라내야만 최종 생산물인 장작을 주울 수 있습니다. 처음 할 땐 신기하지만 무기 강화할 때 필요한 나무 소재를 얻느라 수십 그루의 나무를 패고 다니는 걸 생각하면 까마득합니다.
다른 생활계 스킬도 마찬가지입니다. 전혀 힌트 없이 유저가 궁금해서 다가가면 숮돌을 갈 수 있는 스킬을 배우게 되며, 그제서야 무기를 갈아주면 연마 수명이 다 할 때까지 약간의 버프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이 게임의 모든 건 튜토리얼 없이 유저의 호기심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NPC의 호감도도 매우 난감할 정도로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마주치는 모든 NPC, 심지어 거지 한 명 고양이 한 마리까지 호감도가 별도로 설정되어 있으며, 일일히 대화를 나누고 적선도 해주고 해야 호감도 게이지가 오릅니다. 나중에 가면 일률적으로 여러명의 호감도를 쉽게 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팔콤 궤적 시리즈의 NPC 대사 도전과제 만큼 귀찮은 반복 작업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심지어 상점에서 새로운 물건을 보기만 해도 지식에 추가되고, 새로운 채집 도구(곡괭이 등)일 경우 해당 채집 스킬을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나게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채집계 스킬을 이 정도로 집요하게 세분화한 게임은 처음입니다.

퀘스트 수주도 마찬가지입니다. 게시판에서 종이를 찢어낸 후 주의깊게 읽어야 겨우 퀘스트가 시작됩니다. 이 모든 절차가 불편하긴 한데, 몰입용 장치로서는 일류입니다. 스카이림 모드에서도 붉은 사막처럼 가게의 진열품을 대폭 증가시키거나 퀘스트 수주 절차를 구리지만 몰입감이 가는 스타일로 변경하는 것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게임 개발사들은 이렇게 안 합니다. 젤다 야숨 왕눈도 채집계 스킬은 대폭 간편화되어 있죠. 왜일까요? 재미없는 반복 노가다이기 때문입니다. 꾸릿하고 불편한 경험은 처음 할 땐 신기하고 몰입감을 주지만, 나중에 나무 100개 채집해오시오! 하면 "안해! 나 갈래!"라고 저절로 외치게 됩니다.
아직은 극 초반이라 이런 채집계 노가다 작업이 얼마나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만, 맨날 채집 노가다만 도는 불온한 미래가 저절로 예상될 정도로 우려됩니다.

극 초반인데 두 번째로 인상적인 점은 모든 UI가 생소하다는 것입니다. 개발사가 좀 많이 특이한 것 같습니다. 콘솔 게임 특유의 전통을 완전히 무시하고 생전 처음 보는 스타일의 UI로 채워놨습니다. 마치 콜 오브 듀티를 둠이나 퀘이크의 조작법으로 플레이하는 듯 합니다. 바뀐 UI가 더 효율적이고 쓸만하다면 모를까, 전통적인 콘솔 조작법에 비해 명백히 비효율적이고 복잡하고 익숙해지는데 오래갑니다.
다른 기능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어 위 사진의 포토모드는 아주 기본적인 기능도 없는 반쪽짜리 입니다. 이런 무성의한 포토 모드는 처음 봤습니다.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건 지나칠 정도로 자세하고 쓸데없이 세분화했으며, 관심이 없는 부분은 놀라울 정도로 무성의하고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게임 모든 부분에 걸쳐 일관된 흐름입니다.

기본기를 갖추지 못했다고 말한다면 간단하겠지만, 이 게임은 굉장히 다면적인 호불호를 가진 B급 게임입니다.
제노블레이드 크로스는 40시간이 넘는 후반까지 시스템을 지나칠 정도로 제한하고, 서로 호불호가 상반되는 다른 장르를 섞어놔서 유저의 기대감에 따라 더 나쁜 평가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후반의 어느 특정 시점에서는 모든 요소가 시너지로 폭발하고 스토리까지 뽕을 뽑으면서 누구나 인정하는 갓겜 구간이 있습니다. 아쉽게도 그게 엔드게임 경험까지 이어지지는 않지만요.
붉은 사막은 처음부터 모든 기능을 공개했습니다. 그렇기에 기존 오픈월드 게임에서 구현 못했던 엄청 세밀한 생산 기술(초록색 선)이 초반부터 큰 매력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하지만 불편하고 기괴한 UI(파란색 선)가 지속적으로 도트대미지를 주고 있으며, 방대한 생산 기술도 유저에 따라서 불호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전체 평균 점수(빨간색 선)로 보면 미묘합니다.
앞으로 생산 기술의 피로도가 얼마나 가파르게 증가할지, (이미 그다지 좋지 않다고 알려져 있지만) 스토리에서 뽑을 뽑을 수 있는지 등이 이 게임이 누구나 할만한 B급 게임인지, 아니면 극악으로 매니악한 B급 게임일지 여부를 결정할 겁니다.
점수로 보면 제노블레이드 크로스는 지금 붉사 점수인 79점이 딱이고 초반 진입장벽이 걸리는 분은 60~40점, 붉은 사막은 초반만 보고 예상하면 70점대 초반입니다. 젤다같이 모든 시스템이 완성도 높고 통일되고 직관적인 게임을 선호하는 분이라면 60~40점까지 내려가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