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 - 30시간 인상

금요일부터 계속 달리다가 사방놀이를 끝내고 한숨 돌리면서 써봅니다. 아직 챕터1이면서 레벨업하고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구경중입니다. 사방놀이는 동서남북 한계선까지 도달하는 놀이를 말합니다. 이거 다음 단계는 땅끝밟기로, 동서남북 한계선을 따라 전부 걸어가는 거죠.

극초기 오픈월드 게임처럼 땅끝밟기가 쉽지 않습니다. 미니맵에서 지도 한계선을 보여주질 않아서 어디서 넘어가면 안되는지 보여주지 않고, 넘어가면 쓰러지고 10초 이내에 되돌아가려고 열심히 달려도 슬로우 모션까지 걸려버려서 결국 복귀 못하고 사망 처리 됩니다.



반면에 하늘쪽 제한은 상당히 널럴했네요. 활공 능력 강화 후 무한 스태미나가 가능한 과일주 계속 빨기로 다른 섬의 퍼즐을 풀었습니다. 아직 1장이라서 퍼즐을 풀어도 클리어는 안되더라구요.
젤다 왕눈처럼 하늘섬에서 뛰어내리면 지도 밝히는 작업에 큰 도움이 됩니다. 이 게임에 다른 게임의 흔적이 한 둘 있는게 아니죠.


내가 살다살다 K-어쌔신 크리드 게임을 마주칠 줄 몰랐네요. 유비 같은 해외 제작사에서만 만들 수 있을 줄 알았던 오픈월드 장르 게임을 국내에서도 만들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첫사례입니다.
장르만 같다 뿐이지 어크 시리즈처럼 매 작품마다 1천만장 파는 수준의 대중성과 게임성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7년 간 헛놀지 않은 모양인지 게임 곳곳에서 공들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건 퍼즐로 미니어쳐 성을 만들어 놓은 건데, 사진에 보이는 촛대 하나하나 다 별개의 오브젝트입니다. 인벤토리만 충분하면 다 주워갔을 텐데 말이죠.

아쉽게도 기차는 못 타봤네요. 낮에 가면 탈 수 있을려나?

이 게임은 마치 작은 게임 여러개를 하나의 맵 위에 서로 연결해놓은 듯 합니다.위 사진처럼 장가장을 연상케 하는 지역 하나를 돌아다니면 감탄이 나올 정도로 디테일합니다만, 바로 옆 구역으로 넘어가기만 해도 분위기나 체계가 완전히 다릅니다. 그 쪽도 돌아다니면 디테일이 굉장히 좋은데, 모든 지역이 다 제각각 따로 노는 것 같습니다.
그래픽, 조작, 퀘스트 구조, 지역 구조, 아이템 수급 상황, 장비 강화, 전부 어디선가 본 적 있고 각각의 요소만 따지면 기성 오픈월드 게임에서도 배우길 바랄 정도로 발전하고 감탄이 가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런데 서로 전혀 통일하지 못하고 따로 놉니다. 그래서 각각의 요소를 모아서 발생하는 폭발적인 시너지 효과가 전혀 없고, UI 조작감까지 요소마다 다 달라서 매 순간 다른 게임을 ALT+TAB으로 돌아가면서 하는 느낌까지 듭니다.

매우 극심하게 기형적인, 갈라파고스에서 20년 간 면벽수행 하다 나온 듯한 변태같은 소프트웨어입니다. 게임이 아닙니다. 노망난 70세 프로그래머가 종교적인 열정으로 자작한 PC용 운영체제 인터페이스를 봤을 때와 같은 섬뜩한 느낌이 듭니다.
신선함이란 측면에선 100점 만점 중의 100점입니다. 경험치가 하도 높아서 젤다나 스카이림도 지겨워서 못하는 사람에게 주옥같은 작품입니다. 그런데 게임이 아니라 사무용 소프트웨어에요. 마치 공인인증서 이중 승인으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싶어하는 듯한 조작감으로 계속해서 하면 몸이 아파오는 게임입니다.
왠만하면 잠시 쉬었다가 사펑 2.0 같은 천지개벽 수준의 패치가 나오면 다시 플레이 할테지만, 이 게임은 그럴 가망이 안 보여서 한 번 쉬면 영원히 빠이라는 생각으로 어떻게든 계속해서 악착같이 플레이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