닌텐도 라보 01 - 게임 클리어
닌텐도 라보 01 버라이어티 키트 클리어(?) 소감입니다. 이전에 다른 사이트에 첫 소감을 짤막하게 적어둔 적이 있었는데, 역시 전부 클리어하고 나니 첫 맛보기 했을 때보다 게임의 성격이 명확히 보이는군요.
스토리 : 없음
만들고, 놀고, 배운다
게임 플레이 ★★★★★/★
닌텐도 라보는 3단계 게임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 먼저 토이콘을 만들고(Make)
-> 가지고 놀면서 원리를 생각하고(Play)
-> 어떤 원리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면서 간단한 퀴즈쇼를 하는(Discovery) 구조입니다.
... 어떤 면에선 게임이 아니라 아동용 과학교재 같기도 합니다.
Make 부분은 장단점이 극명한데, 이게 아마 닌텐도 라보를 구입할 때 가장 망설이게 만드는 부분일 겁니다. 장점부터 언급하자면, 골판지 조립하는 재미가 건담 MG 급 이상의 프라모델을 만드는 것 같이 매우 다채롭고 흥미롭다는 점입니다. 오리가미(종이접기) 정도의 극 난이도는 아닌데, 저학년 아동들은 거의 조립이 불가능할 정도이고, 적어도 중고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혼자서 만들 수 있는 꽤 높은 난이도를 자랑합니다. 그만큼 버라이어티 키트에 포함된 6종류의 토이콘 전부 개성이 명확하고 만드는 방법도 제각기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가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조립에 열중할 수 있습니다. 또한, 골판지라는 소재를 최대한 활용하여 커스텀이 매우 쉽다는 것도 매력중 하나입니다. 매직팬 하나로 울긋불긋 문양을 그려넣어도 되고 스티커도 잘 붙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이런 걸 좋아한다면 굉장한 매력포인트일 겁니다.
단점은 종이라는 소재 특성상 누구나 걱정하는 내구성입니다. 실제로 제작하고나니 신주단지 모시듯이 아주 허약하진 않더라도 나름 보관에 신경 써줘야 찌그러지지 않고 정상작동을 보장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제품이 어떻게 동작하는지 잘 안다면 좀 찢어져도 스카치 테이프로 수선해가면서 쓸 수 있겠습니다만, 장담하건데 99%의 부모님들은 조립도 버거운데 고장나고 너덜너덜 지저분해지면 귀찮아서 그냥 재활용 처리해버릴 겁니다;; 또한, 조립 난이도가 매우 높기 때문에 초등학생 저학년생은 거의 조립이 불가능하고 부모님이 반드시 도와줘야 하는 문제도 있습니다. 친절하게 설명한 조립과정 영상이 있긴 합니다만 조립의 복잡성이 원체 높아서 영상 설명서가 없더라면 저도 조립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제가 보기엔 과학에 관심이 많은 이과 초등학교 고학년(?) 정도는 되어야 혼자 조립가능할 수 있고, 일반 중고등학생 미만은 거의 반드시 부모님들이 옆에서 도와줘야만 합니다. 그리고 후술할 이유 때문에 아이들이 과학 법칙에 대한 지식을 미리 알고 있는 것이 좋습니다.
다 만들고 나면 Play 를 하게 되는데, 어떤 건 너무 간단해서 실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어떤 것들은 매우 재밌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RC조이콘이나 하우스 같은 건 너무 유아틱스러워서 Play 보다는 Make 재미가 더 큰 수준입니다. RC조이콘은 가장 만들기 쉬운 만큼 기능도 단순한데, 나중에 Discovery 에서 더 많은 활용법(?)을 배우기 전까진 금방 내쳐버리게 됩니다. 하우스는 만드는 과정이 즐겁고 다양한 버튼들의 조합으로 여러가지 결과를 볼 수 있습니다만, 애초부터 유치원생 수준의 장난감입니다. 오토바이도 하우스 만큼이나 만드는 건 흥미롭습니다만, 조작법이 별로 안 좋기 때문에 흥미도가 급격히 떨어지더군요.
반면, 낚시는 굉장히 할만합니다. 낚시대의 내구성이 상당히 떨어져서 마음껏 낚시대를 돌리지 못하는게 아쉬울 따름이죠... 피아노도 복잡한 아이템이라 만드는 것도 즐겁고 그 결과를 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여기까지가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닌텐도는 여기서 한단계 더 나아간 놀라움을 준비했는데요...
Discovery 는 일종의 설명서입니다. 그런데 기존의 단순한 설명서와는 달리 굉장히 친절하고 효과적인 설명서 입니다. Discovery 의 첫번째 역할은 조립한 토이콘의 숨겨진(?) 기능 소개 입니다. 겉보기 만으로는 놓치기 쉬운 토이콘의 기능들을 카카오톡 대화방과 같은 대화 인터페이스로 친근하게 소개시켜줍니다. 단순히 말 만이 아니라 사진이나 영상도 보여주는 인터렉티브 매뉴얼이기 때문에 어른들도 볼만하며, 모든 튜토리얼을 보고나면 메달도 주기 때문에 나름 달성감도 줍니다. 어른이라도 Make 와 Play 만 해본 사람은 겉보기로는 넘어가기 쉬운 깜짝놀랄만한 기능들이 잔뜩 숨겨져 있으니 반드시 여기까지 즐기시길 권합니다.
두번째 역할은 원리 설명입니다. 어떤 원리로 토이콘이 작동하는지, 거기에 사용된 다양한 과학 원리들을 설명해주기 때문에, 물리법칙을 모르는 저학년 애들은 이 부분은 거의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부모들이 잘 지도해주면 매우 효과적인 과학 교재로 닌텐도 라보를 이용하실 수 있겠습니다.
세번째는 토이콘의 개조 방법 제안입니다. Make를 하고 나면 부품이 은근히 남아도는데, 바로 여기서 그 남아도는 부품을 활용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이미 기본적인 골격은 완성되어 있으므로, 여기서는 외양을 치장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는 방법을 배웁니다. 또한, 두번째에서 배운 원리를 이용하여 새로운 토이콘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합니다. 인터넷에 올라오는 기타 치는 장치같은 것이 대표적이죠.
설명이 길었는데, 닌텐도 라보 자체가 게임이라기 보다는 일종의 과학 교육 교재 같은 성격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라보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는 부분입니다.또한, 프라모델 조립하는 걸 닮아 있기 때문에 아이만이 아니라 이과 계열 부모들이라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하지만, 만약 아이의 연령이 너무 낮아 이해하기 힘들거나, 부모님이 이과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라 귀찮고 조립하는 걸 싫어하는 분이라면 닌텐도 라보는 최악의 장난감이 되어버릴 겁니다.
그래픽 ★★★
퍼스트 파티 답게 스위치에 최적화되어 있기 때문에 프레임도 좋고 그래픽도 적절한 수준입니다. 조립 부분은 깔끔한 인터페이스와 심플한 3d 화면을 보여주며, 적절한 연출 덕에 너무 유치하지 않습니다. 조립 다 하고 가지고 놀 때에도 최신의 화려한 그래픽은 아니지만 딱 닌텐도 수준의 적당한 그래픽 입니다.
인터페이스에서는 만드는 과정에서 건너뛰기나 오토 플레이 기능이 없는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만 대체적으로 만족할만한 수준입니다. 또한, 한글화가 필수인 타이틀 입니다. Discovery 부분에서 대사가 꽤 많이 나오기 때문에 국내 출시 할 경우 반드시 전체 한글화가 필수입니다. 아이들이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면 정발까진 비추합니다.
음악 ★★
뭐... 별로 입니다. 하나 조립하는데 1~2시간 걸리는데 같은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는 것이 짜증나긴 합니다.
트로피 난이도 ★
닌텐도는 트로피 시스템이 없습니다만, '게임의 끝'을 플래티넘 트로피라고 생각한다면, 이 게임은 플래티넘 트로피를 뽑을 수 있는 부류의 게임에 속합니다. 바로 Discovery 의 메달이죠. 하지만 조립이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며 다 합치면 약 10시간 정도 됩니다. 반면, 플레이 및 디스커버리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는데, 전 1시간만에 끝입니다. 꾸미는 걸 좋아하거나 창의력이 넘쳐난다면 몇시간이고 더 놀 수 있겠는데, 전 애들과 놀아주는 용도로 산 거라...
컨트롤러 적합도 : 오직 스위치 조이콘
이 게임은 본체와 조이콘들에 내장되어 있는 센서를 백배활용하는 게임입니다. 다른 게임기나 앞으로 나올 닌텐도 후속 게임기도 흉내낼 수 없는 그야말로 닌텐도 스위치 전용 게임입니다. 따라서 스위치+조이콘 말고 대체 가능한 다른 조합은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총평 ★★★★★/★
가장 꽂힐 만한 사람들은 이과생 중고등학생 및 부모들 입니다. 특히, '만들' 줄 아는 사람 수 마다 한번씩 만드는 게 가장 좋기 때문에, 대학 동아리 같이 아이들이 많은(?) 가정이라면 아이(?) 한명당 하나씩 사주는게 가장 분쟁의 소지가 적으리라 생각합니다. 또한, 부모가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과학법칙을 가르치는 교재도구로의 활용도 가능합니다. 반면, 아이가 과학이나 논리적인 사고방식에 익숙하지 않고 조립같은 걸 귀찮아 하거나 부모도 그런 사람이라면, 매우 좋지 않은 게임입니다. 왠만한 닌텐도 타이틀과는 달리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는 타이틀이기 때문에 선택을 조심하시는게 좋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과충이기 때문에 너무나 즐겁게 조립했습니다. 그리고 빨리 질렸죠. 딱 한번 조립하는 걸로 질려버리고 다시 조립하고 싶지 않다는 건 마치 프라모델 같은 느낌입니다.
닌텐도 라보는 근본적으로 골판지 조립하는 게임이 아니라 닌텐도 스위치라는 콘솔의 센서를 십분 활용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당장 다른 어떤 콘솔에서도 이를 따라 할 수 없으며, 3개의 독립적인 센서 덩어리가 있는 스위치 (본체+조이콘2개) 에서만 할 수 있는 곡예인 거죠. 생각해보면 닌텐도는 30년 전 부터 센서를 활용하는 방법을 꾸준히 찾아왔습니다. Wii모트는 말할 것도 없고, 패미컴 시절부터 컨트롤러에 마이크를 내장시키기도 했죠. 단순히 센서를 박아넣는 것만이 아니라 센서를 정확히 활용할 줄 아는 게임을 개발하는데 있어서도 닌텐도는 세계 최고라 부를만 합니다. 지금으로서 닌텐도 라보와 비슷한 걸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라면 스위치의 직접적인 경쟁대상인 스마트폰-태블릿 계열로 생각됩니다. 물론, 회사마다 기기 크기가 다 다르고 조이콘과 같은 센서 뭉치 같은 컨트롤러도 표준화가 되지 않은 상태이니, 포켓몬 고와는 달리 닌텐도 라보 만큼 본격적이고 방대한 센서 놀이기구를 당장 복제해서 만들어내긴 힘들 겁니다.
리플레이 성이 떨어지고 토이콘의 내구성 문제 때문에 오래 할 수도 없습니다만, 스위치에서만 할 수 있는 유니크한 오락거리입니다. 이걸 하기 위해 스위치를 살 사람은 없겠습니다만, 스위치가 있고 이과 계열이라면 (조립을 좋아한다면) 놓치고 가기엔 아까운, 그러나 좀 비싼 게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