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5) 목범선 입문
명색이 게임블로그 입니다만 취미생활 근황을 쓰는 곳이기도 해서 모형 제작기도 같이 올려봅니다.
목범선.... 언젠가 한번은 해보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생각보다 빨리, 그리고 가볍게 다가왔습니다. 어마어마하게 어려운 줄 알고 쫄아서 쳐다보지도 않던 거였는데, 이번에 눈 딱 감고 시도해보니 신세계가 열리는 듯 합니다. 그만큼 쉽고, 재밌고, 할 맛이 나고, 뿌듯합니다. 이렇게 좋은 취미생활...많은 분들이 잘못 알려진 풍문 때문에 쉽게 접하지 못하시는 게 안타까워서 앞으로 목범선을 입문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 및 소감을 적어나갈까 합니다.
일단 이번에는 목범선을 입문하면서 같이 구입했던 장비 및 가격 명세표, 구입 방법 등을 적어보겠습니다.
1. 가격
오래되었으나 가장 입구가 좁은 취미생활 중 하나인 목범선은 주로 가격 떄문에 많은 분들이 입문을 실패하곤 합니다. 위의 사진에 나와있는 제품만 하더라도 9만원 대에 구입할 수 있는데, 이게 가장 쉬운 입문자용 목범선 입니다. 대략 아래와 같이 가격대가 분포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1) 입문자용 : 10~20만원 - 간단한 소형 범선이나 위 제품과 같이 롱보트를 자세하게 묘사, 며칠 이내에 제작 가능
(2) 중급 : 20~40만원 - 산타마리아 같은 자세한 소형 범선부터 간략화된 대형 범선까지 가장 제품군이 많고 다양한 가격대. 이정도까진 집에 보관하기 쉬운 편이고 한달 이내에 완료 가능
(3) 중상급 : 50~100만원 - 중형급 전열함 (74문 갤리온 등) 및 매우 정밀한 소형 선팍의 큰 스케일 제품군. 사람들이 많이 안 찾는 가격대인 만큼 특이한 배들이 많으나 해외 직구 비중이 큰 것이 단점.
(4) 고급 : 120~200만원 - 끝판왕 전열함 및 1미터 이상의 초대형 범선. 제대로 완성해내더라도 집 안에 보관할 장소가 없을지도 모른다. 만드는 기간은 기본 1년.
위와 같이 결코 가격이 저렴한 취미생활은 아닙니다. 직구 하려고 해도 내부 부품들이 목재이다 보니 무게가 굉장해서 고급 전열함은 박스 무게만 20 Kg 정도나 하기 때문에 배송비도 잘 계산해봐야 합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목범선은 아르테사니아 (Artesania, 스페인) 라는 회사의 제품들이며, 정식 수입처가 있는 건지 직구+배송비보다 저렴하게 구할 수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안 찾는 제품일 수록 가격이 급격히 올라가기 때문에 해외직구도 고려대상에 올려둬야 합니다.
2. 판매처
제가 위 제품과 도구들을 구입한 곳은 홍대입구 쪽에 있는 네이버하비코리아 라는 큰 모형샵입니다. 기본적인 프라모델 뿐만이 아니라 목범선과 폭 넓은 제품까지 골고루 취급하는 샵입니다. 다만, 미니 사구는 제가 가본 다른 곳보다 취급하는 양이 적은 편입니다. 이 외에도 다나와 등지에서 artesania 제조사 이름으로 검색해보면 여러 모형샵들에서 인터넷을 통해 구입 하실 수 있습니다. 마이너 하다보니 다른 곳에서 파는 건 못 봤네요. (코엑스 등지에서 봤다는 분은 '프라범선' 이지 목범선은 아닐 겁니다.)
다만 배송에 대해서는 좀 고민해야 할 것이, 프라모델에 비해 충격에 강하긴 합니다만 워낙 잘 안 팔리는 목범선이다 보니 오랫동안 보관하면서 파손되었을 수도 있으며, 재수없으면 배송중 나무가 조각나는 일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분히 믿을만한 배송방법이 아니라면 직접 매장에 가서 가져오고 제품 내부도 확인하는 걸 권하고 싶습니다.
3. 구입해야 할 것 (추가 도구)
이건 나중에 사진과 함께 더 자세히 올리겠습니다.
(1) 자르는 도구 : 프라모델에 쓰는 니퍼, 그리고 학교에서 썼었던 조각갈이 필요합니다. 조각칼은 레이저로 각인된 나무판에서 부품을 꺼내기 위해 게이트를 뜯어내기 위해 필수입니다. 니퍼도 가능하면 갓핸드와 같이 폭이 좁은 곳에도 잘 들어가는 뾰족하고 날칼운 제품인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갓핸드는 나무용으로 못 쓰기 때문에 비싼 칼날 다 털리지 않으려면 사용해선 안됩니다.) 조각칼은 아무거나 사도 되고 (날이 흔들리지 않도록 어느정도는 되는 제품으로...) 니퍼는 끝이 뾰족 날카롭고 나무도 잘 썰리는 제품을 사면 됩니다. 커터나이프야 기본이죠.
(2) 망치 : 목범선에는 길이 5mm 지름 1.5mm 의 밥알만한 사이즈의 못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작은 못을 보통 못 때리듯 망치로 치면 못이 휘어지고 난리도 아닙니다. 그래서 목범선에는 튜브 모양의 망치, 또는 'Nail Pusher' 로 꾸욱 밀어넣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비싸진 않고 무조건 구입해야 하는 필수장비 입니다.
(3) 못, 핀 : 제가 구입한 목범선은 기본으로 10mm 못을 줍니다만, 조립하다 보니 5mm 짜리 못도 간절히 필요하게 되더군요. 5mm 짜리는 300개, 10mm 짜리는 200개씩 5천원에 판매중이니, 목범선을 여러개 만들 예정이라면 구입하시면 작업이 너무 편해집니다. 핀은 못 대신 부품을 고정하는 도구입니다. 조립하다 보면 못을 끝까지 박으면 안되지만 임시로 고정시켜야 할 때 핀을 씁니다. 목범선용 못과 마찬가지로 굉장히 굵기가 얇으나 길이는 긴 핀이면 됩니다. 문방구에서 파는 끝에 하얀 덩어리가 달린 그런 핀이면 충분합니다. 이건 사진이 더 편하겠네요.
(4) 실 : 목범선에는 다양한 재질의 실을 사용합니다. 물론 이건 시중에 파는 다른 실로 교체가 가능하죠. 기본 실이 부족하거나 맘에 안 들면 원하는 걸로 구입하시면 되겠습니다.
(5) 고정대 : Artesania 에서 판매하는 소형 고정대를 구입해봤는데요. 제가 구입한 Endeavour's Longboat 에선 전혀 필요 없지만 보다 큰 산타마리아 같은 범선을 제작시엔 필요해 보입니다.
(6) 접착제 : 순간접착제가 가장 좋습니다만, 프라모델보다 더 빠를 정도로 너무 순식간에 붙어버리고 한번 붙으면 나무가 깨질 정도로 철썩같이 달라붙게 됩니다. 따라서 매우 조심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일반 목공용 본드가 기본으로 권장되는데, 수정할 시간을 주기 때문입니다. 목공용 본드도 시간이 지나 완전히 마르면 엄청나게 강하게 붙기 때문에 강도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만, 마르는 시간이 몇십분은 필요하기 때문에 빠르면서도 강인한 체결을 원하신다면 순간접착제도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어떤 제품으로요? 물론 원조인 록타이트 401 이죠. 목공용 본드는 그냥 문방구에서 구입하시고요.
(7) 플랭킹 도구 : Artesania 에서 판매하는 플랭킹 보조 도구 (커터같이 생긴 놈) 는 큰 효과가 없습니다. 비싸다고 생각되면 사지 않으셔도 되고요. 물통도 필요한데 파스타 같이 길다란 나무가지를 물에 담가서 연하게 만든 다음 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유리병이나 콜라병 같은 거에 물을 담아서 나무가지를 꼳아두면 됩니다. 큰 대야에 담가두고 쓰고 있네요. 본격적으로 플랭킹 작업을 하고 싶다면 그냥 인두나 목범선용 인두를 구입하시길 권장합니다. 물에 담갔다가 인두로 지지면 휘어짐이 계속 고정되므로 더 편하게 작업하실 수 있습니다.
(8) 퍼티 : 플랭킹 작업을 할 때 2차 플랭킹 작업을 하기 전에 가능한 한 표면을 고르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주 조립을 잘 한다면 굳이 퍼티질을 할 필요는 없겠습니다만, 제가 처음 작업해본 결과 아주 비참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미리 저렴한 퍼티를 구입하셔서 플랭킹 작업시 사용하시면 완성도를 올릴 수 있습니다.
(9) 드릴 : 건프라같이 스냅타이트 방식으로 목범선을 조립할 수 있다면 너무 좋겠습니다만, 그렇게 만만한 동네가 아닙니다. 심지어, 돛대조차 갑판에 드릴로 구멍을 뚫고 직접 박아넣어야 하는 세계가 바로 목범선 입니다. 빙빙 돌려서 손만으로도 구멍을 뚫을 수 있는 킷이 있긴 합니다만 너무 싸구려라서 드릴이 쉽게 헛도니, 조금 더 투자해서 좋은 드릴이나 아예 전동 드릴 (물론 소형) 로 가시는 걸 추천합니다.
(10) 대니시, 바니시 오일: 목재가 고유의 아름다운 색을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감재 입니다. 작업 완료 전에도 몇번 사용해서 말려줘야 하는 절차가 끼어 있으니 미리 사두면 좋습니다. 아직 저도 이건 써보지 못해서 체험 후 정보를 올리겠습니다.
(11) 사포 : 무지 많이 씁니다..... 감자 덩어리를 강판에 갈아내듯이 나무를 갈아내야 하는 작업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꼭 추가로 사야 합니다. 편한 작업을 위해 사포 손잡이도 같이 구입하시고요. 150방 220방 정도의 거친 사포면 빠르고 효과적으로 작업할 수 있고, 500방 정도면 마무리 작업시 고운 표면을 만들 수 있습니다. 고급 옵션으로 전동 사포기도 있습니다만...
헥헥헥... 대충 생각나는 준비도구를 적었는데 엄청많네요. 물론 가격도 이전에 모형을 해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도구만으로도 10만원에 육박하는 거금이 듭니다.
여러모로 가볍게 접근할 수 없는 취미인 건 확실합니다만, 목범선.... 나이들면 누구나 꿈꾸는 모형 중에서도 탑 클래스 호감도를 차지하는 취미생활 아니겠습니까? 여유 있으신 분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쉽고 재미있고 만드는 작업 내내 뿌듯함이 가득한 목범선의 세계로 오시는 걸 환영합니다~
........... 여기 게임 블로그인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