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쌔신 크리드 유니티 - 첫 엔딩을 본 후
이제 겨우 엔딩 1회차(?)를 마쳤습니다. 다른 어크와 마찬가지로 어크 유니티도 엔딩 이후에도 풍부한 노가다 컨텐츠가 기다리고 있고, 사이드 퀘스트들에 여러 복선들도 잔뜩 숨어있기 때문에 이 정도로는 게임을 완전히 즐겼다고 보기는 힘들고 맛보기 수준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물론 제 글쓰기 방향은 스포일러 포함 내용에 대해선 미리 충분히 주의를 주거나 숨겨서 올리기 때문에 안해보신 분들도 이대로 스포일러 걱정없이 안심하고 계속 읽으셔도 됩니다.
스토리 ★★
전작을 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불만을 가질수 밖에 없는 스토리군요.
소위 말하는 기교를 잔뜩 부린 영화 같은 느낌입니다. 2시간짜리 영화에 반전도 여러개 들어가고 인물별 과거 회상도 수시로 나오고 복선들도 막 뿌리고 하다가 감독 능력부족으로 정리가 안되서 산만한 구성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어크 유니티가 바로 그런 타입입니다. 전작 블랙플래그의 스토리가 아주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힘있게 일직선으로 관통하여 큰 감동을 준 반면, 유니티는 '유니티' 라는 뜻이 무색하게 아주 비비고 꼬아놓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사에 대해 자세히 배우지 않는 한국인 기준으로는 역사적 지식과 인물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한 경우도 종종 있어서 이해도 힘듭니다. 가장 치명적인 건 주인공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없다는 겁니다. 게임을 끝날때까지 다 지켜본 후라면 어느정도 정상참작(?)의 소지가 있지만 게임을 플레이 하는 중에는 왜 주인공이나 등장인물들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지 납득이 안 갈 때가 많고 어이없거나 답답하게 느껴집니다. 정리해보자면 과유불급으로 요약되겠네요. 게임이란 매체가 한번에 담을 수 있는 내용이 은근히 적습니다.
또한, 어크 세계관의 큰 한 축을 담당해왔던 현실파트가 송두리째 뿌리뽑힌 것도 불만입니다. 전작에서도 현실파트 대접이 영 좋지 못했는데, 그래도 나름 몰입이 가능하게 플레이어 혼자서 스토리를 진행을 해줬습니다만, 본 작에서는 플레이어가 '너희들 중 하나'가 되어버려서 그냥 쓰다 버리는 장기말이 된 듯한 느낌입니다. 또한, 현실파트에 대한 설명도 부족해서 처음 어쌔신 크리드를 접하는 사람이라면 유니티를 해보고 왜 근대 시대에 해킹 어쩌고 하는 현대 시대 용어가 나오는지 거의 이해가 안되실 듯 합니다. 이건 아주 큰 실수라고 봅니다.
그 외의 단점으로는, 시작 방식이 옛날에 쓰던 방식으로 과거 회상부터 느리게 시작하여 전투가 나올때 까지 지루했고,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다 파리에서만 진행해서 맵 하나로 끝까지 재탕하는 것이 과거 초기작 생각이 나네요.
좋았던 건 번역의 질이 약간은 나아졌다는 거네요. 전작보다 제대로 된 번역 인력을 고용해서인지 문장이 매끄러워졌고 읽을만했습니다. 전작은 거의 번역기 수준이었거든요. 하지만 게임을 돌리지 않고 텍스트만 받아서 번역해서 그런지, 조작 방식 등 튜토리얼 설명에서는 여전히 큰 오류가 많습니다.
추가 스토리 DLC 인 데드킹까지 해봐야 결론을 낼 수 있겠습니다만, 지금 평가로는 블랙 플래그나 브라더후드 등의 명작들의 반열에 올리긴 힘들 것 같습니다.
그래픽 ★★★★★
지금까지 했던 어크 중 역대 최고입니다. (이보다 더 최신 어크는 안 해봐서;) 특히 군중 컨트롤은 지금까지 봐왔던 어떠한 게임보다 스크립트같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러웠습니다. 뭐 완전히 현실같진 않지만, 막대한 인원수나 군중들의 다양한 리액션을 통해 생동감을 주기엔 충분했습니다. 인물 모델링이나 건물/풍경 모델링이나 디테일한 사물들의 빼곡한 배치도 전부 딱 현세대 기준에 맞춘 훌륭한 수준이라 2018년도 시점에서 다시 하더라도 저해상도 말곤 불만을 가지실 분은 적을 겁니다.
게임플레이 ★★★
어크 시리즈 특징상 전투와 보물찾기(?)로 크게 나눠지므로 분할해서 설명합니다.
(1) 전투 ★★★
전작이 풍부한 원거리 탄약과 거의 무쌍 수준의 칼싸움을 자랑했다면, 본 작은 처음부터 무쌍을 하지 못하도록 공격력도 허접하고 탄약 숫자를 엄격히 막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격투 게임처럼 매우 심오한 시스템을 채용하진 않았고, 단순히 카운터와 적의 숫자만 신경쓰면 맞지 않고 잡을 수 있으며, 스토리가 전개될 수록 추가되는 여러가지 도구들을 쓰면 많은 적도 한번에 상대할 수 있습니다. 다만 10명 이상 아주 떼거지로 몰려드는 것엔 답이 없어서 무조건 도망가야 하는게 전작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네요. 액션치 입장에서 게임 난이도가 올라간게 야속하지만 이 정도 난이도까진 봐줄만(?)하다고 생각합니다.
(2) 이동/액션 ★★★★
단순화되었던 전작에 비해 원래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벽을 타고 올라가느냐/내려가느냐/그냥 달리느냐를 직접 구분해서 입력할 수 있어서 원하는 방향으로 달려가기가 훨씬 수월해졌습니다. 또한, 모션도 더 추가되어 거의 언차티드3 수준으로 부드럽습니다.
단점은 여전히 버벅거리는 경우 엄청나게 짜증을 유발한다는 거네요. 특히 추적 퀘스트나 시간제한 퀘스트에서 실수로 다른 벽으로 올라가 버리거나, 전투 시 작은 의자나 책상 위에 올라가서 아예 칼질을 못하고 계속 얻어맞기만 하는 걸 보면 복창 터집니다. 게임을 하다 잠깐 쉬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이었네요. 언제쯤이면 딱 유저가 원하는 방향으로 수월하고 정확하게 조종이 가능해질지 알고 싶습니다. (아마 진짜 원인은 주인공의 방향 전환이 아날로그 스틱에 바로 반응하는게 아니라 방향을 빙 돌리는 모션을 넣어서 그런거 같은데... 그렇다고 이걸 빼버리면 캐릭터가 어색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골치 아픈 문제입니다.)
(3) 보물찾기 ★
어크 시리즈는 항상 오픈월드 맵 전체를 활용한 보물찾기 노가다 컨텐츠를 내세웠습니다. 특히 유니티는 과거 초기작들처럼 하나의 엄청나게 거대한 맵 안에서 모든 것이 이뤄지기 때문에, 그야말로 건물 하나 건너 보물 같은 느낌으로 엄청나게 빼곡하게 보물이나 퀘스트들을 박아두었습니다. 유니티의 파리 맵 크기 자체는 전작보다 작지만 밀도는 비교할 수 없이 높기 때문에 모든 요소를 수집하려면 전작 대비 3배의 노력과 시간을 필요로 합니다. ㄷㄷㄷ
(4) 기분 전환 요소 ★★
유니티는 전작인 블랙플래그에 비해 플레이 방법의 다양성이 떨어집니다. 전작은 해전이라는 요소를 투입하여 바다에서 다른 범선과 꼬리를 물고 싸우기도 하며, 느긋하게 항해를 하면서 바다사나이들의 노래를 듣는 낭만이 있었는데, 본 작은 처음부터 끝까지 땅개처럼 육지에서만 놉니다. 덕분에 블랙플래그는 계속 플레이 해도 부담이 없는 반면, 유니티는 한두시간 정도만 해도 물려서 쉬면서 하게 되더라구요.
그리고 위의 보물찾기 요소나 각종 퀘스트들도 천편일률적입니다. 먼저 보물찾기에서 자물쇠를 넣어두었는데, 레벨2 까지 올렸을 땐 레벨3 상자를 따는 쾌감이 있었지만 레벨3 까지 올리고 나니 오히려 너무 쉬워져서 재미가 떨어지더군요; 그런 상자가 파리 전역에 500개 가까이나 있어서 엄청난 반복요소가 됩니다. 다른 요소로는 살인 사건 추적이 있습니다. 이건 사건 단서를 모으는 건 별로이지만 단서를 분석해서 정확한 용의자를 찾아내는 건 스스로 생각을 해야 하므로 상당히 기분전환이 되었습니다. 문제라면 기본으로 살인 사건 퀘스트 장소를 공개해주지 않고 근처에 가야만 알 수 있고, 퀘스트 자체도 몇개 없어서 아쉽다는 것 정도네요. 최악은 단연코 노스트라다무스의 시 입니다. 주어진 힌트를 따라 특정 장소로 가야만 하는데, 노스트라다무스의 악명 그대로 수수께끼 같은 시를 단서랍시고 줍니다. 일반적으로 시는 타 문화권 언어로 번역하기가 엄청나게 어려운데, 나름 번역가가 선방하긴 했습니다만 그래도 이해할 수 없는 단어들이 많이 나옵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특정 장소를 나타낼 때 관용어구 (누구누구의 궁전 등)가 많이 나와서 유럽사에 대한 교양이 없으면 이게 대체 뭔 말인가 끝없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이 부분 만큼은 양심의 가책 전혀 받지 않고 공략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정리하자면, 살인사건 해결하는 과정만 블랙 플래그에서의 배몰기 처럼 기분전환이 되었고 노스트라다무스 같은 나머지 노가다는 정말 안 좋았습니다. 지금도 플래티넘을 목표로 꾸역꾸역 하고 있긴 한데 정말 고민됩니다.
사운드 ★★★
뭐 전형적인 서양 AAA 게임의 BGM 이네요. 특별한 거 없이 무난합니다. 음향효과도 좋고요. 기억나는 건 없는 듯.
트로피 난이도 ★★★★★
살인적인 숫자의 지루한 노가다 수집 퀘스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전작 트로피 난이도와 플레이 타임의 3배쯤 됩니다. 게다가 본 작에서는 멀티플레이를 강조하여 멀티플레이 트로피도 몇개나 있습니다. 코옵 미션의 경우 혼자서는 거의 클리어가 불가능한 살인적인 수준으로 세팅해놔서 코옵 필수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콘솔 게임기로 플레이한다면 PS+ 같은 유료 서비스를 구독해야만 플래티넘을 딸 수 있습니다.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ONE 스타일
전형적인 액션 RPG 라 왼쪽 아날로그 스틱의 사용도가 매우 높습니다. 듀얼쇼크4 스타일이라면 장시간 플레이시 엄지손가락이 오랜시간 꺾여서 아플 수 있습니다.
총평 ★★★
할만한 어크이긴 하지만 스토리가 실망스럽고 게임플레이는 평범한 어크 수준이라 지금와서 꼭 해야 할 필요는 못 느끼겠습니다. 게다가 현대파트가 삭제되다시피 해서 처음 어크를 접하기엔 매우 부적절한 수준입니다. 그래픽 품질이 크게 중요한 분이 아니라면 바로 전작인 블랙 플래그를 꼭 하시는 걸 추천하고, 유니티는 다른 게임 할 게 없거나 오래간만에 어크식 노가다(?)가 땡기신다면 저렴하게 구입해서 하시는게 탈이 안날 듯 합니다.
멀티 플레이 트로피 때문에 플래티넘 여부는 고민하고 있습니다. 다른 게임으로 넘어가기 전에 데드킹 DLC 는 플레이할 생각이라 데드킹 DLC 리뷰가 곧 올라올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