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STOK INC. (보스톡 주식회사) 소감
PSN+ 의 공짜 게임으로 풀렸던 인디게임인데, 잠깐 해보니 금방 클리어 할 수 있는 게임이더군요. 여러 모로 직전에 플레이 헀던 데드셀과는 정반대입니다.
스토리 ★★
군벌들과 악덕 대기업들이 우주를 돌아다니며 행성들을 수탈하는 시대를 배경으로 두고 있습니다. 플레이어는 재벌의 하수인이 되어 지역을 장악하고 있는 군벌을 상대로 맞서 싸우면서, 식민지 행성들에 온갖 오염물질을 내뿜는 공장들을 건설하여 노동자들을 수탈하는 것으로 돈을 끝없이 퍼올립니다. 나름 블랙유머스럽긴 한데 한국 상황 생각해보면 웃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네요. 지나치게 냉소적인 유머 코드가 맞는다면 적당히 웃어 넘길 수는 있겠습니다.
게임으로서 아쉬운 점은 게임성과 스토리, 설정이 별로 관련이 없다는 겁니다. SF 적인 요소는 없는 거나 다름 없어서 그냥 스킨을 바다와 섬으로 바꿔도 될만한 수준으로 별 차이가 없습니다. 목성이나 토성 같은 곳은 지각이 없기 때문에 건물을 세울 수 없는데 그래픽 적으로나 게임성으로나 차이가 없어서 아쉽네요. 그리고 레스토랑이나 정부청사 등 그 다음 단계 시설의 가격이 수백 수천배씩 차이가 나므로 비현실적입니다. 이 때문에 화폐가치가 후반으로 갈수록 짐바브웨 뺨치게 떨어지는데, 덕분에 후반에 가면 초반 시설은 업그레이드 용 이상의 가치가 없어지게 됩니다.
게임 플레이 ★★★
처음 끗발은 좋았는데 금세 지루해지는 것이 단점이네요. 이 게임도 이전에 나온 게임들을 여러개 짜집기 한 것이라고 보면 되는데, 제가 고른 게임은 (1) 윙커맨더 프라이버티어 (2) 스타 스트라이크 (3) 오게임 입니다.
(1) 윙커맨더 프라이버티어 - 우주배경의 샌드박스 전투/채집 시스템
먼 옛날에 큰 인기를 끌던 윙커맨더 프라이버티어라는 게임은 플레이어가 용병이 되어 우주선을 타고 돈을 버는 샌드 박스 게임이었습니다. 전투를 해서 적을 잡아서 돈을 벌기도 하고, 소행성에서 광물을 채집하여 판매하는 걸로도 돈을 벌고, 무역을 통해 돈을 벌 수도 있었습니다. 이 게임도 돈을 모으기 위해 이리저리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시스템입니다. 좀 지나친 감이 있지만요.
(2) 스타 스트라이크 - 360도 아날로그스틱 슈팅 전투
꽤나 흔하고 오래된(?) 슈팅게임으로서, 오른쪽 스틱으로 쏘고 왼쪽 스틱으로 사방팔방으로 움직이는 방식의 전투를 이 게임도 채용하고 있습니다. 다만 3D 는 아니고 리소건 같이 2D 맵에서 싸웁니다.
(3) 오게임 - 시간을 자원으로 한 성장시스템
과거 수많은 사람들을 수면부족에 빠뜨렸던 그 웹게임 오게임의 시스템은 이제 너무 일반화 되어서 왠만한 모바일 게임들은 다 쓰고 있죠. 이 게임도 시간을 희생해서 돈을 버는 시스템을 쓰고 있기 때문에, 더 많은 돈을 빨리 벌기 위해 돈 모으는 대로 행성에 공장을 설치하고 업그레이드 하여, 초당 이익률의 효율을 올리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시설이 어느 정도 모이면 방치잼인 거죠.
이 정도만 해도 왠만하면 욕먹지 않고 사람들이 기대할만한데요, 밸런스가 모든 걸 망쳐버렸습니다. 먼저, 전투가 별로 흥미롭지 않습니다. 무기 종류가 3가지 뿐인데 조합으로 몇가지 추가 패턴이 나옵니다만, 쓸모있는 무기가 적고 별로 화려하지도 않습니다. 강화해도 연사력이나 범위가 변하는 것도 아니고 대미지 수치만 올라가기 때문에 계속 같은 패턴으로 싸워야만 합니다. 적들도 공격 패턴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금방 지루하게 됩니다.
두번째, 돈을 버는 시스템의 효율이 너무 한 쪽으로 편중되어 있습니다. 돈을 벌려면 소행성을 파괴하거나 적을 파괴하거나 행성에 공장을 깔아서 지속적으로 수탈하거나 세가지 방법인데, 이 중 행성 수탈이 너무 압도적입니다. 앞서 말한 전투 시스템의 빈곤함 때문에 소행성이나 적을 잡는 건 너무 효율이 떨어지고 재미도 없습니다. 그리고 행성 수탈은 그냥 앉아서 초당 수조 수경 수해원씩 벌게 되는 극히 편리한 시스템 입니다. 어느 정도 진행해서 행성들을 키우고 나면, 그냥 플스 켜두고 잠깐 나갔다 오면 아무것도 안하고 돈이 남아돌게 되는 겁니다. 이 문제 때문인 건지 행성에 세울 수 있는 건물의 언락 조건을 까다롭게 하고 돈의 규모도 경 단위까지 올라가고 조치를 취한 게 보입니다만 그만큼 초기에 밸런스 개판이었다는 반증이기도 하죠.
세번째, 소소하지만 노골적으로 플레이타임을 늘릴려는 요소들이 거슬립니다. 중역들 관리라든지 무의미한 미니 게임이라든지 보기만 그럴듯하고 쓸모없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박혀서 원활한 진행을 막고 템포를 떨어뜨립니다. 나름 방치 상태를 해결하기 위한 액티브한 요소라고 볼 수 있지만, 그럴 거라면 처음부터 방치게임으로 만들지 마시죠. 이런 노가다를 하다 보면 인생 헛 산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거듭된 패치 덕분에 지금은 단계 별로 성장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수준이 되긴 했습니다만, 여전히 전투는 구리기 때문에 게임성은 떨어지고 방치 오토게임에 가깝습니다. 전투만 어떻게 가다듬고 자원 시스템도 개선한다면 나름 갓겜이 될 소지가 보입니다만 이 게임에선 더 이상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러고보니 이거랑 비슷한 게임이 떠오르네요. 절대요격워즈라고 역시 자원관리하고 전투하는 게임이었는데, 그 게임은 전투하는 재미가 괜찮았기 때문에 이 게임보단 좋았다고 느꼈었습니다. 그런데 후반에 가서 무기가 너무 강해지는 바람에, 그냥 미션 시작하고 켜두기만 하면 알아서 다 잡아버리므로 방치게임이 되어버린 후 재미가 죽었습니다.
그래픽 ★★
엄밀히 말해 인디 게임 수준입니다. 디테일이 너무 단순한 편이고 적과의 구분도 살짝 잘 안 됩니다. 차라리 스타 스트라이크 쪽이 더 화려하고 구분도 잘 되는 수준이죠. 전투의 재미를 떨어뜨리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음악 ★
지루하고 안 좋습니다.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패드 > 듀쇽4
오랜 시간 양쪽 아날로그 스틱을 써야 하기 때문에 피로도 문제로 XBOX 쪽 패드를 조금 더 추천합니다만 큰 차이는 없습니다.
트로피 난이도 : ★★
은근히 노가다 할 거리가 많아서 오랜 시간 걸리는 것이 문제일 뿐, 난이도는 어린이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쉽습니다. 시간 낭비와 함께 게임 하는 내내 다가오는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가장 큰 적이죠.
총평 : ★★★
평작입니다만 일반인들에겐 강추하고픈 게임입니다. 전반적으로 난이도가 낮고 시간만 들이면 죽지 않고 엔딩까지 갈 수 있기 때문에 금방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게임류 같은 돈관리 매니지먼트를 접해본 적 없다면 흥미를 가지는 계기가 될 수 있겠네요. 다만, 할 게 너무 단순하고 스토리나 연출도 흥미롭지 않다는 점 때문에 올드 게이머로선 게임이 지나치게 심심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습니다. 물론 라이트 유저 입장에선 이정도는 아주 적당히 헤비한 게임이라 좋은 선택이 되리라 봅니다. 잠깐... 이거 공짜로 풀린 게임인데... 이정도면 혜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