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맞다 게임 (12/13)
요즘 매일 하고 있는 게임인데 좀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배틀필드 시리즈는 과거 배틀필드2 때 좀 불타올랐었고 그 이후로는 콜옵 위주로 플레이 하다 요즘에는 FPS 를 거의 안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오래간만에 해보는 배필V 는 과거와는 다른 듯 하면서도 비슷한 기묘한 물건입니다.
(1) 처음 접하면 콜옵? 그러나 파고들면 배필.
처음 해보니 콜옵과 거의 다를 게 없고 유사 짝퉁 게임 같아서 기분이 상하더군요. 이런 건 배필이 아니야! 라고 말이죠. 그만큼 메뉴도 단순하고 건드릴 것도 없어보이고, 게다가 병과 같은 게 너무나 줄어들고 전부 언락하는 조건이 빡빡해서 맘에 안 들더군요. 오히려 콜옵보다도 못하다고 생각하면서 말이죠. 게임 플레이도 이전보다 매우 쉬워진 편입니다. PC 라 오토에이밍 같은 게 없어도 총알이 잘 맞고, 특히 아주 멀리 있는 걸 쏘는 건 저격병보다 기관총 LMG 가 더 효과적인 걸 보면서 유도탄이라도 쓰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네요.
그러다가 20시간 정도 플레이 하고 나니 그제서야 배필은 배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맨날 어쩔 수 없이 하던 그랜드 오퍼레이션이나 브레이크 스루가 아니라 꽁꽁 숨겨져 있던 도미네이션으로 64명이서 플레이 하니 그제서야 배필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진지 점령하면서 우루루 분대들이 몰려가는 맛 말이죠. 그래도 맵이 상당히 옹기종기해서 좁은 공간에서 슈퍼 솔져가 닥치고 학살하는 경우가 많지만, 콜옵보다 개인기가 덜하고 분대 단위의 긴밀한 연대감이 역시 배필답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답답하던 메뉴나 잘 모르던 조작도 알고 나니 꽤나 흥미진진하게 변했습니다. 메뉴 이곳저곳을 뒤져보니 손 댈만한 곳도 많고 변칙플레이도 꽤 많습니다. 가장 마음에 든 건 진지공사(삽질) 하면서 진지를 요새화 하는 과정이네요. 이게 의외로 전술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비행장 같은 몇몇 맵에선 허접팀과 고수팀을 가르는 분기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매뉴얼도 없이 처음 게임을 시작하면 이런 거 전혀 몰라서 어리버리 합니다. 왜 구석에 전부 다 숨겨둔 건지 모르겠네요. 그냥 공대 감성으로 메뉴를 전부 노출시키고 유저의 선택의 폭을 넓힌 콜옵이 훨씬 나은 점입니다. 배필V 에선 뭐 하나 고르려면 깊디 깊은 트리구조 메뉴를 전부 꿰고 있어야 해요.
(2) 그 외 불편한 점
오리진 클라이언트나 배필V 나 뭔 저리 자주 업데이트질 해대는 건지 원... 며칠 하고 나면 수기가 단위로 업데이트 하는데 다운로드 속도가 느려서 몇십분은 허비해야 합니다. 그만큼 아직 문제나 버그가 많지만요. 특히, 제 초반 인상이 엉망이 된 이유 중 하나는 도미네이션을 선택하려고 해도 '그랜드 오퍼레이션' 이라는 여러종류의 게임을 섞은 모드위주로 검색되어버리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별개로 취급되어서 훨씬 낫습니다. 매치 메이킹 시간도 줄어들었고요.
좋은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래도 배필은 배필이라는 느낌을 받은 게임이라 지른 것에 후회는 없네요. 아참, 지른 게 아니라 RTX 2080 Ti 구입하면서 받은 공짜 쿠폰이긴 하지만요. 이것저것 고치고 싶은 게 잔뜩 있는 게임입니다만 이걸로도 시간 때우기엔 충분한 듯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