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게임은 얼리엑세스 게임이므로 발매 후 컨텐츠가 크게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시간도 안 한 플레이 소감이므로 첫인상 수준의 간단한 글입니다.
첫인상은 간단히 요약하면 동굴 개척 테라리아+마인크 입니다. 어느 땅 속에 뚝 떨어진 주인공은 일체의 망설임없이 벽을 파서 길을 만들고 허기를 채우기 위하여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다가 인벤토리 창에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걸 깨닫고 작업대부터 시작하여 모닥불, 요리솥 등을 만들어 더 먹을만한 걸 만듭니다. 곡괭이를 들고 주위를 파다보니 슬라임 같은 이지 레벨 적이 어슬렁 거리기에 나무 갑옷과 바지도 장만합니다. 아직은 재료가 없어서 만들 수 없지만 고등 레벨 작업대로 만들 수 있는 걸 확인하니 NPC 가 거주하고 잘 수 있는 가구가 있는 걸로 봐서 마인크처럼 NPC 타운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은 위의 타이틀화면 스샷처럼 슈퍼패미컴이나 PS1 시대의 저해상도 도트처럼 꾸며놨습니다. 게임 내 스프라이트의 움직임도 어색하지 않고 2D 저사양 게임이므로 스무스하게 히트앤런을 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레트로한 도트 그래픽 특성 때문에 게임이 제약됩니다. 가장 불편한 건 저해상도로 만든 인터페이스입니다.
스샷 찍는 걸 잊어서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인벤토리 창입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다시피 심하게 빈티지한 바둑판형 인터페이스입니다. 또한 아직 얼리엑세스라 그런지 마인크나 테라리아 등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단축키 지원이 미비합니다. 키 바인딩도 아직 통일성이 없어서 TAB 과 E 키의 용도가 경우마다 달라서 혼란스럽습니다.
게임 자체는 얼리 엑세스 임에도 불구하고 스무스한 편으로, 쉽게 굶어 죽지 않도록 농사나 낚시 등의 기초적인 컨텐츠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게임 컨텐츠를 알아간다면 꽤나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십년간 수많은 게임을 섭렵해왔단 말입니다. 보이는 부분마다 다른 게임의 환영이 떠오르고, 그 때는 이렇게 잘 했는데 이건 왜 안돼? 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해서 무너집니다. 1시간도 안 했을 정도로 간만 봤지만 벌써부터 게임 내 테크트리가 쫙 연상되고 어떤 진행이 될지도 훤합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통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나중에는 인벤토리 지옥이 될 거라는 것도요. 분명 재밌는 게임인데 무감각해진 제 모습을 보면 가끔씩 뇌를 리셋하고 싶어진단 말입니다.
아직 얼리엑세스라서 장래성은 충분히 있으나 유사한 장르의 고인물로 새로운 게임을 찾아 오셨다면 보류하시는 것이 좋은 진부하고 탄탄한 게임이었습니다.
스타필드보다 실감나게 우주를 탐험하는 RPG 를 찾아서 몇가지 게임을 해봤는데, 그 중에서 인상깊은 게임을 소개해봅니다.
제가 원한 건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걸 실감할 수 있는 RPG, 세계관은 스타필드 같은 우주 탐험시대, 그리고 우주의 별 사이를 직접 날아다니면서 지표면을 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우터 월드는 이중에서 첫번째 사항만 빼고 충족시켰습니다. 그래서 그만뒀죠.
1. 장점 - 진짜로 본격적인 우주 탐험
이 게임은 인력을 벗어나 다른 별로 날아가서 착륙하는 과정이 자동이 아닌 수동입니다. 말 그대로 로켓을 3축 (6방향)으로 가속시켜 퓨웅 날아올라서 다른 별에 가까이 가면 부딛혀서 터지지 않도록 감속하면서 착륙해야 합니다. 터지지 않을 만한 속도라도 뒤집어진 상태거나 경착륙을 하면 우주선 일부가 부서질 수 있으므로 내려서 수리해야 합니다. 우주 프로그램 커비 정도로 지구를 탈출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본격적인 건 아니지만 조작에 익숙해져야 게임 진행이 가능합니다.
행성에 도착하면 우주복을 입고 날아다니게 됩니다. 중력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어서 지표면에서 중력이 가장 쎄며, 소행성 같은 소형 천체는 거의 자유 유영에 가깝습니다. 별 하나의 크기는 수백 미터는 커녕 수십미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주복 부스터를 계속 켜고 있다간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산소 게이지도 있어서 부스터 연료를 다 쓰고 산소까지 부스터로 쓰다가 다 떨어지면 골로 갑니다. 또한 지하 공동으로 들어가서 별 중심으로 갈수록 중력이 약해지는 것도 현실적입니다.
이처럼 우주선이나 우주복이나 부스터로 적절하게 날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장점이자 진입장벽이기도 합니다. 별의 특정 부위에 착륙하거나 별 표면의 장해물을 넘기 위해 부스터를 적절히 이용해야 하는 아케이드 플랫포머적인 게임성입니다.
2. 단점 - 퍼즐 게임
게임을 시작하면 왠 흉측한 외계인이 앞에 있는 것에 당황하게 됩니다. 즉, 플레이어도 다른 외계인과 같은 흉측한 외계종적인 거죠. 우주 탐험 시대답지 않은 나무로 만들어진 우주선도 당황케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야말로 형태만 만들더니 의도대로 작동하는 식으로 억지 세계관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억지는 세계 전체에도 적용되어 세계가 계속 멸망하고 리셋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됩니다. 플레이어는 그 이유와 경과를 퍼즐을 풀어나가면서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전형적인 퍼즐 게임입니다.
계속해서 죽고 리셋되므로 세이브조차 불가능합니다. (죽을 때 저장) 주인공이 강해지거나 뭔가를 크래프팅하는 요소가 없는, 옛날 젤다나 슈퍼마리오 식의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행성에 방문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도구나 정해진 맵 클리어 방법을 쓰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안됩니다. 스카이림의 레벨빨이나 장비빨로 고난이도 적을 잡아서 통과하는 식으로 다양하고 난이도 낮은 플레이 방법은 부족한 거죠. 오픈월드 게임 중소위 말하는반픈월드에 해당합니다.
3. 호불호 - 어두컴컴하고 불쾌할 수 있는 세계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서브노티카 게임에서 심해로 갈수록 무서워진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3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주위가 새까맣고 시야가 매우 제한되면서 아귀같이 거대한 적들이 우글거리는 필드인 점은 아우터 와일드도 똑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추가 DLC 인 Echoes of the Eye 는 공포적인 요소로 아예 게임 내에서 공포 제한 옵션까지 제공할 정도인데, 저는 기본 게임만으로도 답답하고 으시시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우주선이나 우주복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불편한 조작, 그리고 모닥불 수준으로 모든 필드가 어둡고 광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시야가 극단적으로 축소됩니다.
앞서 설명한 산소게이지와 부스터 연료량 때문에 단순 탐험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잦은데, 어둠 속에 적까지 도사리고 있으니 죽는 일이 그야말로 일상 다반사입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기만 해도 죽게 됩니다. 왜 부당하게 죽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긴 합니다만 .
4. 최대 단점 - 부실한 한글화
제작사에서 감수 전혀 안한 기계 번역 한글화입니다. 덕분에 문장을 읽을 수는 있어도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고, 호칭이 같은 문단 내에서 계속 바뀌기 때문에 보다보면 한글 실력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비공식 패치가 있다는데 플레이 하고 싶다면 반드시 설치해야 할 겁니다.
플레이를 직접 해보니 "우주 탐험"이 아닌 "우주 배경" 어드벤쳐 루프물 게임이었습니다. 세계관만 우주인 고전 퍼즐 게임 Myst 같은 걸 떠올리면 됩니다. 우주적인 요소는 우주선과 우주복 조종 밖에 없으니 제가 원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조작이 까다롭고 무서운 호러 게임 분위기지만 루프를 거듭하면서 세계의 비밀을 캐내는 어드벤쳐 게임을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우터 와일드와 비슷하지만 크래프트와 성장요소가 있는 서브노티카도 플레이 해봤습니다만, 하다보니 자원을 수집하는 노가다와 복잡한 동굴을 헤집으며 다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플레이가 귀찮아서 금방 포기했습니다.
시작부터 버벅거리는 버그가 좀 발생하더니 급기야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버그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접습니다. 위 사진처럼 처음 가는 다른 행성이나 항성계에 가는 유일한 방법인 워프드라이브 (Fast travel) 를 시작 시점부터 전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항성계 뿐만 아니라 같은 항성계의 다른 행성에 가는 것 조차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열려있는 몇몇 행성 빼곤 탐험할 방법조차 없어서 흥미를 금방 잃었네요.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키 입력을 빠르게 할 시 키보드 입력이 먹통이 되는 버그가 발생하여 다른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UI 를 리셋하는 작업이 종종 필요합니다. 버그 없다고 하는 놈들 전부 콘솔로만 플레이했나 봅니다.
접는 이유는 버그 하나 뿐이 아닙니다. 우려했던 대로 근미래가 아닌 먼 미래를 배경으로 어려운 학술 용어들이 난무해서 제 영어실력으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따지고 보면 폴아웃 시리즈를 가장 재미있게 했던 이유도 근미래+1950년대 세계관이라서 일상의 어휘를 많이 썼기 때문이죠. 스카이림은 폴아웃보다 고유명사가 더 많이 나와서 스토리에 그다지 몰입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언어 장벽을 피해 게임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게임에 훨씬 깊숙히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플레이 했던 거죠.
심지어 초반 튜토리얼에서 팩션에 가입하는 과정에 박물관처럼 스타필드의 역사를 관람하는 코스가 있었는데요. 영상으로 친절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옛날 폴아웃 방식으로 보이스 나레이션만 보여주니, 영어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도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고유명사나 어려운 어휘는 덤이고요. 그렇다고 무시하고 그냥 가면 RPG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폴아웃과 스카이림의 맨날 먹던 국밥같은 게임성으로 할 만합니다만, 지금 이대로 계속 플레이하면 놓치는 스토리가 워낙 많아 게임에 흠뻑 몰입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한글 패치가 나오고 버그도 좀 패치 될 때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고 지금은 접으렵니다.
올해 남은 게임으로는 어크 미라지와 사펑 확장팩이 있습니다. 둘 다 든든한 한글화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플레이 할 생각입니다만 출시까지 한 달이나 남았네요. 그 사이에 호그와트 레거시를 할 건지 고민해야 겠습니다.
스타필드 일반판은 9월 6일 발매인데 디지털 프리미엄은 9월 1일 조기 발매입니다. 그래서 다이렉트 게임즈에서 9.9만원에 사서 등록했죠. 스타필드 구입 기념(?)으로 최근 플레이했던 오픈월드 게임 소감을 간단하게 정리해봅니다.
올해는 엄청난 게임들이 다닥다닥 발매해서 무시무시한 년도입니다. 첫타를 끊은 건 호그와트 레거시인데 이건 안 사봐서 모르겠고... 그 다음은 젤다 왕눈이었죠. 전작 젤다 야숨은 엘더스크롤과 비슷한 전통적인 오픈월드 게임이었으며, 스위치 하드웨어에 최적화되어 카툰 렌더링 및 젤다 시리즈 특유의 아케이드 위주의 액션성이 돋보이는 게임이었습니다. 반면 젤다 왕눈은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나 마인크래프트 RPG 류 처럼 유저가 직접 뭔가를 만들어서 조건을 클리어하는 크래프트가 매우 돋보였습니다. 정작 본 게임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 만드는 재미 + 만들어야만 퀘스트 클리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특이점이었죠.
어크 시리즈는 양산형 무감각 오픈월드니 넘어갑니다.
다음은 사이버펑크 2077 입니다. 이것도 9월 26일 추가 확장팩 + 기존 시스템 대거 갈아치우는 패치가 예정되어 있어 기대작입니다. 1회차 완료하고 리뷰 올렸을 땐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지금은 좀 애매합니다. 2회차 시작시 예전과 다른 스타팅 포인트를 고르니 뚜렷하게 다른 개성을 보여줘서 2회차 플레이도 기대되었습니다만, 1회차에서 지도가 텅 빌 정도로 워낙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보니 2회차는 가는 곳마다 지루함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게임성도 그다지 뛰어난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2회차는 조금 하다가 재미를 느끼지 못해 관뒀습니다.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훌륭히 표현한 게임 내 디테일은 여전히 게임에 몰입하기 충분하나 다른 요소가 발목을 잡아 10년이 아닌 1년 짜리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그렇기에 팬텀 리버티 확장팩의 출시가 더더욱 기대됩니다. 신규 스토리는 물론, 기존 게임 시스템을 모조리 뜯어고쳤다 하니, 스카이림이나 폴아웃처럼 다회차를 해도 재미있는 10년짜리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스타필드 발매를 2일 앞둔 폭풍전야입니다. 스타필드까지 플레이하면 어느 오픈월드 게임이 올해의 고티를 차지할지 사실상 결정되는 셈입니다. (팬텀 리버티는 확장팩이라 좀...) 저야 폴아웃3 부터 영어로 플레이했으니 언어장벽이 낮은 편입니다만, 매스이펙트처럼 미래 기술과 관련한 특이한 고유명사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카이림은 중세 판타지 세계관이라 그런지 고유명사로 고생했었고, 폴아웃 계열은 근미래-1950년대 세계관이라 어휘가 가장 쉬워서 게임하기 편했습니다.
예전에 아머드코어 같은 게임을 해본 적이 없는 건 아닙니다. 국산 게임으로 엑시스 Axis 라는 로봇 대전 게임이 아머드 코어와 유사한 시스템이었습니다. 엔진이나 무기를 코스트 조절하며 장착하고 우주 공간을 3차원으로 날아다니며 싸웠죠. 당시에도 잘 하는 편은 아니라서 싱글게임은 끝까지 안했던 걸로 기억하고 멀티만 친구 따라 어찌어찌 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당연히 전적도 안 좋았죠.
비슷한 장르의 게임에서 엔딩까지 본 걸로는 존 오브 더 엔더스 2 아누비스가 있습니다. PS2 로 한글화되어 출시했던 게임인데, 이건 무장을 고를 수 없고 코지마 히데오 감독답게 스토리 중심의 게임입니다. 준수한 스토리와 로봇뽕 차게 만드는 멋진 무장으로 엔딩까지 갔었죠. 게임 플레이는 주인공 기체가 작중 사기급이라서 그냥 락온하고 쏘면 되고 피하거나 가드도 매우 쉽습니다.
마침 이번달 유저 한글화 패치도 떠서 다시 해볼 생각입니다. 스팀 할인 들어가면 7천원이면 살 수 있으니 그 때를 기다려야죠.
그런데! 헬기 너는!
아무리 쏴도 안 죽고!
다섯번을 죽어도 쓸모없는 팁이나 주고!
어째서 멀키트가 시작부터 나오는 겁니까!!
따지고 보면 엘든링도 결국엔 게임에 적응하지 못했죠. 멀키트 도저히 깰 수 없어서 공략맵 보고 후방 지역까지 샅샅이 뒤져 잔뜩 도핑한 후 우직하게 평타로 잡았습니다. 물론 이런 앞당겨서 획득하는 도핑식 플레이는 정석적인 플레이와 달리 한계가 역력해서 만월의 여왕 레날라에서 한계를 느끼고 게임을 접었죠.
그런 의미에서 처음부터 멀키트... 아니 뉴비차단 헬리가 나오는 아코6 은 나름 친절(?)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너는 레이븐이 될 자격이 없다 빛꺼진 자여...
폴아웃 76 을 예약구매 했다가 1시간도 안하고 접은 후 5년 만에 다시 해봤습니다. 마침 일본에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 100년간 방류 시작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게임 시작하니 눈에 띄는 건 역시 완전 한글화입니다. 폴아웃 시리즈에서 한글화 된 건 거의 없고 베데스다 회사 자체도 한글화에 인색한 회사입니다. 그런데도 한글화 해준 건 이 게임이 기존의 폴아웃과 다른 멀티플레이어 온라인 전용 라이브 서비스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하다보니 제가 접었던 이유가 새록새록 떠오르더군요. 과거에는 풀숲만 보이던 벌판이 5년이 지나자 NPC 생존자로 가득 찬 건 의외였습니다만, 똑같은 말만 반복하고 대화 인터페이스가 이전시리즈보다 오히려 후퇴하는 등 온라인 게임으로 변하면서 불편한 점이 산더미 같아졌습니다.
온라인 게임이니 당연히 모드질도 못하므로 UI 바꾸는 방법은 없고 바닐라로만 플레이해야 합니다. 그리고 온라인 게임이므로 당연하다는 듯이 일일 과제 (숙제) 로 짤짤이 작업을 해야 하고 빠른 레벨업을 하려면 게임내 캐쉬로 현질하라고 시도 때도 없이 들이댑니다. 과거 싱글 플레이 시절엔 하루 10시간 붙잡고 게임 진도 쭉쭉 나갔는데 온라인 게임이 되자 더 이상 과거 같은 플레이는 불가능해진 거죠.
폴아웃 같은 오픈월드 게임에서 모드질이 꼭 필요한 건 아닙니다. 보통은 1회차 끝내고 2회차 플레이시 반복되는 내용 때문에 지루함을 달랠려고 변화를 주거나 빨리 레벨업하는 거죠. 그리고 오픈월드 모드질로 가장 유명한 게임사였던 베데스다였기에, 모드질이 불가능한 폴아웃 76 은 시리즈에서 가장 이질감이 심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폴아웃 76 이 시리즈에서 가장 이탈한 게임으로 느껴지는 특징은 한두군데가 아닙니다. 처음 볼트 76을 나가자마자 느꼈던 배신감, 좌절감은 울창한 수풀로 뒤덮힌 땅 때문이었죠. 아무리 추가 설정을 붙였다지만 폴아웃 프랜차이즈의 황무지를 GECK 으로 방사능을 정화하고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을 만든다는 궁극적인 목표부터 바스러져 게임의 원동력을 잃어버렸습니다.
폴아웃 시리즈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모든 시체가 끝까지 남아 있는 겁니다. 마을 한군데를 모조리 털고 아이템까지 싹 다 쓸어가면 게임 끝날 때까지 그 마을은 퀘스트 관련 진행이 있는게 아닌 이상 끝까지 시체 빼고 텅 비어있게 되며, 심지어 퀘스트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온라인 게임이라 재접속하면 죽은 시체가 전부 살아납니다! 싹 다 긁어간 물건도 전부 리젠되어 또 다시 폐품수집하러 갈 수 있습니다. 젤다 야숨의 붉은 달 같은 요소는 콘솔의 성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이 붉은 달을 이용하도록 게임 시스템까지 바꾼 겁니다. 폴아웃 시리즈의 끝까지 남는 시체와 루팅하면 영원히 사라지는 아이템이 특별했던 건 게임 내 경제 등 게임 시스템과 연동되어 있어서 적절합니다. 한편, 온라인 게임인 폴아웃 76도 무한 루팅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하여 주은 아이템의 가치를 1~3캡으로 폭락시킵니다! 바뀐 루팅 시스템에 맞춰 경제 시스템도 변경한 결과는 폐지줍는 게임입니다. 이게 재밌습니까?
또한 멀티플레이어 게임이 되어버리니 다른 유저의 눈치를 봐야 하고 다른 유저가 만든 기지가 매우 유용해서 들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금까진 고독한 황무지에서 혼자 돌아다니며 외로운 게임을 해왔는데 그 고독의 감정을 이 게임에선 더 이상 느낄 수 없게 되었습니다. 폴아웃 3 에 몰입해서 플레이 했을 땐 꿈에서 핵폭탄이 터진 아포칼립스 세상속에서 생존하는 내용이 몇 번이나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폴아웃 76에선 시리즈의 상궤를 완전히 벗어나 이전 시리즈와 도저히 연결이 안되었습니다. 거기에 앞서 말한 GECK 같은 중요한 목표도 없고, 평범한 MMORPG처럼 일일과제 및 폐품수집 짤짤이나 하러 돌아다닐 생각은 더더욱 없으므로 더 이상 게임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5년이 지나자 폴아웃 76은 쓰레기통에서 여느 MMORPG 같은 게임이 되었습니다. 느리지만 업데이트를 꾸준히 해왔고 싱글 게임 다운 부분도 있어서 스토리 라인까지만 플레이하고 관둘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에서의 모든 경험은 전통적인 폴아웃 유저인 저의 기대치를 전혀 만족시키지 못했으며, 그저 폴아웃의 과거의 유산을 긁어와 무미건조하게 뿌려놓은 평범한 게임입니다. 목적성 없는 허무한 MMORPG 는 세상에 넘쳐나므로 폴아웃 76을 특별히 선택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 구질구질한 게임을 해를 넘기고 겨우 끝내는 군요. 하는 내내 불평했고 끝내고 나서도 욕을 퍼붓고 싶지만, 여기는 제 개인 일기장이 아니라 타인에게 게임을 추천해주는 목적으로 쓰고 있으므로 게임 특성에 대한 내용을 객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쓰겠습니다.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될 수 있으나,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저보다 나은, 후회하지 않는 선택지를 제공하는 목적에서 쓴 겁니다.
1. 스토리 (★)
발할라의 스토리는 개인 취향을 심하게 타며, 제작사의 거짓 마케팅으로 플레이어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엔딩까지 계속해서 통수를 칩니다.
(1) 더블 주인공 사기행각
이 게임은 시작할 때 이전작인 어크 오딧세이처럼 남녀 주인공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습니다. 세이브 인계 같은 기능은 없기에 전작에서 남주인공 알렉시오스를 고르더라도 발할라에선 무조건 정사인 카산드라만 나옵니다만, 그래도 전작은 엔딩까지 주인공이 바뀌는 일은 없었습니다.
허나 이 게임은 맨 끝인 엔딩에 가면 지금까지 모든 건 여주인공이 해낸 거고 남주인공은 여주의 이중인격에 불과하다며 통수를 칩니다. 개연성이 충분하면 전개를 그렇게 비틀 수 없는 건 아닙니다. 정사에선 여주라는 걸 한층 더 강조하는 기믹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플레이어가 지금까지 남주로서 조정해서 해온 일은 어찌 되는 거죠? 게임 내에서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한 건 실은 남주가 아닌 여주와 결혼한 겁니까? 남주가 이해 불가할 정도로 히스테리부리고 미치광이처럼 행동하는 것도 원래 여자니까 여자답게 행동했던 겁니까? 저는 여기서 유저의 선택을 쓰레기로 만들고 지멋대로 스토리를 후려친 제작진에 강한 분노를 느꼈습니다. 새로 시작하실 분은 무조건 여주로 골라야 저처럼 쇼크 먹는 걸 피하실 수 있을 겁니다.
(2) 작품 이름 사기행각
플레이 도중에 남긴 예전 소감글에서 이미 설명했습니다만, 이 작품은 눈덮힌 설원에서 상남자 바이킹이 도끼로 늑대를 쪼개는 호쾌한 작품이 아닙니다. 비열하고 언제든지 배신때릴 준비가 되어있는 북유럽판 왜구 하남자들이 잉글랜드 땅에 몰려와서 사람 학살하고 마을 불태우고 영국인 부하 꼬드껴서 왕을 죽이고 마침내 정착촌을 건설하는 왜구 성공기입니다.
작중 배경도 게임 시작할 때만 잠깐 북유럽 설원에서 뒹굴고, 본편에 들어가면 맨날 봐왔던 푸른 언덕과 초원, 그리고 시야를 가리는 우중충한 영국 날씨 밖에 없습니다. 새로운 것이 전혀 없고 예전 배경 복붙한 셈이라 지겹고 어디를 가나 다 똑같습니다.
결국, 발할라답게 명예를 중시하는 바이킹이 나오지 않고, 발할라다운 북유럽 배경도 아니므로 여러모로 이름값을 전혀 못하는 게임입니다. 제가 이 게임에 주고 싶은 더 좋은 이름은 "어쌔신 크리드 컨퀘스트" 로, 영국을 침공한 에이보르의 잔학한 삶을 요약하겠습니다.
파판 13은 펄스의 팔씨의 르씨가 코쿤에서 퍼지 하는 스토리입니다.
(3) 미치광이 야만인 잠꼬대 같은 북유럽 신화 스토리
저는 북구 신화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부터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온갖 고유명사와 익숙치 않은 이름 투성이에 스토리는 각 단계마다 맥아리나 개연성 없이 난장판입니다. 그야말로 가죽옷 입고 약탈하는 유목민족이 하루하루 벌어지는 버라이어티한 일상을 신화로 만든 티가 납니다. 내용 또한 온갖 배신과 음모, 뒤통수가 지겨울 정도로 나오는 덕분에, 오딘부터 다른 등장인물 모조리 도둑놈 소굴처럼 보였습니다. 그리스 신화도 미친놈 투성이지만 북구 신화는 훨씬 조잡하고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발할라는 북구 설화를 전면적으로 차용했습니다. 현실에서의 등장인물 및 갈등 관계부터 빼닮았으며, 약먹고 들어가는 북구 신화 세계는 라그나로크 이야기 그 자체입니다. 그러니 북구 신화와 똑같이 스토리가 이해 불가능할 정도로 난잡하고 온갖 쓸데없는 고유명사로 플레이어를 괴롭히는 겁니다. 엔딩까지 호쾌함은 전혀없이 뒤통수와 속임수를 쓰는 스토리는 고구마를 먹는 것처럼 답답합니다. 그냥 하기 싫습니다.
이건 북구 신화 및 발할라처럼 북구 신화를 전면적으로 채용한 스토리를 싫어하는 제 취향이 강하게 반영된 평가입니다. 사람에 따라서 북구 신화를 좋아하는 분에게는 불호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한편, 북구 신화는 히틀러의 나찌 독일에서 즐겨 차용했으며, 2022년 독일 쿠데타 미수 사건에서도 북구 신화에 심취한 자들이 공모해서 일어난 만큼, 앞으로는 북구 신화를 주제로 다룬 미디어가 나찌의 경우처럼 줄어들길 기대해봅니다.
(5) 무성의한 DLC
오리진과 오딧세이 포함 지금까지의 어크는 전부 DLC 로 건질만한 스토리가 있었는데 발할라는 역대급으로 돈값 못하는 DLC였습니다.
전작 오딧세이는 캐릭터의 일대기를 마무리하는 코르푸 DLC로 인상깊은 마무리를 보여줬습니다. 후속작인 발할라도 이에 영향을 받은 건지 후일담 같은 에필로그를 넣어두긴 했습니다만, 전작과 달리 후일담을 보려면 본편 판박이라 재미없는 아스가르드 DLC 를 반드시 클리어해야 합니다. 결말 또한 전전작 오리진처럼 알맹이가 없는 내용이라 여운은 커녕 엔딩을 보는 플레이어로 하여금 오히려 궁금증만 만들고 안 그래도 비호감만 쌓인 캐릭터에 대한 관심도 줄어듭니다.
2. 게임성 (★★)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습니다. 이전작을 접하신 분들은 게임을 처음 접하면 전작에 비해 개선된 편의성에 감탄하고 새로운 기능을 익히는 5~10 시간 동안 쾌적하게 플레이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모든 요소에 익숙해지면 느릿느릿한 게임 진행에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암살도 마음대로 못하고 싸움도 마음대로 못하고 폭발(?)도 마음대로 못하고, 하다못해 달리기조차 기본값이 걸어가기라서 마음대로 뛰어가지 못하는 굼뜬 탱크같은 모습이 예전 어크 시리즈와 완벽히 대조됩니다.
일방통행식 무미건조한 스토리와 느려터진 이동속도가 결합하면 고구마를 넘어서 100년 전에 식은 용암이 됩니다. 제가 발할라를 클리어하기까지 1년이나 걸린 가장 큰 이유입니다.
3. 음악 (★)
가장 음악이 좋았던 어크 신디케이트의 배경은 영국이었습니다.발할라도 배경은 영국입니다만 바이올린은 커녕 풀뿌리만 남아 있었던 중세 초기입니다. 들을게 뭐 있나요.
4. 버그
게임 첫 시작부터 끝까지 계속 따라다닙니다만 사이버펑크 2077가 패치되면서 나아졌듯이 아주 못 할 정도는 아닙니다. 자주 저장하는 오토세이브를 부르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1회차만 클리어 했으므로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만, 모든 수집요소를 모아야 하고 이 게임은 이동이 느려서 모으는 작업의 귀차니즘이 심해지므로 올클은 꽤 힘들 걸로 예상됩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듀얼센스 엣지 또는 키마+컨트롤러 하이브리드
컨트롤러 기본 세팅이 매우 불합리해서 주변 스캔 및 전력질주를 위해 L3 R3 를 분당 10회 누르다보면 양손 엄지손가락이 염증으로 나갑니다. 염증 생기면 한두달은 엄지 못 씁니다. 발할라는 키마와 컨트롤러를 동시 입력을 지원하므로, 컨트롤러의 버튼이 부족하면 키보드에 기능을 할당하는 식으로 손가락의 부담을 덜어줘야 오래 합니다. 제 경우 키보드 입력을 해주는 USB 페달을 구입해서 달리기와 스캔 버튼의 부담을 줄였습니다.
또한, 정식으로 듀얼센스를 지원하기 때문에 화살을 쏠 때 걸리는 어댑티브 트리거 및 더 나은 진동기능이 게임 플레이시 도움이 됩니다.
7. 총평 (★)
발할라는 역대급 흉작입니다. 제목만 보면 매력적인 바이킹의 모험기지만 정작 게임 대부분은 잉글랜드 침략사를 주제로 다루며 주인공도 정붙이기 어려운 비열한 하남자입니다. 전작보다 양성애 강요가 줄어든 듯이 보였지만 최후에 주인공이 실은 여자라고 밝히면서 뒤통수를 후려칩니다. 지루한 배경 속에서 맨날 뻔한 속임수, 뒤통수치기, 배신으로 점철된 숙제형 스토리는 속도감을 느낄 수 없는 어드벤쳐와 더불어 고구마같이 꽉 막힌 플레이감을 선사합니다. 그래픽 하나는 그럴듯 하지만 다른 모든 부분을 이렇게 정성스럽게 망가뜨리는 것도 능력입니다.
젤다 야숨과 왕눈을 만족스럽게 플레이한 후 오픈월드 게임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어서 억지로 플레이했지만 다시 실망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원래는 중간에 하다가 그만둘텐데 리뷰를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억지로 플레이했네요. 차기작 미라지에서 주인공으로 나오는 바심은 발할라에서 워낙 시원찮은 모습을 보였기에 별 기대가 안됩니다.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의 서바이벌 게임은 레포데, 라스트 오브 어스 등 수도 없이 나왔습니다만, 소설/영화 월드워Z 처럼 수만 단위의 대규모 전투는 여태까지 본 적이 없기에 이 게임을 알게되자 바로 구입했습니다.
타이틀명 They are billions! 는 말 뜻 그대로 10억이 몰려든다!는 경비병의 절규입니다. 물론 실제 인게임에서 수억마리가 달려드는 건 아니고, 컴퓨터의 한계로 동시에 수십만마리가 몰려드는 수준입니다. 게임 장르는 스타크래프트 같은 RTS 이며 그래픽은 부하를 줄이기 위해서인지 2D 카툰렌더링 처리된 3D 입니다.
본론인 게임성으로 들어가죠. 2년 간 얼리엑세스를 거친 후 발매된 게임이고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밸런스 패치를 거듭했기에 상당히 안정화(규격화)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말해도 잘 모르실테니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보죠.
(1) 자원 수급이 새틀러 시리즈나 ANNO 시리즈처럼 복잡해서 스타크래프트같은 전투 위주의 RTS 가 아니라 자원 공급-꾸준한 유닛 생산이 더 중요한 RTS
스타는 미네랄과 가스만 생산하고 밥집 건설해주면 땡이죠. 이 게임은 자원 종류만 7~8개가 되고 각각의 자원을 캐기 위한 특화 건물이 존재합니다. 베스핀 가스같은 건물이 10여종 있어서 각각 따로 지어야 해서 골치아픕니다.
거기다 건물 하나하나가 지을 때마다 인구수를 포함해서 동시에 두 종류 이상의 자원을 소모합니다! 밥집(인구수 늘려주는 집) 지으려면 발전소의 전기 생산량이 여분이 있어야 하고 식량을 생산하는 농장 같은 것도 충분히 건설되어 있어야 합니다. 식량을 생산하려면 전기+밥집이 있어야 합니다. 발전소를 지으려면 밥집이 있어야 합니다. 아주 기초 건물인데도 서로 상성이 있는 세가지 자원을 동시에 구비해야 하므로, 자원을 잘못 운영하여 밥집과 전기가 동시에 다 떨어지면 이미 지어놓은 건물을 부셔서 추가 밥집과 전기 생산시설을 지어야 확장이 가능한 최악의 상황에 빠집니다. 말로 하면 복잡한데 실제로 당해보면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고 짜증납니다. 참고로 이건 기초 건물을 지을 때 소모되는 자원이고, 고급 건물은 목재나 석유도 추가됩니다.
이렇게 자원 생산 과정이 복잡하다보니 게임 대부분이 전투가 아니라 자원 운영과의 싸움도 큰 지분을 차지합니다. 한쪽에선 좀비와의 전투가 벌어지고 동시에 본진에서 심시티 및 유닛 생산 명령을 내려야 하는 높은 APM (분당 명령을 내리는 횟수=피지컬) 이 요구되는 게임입니다.
(2) 심시티
건물 지을 공간이 부족합니다. 맵은 기본적으로 좀비로 가득 차 있으므로 좀비를 쫒아내고 획득한 공터에 건물을 심게 됩니다. 그런데 건물 하나하나가 덩치가 엄청나고, 자원 종류마다 다 설치해야 하며, 각각의 자원 건물을 건설하기 위해 인구수+식량+전기 생산 시설을 추가로 짓다 보면 자리가 안 남습니다. 고급 유닛을 뽑을 즈음엔 맵 절반이 건물로 가득 찰 정도죠.
도전과제 중 인구 1만명도 있습니다만, 해보니 맵을 90% 가량, 그것도 효율적인 심시티를 해야 겨우 배치가 될 정도였습니다. 자원 수급망을 구성하는 것도 짜증나지만 초반 좀비떼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좁은 면적에서 최대한 심시티를 짜는 작업은 갓 입문한 사람에게 큰 스트레스를 유발합니다.
(3) 단 한마리라도 놓치면 게임오버
좀비하면 뭡니까? 초파리 같은 무서운 번식력이죠. 이 게임도 좀비 설정을 충실히 반영했습니다. 맵을 열심히 청소했더라도 맵 구석 나무 사이에 낑겨 있던 좀비 하나라도 놓치면 다른 곳 보고 있는 사이에 도시로 가서 건물을 때립니다. 그럼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건물이 오염되면서 좀비 네마리가 튀어나옵니다. 이 게임은 좁은 땅에서 빼곡하게 심시티를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건물 하나가 오염되서 튀어나온 좀비 네마리는 어디로 갈까요? 바로 옆 건물 5개를 때립니다. 그럼 이번엔 좀비 20마리가 터져나옵니다. 다음은 좀비 80마리가 터져나옵니다. 다음은... 게임오버 화면입니다. 이 모든 과정이 20초 안에 이뤄집니다. 좀비 영화의 난장판이 되는 정착촌 모습 그대로입니다.
말 그대로 딱 한마리라도 놓치면 게임 터지는 겁니다. 게임 처음 시작했다가 튜토리얼 가장 쉬움 난이도로 몇번이나 게임 터져보면 이를 악물고 좀비를 청소하게 됩니다.
이렇게 스타크래프트와 어느정도 차별화되는 하드코어한 RTS 게임입니다. 특히, 밑바닥부터 끝까지 진행하는 서바이벌 모드는 이 게임의 특징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모드입니다.
허나, 정식 발매되면서 추가된 켐페인 미션은 폭삭 망했습니다. 이것도 스타크래프트의 켐페인 미션을 떠올리면 되는데요. 스타2 수준은 커녕 스타1 보다 열악합니다. 모든 마을짓기 맵은 서바이벌 모드의 재탕이나 다름없으며 테크트리 차별화도 안됩니다. 스타에서 생산건물 없이 영웅 유닛만으로 던전을 탐험하는 것과 동일한 스타일의 켐페인 미션도 있는데, 전부 천편일률 적으로 수많은 좀비떼를 혼자서 해치우고 아이템을 찾기입니다. 심지어 맵을 재탕하기도 하죠.
한줄로 요약하면, 켐페인에 포함된 20개의 마을 미션과 곁다리 영웅 미션은 서바이벌 미션을 복붙해서 분량 뻥튀기한 수준입니다. 자원 운용과 좀비와의 전투로 한판 플타임 기본 1시간은 넘는데, 그걸 몇개나 하루 안에 끝내라고 하면 난이도 이전에 지루해서 못합니다.
왜 나오지를 않니... (맵 오류로 구석의 딱 한마리 못 잡고 있는 상황)한글은 맞는데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전형적인 AI번역기 한본어
그 외 소소한 단점을 예로 들자면 여전히 남아있는 사소한 버그, 스타크래프트 2 의 발끝에도 미치지 못하는 RTS 게임으로서의 미숙한 UI (특히 단축키 지정이 불편함), 읽어서 발음은 낼 수 있는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하려면 차라리 영어 원문을 보는게 나은 AI번역기 등이 있습니다.
총평 : ★★★
이번 리뷰는 게임을 해보지 않은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같은 RTS 장르에서 가장 유명한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하는 방식으로 써봤습니다. 어떤 면에선 스타2 유즈맵에서 모든 시스템 구현이 가능할 정도의 아류 게임입니다만, 게임 엔진과 그래픽 특성 덕에 스타2에선 이 게임처럼 한 화면에 몇 만마리나 되는 좀비가 바글거리는 광경은 구현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 게임만의 유니크한 경험은 존재하며, 월드워Z 류의 좀비 아포칼립스 세계관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색다른 분위기를 음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하지만 소규모 제작사인 만큼 스타2에 비해 불편하게 만든 부분이 적지 않고 게임성도 다소 호불호가 있기에, 리뷰글을 보고 적응할만 한지 심사숙고한 후 구입하시는 걸 권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정가 3만원은 오버프라이스이고, 이 게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서바이벌 모드만 따져서 1만원이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18금 성인 게임이며 잔혹한 고어 연출과 과다한 성애 묘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미성년자 분은 보호자와 함께 하지 않는 한 보지 않으시는 걸 강력히 권장합니다. 기본적으로 전연령이 볼 수 있는 사이트라 글 내용에 부적절한 내용은 포함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만, 혹여 실수로 해로운 내용이 포함 될 수 있으므로 가급적 피해주시길 바랍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대작 사이버펑크 2077 을 드디어 클리어 해봤습니다. 이번 여름 스팀 세일기간에 절반 가격으로 구입했는데, 한점 후회없는 지름이었습니다.
1. 그래픽 (★★★★★)
간만에 눈호강하네요. 최근 추가된 레이 트레이싱 업데이트로 RTX 4090 로도 풀옵으로 플레이 할 수 없는 게임답게 어마어마한 화질과 훌륭한 아트워크를 자랑합니다. 레이 트레이싱 최고 옵만 끄면 80~120 프레임으로 플레이 할 수 있으므로 크게 방해되지는 않았습니다.
역시 게임에 몰입하기 쉽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시각적 자극인 그래픽입니다. 이는 맵과 환경, 소품 디자인도 포함됩니다. 사이버펑크 2077 은 전형적인 1970~80년대 블레이드 러너식 미래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서 현대 기준으로 다소 투박하지만 눈에 익은 스타일입니다. 근미래 SF 세계관을 대상으로 한 게임은 여태껏 많았습니다만, 3D 오픈월드로 세부 디테일까지 훌륭하게 만든 건 폴아웃3 가 사상 처음이며 사이버펑크 2077 은 그 직계 후계자로 최신 그래픽을 자랑합니다. 제 인생 게임 중 하나가 폴아웃3 인 만큼 앞으로 얼마나 칭찬을 늘어놓을 건지 미리 예상되실 겁니다.
2. 스토리 (★★★★★)
제가 이 사이트를 열은 이후 가장 높은 스토리 평점을 매긴 두 게임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다른 하나는 데스 스트랜딩) 유비소프트 어크 시리즈의 수많은 뒤통수치기 및 찜찜한 엔딩은 잊으십시오. 어크 시리즈의 고통스러운 숙제 사이드퀘스트는 잊으십시오.
사이버펑크 2077 의 메인 스토리 라인은 이미 더 새로울 게 없는 SF 소설의 전형적인 왕도물 입니다만, 든든한 국밥을 먹듯이 아주 맛있고, 또한 요즘에는 특별한 맛이기도 합니다. 미국 드라마가 시즌 1 만 화제였다가 맨날 개판되고 뒤통수치고 뒤엎고 하다가 시즌이 이어질수록 인기가 떨어지듯이 요즘에는 이런 왕도물을 찾기 오히려 어려운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최근에 했던 왕도물은 젤다 야숨과 왕눈 뿐이었네요. 사이버펑크 2077 은 잊혀진 것 같았던 왕도물을 멋지게 살려서 정성스러운 백반 풀코스로 만들어놨으며, 다소 진부하지만 매우 강력하고 감동이 흐르는 기승전결 및 잔잔하게 소름이 돋는 엔딩 크레딧까지, 그야말로 "풀프라이스 AAA 급 게임" 다운 모습을 참으로 오래간만에 경험시켜줬습니다. 엔딩을 보면서 기립박수를 쳐줄 정도였네요.
오픈월드 게임에서 모든 사이드 퀘스트를 재밌게 즐긴 건 두번째입니다.
과거 폴아웃 3를 필두로 3D 오픈월드 게임이 태동했을 때는 모든 사이드 퀘스트의 세부사항까지 사람의 손길이 깃든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만큼 각각의 스토리 라인이 차별화되고 연출 하나하나 볼 만 했죠. 폴아웃의 시대관이 근미래라 몰입하기 쉬운 친숙한 주제라서 그렇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양산형 오픈월드" 인 어크 시리즈부턴 사이드 퀘스트의 의미가 퇴색되었습니다. 전투/잠입/심부름 등 게임성에 따라 크게 분류를 나누고 거기에 NPC 들 대사를 조금 양념친 수준으로 정성이 안 들어가 있고 스토리도 천편일률적이라 재미가 없는, 최근 오픈월드 게임에 대한 대표적인 오해를 만든 장본인입니다.
사이버펑크 2077 은 초대 오픈월드 게임인 폴아웃 3 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엄밀히 말하면 어크처럼 게임성에 따라 크게 분류되어 있긴 합니다만, 각각의 스토리는 SF 소설의 전형적인 딜레마를 포함하고 풀더빙과 선택지마다 연출을 크게 다르게 하여 마치 액자 소설처럼 게임 내 또다른 미니 게임을 치루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심지어 사퀘를 수주받거나 완료할 때의 소소한 대사와 보이스마저 중복되는 것 없이 각각의 사퀘 한 건마다 모두 달리 넣었기에 제작진의 정성에 몇차례나 감동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서양의 오픈월드 게임, 또는 서양의 RPG 게임하면 바로 떠오르는 또 다른 짜증유발 요소로, 못생긴 캐릭터와 갑자기 들이대는 동성애 강요가 있습니다. 이미 여러차례 리뷰한 어크 시리즈에서 최신작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경향에 대해 논평했었죠.
이 게임 또한 점차 친해지는 동료와 대화하다가 갑자기 키스 마크가 뜨며 이걸 누르면 동성애 진행으로 간다고 경고하는 상황이 발생합니다만, 모든 사퀘가 흥미진진해서 풀더빙으로 대사 하나하나 감미하면서 보다가 선택지를 고르기 때문에, 어크처럼 재미없는 사퀘 마구 밀어대다가 갑자기 서로 키스하는 대참사를 보는 일은 상대적으로 적을 듯 합니다. 그리고 캐릭터 디자인도 하나같이 엘프같은 미형이라서 그냥 보기만 해도 안구가 정화됩니다.
3. 게임성 (★★★★)
칼질 아니면 총질 + 잠입을 곁들인 오픈월드 게임에선 전형적인 플레이지만 국밥처럼 든든한 게임성을 제공합니다. 폴아웃 3 의 뷸릿타임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적을 멈춰놓고 총을 정밀 조준하여 쏘는 걸 포함해, 사이버 펑크 시대다운 다양한 무기 개조옵션이 원툴로 게임하는 걸 막아줍니다.
지금까지 리뷰를 보면 아시겠지만 제 피지컬이 떨어져 근접무기라든지 다양한 방법으로 플레이 했을 때의 소감은 작성할 수 없습니다만, 적어도 게임을 부담없이 즐겁게 플레이하기 충분한 구성이었습니다.
4. 음악 (★★★)
게임에서 들려주는 락이나 트랜스 장르 음악은 사이버펑크 세계관다운 멋진 선곡을 보여줍니다만, 게임으로서의 BGM 과 이펙트는 다소 실망스러웠습니다. 특히 자동차를 운전할 때의 모든 차종의 단조로운 엔진음이나 전투시 사운드 플레이가 다소 작위적인 모습은 이 훌륭한 게임에서 유일하게 최하점을 받는 약점입니다. 그래도 BGM 은 사서 듣고 싶어집니다.
5. 버그 (★★★★)
출시 초기 온갖 버그로 유명했던 타이틀입니다. 발매 2년 반이 지나 최후의 DLC 출시가 임박한 지금 시점에서 플레이 해보니, 안정화가 많이 되었긴 하지만 여전히 눈에 띄는 기본적인 버그가 많습니다.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버그는 꽤 많이 경험했습니다만 세이브 로드하면 대부분 해결됩니다. 방사능 가이거 카운터처럼 지지직거리는 노이즈가 끼는 사운드 버그는 컴퓨터의 음질을 최하로 낮춰서 해결했으며, 플레이 도중 수시로 튕기는 건 꽤 자주 있는 자동 저장 포인트 덕분에 큰 부담은 없지만 가장 성가셨습니다. 결론은 현재는 많이 안정화되어 플레이 할 만 합니다. 젤다처럼 무결한 수준은 아니지만요.
6. 트로피 난이도 (★★)
음악 빼고 모든 면에서 즐겁게 플레이 할 수 있는 최고급 게임이므로 사이드 퀘스트 올클 트로피 같은 건 자동으로 깨게 됩니다. 가장 성가신 건 전투 관련 특정 행동 트로피와 콩가루를 뿌린 듯 흩어져 있는 수백개의 경찰신고 퀘스트입니다만, 이것까지 다 합쳐 100 시간 이내 전부 클리어 가능합니다.
7. 컨트롤러 적합도 : 키마 + 조이스틱
FPS 슈팅 게임 지존은 키보드와 마우스입니다. 그런데 이 게임은 GTA 시리즈처럼 자동차도 조종해야 합니다. 자동차 조종은 조이스틱이 최고입니다. 키마와 조이스틱을 둘 다 동시에 쓸 수 있는 PC 니 기왕이면 둘 다 같이 쓰는게 플레이하기 월등히 쉽습니다.
8. 총평 (★★★★★)
출시 3년 차가 되어가는 사이버펑크 2077 은 나름 엄격히 채점하더라도 역대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으로 부담없이 손을 꼽겠습니다. 다른 최고의 오픈월드 게임으로는 저에게 이 장르를 처음 알려준 폴아웃3, 그리고 젤다 야숨과 왕눈을 추천합니다. 어크 시리즈는 그 어떤 것도 이 라인업에 들어갈 수 없습니다.
블레이드 러너같은 디스토피아 SF 세계관에 흥미가 있고 폴아웃 3 같은 유사 세계관 게임을 좋아한다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모든 면에서 최첨단, 최고 화질, 훌륭한 스토리와 충분한 게임성을 갖춘 세기의 게임입니다. 음... 세기라고 하면 마치 누구같아서 Decade (10년)의 게임이라 부르겠습니다.
곧 나올 DLC 출시가 매우 기다려집니다. 그때까진 남은 멀티엔딩 분기 다 보고 플래티넘작을 해야죠.
이 게임은 최근 나온 디아블로4 와 유사한 탑다운뷰와 마우스 컨트롤로 1차 세계대전 참호전을 치루는 액션 슈팅 게임입니다. 이렇게만 쓰면 먼 옛날에 나온 코만도스 시리즈라든지 Company of Heroes 같은 현대전 배경 실시간 전략 게임이 떠오르실지도 모르겠는데, 이 게임은 다른 현대전 게임과 차별화하기 위하여 1차 세계대전의 알보병 시점으로 플레이어를 격하해버립니다.
보통 현대전 전략/전술 게임이라면 지휘관의 시점에서 수많은 부대를 전선으로 투입해 화려한 전투를 벌이지 않습니까? 그러나 이 게임은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입장인 알보병이 되어버리니 화려함과는 엄청나게 거리가 멉니다. 알보병은 전투에서 소모되어 죽는게 임무입니다. 보통 현대전 FPS 게임과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쉽게 픽픽 나자빠집니다. 플레이어 혼자서는 전황에 영향을 줄 정도의 영웅적인 임무가 불가능하다는 뜻입니다. 들 수 있는 무기도 제한이 심하고 탱크 하나 뽑으려면 피눈물나는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 여느 현대전 게임보다 가혹합니다.
이렇게 보면 스탈린그라드 전투처럼 총탄만 쥐어주고 전선에 투입되는 불합리한 게임으로 보입니다만, 전략적인 요소가 완전히 없는 건 아니라서 플레이어의 행동으로 무기 생산에 필요한 자원을 채집하는 요소가 추가되어 있습니다. 쉽게 말해서 안전한 후방지역에서 SCV 가 되어 불을 내뿜는 전선에 철이나 기름 같은 무기 생산에 필요한 요소를 보내는 거죠. 만약 백업이 충분치 않으면 격심한 소모전이 벌어지는 전선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이 리스폰 할 때 무기가 다 떨어져 아예 싸울 수 없게 되고, 그 결과 전선이 밀려나게 됩니다.
어찌보면 배틀필드와 유사한 점이 더 많은 게임입니다. 특화된 병과로 옷을 갈아입고 누구는 생산, 누구는 알보병, 누구는 탱크를 타고 싸우는 것이 배틀필드에서 자원 수집 요소를 더 추가한 것 같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배틀필드와 치명적으로 차이나는 부분은 전투입니다. 기갑차량에 밀려 폭사하는 한이 있더라도 배틀필드는 적어도 적을 조준하고 쏘는 게임성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2D 탑다운 뷰 시점으로 마우스 오른 클릭으로 조준하고 조준점이 맞춰질 때까지 기다렸다 쏴야 적을 정확히 제거할 수 있습니다. 조준도 단순히 방향을 돌리는게 아니라 높낮이 고저차도 고려해야 하므로 마우스 포인터를 적 위에 정확히 대는 까다로운 컨트롤을 요구합니다. 시야도 적이 한 눈에 들어오지 않고 오직 플레이어 시야에 닿아야만 순간적으로 보이며, 기둥 뒤에 서면 적이 바로 사라집니다. Fog of war 같은 만만한 게임이 아닌 거죠. 게다가 마우스로 화면 모서리 너머 2~3배까지 밀어댈 수 있는 걸 알게 되면 누가 먼저 시야에 적을 포착하느냐 게임이 되어 마우스를 마구 열심히 굴리게 됩니다. 시야 공유? 적의 위치 포착? 1차 세계대전이므로 그딴 건 없고 오직 플레이어 1인칭 시점으로만 정보를 보여주기에, 옆에 아군이 함께 달려가도 동료 이전에 플레이어의 눈으로 하는 피아 식별이 더 중요합니다. 덕분에 하나의 전장에 수백명이 들어갈 수 있다고 해도 한 화면에 들어오는 실질적인 플레이어 수는 고작 몇 명 수준에 불과합니다.
전투 하나만 복잡하고 어렵고 빠른 적응이 힘든 건 아닙니다. 이 게임은 전반적으로 UI 최적화가 안되어 있어서 컨트롤이 매우 복잡하고 허구언날 마우스로 탑다운 메뉴를 열어 장비를 얻고 제거하고 하는 반복작업의 연속입니다. 전투보다 전투에 돌입하기 전 준비할 게 더 많다는 뜻이죠. 자원 채취도 마찬가지입니다. 크레인을 운전하고 물건을 집고 공장으로 수송해야 하는 등 번거로운게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요새나 철조망을 건설하는 것도 그냥 마우스 왼클릭을 누른 채 몇분간 가만히 서 있는게 전부입니다. 모든 행동이 거북이같이 느리고 시간을 엄청나게 잡아먹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ARMA 시리즈처럼 진입장벽이 천정부지로 높은 게임입니다. 억지로 7 시간 동안 밀어봤으나 가장 큰 특징인 자원채취는 수수하고 재미도 없으며 같은 팀에게 확실하게 기여한다는 보상을 주지 못합니다. 전투는 장비 세팅이 번거롭고 시야를 확보하기 위해 계속 마우스를 돌려야 해서 힘들고 지치게 만들며, 그에 반해 적을 포착하고 마침내 사살하는 과정은 극히 일부라서 보상감이 배틀필드같은 즉흥적인 FPS 에 비하여 심하게 부족합니다.
이 게임은 과거부터 나온 배틀필드 같은 게임에서 한 번 쯤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훨씬 디테일한 요소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거북이같은 느린 페이스로 전쟁의 긴박감을 주지 못하고, UI가 큰 걸림돌이 되어 플레이어로 하여금 끊임없이 인내와 고통을 요구하는 불합리한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얼리엑세스를 시작하고 수 년이 지나 정식 발매된 게임이 이 정도이니 더 이상 큰 변화를 기대할 수도 없습니다. 유저들이 꿈꾸던 컨셉을 실현시키고 나름 현실적인 전장 구현에 성공했습니다만, 실제 전쟁처럼 플레이어를 비참한 알보병으로 구르게 만들고, 삽질하느라 몇시간을 소모하는 재미없는 게임인 것이 최대 단점이었습니다. 전쟁은 재미가 없습니다. 게임을 팔리게 만들려면 비현실적인 전쟁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