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오락 수상기

팀버본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4. 3. 2. 15:24

 

튜토리얼로 시작한 맵 하나만 붙잡고 30시간 가까이 플레이 했지만 아직도 끝이 안 보입니다.

튜토리얼이 끝나도 튜토리얼 맵을 계속 플레이하여 두번째 종족을 해금하는 단계까지만 플레이 할 생각이었는데, 해금하는데 6시간이 걸렸습니다. 돌이켜 보면 두번째 종족 해금 조건은 게임을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고 앞으로 계속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드는 일종의 마일스톤 역할이었습니다.

 

 

팀버본은 말 잘 듣고 일만 하는 비버들을 데리고 댐을 세워 수위를 올리고 수로를 파서 관개농업을 하고, 마지막에는 지형을 모조리 갈아엎는 개조로 물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처음 시작하면 주기적으로 일어나는 가뭄과 오염수 범람에 비버들이 떼죽음 당하지만, 주기를 거듭하면서 생존할수록 거주촌은 점차 커지고 강해지며, 머나먼 수원을 거슬러 올라가 마침내 수원을 직접 관리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가뭄과 오염수 걱정이 사라지고 심시티에만 전념할 수 있습니다.

 

거주촌을 키우는 과정에서 수많은 자원과 물류 문제가 플레이어를 괴롭히지만 비슷한 게임에 비해 월등히 간단해서 초보자도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습니다. 자원 종류가 많지만 해당 자원을 써서 뭔가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면 굳이 테크트리를 올리지 않고도 생존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물류도 ANNO 1800 이나 섭시티 류처럼 극악으로 귀찮지 않고 길을 무한대로 이동할 수 있어서 단순합니다.

 

따라서 정묘한 시뮬레이션 심시티나 마이크로 컨트롤은 타 게임에 비하면 부족합니다만, 이 게임은 절대 간단하지 않습니다. 각각의 요소를 깊게 파고들기 보다 얕으면서 넓게 다루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플레이하면 할 게 산더미 같아서 마이크로 컨트롤해야 합니다. 운영이 단순하다 해도 효율적인 심시티를 할 수 있도록 지형을 깎아내리고 물이 잘 흘러내리도록 수로와 댐을 건설하는 고민을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쉽게 말하면 마인크래프트에서 농사짓고 주민 데려오는 심시티하는 느낌입니다.

 

 

게임성은 타 게임에서 이것저것 가져와서 조립한 듯 보이지만 이 게임만의 개성도 있습니다. 주인공이 비버라는 점을 활용하여 침수되도 죽지 않고 물 속을 자유자재로 헤엄친다든지, 인간이 멸종한 포스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인간의 이기를 사용하는 비버의 재미난 모습 같이 게임 내 세계관에 몰입할 만한 장치가 잔뜩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임 내용이 널고 얕더라도 각각의 요소가 따로 놀거나 상충되는 일 없이 조화롭게 합친 게임성 또한 경이롭습니다.

 

 

얼리엑세스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단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먼저, 마이크로 컨트롤이 과다하게 요구되는 플레이입니다. 초반에는 정착촌을 클릭해서 관리해줘야 할 일이 넘쳐나며 중반부터는 지형과 수로를 만드느라 손목이 아플 지경이 됩니다. 긴 시간 플레이하더라도 피로감을 최소화하는 팩토리오의 유저 친화적인 UI 를 빨리 도입해야 하는데 제작진이 언제 추가할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마치 문명처럼 게임성이 워낙 방대하다보니 게임이 한도 끝도 없이 질질 늘어집니다. 앞서 두번째 종족 해금까지 6시간 걸렸다고 했는데, 현재까지 30시간 가까이 플레이 했는데도 이제 겨우 절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팩토리오 할 때와 마찬가지로 게임 한 판 끝내려면 100 시간은 기본으로 가는 게임입니다.

 

그런데 게임 속도가 느립니다. 최적화는 굉장히 잘 되어 있어서 3단계 최고 속도로 플레이해도 프레임이 내려가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느려서 가뭄 주기가 오려면 현실 시간으로 10분 가량 내버려둬야 합니다. 비버 아니랄까봐 지형을 깎아내고 건물 짓는 속도도 느리기 짝이 없어서 그냥 게임 켜놓고 딴 짓하게 됩니다. 팩토리오처럼 자원만 있으면 건물을 바로 건설하고 지형을 깎아낸다면 훨씬 경쾌하고 스피디하게 게임을 할 수 있을 텐데, 이미 게임성의 일부로 확립된 상태라 어지간하면 정식 출시해도 변경되지 않을 것 같아 아쉽습니다.

 

 

아직 얼리엑세스 입니다만 컨텐츠가 방대해서 맵 하나당 100시간은 즐길 수 있는 타임머신입니다. 다만 팩토리오와 달리 유저 편의 UI 가 부족하고 페이스가 느려서, 한 판 끝난 후 다음 판 게임을 즐기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하는게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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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몬즈 소울 포기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4. 2. 12. 23:18

보스 잡은 줄도 모르고 한 대 맞을까봐 후다닥 튀는 모습

 

현재 다크 소울류의 사실상 원조가 되는 데몬즈 소울을 플레이해보고 포기했습니다. 딱히 소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과거 PS3 시절에 데몬즈 소울을 플레이했던 경험이 있어서 추억 확인도 겸해서 플레이했습니다.

 

PS3 은 발매 초기 극심한 게임난에 시달렸습니다. 할 만한 게임이 없어서 나오는 게임을 전부 사봤는데 그 중 하나가 데몬즈 소울이었죠. 당시 포크스 소울도 해봤는데, 이름 때문에 데몬즈 소울의 전작으로 착각했습니다만 이번에 조사해보니 전혀 다른 제작사의 무관계한 작품이더군요.

 

지금도 데몬즈소울(PS5)을 끝까지 플레이하지 못하는데 그 때에도 데몬즈 소울 (PS3) 을 잘 했던 건 아닙니다. 추억을 확인하면서 플레이 해보니까 1-1 보스를 잡고 1-2 초입에서 드래곤이 불질하는 걸 보고 포기했던 걸로 기억납니다.

 

 

엥? 정말로 해치웠나?

 

그리고 이번엔 1-2 보스 잡고 다음 맵에 갔다가 바로 포기입니다.

 

데몬즈 소울 및 엘든링 같은 소울라이크 게임은 21세기의 플랫포머 - 슈퍼마리오 같은 게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임 핵심 메카닉은 슈마나 소울류 전부 순간적인 보상이 확실해서 재미있습니다. 슈마는 타이밍 좋게 점프하냐 아니냐에 따라 죽음과 난간 밟고 올라가기가 갈라지고, 소울류는 적 AI 와 신경전을 벌이면서 한 방 때리느냐, 헛발질해서 쿨타임 일 때 쳐맞아 죽느냐로 매 순간순간 짜릿합니다. 추억 확인도 있지만 짜릿한 손맛을 잊을 수가 없어서, 이미 엘든링에서 소울류는 더 이상 안하겠다고 말했으면서 다시 한 번 손 댄 겁니다.

 

하지만 그 외의 요소는 고전 게임 그대로입니다. 계속 반복되는 공방전에서 적의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면  단 한방에 풀피라도 죽거나 공격도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합니다. 옛날의 보통 RPG 인 턴제 또는 SRPG 는 이 정도로 극단적이진 않아서 입력 실수를 해도 만회할 찬스가 주어지는데, 슈마나 소울류는 딱 한 번 잘못 입력하면 그냥 죽는 겁니다. 타격감이나 공방전 수싸움 만큼은 끝내주므로 이런 부분의 난이도만 완화시키면 지금보다 훨씬 대중화가 가능할 텐데 말이죠.

 

난이도는 게임 제작시 가장 큰 딜레마입니다. 대중성을 위해선 한 방에 죽어버리는 상황을 피해야 하지만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보상을 주기 어렵습니다. 보통 게임은 타이밍 좋게 공격하거나 약점을 이용해 공격하면 크리티컬로 보상을 주죠. 하지만 소울류 게임을 해보면 "이기기 vs 더 큰 보상으로 이기기"만으로는 "죽기 vs 살기" 보다 카타르시스 측면에서 이길 수 없음이 증명됩니다. 그렇다고 게임을 죽기살기로 플레이 하도록 세팅하면 경쟁을 싫어하는 일반인은 싫어해서 안 팔리는 거죠. 소울류는 하드코어하고 매니악한 틈새 시장에서 메이저가 된 게임으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엘든링처럼 난이도를 약간이라도 약화하지 않는 한 소울류가 지금보다 더 많이 팔릴 것 같지 않습니다.

 

 

소울류는 맵이 다양하지 못합니다. 일반적인 액션 어드벤쳐 게임은 캐릭터가 잘 안 죽기 때문에 시원스럽게 진도가 나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레벨 디자인보다는 분량에 신경쓰는 경우가 많죠. 반면 슈마나 소울류는 맵을 짧지만 굉장히 밀도있게 설계합니다. 이는 반대로 말해서 다크소울에 무쌍 캐릭이 난입했을 경우 모든 맵이 순식간에 털리고 게임도 엄청 빨리 끝나게 되는 겁니다.

 

작고 반복되는 맵은 제 취향과 맞지 않기도 합니다. 슈마가 암만 재밌어서 100번 다시 플레이 해도 1-1 스테이지는 바뀌지 않습니다. 반면 폴아웃3 는 방대한 오픈월드 환경에서 다양한 서사가 담긴 이벤트로 저를 매료시켰습니다. 제가 오픈월드 게임을 가장 선호하는 이유는 맵의 밀도 보다는 맵의 분량 - 질리지 않고 새로운 것을 보여줄 수 있는지 여부가 재미의 판도를 가름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면에서 데몬즈 소울의 맵 구조는 한 번이라도 100% 정복하고 나면 다음에는 질려서 다시 가고 싶지 않습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슈마 유저들이 몇백번이나 똑같은 스테이지를 반복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로그라이크 계열을 싫어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무튼 소울류/마리오류를 싫어하는 이유 하나 더 적립하고 데몬즈 소울도 봉인합니다. 이 정도로 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쌓았으면 다음에 발매되는 소울류는 다신 안 사겠죠. 아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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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프론티어 최종 DLC + 삭제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4. 1. 19. 15:56

 

한가롭게 소닉 프론티어의 남은 미션과 도전과제를 깨다가 최종 DLC 에서 추가된 어나더 월드를 발견하고 도전해봤습니다.

 

어나더 월드의 특징은 아래와 같습니다.

 

- 본편에서는 인질로만 나오고 플레이어블이 아닌 소닉의 동료 3 명을 직접 플레이 가능

- 파티플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동료 3명 전부 고유의 액션 및 전투 특성을 가지고 있어 맵 탐험 가능

- 본편 마지막 맵 전체를 기반으로 동료 3명만 깰 수 있는 도전과제로 가득 찬 새로운 맵

- 본편보다 난이도가 업그레이드한 서브 미션

 

최종 컨텐츠인 이상 마리오 게임의 어나더 월드처럼 난이도가 오르는 건 당연히 예상할 만 합니다. 오픈월드의 맵에 퍼져 있는 퍼즐도 본편과 달리 가끔 한두번 재도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상으로 반가운 건 소닉 말고 다른 3 명의 캐릭터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거였습니다. 점프부터 특성이 완전히 달라서 하나는 더블 점프 및 활동이 가능하고 하나는 무한 수평이동, 하나는 비행기를 타고 마음껏 상승할 수 있어서 소닉보다 월등한 점프력으로 맵을 탐험하는 재미가 굉장합니다. 물론 3명을 위한 퍼즐 난이도도 높은 수준이라서 여러번 재도전해야 합니다만 이렇게 플레이가 가능한 것만으로도 정말 고마운 DLC 입니다.

 

 

 

 

 

시련의 탑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말이죠.

 

 

나쁜 디렉터! 맞아라!

 

추가된 세 명의 캐릭터를 돌아가면서 맛보기 수준으로 플레이하고 나면 다시 소닉으로 돌아와서 시련의 탑 3개를 도전해야 합니다. 시련의 탑까지 깨야 추가 캐릭터를 마음껏 골라가면서 맵을 탐험할 수 있는 겁니다.

 

그리고 시련의 탑은 통곡의 벽이었습니다. 컨텐츠 표절로 스팀에서 내려간 Only Up 이라는 게임을 아십니까? 빈약한 발판을 타고 하늘로 계속 올라가는 게임으로, 비슷한 게임으로는 악명높은 항아리 게임이 있습니다. 시련의 탑이란 바로 이 항아리 게임 + Only UP 을 합친 미션입니다!!!!!!!!!

 

아악! 조금만 더 올라가면 너클즈, 테일즈가 기다리고 있는데! 시련의 탑을 하나도 못 깨겠습니다! 차라리 세 명을 모르는 편이 좋았는데 이미 알아버린 이상 어떻게든 시련의 탑을 깨고 싶어집니다. 그런데 못 깹니다! 안 깨집니다! 저 망할 게임 디렉터가 가장 악명높은 게임들을 참고해서 DLC 난이도 설정을 해버려서요!

 

스토리 상 어떻게든 시련의 탑을 깨야 다음으로 나가는데 완전히 막혀버리니 더 이상 게임을 하기 싫어졌습니다. 엘든 링과 같은 이유로 소닉 프론티어는 중도 유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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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 엔딩이 되는 줄 알았는데 공략 보니 난이도 낮추라고 되어 있더군요. 한번도 생각 못했는데 난이도 낮추니 풍선을 쫙 깔아서 시련의 탑 공략 루트가 아예 바뀝니다. 암튼 다시 낭낭하게 플레이하고 3 캐릭터 전부 풀업해주고 못 깰 만한 건 포기하고 드디어 엔딩을 향해 보스전을 치르는데...

 

 

보스전도 밸런스 망했더군요. 스킬 랜덤하게 자동으로 시전하는 걸로는 딜이 전혀 안 나와서 보스를 깰 수 없습니다. 딜 타임에 한 방에 피를 크게 깎아야 하고 안 그러면 완전 풀피 회복되는 건데 자동 스킬로 공격하면 딜레이로 초보는 이길 수 없습니다.

그리고 보스전 필드도 최악의 구성입니다. 사방이 나무로 둘러싸인 분지 지형인데 나무로 인해 시야가 가려져서 소닉이 패링을 할 타이밍을 잡을 수 없습니다. 시야각 조절을 잘못한 건가 싶어서 옵션을 몇 번이나 건드려봐도 보이는 건 숲이요 소닉은 언제 들이닥치는지 볼 수 없는 100% 적중률의 호밍샷에 맞아 나가 떨어집니다.

 

플레이어가 무조건 성장해야 하는 소울류 게임도 아니고 마지막 DLC 직전까지 최저 난이도 플레이어를 배려해서 잘 만들었는데 마지막에만 클리어 불가능한 보스와 스테이지가 나온다? 이런 건 게임을 전부 파악한 노련한 숙련자 플레이어가 아니라 대충 중간쯤 가는 플레이어가 게임 레벨을 짤 때 주로 일어납니다. 게임 디렉터가 자신이 만든 게임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서 자신의 실력으로 클리어 할 수 있으면 괜찮은 거라고 생각한 겁니다.

 

역대 최고의 게임이 될 수 있었고 DLC 업데이트도 충실한데,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중대한 실수로 피장파장이 되어버린 느낌입니다. 전적으로 추천할 수 있는 게임이 되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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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닉 프론티어 클리어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4. 1. 8. 14:14

 

 

이제는 재작년에 나온 작품이네요. 발매 당시 양작으로 소문난 게임이었는데, 엔딩을 보고 나니 말 그대로 범작 중 양작이었습니다.

 

1. 스토리 (왕도적 전개, ★★★)

언제나의 소닉이죠. 마리오처럼 저연령층 대상이라서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닙니다. 이미 온갖 스토리를 섭렵한 성인에게는 뻔한 전개라 지루하죠.

 

하지만 보편 타당한 스토리는 언제나 통합니다. 뽕을 느끼게 해주는 적당한 연출까지 곁들이면 말이죠. 소닉은 앞뒤 안보고 달립니다. 앞뒤 간격 재서 발판 찾아 점프하면 마리오지 소닉입니까? 소닉은 생각하지 말고 달리고 또 달리는게 미덕인 게임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닉 프론티어는 난이도는 쉽지만 소닉다운 연출이라 만족스러웠습니다.

 

 

그런데 소닉 게임이 3D 에 와서 성공하기 어려운 이유는 워낙 빨리 달리다 보니 컨텐츠 소모속도가 어머어마해서 그렇습니다. 전부 다 해 본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논란이 많았던 소닉 게임은 속도가 빠르다 → 컨텐츠 부족, 속도가 느리다 → 이게 무슨 소닉이야? 이지선다에 걸렸죠. 그런 면에서 프론티어는 계속해서 신나게 달리는데도 20시간 넘게 오래 즐길 수 있어서 볼륨도 충분했습니다.

 

 

2. 게임 플레이 (★★★★)

소닉 프론티어는 예전에 나온 소닉 게임을 조합한 반픈월드입니다.

 

(1) 반픈월드

게임을 처음 시작하면 황량한 오픈월드 들판이 보입니다만, 조금만 진행하면 이중 구조로 이루어진 걸 알 수 있습니다. 기본 오픈월드는 수많은 숏 퍼즐로 이루어진 공간이라서 플레이어가 마음대로 돌아다니면서 숏퍼즐을 공략하거나 초대형 적과 싸울 수 있습니다. 아이템을 구해서 맵을 해금하고 소닉의 기술이나 스피드 최대치를 올리는 등, 유비 오픈월드와 거의 똑같습니다.

 

오픈월드 곳곳에는 포탈이 있습니다. 포탈을 타고 가면 우리가 익히 아는 그 소닉 스테이지가 나옵니다. 대부분 이전 소닉 게임 내용물을 재탕한 거라 하던데 스토리적으로 개연성이 아주 없는 건 아닙니다. 각각의 스테이지도 특별한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키 아이템을 얻어서 본편 스토리 해금에 사용하는 지나가는 장소일 뿐입니다.

 

(2) 오픈월드를 꽉 채워주는 요소란?

어쌔신 크리드 오픈월드에서 가장 혹평받는 건 "공허하다", "수집요소만 잔뜩 있다." 탐험하는 즐거움이 없다." 입니다. 소닉 프론티어는 유비 오픈월드라 했죠? 그런데 전형적인 어크 오픈월드는 아니고 약간 덜 공허합니다.

 

젤다 야숨 오픈월드가 공허하지 않은 이유는 오브젝트 간의 상호작용이 활발하여 맵 탐험을 재미있게 만들어줘서 그렇습니다. 후속작인 젤다 왕눈은 만들고 노는 재미로 장르가 달라졌죠. 두 젤다 작품의 공통점은 캐릭터의 이동속도는 느리지만 상호작용을 이용하여 마구 날아다니거나 갈 수 없는 곳에 갈 수 있습니다. 어크는 신디케이트의 스캐플러 후크에서 최고의 이동성을 뽑았으나 이후 오리진부터 땅개가 되어 상쾌하게 이동하는 재미가 잘려버렸죠.

 

 

소닉 프론티어도 처음 시작하자마자 좀 물립니다. 소닉의 속도 스탯이 최저라 이동속도가 느린데 반해서 맵은 광활하고 텅텅 비어 있으면서 군데군데 숏 퍼즐이 널려 있는게 전부입니다. 그러나 꾹 참고 두번째 오픈월드로 넘어갈 때 쯤이면 소닉의 이동속도가 원활해지고 오픈월드에 펼쳐진 레일을 타고 다니는 재미에 흠뻑 빠집니다. 대략 유비 오픈월드를 청룡열차 타고 돌아다닌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뒤로 갈수록 맵 크기가 광활하고 거점의 퍼즐을 전부 풀어서 맵 전체를 해방해야 빠른 이동이 해금됩니다만 이동의 불편함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 이유는 소닉이 맵을 빠르게 가로지를 수 있어서 입니다. 소닉답게 레일을 타고 돌아다니는 걸 보고 있으면 빠른 이동보다 돌아다니는 재미가 더 큽니다. 젤다와 명백히 다른 방향으로 오픈월드가 채워지는 것입니다.

 

 

(3) 어렵지 않은 플랫포머

앞서 스토리에서 설명했듯이 소닉은 달리는게 미덕입니다. 화면 전환이 워낙 빨라서 대부분의 퍼즐과 스테이지가 강제 전개 투성이이고 점프 함정도 전혀 어렵지 않습니다. 몇 번 재도전하면 어느 타이밍에서 버튼을 눌러야 할 지 외어지므로 어떤 면에서는 리듬게임과 마찬가지입니다. 젤다 야숨처럼 맵 곳곳에 퍼즐을 뿌리긴 했습니다만 퍼즐의 성격이 전혀 다른 소닉 프론티어는 젤다 야숨과 닮았으면서도 명확히 차별되는 퍼즐 오픈월드를 구현한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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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션치인 제가 엔딩을 볼 수 있는 걸 보면 난이도 낮은게 확실합니다. 뒤로 갈수록 까다로운 플랫포머도 등장합니다만 안해도 엔딩 보는덴 지장없습니다.

 

3. 음악 ( ★★★★ )

소닉 프론티어 자체 음악은 별거 없습니다. 기본 배경이 멸망한 폐허라 소닉스럽게 신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교체 가능한 배경음악이 역대 소닉 시리즈의 노래를 모조리 쓸어 담은 것 같습니다. 수십개나 되는 명음반을 듣다 보면 절로 흥이 납니다. 배경음이 고정되는 포탈에 들어가는게 싫어질 정도입니다.

 

4.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컨트롤러

계속해서 돌아다녀야 하는 플랫포머 게임이라 아날로그 스틱 위치가 인체공학적인 XBOX 컨트롤러 스타일이 좋습니다.

 

조작법은 약간 구닥다리입니다. 스킬을 구사하려면 여러 버튼을 조합해야 하는 암기력이 필요한 방식입니다. 저같은 초보자를 위해서 스킬 자동 발동 옵션이 있으나, 대략 5대 평타 때리고 랜덤하게 스킬을 구사하는 방식이라 딜 타임에 집중적으로 때려야 하는 적을 상대할 때에는 콤보 도중 대기 동작이 긴 기술이 터지면 복장 터집니다. 숙련된 플레이어라면 자동 콤보를 꺼야 유리합니다.

 

5. 총평 (★★★★)

세간의 평가대로 양작이었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길고 어렵지 않으면서도 파고들 만한 요소도 많고 오픈월드도 재밌게 돌아다닐 수 있습니다.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걸작은 아닙니다만 구입해도 돈이 아깝지 않은 중상급의 양호한 게임입니다.

 

저도 맵을 쏜살같이 돌아다니는 손맛과 잔뜩 남아있는 수집 요소 때문에 당장은 지우지 않고 생각 날 때마다 한 두 시간씩 플레이 할 생각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차기작도 이번작과 같은 스타일의 오픈월드로 나온다면 지금보다 참신할 수 있을지 걱정이 드네요. 이번 작품이 양호한 이유는 예전에 나온 소닉 게임을 집대성해서 그렇습니다. 보여줄 수 있는 건 프론티어에서 다 보여줬는데 앞으로 뭘 더 추가할 수 있나요? 결국 어크 시리즈처럼 양산형으로 나오지 않을지 쓸데없이 걱정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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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혼2 스팀버전 플레이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3. 11. 27. 19:31

 

참으로 오래간만에 플레이한 괴혼입니다. 하다보니 괴혼2에서 실망했던 기억도 소록소록 떠오르더군요.

아! 코스모가 느껴져!

 

과거 PS2 에서 풀더빙 한글화로 즐겼던 괴혼1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큰 인상을 남긴 게임이었습니다. PS2 시절까지의 게임은 저예산이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로 승부하는 시절이었고, 괴혼1도 그래픽은 대단하지 않았지만 막나가는 스토리, 게임과 연결되는 컨트롤러 활용법, 명반으로 가득 채워진 사운드 트랙으로 고전 명작에 오르게 된 작품입니다.

 

하지만 스팀으로 판매중인 괴혼1 리메이크 버전은 한글화도 삭제되고 더빙도 날아가 버려서 PS2 시절 최고의 경험을 온전히 누릴 수 없습니다.

 

 

반면에 괴혼2는 스팀으로 발매되면서 한글화도 다시 해줬습니다. 더빙은 1편과 달리 게임 내에서도 음성이 안 나오므로 원래 없습니다.

 

1. 스토리 ★ ★

당시에도 미묘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해보니 생각이 더욱 굳어졌습니다. 괴혼1은 그야말로 코스모가 느껴지는 황당한 스토리와 작중 왕자의 정체가 오리무중이라 어른 아이 할 거 없이 빠져들게 만들었는데, 괴혼2는 평범한 인생극장으로 진부하게 각색해서 어른에겐 재미없는 내용이 되었습니다. 감각적인 애니메이션은 여전하지만 전체적으로 너프되어 있는 것이 마치 역대 최고였던 디스가이아1 과 이후 시리즈를 보는 듯 합니다.

 

2. 게임성 ★ ★

엄밀히 따지면 괴혼의 게임성은 과거에도, 현재 시점에도 답답해서 플레이하기 힘듭니다. 공을 굴리는 속도가 느리고 가속도로 굴리느라 반응도 빠르지 않기 때문에 컨트롤러를 잔뜩 부둥켜 잡고 있어야 하죠.

 

또한, 괴혼2 의 메인 메뉴 구성은 괴혼1에 비해 매우 산만하고 저퀄리티로 만들어졌습니다. 1편은 3D 지구 위에서 돌아다니면서 스테이지를 골라야 했는데, 2편은 위와 같이 평면위에 스테이지가 분산되어 있어서 플래시 게임처럼 단순해졌습니다. 1편은 메이스테이지가 본편 게임 스테이지의 일부이기도 하여 더더욱 의미가 있었지만 2편은 게임성과 전혀 관련없는 배치라 일관성을 해칩니다.

 

여러모로 1편은 메뉴 구성, 스토리, 사운드, 전개, 스테이지 구성까지 일관성이 있는 완성도가 매우 높은 타이틀이었던 반면, 2편은 전부 각개로 쪼개져서 따로 노는 산만한 구성으로 플레이어도 산만하게 만드는 몰입성 떨어지는 디자인이었습니다.

 

3. 음악 ★

1편은 미칠듯한 고퀄리티 음반으로 지금도 거의 모든 스테이지 음악을 자주 듣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2편은 어떻게 이렇게 모든 사운드트랙이 전멸해버릴 수 있는 건지 지금 봐도 놀랍습니다. 절반은 1편에 나왔던 음악을 기이하게 리믹스한 거고, 나머지 절반은 대충 클래식이거나 별 희안한 음악으로 넣어놔서 플레이 하는 내내 언짢게 만들었습니다.

 

2편을 다시 플레이하고 나서야 확고하게 깨달았습니다. 1편을 명작으로 완성시킨 건 흥을 돋우는 1편의 사운드 트랙이었다는 걸 말이죠.

 

4.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컨트롤러

원판이 PS2 의 듀얼쇼크2 인 만큼 PS 계열 컨트롤러로 진행해도 됩니다만, 이번에 엑박 컨트롤러로 해도 큰 차이는 없더군요. 인체공학적인 아날로그 스틱 배치 덕분에 장시간 플레이에도 지장이 덜합니다.

 

5. 총평 ★ ★ 

괴혼 2편은 1편을 갈기갈기 토막내고 화룡점정인 사운드트랙까지 아작낸 열화판입니다. 도저히 좋은 게임이라 할 수 없습니다.  

 

괴혼의 명성을 혼자서 쌓고 완성한 건 괴혼 1편입니다. 게다가 우리나라 PS2 버전은 한글화 및 풀더빙으로 괴혼 1편의 모든 매력을 느낄 수 있었던 고전 명작입니다. 지금와서 PS2 와 괴혼1 디스크를 구해서 다시 플레이할 수 있는 분이 극히 드문 걸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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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펑크 2077 DLC 팬텀 리버티 클리어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3. 10. 3. 09:52

역시 DLC 를 잘 만들기로 정평이 난 회사답네요. DLSS 3.5 도 지원하여 4090 에서도 힘들었던 패스트레이싱 풀옵션이 드디어 60프레임 이상으로 안정적으로 유지됩니다. 연출력도 일취월장해서 플레이 도중 쉴 새 없이 스크린샷을 찍었습니다. 스샷 찍는 인터페이스가 불편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네요.

 

 

1. 스토리 

아마도 스크립트 방식 멀티엔딩 스토리의 최고봉 중 하나일 겁니다. 유저가 AAA급 오픈월드 게임에서 가장 바라는 것 중 하나는 유저의 선택이 게임에 확실히 반영되어 반작용이 확실히 돌아오고, 엔딩에서 유저가 선택한 결과가 뚜렷히 나오는 겁니다. 과거 바이오웨어의 매스이펙트 시리즈가 수많은 선택지와 피드백을 제공한 덕분에 많은 팬이 생겨났다가 최종작(?)인 매펙3의 신호등 엔딩으로 학을 떼고 떠나버렸죠. 뭘 하든 똑같은 엔딩이 나오거나 스크립트 반응이 영 시원치 않다면 매펙3 이나 폴아웃4, 스타필드 꼴 나는 거고, 수많은 선택이 섬세하게 게임에 반영되어 이후 이벤트에서 대사까지 바뀌는 훌륭한 게임으로 매펙2, 폴아웃3, 스카이림 등을 예시로 들겠습니다.

 

다시 사펑 이야기로 돌아와서, 팬텀 리버티 DLC 의 스토리는 사펑만큼 훌륭하지만 다른 방향으로 본편만큼 파고든 것 같습니다. 추가된 지역인 도그타운의 분위기는 본편과 굉장히 차별화되고 DLC 스토리도 사이버펑크 장르에 보다 가까운 미래 디스토피아적인 전개입니다. 직접 플레이하면 더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으므로 이 이상은 스포하지 않겠습니다만, 이 장르 게임치고 유별나게 밝은 분위기였던 본편과 같은 전개를 바란 분이라면 다소 실망하실 수 있겠습니다.

 

호불호 외에 소소하게 아쉬운 점을 들자면 전개가 다소 날뜁니다. 나름 비중있는 캐릭터들이 본편과 달리 도중에 존재감이 없어지는 구간이 잦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 갑자기 비중있는 전개로 뜬금없이 나오는 걸 보면 페이싱 조절이 아쉽습니다.

 

 

2. 게임성

DLC 스토리 이외에도 새로운 지역 하나에 걸맞게 정식 픽서 하나가 추가되고, 무작위 랜덤퀘 픽서와 함께 일부 기존 픽서도 퀘스트 하나씩 추가되어 상당히 만족스러운 볼륨입니다. DLC 가격이 본편의 절반이라서 다소 비싸다고 볼 수 있지만 팬텀 리버티에 추가된 퀘스트는 대사량이라든지 연출은 본편보다 한발 더 나아가서 즐거움은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이 정도 퀄리티라면 한편 더 내주면 좋겠는데 사펑의 마지막 DLC 라 아쉬울 따름입니다.

 

DLC 발매와 함께 2.0 패치가 이뤄지면서 본편의 게임성도 모조리 다 뜯어고쳤습니다. 기존 플레이 방식은 그냥 잊어버리는게 좋습니다. 달랑 스킬퍽 밸런스만 조정한 게 아니라 전투 및 루팅 방식 까지 바뀔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게임이 되었습니다. 과거에는 쓸데없는 퍽과 패시브 스킬이 많았다면 2.0 은 액티브 스킬을 써야 본래 성능이 나올 정도로 보다 활동적인 게임이 되었습니다. 퀵핵도 예전처럼 하나로 다 해먹기보다는 여러개의 퀵핵을 대기열에 올려야 쉽게 풀립니다. 과거에는 정적인 캠핑 위주 플레이라면 이젠 높은 난이도에서는 열심히 조작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으로는 2.0 패치가 매우 마음에 듭니다. 예전에는 스토리를 샅샅이 다 본 상태에서 1회차 끝내고 2회차 하려니 처음부터 다시 레벨업하고 돈벌어서 스킬트리 올리는 노가다가 까마득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게임다워져서 스토리와 별개로 반복 플레이의 가치가 높아졌습니다.

 

 

3. 총평

만족도가 가장 높았던 유료 DLC 중 하나였던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의 이세계 DLC 가 생각나는 훌륭한 확장팩입니다. 신규로 시작하는 게이머는 DLC까지 같이 구입하면 게임 내 놀거리가 확장되며, 과거 1회차 이상 클리어 했던 사람도 2.0 패치 덕분에 새로 출시된 게임을 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세일즈 포인트를 아주 영리하게 잡은 DLC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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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re Keeper 간단 소감

게임/소감 및 리뷰 2023. 9. 27. 19:21

이 게임은 얼리엑세스 게임이므로 발매 후 컨텐츠가 크게 변할 수 있습니다. 또한 1시간도 안 한 플레이 소감이므로 첫인상 수준의 간단한 글입니다.

 

첫인상은 간단히 요약하면 동굴 개척 테라리아+마인크 입니다. 어느 땅 속에 뚝 떨어진 주인공은 일체의 망설임없이 벽을 파서 길을 만들고 허기를 채우기 위하여 물고기를 잡습니다. 그러다가 인벤토리 창에서 아이템을 만들 수 있는 걸 깨닫고 작업대부터 시작하여 모닥불, 요리솥 등을 만들어 더 먹을만한 걸 만듭니다. 곡괭이를 들고 주위를 파다보니 슬라임 같은 이지 레벨  적이 어슬렁 거리기에 나무 갑옷과 바지도 장만합니다. 아직은 재료가 없어서 만들 수 없지만 고등 레벨 작업대로 만들 수 있는 걸 확인하니 NPC 가 거주하고 잘 수 있는 가구가 있는 걸로 봐서 마인크처럼 NPC 타운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픽은 위의 타이틀화면 스샷처럼 슈퍼패미컴이나 PS1 시대의 저해상도 도트처럼 꾸며놨습니다. 게임 내 스프라이트의 움직임도 어색하지 않고 2D 저사양 게임이므로 스무스하게 히트앤런을 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레트로한 도트 그래픽 특성 때문에 게임이 제약됩니다. 가장 불편한 건 저해상도로 만든 인터페이스입니다. 

 

스샷 찍는 걸 잊어서 다른 사이트에서 가져온 인벤토리 창입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보다시피 심하게 빈티지한 바둑판형 인터페이스입니다. 또한 아직 얼리엑세스라 그런지 마인크나 테라리아 등에서 편하게 쓸 수 있는 단축키 지원이 미비합니다. 키 바인딩도 아직 통일성이 없어서 TAB 과 E 키의 용도가 경우마다 달라서 혼란스럽습니다.

 

게임 자체는 얼리 엑세스 임에도 불구하고 스무스한 편으로, 쉽게 굶어 죽지 않도록 농사나 낚시 등의 기초적인 컨텐츠도 구비되어 있습니다. 완전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으로 하나하나 게임 컨텐츠를 알아간다면 꽤나 재밌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십년간 수많은 게임을 섭렵해왔단 말입니다. 보이는 부분마다 다른 게임의 환영이 떠오르고, 그 때는 이렇게 잘 했는데 이건 왜 안돼? 하면서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계속해서 무너집니다. 1시간도 안 했을 정도로 간만 봤지만 벌써부터 게임 내 테크트리가 쫙 연상되고 어떤 진행이 될지도 훤합니다. 그리고 인터페이스가 통 정리되어 있지 않아서 나중에는 인벤토리 지옥이 될 거라는 것도요. 분명 재밌는 게임인데 무감각해진 제 모습을 보면 가끔씩 뇌를 리셋하고 싶어진단 말입니다.

 

아직 얼리엑세스라서 장래성은 충분히 있으나 유사한 장르의 고인물로 새로운 게임을 찾아 오셨다면 보류하시는 것이 좋은 진부하고 탄탄한 게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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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er Wilds - 본격적인 우주탐험 퍼즐게임

게임/소감 및 리뷰 2023. 9. 19. 17:35

스타필드보다 실감나게 우주를 탐험하는 RPG 를 찾아서 몇가지 게임을 해봤는데, 그 중에서 인상깊은 게임을 소개해봅니다.

 

제가 원한 건 게임을 진행하면서 플레이어가 강해지는 걸 실감할 수 있는 RPG, 세계관은 스타필드 같은 우주 탐험시대, 그리고 우주의 별 사이를 직접 날아다니면서 지표면을 탐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우터 월드는 이중에서 첫번째 사항만 빼고 충족시켰습니다. 그래서 그만뒀죠.

 

 

1. 장점 - 진짜로 본격적인 우주 탐험

이 게임은 인력을 벗어나 다른 별로 날아가서 착륙하는 과정이 자동이 아닌 수동입니다. 말 그대로 로켓을 3축 (6방향)으로 가속시켜 퓨웅 날아올라서 다른 별에 가까이 가면 부딛혀서 터지지 않도록 감속하면서 착륙해야 합니다. 터지지 않을 만한 속도라도 뒤집어진 상태거나 경착륙을 하면 우주선 일부가 부서질 수 있으므로 내려서 수리해야 합니다. 우주 프로그램 커비 정도로 지구를 탈출하는 것조차 힘들 정도로 본격적인 건 아니지만 조작에 익숙해져야 게임 진행이 가능합니다.

 

행성에 도착하면 우주복을 입고 날아다니게 됩니다. 중력도 충실히 구현되어 있어서 지표면에서 중력이 가장 쎄며, 소행성 같은 소형 천체는 거의 자유 유영에 가깝습니다. 별 하나의 크기는 수백 미터는 커녕 수십미터일 수도 있기 때문에 우주복 부스터를 계속 켜고 있다간 우주 공간으로 튕겨나갈 위험도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산소 게이지도 있어서 부스터 연료를 다 쓰고 산소까지 부스터로 쓰다가 다 떨어지면 골로 갑니다. 또한 지하 공동으로 들어가서 별 중심으로 갈수록 중력이 약해지는 것도 현실적입니다.

 

이처럼 우주선이나 우주복이나 부스터로 적절하게 날아다니는 것이 게임의 장점이자 진입장벽이기도 합니다. 별의 특정 부위에 착륙하거나 별 표면의 장해물을 넘기 위해 부스터를 적절히 이용해야 하는 아케이드 플랫포머적인 게임성입니다.

 

2. 단점 - 퍼즐 게임

게임을 시작하면 왠 흉측한 외계인이 앞에 있는 것에 당황하게 됩니다. 즉, 플레이어도 다른 외계인과 같은 흉측한 외계종적인 거죠. 우주 탐험 시대답지 않은 나무로 만들어진 우주선도 당황케 하는데,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야말로 형태만 만들더니 의도대로 작동하는 식으로 억지 세계관인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억지는 세계 전체에도 적용되어 세계가 계속 멸망하고 리셋 후 다시 처음으로 돌아오는 이유가 됩니다. 플레이어는 그 이유와 경과를 퍼즐을 풀어나가면서 이해하고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주된 스토리입니다. 전형적인 퍼즐 게임입니다.

 

계속해서 죽고 리셋되므로 세이브조차 불가능합니다. (죽을 때 저장) 주인공이 강해지거나 뭔가를 크래프팅하는 요소가 없는, 옛날 젤다나 슈퍼마리오 식의 아케이드 퍼즐 게임입니다. 처음부터 모든 행성에 방문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주어지는 도구나 정해진 맵 클리어 방법을 쓰지 않으면 게임 진행이 안됩니다. 스카이림의 레벨빨이나 장비빨로 고난이도 적을 잡아서 통과하는 식으로 다양하고 난이도 낮은 플레이 방법은 부족한 거죠. 오픈월드 게임 중 소위 말하는 반픈월드에 해당합니다.

 

3. 호불호 - 어두컴컴하고 불쾌할 수 있는 세계관

스쿠버 다이빙을 하는 서브노티카 게임에서 심해로 갈수록 무서워진다는 분들이 있습니다. 3차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데 주위가 새까맣고 시야가 매우 제한되면서 아귀같이 거대한 적들이 우글거리는 필드인 점은 아우터 와일드도 똑같이 공유하고 있습니다. 추가 DLC 인 Echoes of the Eye 는 공포적인 요소로 아예 게임 내에서 공포 제한 옵션까지 제공할 정도인데, 저는 기본 게임만으로도 답답하고 으시시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우주선이나 우주복의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불편한 조작, 그리고 모닥불 수준으로 모든 필드가 어둡고 광원이 제한되어 있어서 시야가 극단적으로 축소됩니다.

 

앞서 설명한 산소게이지와 부스터 연료량 때문에 단순 탐험하다가 사망하는 경우도 잦은데, 어둠 속에 적까지 도사리고 있으니 죽는 일이 그야말로 일상 다반사입니다. 심지어, 아무것도 안하고 기다리기만 해도 죽게 됩니다. 왜 부당하게 죽어야 하는지를 밝히는 것이 게임의 핵심이긴 합니다만 .

 

4. 최대 단점 - 부실한 한글화

제작사에서 감수 전혀 안한 기계 번역 한글화입니다. 덕분에 문장을 읽을 수는 있어도 무슨 내용인지 전혀 알 수 없고, 호칭이 같은 문단 내에서 계속 바뀌기 때문에 보다보면 한글 실력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듭니다. 비공식 패치가 있다는데 플레이 하고 싶다면 반드시 설치해야 할 겁니다.

 

 

플레이를 직접 해보니 "우주 탐험"이 아닌 "우주 배경" 어드벤쳐 루프물 게임이었습니다. 세계관만 우주인 고전 퍼즐 게임 Myst 같은 걸 떠올리면 됩니다. 우주적인 요소는 우주선과 우주복 조종 밖에 없으니 제가 원한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조작이 까다롭고 무서운 호러 게임 분위기지만 루프를 거듭하면서 세계의 비밀을 캐내는 어드벤쳐 게임을 원하는 분에게 추천합니다.

 

 

아우터 와일드와 비슷하지만 크래프트와 성장요소가 있는 서브노티카도 플레이 해봤습니다만, 하다보니 자원을 수집하는 노가다와 복잡한 동굴을 헤집으며 다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플레이가 귀찮아서 금방 포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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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망했습니다

게임/소감 및 리뷰 2023. 9. 1. 17:35

시작부터 버벅거리는 버그가 좀 발생하더니 급기야 진행이 불가능해지는 심각한 버그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서 접습니다. 위 사진처럼 처음 가는 다른 행성이나 항성계에 가는 유일한 방법인 워프드라이브 (Fast travel) 를 시작 시점부터 전혀 사용할 수 없습니다. 다른 항성계 뿐만 아니라 같은 항성계의 다른 행성에 가는 것 조차 막혀 있는 상태입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열려있는 몇몇 행성 빼곤 탐험할 방법조차 없어서 흥미를 금방 잃었네요.

게임을 하는 도중에도 키 입력을 빠르게 할 시 키보드 입력이 먹통이 되는 버그가 발생하여 다른 프로그램으로 전환했다가 돌아오는 식으로 UI 를 리셋하는 작업이 종종 필요합니다. 버그 없다고 하는 놈들 전부 콘솔로만 플레이했나 봅니다.

 

 

접는 이유는 버그 하나 뿐이 아닙니다. 우려했던 대로 근미래가 아닌 먼 미래를 배경으로 어려운 학술 용어들이 난무해서 제 영어실력으로는 이해하기 힘듭니다. 따지고 보면 폴아웃 시리즈를 가장 재미있게 했던 이유도 근미래+1950년대 세계관이라서 일상의 어휘를 많이 썼기 때문이죠. 스카이림은 폴아웃보다 고유명사가 더 많이 나와서 스토리에 그다지 몰입하지 못했습니다. 나름 언어 장벽을 피해 게임을 해왔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게임에 훨씬 깊숙히 몰입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채 플레이 했던 거죠.

 

 

심지어 초반 튜토리얼에서 팩션에 가입하는 과정에 박물관처럼 스타필드의 역사를 관람하는 코스가 있었는데요. 영상으로 친절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옛날 폴아웃 방식으로 보이스 나레이션만 보여주니, 영어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도 스트레스로 다가왔습니다. 고유명사나 어려운 어휘는 덤이고요. 그렇다고 무시하고 그냥 가면 RPG 게임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사라지는 셈입니다.

 

 

매력적인 세계관과 폴아웃과 스카이림의 맨날 먹던 국밥같은 게임성으로 할 만합니다만, 지금 이대로 계속 플레이하면 놓치는 스토리가 워낙 많아 게임에 흠뻑 몰입할 수 없음이 분명합니다. 그래서 공식이든 비공식이든 한글 패치가 나오고 버그도 좀 패치 될 때 다시 처음부터 플레이하고 지금은 접으렵니다.

 

올해 남은 게임으로는 어크 미라지와 사펑 확장팩이 있습니다. 둘 다 든든한 한글화가 보장되어 있으므로 플레이 할 생각입니다만 출시까지 한 달이나 남았네요. 그 사이에 호그와트 레거시를 할 건지 고민해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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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선 다운로드 기념(?)

게임/소감 및 리뷰 2023. 8. 30. 16:52

 

스타필드 일반판은 9월 6일 발매인데 디지털 프리미엄은 9월 1일 조기 발매입니다. 그래서 다이렉트 게임즈에서 9.9만원에 사서 등록했죠. 스타필드 구입 기념(?)으로 최근 플레이했던 오픈월드 게임 소감을 간단하게 정리해봅니다.

 

올해는 엄청난 게임들이 다닥다닥 발매해서 무시무시한 년도입니다. 첫타를 끊은 건 호그와트 레거시인데 이건 안 사봐서 모르겠고... 그 다음은 젤다 왕눈이었죠. 전작 젤다 야숨은 엘더스크롤과 비슷한 전통적인 오픈월드 게임이었으며, 스위치 하드웨어에 최적화되어 카툰 렌더링 및 젤다 시리즈 특유의 아케이드 위주의 액션성이 돋보이는 게임이었습니다. 반면 젤다 왕눈은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나 마인크래프트 RPG 류 처럼 유저가 직접 뭔가를 만들어서 조건을 클리어하는 크래프트가 매우 돋보였습니다. 정작 본 게임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데, 만드는 재미 + 만들어야만 퀘스트 클리어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 오픈월드 게임으로서 특이점이었죠.

 

어크 시리즈는 양산형 무감각 오픈월드니 넘어갑니다.

 

다음은 사이버펑크 2077 입니다. 이것도 9월 26일 추가 확장팩 + 기존 시스템 대거 갈아치우는 패치가 예정되어 있어 기대작입니다. 1회차 완료하고 리뷰 올렸을 땐 극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지금은 좀 애매합니다. 2회차 시작시 예전과 다른 스타팅 포인트를 고르니 뚜렷하게 다른 개성을 보여줘서 2회차 플레이도 기대되었습니다만, 1회차에서 지도가 텅 빌 정도로 워낙 샅샅이 뒤지고 다녔다 보니 2회차는 가는 곳마다 지루함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아울러, 게임성도 그다지 뛰어난 건 아니었습니다. 그렇기에 2회차는 조금 하다가 재미를 느끼지 못해 관뒀습니다. 미래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훌륭히 표현한 게임 내 디테일은 여전히 게임에 몰입하기 충분하나 다른 요소가 발목을 잡아 10년이 아닌 1년 짜리 게임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그렇기에 팬텀 리버티 확장팩의 출시가 더더욱 기대됩니다. 신규 스토리는 물론, 기존 게임 시스템을 모조리 뜯어고쳤다 하니, 스카이림이나 폴아웃처럼 다회차를 해도 재미있는 10년짜리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지금은 스타필드 발매를 2일 앞둔 폭풍전야입니다. 스타필드까지 플레이하면 어느 오픈월드 게임이 올해의 고티를 차지할지 사실상 결정되는 셈입니다. (팬텀 리버티는 확장팩이라 좀...) 저야 폴아웃3 부터 영어로 플레이했으니 언어장벽이 낮은 편입니다만, 매스이펙트처럼 미래 기술과 관련한 특이한 고유명사를 남발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스카이림은 중세 판타지 세계관이라 그런지 고유명사로 고생했었고, 폴아웃 계열은 근미래-1950년대 세계관이라 어휘가 가장 쉬워서 게임하기 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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