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발 직후 구입해서 아날로그 스틱과 고정 걸쇠 둘 다 고장난지 오래된 초기형 조이콘을 수리했습니다.
수리 과정에서 구입한 부품은 조이콘용 아날로그 스틱 2짝, 기본 플라스틱 걸쇠보다 튼튼한 메탈 걸쇠, 그리고 전용 드라이버입니다.
걸쇠를 교체한 모습입니다. 가장 먼저 교체할 수 있는 부품이지만 뚜껑을 열 때 전선 필름이 뜯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하고, 걸쇠도 분해가 힘들고 변형이 일어나기 쉬운 알루미늄 하우징으로 감싸여 있는 등 결코 만만하지 않습니다. 막장 마리오 급은 아니더라도 젤다 야숨의 난이도 높은 사당 챌린지 쯤은 되므로 똥손에게는 힘듭니다. 좌 우 걸쇠의 모양이 다르므로 반드시 확인하고 끼웁니다.
그 아래 배터리도 교체해야 하는데 이건 배송중이므로 아직 못했습니다. 걸쇠보다 더 쉽게 교체 가능합니다만 역시 뚜껑 열 때 전선 필름이 끊어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가장 큰 골칫거리인 조이스틱을 교체하려면 배터리 하우징까지 제거해야 합니다. 사진을 보시듯 원시 조이콘이라서 가운데가 불룩 임신해 있군요.
새로 교체한 조이스틱과 비교 모습입니다. 하판을 강화한 모습이 보입니다.
조이콘 조이스틱은 PS 듀얼쇼크나 XBOX 컨트롤러의 조이스틱을 교체할 때 납땜이 필수인 것과 달리 나사만 써서 분해조립이 쉽습니다.
재조립을 완료한 모습입니다. 조이스틱도 오동작 없이 완벽히 작동하고 메탈 걸쇠도 매우 강해서 예전과 달리 힘으로 분리되지 않고 걸쇠 버튼을 반드시 눌러야 합니다.
배터리는 뚜껑 열때 조심조심 들어올리면 교체가 간편합니다만 걸쇠와 조이콘 둘 다 은근 난이도가 있습니다. 듀얼쇼크나 XBOX 컨트롤러 조이스틱 교체하는 작업보다는 쉽지만 주위가 약한 플라스틱과 휘어지기 쉬운 메탈 부품으로 가득 차 있어서 힘으로 막 돌파하다간 바로 복구 불능 상태가 되어버리고 작업 도중 R1 버튼 같은게 떨어지면 재조립하는 방법을 몰라 버벅거릴 수도 있습니다. 마리오나 젤다 게임에서 난이도가 높아서 여러가지 기믹을 동시에 써야 겨우 해결하는 스테이지 같은 걸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총평
조이스틱 교체: 개당 가격 2,500 원 / 조이콘 조이스틱 고장은 조이콘의 고질증상이라 이후로도 다시 교체작업을 해야 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복해서 분리 조립 작업을 할 수록 나사 구멍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나사 돌릴 때 아주 조심합니다.
2023년 3월 한국닌텐도의 새로운 규정에 따라서 조이콘 조이스틱 개선형이 들어가지 않은 옛날 조이콘은 보증기간 1년이 지났더라도 1회에 한해 무상수리 해줍니다. 한 사람당 1개가 아닌 1 조이콘 당 1개입니다.
메탈 걸쇠 교체 : 4개당 가격 6,500 원 / 필수는 아니지만 평소 들고다니면서 플레이 한다면 조이콘이 분리되며 화면에 뜨는 디스커넥트 메시지가 매우 성가십니다. 가능하면 교체를 권장합니다만, 부품이 매우 작고 끼울 때 3차원적으로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므로 구조를 확실히 파악 후 주변 부품이 어그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작업합니다.
배터리 교체 : 2개당 가격 2~3만원 / 조이콘 배터리는 가격이 심하게 비쌉니다. 배터리 수명도 나름 있는 편이라서 저처럼 5년이나 지난게 아니라면 교체할 이유가 없습니다. 할인 잘 받으면 새거 2짝을 7만원 미만에 구입할 수 있는 걸 고려하면 조이스틱을 서너번 교체한 수년된 조이콘의 경우 새로 사는게 더 좋습니다.
최신 젤다인 왕국의 눈물 출시날에 옛날 젤다인 야생의 숨결을 클리어했습니다. 스위치 출시 & WiiU 버전과 함께 나온 게임이라 5년 되었으며, 예전에 스위치 일판과 함께 젤다를 샀었지만 영 흥미를 못 느껴서 금방 팔았죠. 5년이 지나 이번에 산 건 DLC 로 나왔던 시즌패스 포함된 패키지입니다. 요즘에는 시즌패스 같은 DLC 는 쿠폰으로 주는 경우가 많지만 이건 패키지에 전부 포함되어 있어서 나중에 스위치 스토어가 문을 닫을 때에도 오프라인으로 온전히 즐길 수 있습니다.
1. 그래픽 (★★)
닌텐도의 WiiU 마지막 발매 타이틀 겸 Switch 동발 타이틀이자, 개발 시기는 그보다 더 앞서 있기에 그래픽은 2세대 이전 티가 팍팍 납니다. 스샷을 보다시피 물빠진 카툰 렌더링 및 폴리곤으로 각진 산 풍경은 전형적인 구시대 오픈월드 게임스럽고, 같은 오픈월드 게임인 엘더스크롤 시리즈로 따지면 4탄 오블리비언과 거의 비슷합니다. 또한 포터블 기기라 사양 제약또한 심하여 먼 풍경을 흐릿하게 뭉게버린 건 구세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떠오르게 만듭니다.
일본판 발매 당시에는 딱히 티나지 않는 그래픽이었겠지만 반년 지나 출시한 신세대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이 오픈월드 그래픽의 기준을 확 올려버렸죠. 덕분에 야숨의 세계를 탐험하는 건 쉽게 질립니다. 오늘 나온 신작 왕눈도 야숨 그래픽과 필드 그대로에 각종 컨텐츠를 추가한 히든 레벨 같은 게임으로 보여서 그닥 안 끌립니다. 반면, 그저 돌아다니기만 해도 여행하는 기분이 드는 어크 오리진은 게임성은 별로지만 다시 하고 싶어집니다.
최적화를 위한 저채도 애니랜더링과 눈꼽만한 크기의 글씨는 포터블 모드에서의 플레이를 고통스럽게 만듭니다. 사물이 분간이 잘 안되어 반응이 느려지고 눈이 아픕니다. 가능하면 TV모드 대화면으로 플레이 하시길 강력히 권합니다.
특정 구간에서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쾌적한 플레이가 되도록 해상도 저하 등의 최적화 수법을 쓰고 있어서 신경쓰일 정도로 불편한 빈도는 매우 적었습니다.
2. 게임성 (★★★★★)
오픈월드란 뭘까요? 이벤트가 연속되는 선형적인 구조의 게임과 간단히 비교하면 유저가 자유롭게 이벤트를 직접 찾아가서 클리어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뭐가 있을까요? 필드 곳곳에 숨어 있는 미니 게임과 퍼즐 투성이로 부르고 숙제로 이해하는 파밍 노가다죠. 가장 대표적인 건 역시 유비소프트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입니다.
그런데 필드 곳곳에 뿌려져 있는 파밍 포인트의 미니 게임에 주목해봅시다. 어디선가 많이 보던 거죠? 옛날 패미컴 시절에는 단독 패키지로 나왔던 미니게임들이 이제는 오픈월드라는 하나의 거대한 테두리에 포함되어 숨쉬고 있습니다. 오픈월드의 또다른 특징은 수많은 미니 게임이 하나로 농축된 거대한 AAA 게임이라 볼 수도 있습니다.
닌텐도의 젤다 시리즈는 마리오 못지 않게 액션성이 강하지만 그보다는 퍼즐 플레이로 더 유명한 브랜드입니다. 닌텐도가 젤다 야숨을 만들던 시절 유비소프트는 구세대 어크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베데스다도 아닌 유비소프트도 아닌 닌텐도의 시점에서 파악한 오픈월드의 특징을 유추해보겠습니다.
- 유비 어쌔신크리드처럼 맵 상에 숙제를 잔뜩 뿌려둠
- 과거 젤다 시리즈에 나온 퍼즐을 미니 게임 요소로 도입
- 스카이림 같은 정적인 RPG 보다는 과거 젤다 시리즈처럼 액션성을 강화
- 과거 젤다 시리즈처럼 몹과 싸워서 경험치를 얻기 보다는 보상으로 얻게 되는 부산물이나 퍼즐을 해결하는 걸로 플레이어 강화
이 모든 걸 아주 조악하게 압축해서 요약하자면 유비소프트의 구시대 어쌔신 크리드와 가장 비슷하면서 젤다만의 테이스트가 들어간 퍼즐 게임입니다.
(1) 탁월한 액션성 (★★★★★)
젤다 야숨의 조작 체계는 구시대 어크로 한마디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제한된 수의 컨트롤러 버튼을 복잡 다단하게 사용하여 수많은 기능을 우겨넣었으며, 소매틱을 하듯 다소 비직관적이고 복잡한 조작을 하면 정확히 원하는 조작을 할 수 있어서 실수가 매우 적습니다. 허나 이는 구시대 어크의 단점과 일맥상통하며 엘든링식 조작법이기도 합니다.조작에 익숙해지지 못하고 그냥 직관적으로 조작하다보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못해 죽어버리는 겁니다. 전투 상황에서 오동작으로 버버거리다 죽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신세대 어크인 오리진부터는 매우 직관적인 조작을 도입하여 초보자도 쉽게 입문할 수 있지만, 대신 많은 기능을 추가하기 어려우므로 만약 야숨에 오리진식 조작법을 넣었다면 게임성이 크게 달라졌을 겁니다.
달리고 점프하고 날아다니는 기본 액션과 폭탄 등 각종 기믹을 이용하는 방법 전부 어쌔신 크리드를 연상케 합니다. 좋은 의미로 말입니다. 구닥다리 각진 폴리곤 그래픽 또한 퍼즐 요소로서 효과적으로 승화시켜 활용합니다. 돈을 무지 퍼부은 AAA 게임 답게 조작대로 물흐르듯 움직이는 액션성은 패드에서 손을 뗄 수 없게 만듭니다.
전투 액션 또한 정교한 히트박스 시스템이 감탄스러운데, 엘든링을 떠오르게 만듭니다. 능력만 되면 방패 패링이나 회피카운터로 대미지 전혀 받지 않고 적을 쉽게 쓰러뜨릴 수 있는게 영락없이 다크소울입니다. 다만 타이밍 잡기 굉장히 어렵기에 마구 남용할 순 없습니다.
(2) 퍼즐로 시작하여 퍼즐로 끝나는 게임 (호불호 ★★★★★)
닌텐도하면 마리오이고, 마리오 하면 플랫포머 게임이고, 플랫포머 게임이면 극한의 타이밍에 맞춰 점프를 눌러야 합니다. 제가 쥐약인 장르라 매우 싫어하죠. 오픈월드 + 극악의 타이밍인 어쌔신 크리드도 실력 부족으로 클리어 못하고 패스한 숙제가 허다합니다. 다행이 젤다는 플랫포머 타이밍 퍼즐보다는 머리를 간단히 쓰는 수준의 퍼즐로 채워져 있습니다. 액션성이 완전히 필요없는 건 아닙니다만, 검은 닌텐도 스럽게 아주 극악으로 부당한 난이도는 극 후반에 가서야 겨우 보이기에 저같은 액션치도 꽤 할만합니다.
퍼즐 위주의 게임의 단점은 보스나 퀘스트 클리어도 특정한 퍼즐을 쓰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잦은 겁니다. 오픈월드가 뭡니까? 문제를 풀거나 해결하는 방법이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는 거죠. 그러나 젤다 야숨의 보스는 오직 하나의 방법으로만 이길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아무리 다양한 퍼즐이 준비되어 있더라도 후반에 가면 일자진행 반복형 퍼즐 게임을 하는 느낌이 듭니다. 아무리 잘 조율된 퍼즐이라 해도 나중으로 갈수록 경험의 역치가 올라가 즐거움을 느끼기 힘듭니다. 물론 사치스러운 고민이긴 합니다만.
(3) 뭘 해야 하지? 여긴 어디지? (★★)
어크를 포함한 모든 오픈월드의 고질적인 단점입니다.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는 퀘스트가 많다 보니 유능한 퀘스트 가이드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젤다 야숨은 불친절한 구시대 오픈월드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퀘스트 마커만 제공하고 다중 퀘스트 가이드 및 리얼타임으로 뜨는 해야 할 일 목록 같은 요소가 없습니다. 퍼즐 게임이다보니 NPC 대사만 보고 유저가 유추해 알아내는 방식 또한 호불호가 갈립니다. 젤다 야숨에서 오픈월드 요소를 가장 많이 약화시키는 부분입니다.
(4) 사물의 상호작용 (★★★★★)
젤다 야숨의 사물간 상호작용은 하도 유명하니 여기서 언급하진 않겠습니다. 개인적으로 감동받은 부분은 물가로 도망친 물고기가 땅에 올라오자 파닥거리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래픽은 딸리고 게임 내용도 퍼즐로 정해져 있으니 이런 눈에 덜 띄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가다듬은게 영락없이 닌텐도 스타일이지만 결코 쓸데없는 짓은 아닙니다. 개연성있는 상호작용은 오픈월드로서의 세계관 완성도에 크게 일조합니다.
3. 음악 (★★★★★)
닌텐도의 효과음은 마리오의 띠요옹 소리나 코인 먹는 띠링 소리를 말만 해도 머리 속으로 바로 연상할 수 있듯이 엄청 잘 다룹니다. 젤다 야숨도 평상시 들리는 BGM 보다 보상을 먹거나 문을 열때 나오는 효과음이 오히려 더 선명하고 고음질로 들릴 정도입니다. 게임은 종합예술이므로 눈-시각, 손-촉각, 귀-청각을 전부 만족시킬 수록 만족도가 높아지는 건 당연합니다.
4. 스토리 (★★★)
"닌텐도" "전연령" 작품이 다 그렇죠 뭐. 스카이림이나 어크 시리즈처럼 자극적인 소재를 쓸 수 없는 건 물론이거니와 이전 젤다 작품과의 연관성도 있다보니 다소 무미건조한 왕자가 공주를 구출하는 전개입니다.
다만 한가지 특이한 점을 느낄 수 있었는데요. 작중에서 젤다... 아니 링크는 장비빨 + 축복으로 얻는 특수 스킬 빨로 적을 영리하게 해치우는 무능력자에 가깝다는 겁니다. 장비가 하나도 없으면 싸울 수도 없고, 후반가서 피통을 아무리 늘려도 맨몸으로는 한방에 죽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거의 다크 소울 하는 기분까지 느꼈습니다.
오픈월드는 일자진행 게임에 비해 플레이어가 임의로 이벤트를 앞질러 클리어 하여 얻는 보상으로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성취감도 중요합니다. 스카이림과 신세대 어크 시리즈의 경험치 시스템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반면 젤다 야숨은 구시대 어크나 옛날 젤다처럼 단순히 적을 많이 죽여서는 성장할 수 없고 특정 이벤트를 클리어 해야 성장합니다. 그러면서 어크와는 달리 쪼렙이든 만렙이든 맨살이면 똑같이 어처구니 없이 약합니다. 이는 스토리와 긴밀히 연결된 의도된 제약 때문인데요. 플레이어의 성장을 통해 성취감을 얻는 걸 즐기는 분이라면 실망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한편으로는 세계관을 탄탄하게 만들어 게임의 완성도를 올려줍니다.
번역은 한본어가 강한 것 외엔 게임 플레이에는 지장없습니다. 닌텐도 자사 소프트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메이저 타이틀이니 번역도 최상위 급으로 하리라 생각했지만,한국어 문법이 아닌 번역기를 돌린 듯이 일본어투 그대로 직번역하는 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것 같네요.
5. 트로피 난이도 (★★★★★)
최종보스 가논을 쓰러뜨리면 애프터도 없이 그냥 게임이 끝나버리는 고전적인 오픈월드 구성입니다. 또한 퍼즐식 전투이므로 공략법을 터득하면 쪼렙에도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픈월드 게임답게 파려고 마음먹으면 끝도 없이 팔 수 있습니다. 모든 퍼즐 공략 및 서브 스토리 진행으로만 200 시간은 능히 넘기며, 이후에 출시된 마스터모드는 검은닌텐도의 악명 그대로 악랄한 난이도로 도전욕을 자극합니다. 어떻게 플레이할지는 개인의 선택입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
제 스위치는 4년이 넘어서 제 조이콘은 양쪽 아날로그 전부 개떡같은 상태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링크가 움직이다 플랫폼에서 추락사하기 일쑤이기에, 그나마 상태가 양호한 스위치 프로 컨트롤러로 플레이하고 있습니다. 포터블 모드는 눈이 아파서 TV모드 큰 화면으로 플레이하기에 컨트롤러도 마음껏 고를 수 있고요. 요즘에는 자이로와 HD 진동을 탑재한 더 좋고 저렴한 서드파티 컨트롤러도 판매하고 있으므로 사제도 추천합니다.
7. 총평 (★★★★★)
닌텐도답게 스위치의 출발을 매우 강력하게 푸쉬해준 초우량 타이틀 이었습니다. 플레이 타임도 억수로 길어서 스위치 초반 할만한 타이틀이 없을 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을 것 같습니다. 스위치가 단종될 때에도 콘솔 대표작 3개 중 반드시 들어갈 작품입니다. 취향 탈만한 부분만 엄선(?)해서 고른다면 아래와 같습니다.
- 퍼즐과 액션성 사이에서 밸런스가 잡힌 게임이므로 피지컬이 딸리는 어른이라도 나름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다
- 평이한 스토리가 발목을 잡지만, 구시대 오픈월드 게임의 모든 특징을 닌텐도스럽게 정성스럽게 가다듬어서 재조립한 미니게임 합본집
-2세대 이전의 구닥다리 그래픽이지만 스위치 다음세대 콘솔에서 4K 60fps 로 업스케일만 해도 재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충실한 세계관
게임은 유한한 인간이 만든 유희라서 컨텐츠도 유한합니다. 파밍 게임처럼 억지로 컨텐츠 회전 속도를 늦추던가, 바둑처럼 랜덤 요소를 인간의 능력 이상으로 늘려 오래 가는 척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만 결국에는 0과 1로 구동되는 컴퓨터 위에서 가동되는 논리 싸움이고, 게임 창작자가 준비할 수 있는 양은 한계가 있기에 반드시 엔딩을 보게 됩니다. 과거의 게임은 짧고 굵직하게 게임에 확실히 몰입하고 끝날 땐 모든 걸 털어버리는 싱글플레이 원코인 클리어 위주였죠. The Pedestrian - 보행자 - 또한 오래간만에 보는 멀티플레이 없음, 랜덤 요소 없음, 단순 일직선 진행의 싱글 플레이 게임이었습니다.
이 게임의 장르는 아주 흔한 플랫포머 기반 퍼즐 게임입니다. 슈퍼마리오처럼 점프하는 캐릭터를 조종하여 소코반처럼 물건을 옮기고 조건을 달성하면 문을 열어주는, 게임 역사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수백 수천개는 출시한 퍼즐 게임이죠. 그렇기에 보행자 만의 특징을 요약해보겠습니다.
- 쉬운 퍼즐 난이도. 계속해서 새로운 해결방법을 쓰라고 요구하긴 하지만 모든 해결법은 가역적이며, 실패해도 계속 반복학습을 통해 경우의 수를 줄여나가다보면 해결됩니다. 랜덤 요소 등 비가역적 퍼즐이나 일정 이상의 액션성을 요구하는 어려운 플랫포머 전개는 하나도 없습니다.
- 배경과 약간의 관련성. 현대 도심 길거리의 표지판을 배경으로 퍼즐이 해결되면 그에 맞춰 도로 통행 장애물이 치워져서 다음 단계로 맵을 이동하는 약간의 스토리 텔링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동 진행이므로 게임성과 전혀 연관이 없고, 그저 심심한 전개를 약간이나마 달래주는 배경입니다.
제 경우 공략없이 약 3시간만에 올클할 수 있었습니다. 스팀은 2시간 오버하지 않으면 무조건 환불을 보장하는데, 만약 환불 시간 이내에 클리어하면 꽁돈 굳는 셈입니다. 일자진행이므로 숨겨진 루트나 리플레이 도전과제 같은 거 하나도 없이 엔딩 보는 즉시 모든 트로피 해금됩니다.
약간 머리 쓰지만 공략을 찾아 볼 정도는 아닌 적당한 난이도의 퍼즐 게임에, 오픈월드처럼 귀찮기 짝이 없는 숨겨진 분기 없이 엔딩만을 목표로 달려서 성취감을 얻는 게임을 원하시는 분께 추천합니다.
2차 대전 병기 다큐를 보다가 간만에 생각나서 클리어해봤습니다. 1년 전 공짜로 받은 게임인데, 당시에는 어려운 난이도로 학을 떼서 지지치고 버렸죠. 다시 해보니 편의성 업데이트가 추가되어 예전보다는 할만해졌습니다.
1. 게임 플레이
1-1. 인게임
이 게임은 2차 세계대전 폭격기를 운영하면서 적의 심장부에 폭탄을 퍼붓고 돌아오는 짧고 간단하지만 매력적인 미션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단, 현실 2차 대전 폭격기와 달리 편대비행이나 호위 요격기 없이 단독으로 적지에 침투합니다. 덕분에 플레이어가 할 일도 엄청 많아집니다.
(1) 계속해서 들어오는 적 요격기 격추
(2) 기체나 승무원이 대미지 받거나 탄약 고갈시 수리/치료/보급 노가다
(3) 목적지에 도착하면 폭탄창 열고 수동으로 조준 투하
(1) 계속해서 들어오는 적 요격기 격추
(1) 부터 환장합니다. 폭격기에 탑승할 수 있는 인원이 상하좌우 사방의 포탑보다 적기에 항상 적을 대비하면 일반 순항에 필요한 기능을 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손놓고 있으면 좌우상방 포탑은 가만히 있고 바로 배 밑에서 올려서 쏴대는 적기에게 앗 하는 순간 터지죠. 목적지에 도달해서 한명을 추가로 폭탄창에 보내서 폭탄 조준하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한 순간입니다. 바쁩니다.
(2) 기체나 승무원이 대미지 받거나 탄약 고갈시 수리/치료/보급 노가다
(2) 가장 미치게 만듭니다. 탄약 고갈이 순식간에 이뤄지므로 빨리 테크를 올려 자동보급 포탑을 달지 않으면 3초도 지나지 않아 바닥나서 아무것도 못하는 포탑들을 보게 됩니다. 전투 도중 산소나 전기 시스템 등이 맛이 가면 특기병이 수리를 해줘야 하고, 적의 공격에 승무원이 뻗었을 경우에도 일일이 응급상자 쥐어주고 승무원 회복시키러 가야 합니다.
제가 여기서1년 전 학을 떼고 게임을 포기했습니다. 캐릭터 이동속도는 달팽이처럼 굼뜨기 그지없고 사방에서 죽어나가고 온갖 장비는 불나고 그나마 생존한 승무원은 탄약 다 떨어져서 탄약 날라야 쏴댈 수 있는데 적은 마음놓고 연달아 갈기니 적 조우시 요격은 커녕 1분도 되지 않아 터지기 쉽상입니다. 바빠 죽겠고 인터페이스는 불편하고 비행기는 계속해서 추락하면 의욕 상실 400% 입니다.
다행이 편의성 패치로 예전보다는 할만하게 변했습니다. 슬로우 타임 기능 및 영국 본토 상공에서의 빨리감기 기능 추가인데, 전자는 0.1초 단위의 판단력과 클릭이 필요한 전투 상황에서 난이도를 낮추고, 후자는 이륙 및 착륙시의 지루한 2분을 삭제시켜 게임 페이스를 빠르게 만들고, 초반에 적응하지 못한 플레이어의 반복 학습을 돕습니다. 덕분에 1년 전엔 비행기 한 번 떨어지면 다시 출격나가기 귀찮아서 게임을 포기했는데, 이번엔 서너번 재도전하면서 게임에 익숙해질 수 있었습니다.
1-2. 자원 운용
이 게임은 어렵습니다. 승무원은 순식간에 누워버리고 앗 하는 순간에 엔진이 하나둘씩 터져나가다가 공중분해되어 모두 사망합니다. 그렇기에 비행기와 승무원 전멸시 다시 승무원과 장비 맞추기가 매우 번거롭습니다. 다행이 본편은 패치를 통해 사이드 미션의 보상이 넉넉하고 본편 보상도 많아서, 한번 추락하더라도 피해를 부담스럽지 않게 복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다만, 제가 구입해서 확인한 건 아니지만 확장팩인 USAAF 와 후속작인 SPACE CREW 평가를 보면 폭삭 망했다고 하니 밸런스가 좋지 않은 듯 합니다.
1-3. 길러지느냐 부러지느냐
이 게임은 2차 대전 폭격기를 운용하는 독특한 감성이 매력적입니다. 게임을 쉽게 만드는 핵심은 컨트롤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게 도와주는 자동장전 포탑 및 승무원의 엄청나게 강력한 특수 스킬 수련입니다. 한번 셋업을 제대로 하고 나면 적 요격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고 적진에 뛰어들어 폭탄을 떨구는 컨셉 플레이에만 몰두할 수 있으니 2차 세계대전 감성을 온전히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이 게임을 2시간 넘어 계속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고비는 플레이어가 게임 시스템에 길들여져서 불편함을 당연한 걸로 체득하는 순간까지 입니다. 이 장벽을 넘지 못하면 왠만한 미션 하나 성공시키지 못하고 매번 격주당하다가 욕하면서 게임을 뜨게 되고, 장벽을 넘어서면 최대한 빨리 장비 셋업을 하고 신나게 폭격하고 다니는 게임으로 변모합니다.
게임이 잘 만들어졌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다크소울류 폭격기 게임이라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어려운 난이도를 넘어서면 성취감을 느끼는 구성입니다만, 이는 게임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접하지 못하고 첫인상 만으로 게임을 구입한 사람에게는 실망스러울 수 있습니다. 다크소울류로 상상할 수 없는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그래픽과 2차 세계대전 폭격기 RPG 를 원하는 라이트 유저에겐 좀 심하게 높은 장벽이라서요. 특히 아이들이 했다간 끔찍하게 학살당하는 승무원의 모습에 충격받을 수 있습니다.
2. 그래픽
그저 그런 폴리곤 그래픽입니다. 좋게 보면 풍경을 뭉그러뜨리고 적을 알아보기 어려운 현실적인 그래픽이지만 저난이도 옵션으로 적 가독성을 올리면 더 좋았을 겁니다.
3. 음악
환장합니다. 승무원은 여기저기서 뻗어버리고 비행기도 여기저기 불나다가 마침내 작살나는 배경으로 우울한 BGM 을 듣다보면 의욕까지 꺾입니다.
4. 트로피 난이도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게임 한두번 클리어하면 전부 딸 수 있습니다.
5. 총평
외형은 아기자기하지만 극악의 입문장벽으로 입구컷을 당하고, 어떻게든 난관을 돌파하면 게임의 원래 컨셉인 2차 대전 폭격기 조정 RPG 를 즐길 수 있는 평작입니다. 오래할 수 있는 깊이있는 게임은 아니라서 아쉽습니다.
컨셉 및 플레이 방법은 꽤 괜찮은데 제작사의 역량 및 개발 규모의 한계로 인디급 게임인 것이 아쉬운 작품입니다. AAA 는 못하더라도 AA급 게임 정도로 보다 현실같은 2차 대전 폭격기 게임이 나와줬으면 좋겠습니다. 멀티플레이로 여러 사람이 각각의 역할을 RPG 하면 더 좋구요.
이번에 리뷰하는 게임은 발매 몇년 지나서 할인가격으로 구입한 것이 아닌 발매 당일(오늘) 구입해서 플레이한 Terra Nil 입니다. 오픈크리틱 리뷰 점수 80점을 받았기에 꽤 준수한 것 같아 사봤습니다. 게임 장르는 간단히 요약하면 에코퀘스트 스토리 + 퍼즐게임입니다.
플레이어는 정체불명의 행성에서 지표면의 생태계를 복구하는 작업을 합니다. 처음 도착하면 오염된 황무지에 물도 없어서 1스테이지는 정화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복구" 명칭이나 양수기로 맨땅에서 지하수를 퍼올리는 걸 보면 아무래도 한번 생태계가 모조리 멸망했던 디스토피아 지구인 것 같습니다.
플레이어는 총 4가지 기후맵에서 다양한 종류의 자원 생성 건물/자원을 소모하는 생태계 회복 건물을 지어 사진처럼 푸르른 땅으로 복구한 다음 짐 다 싸들고 다른 곳으로 갑니다. 문자 그대로 이미 깔았던 건물과 잔해까지 모조리 다 회수해서 마치 처음부터 인류 문명이 없었던 것처럼 꾸미고 떠나는 겁니다! 이해할 수 없어요...
4종류의 기후맵 마다 두가지 종류의 목표 달성을 해야 해서 총 8종의 맵만 준비된 짧은 게임입니다.
게임성을 따져보겠습니다. 이 게임의 장르는 심시티같은 실시간 시뮬레이션이 아닌 퍼즐입니다. 제한된 타일에만 올릴 수 있는 건물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생태계를 목표치까지 복구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그런데 건물을 제거할 수 없는 것이 매우 치명적이라, 가장 쉬운 난이도로 해도 게임이 꽤 막힙니다. 심시티 게임에서 건물 부수는 불도저 없이 도시 운영하기를 떠올리면 됩니다. 한정된 타일 안에서 건물을 이리저리 배치하느라 고심하고 목표치까지 생태계를 복원하느라 고심하다보면 힐링 게임은 커녕 영락없이 빡게임입니다.
기껏 목표 달성하고 건물 다 뜯고 떠날 땐 힘이 쭉 빠집니다. 최종 단계에 진입하면 건물을 회수하는 도구들이 추가되는데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건물을 해체할 수 있거든요? 지형을 뜯어고치고 온도를 올려 기후를 변화시키는 전지전능한 신이나 다름없는 플레이어인데, 고작 발전기 건물 하나 해체하지 못해 쩔쩔매는 바로 직전까지의 상황을 떠올리면 불합리함에 치를 떨게 됩니다.
스토리도 어이없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기껏 생태계 복구해놓고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놨는데 왜 떠난데요? 전지전능한 신이었던 플레이어가 실제로는 청부 청소업자여서 의뢰대로 테라포밍한 후 휭 떠나버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덕분에 엔딩까지 보고나면 현탐이 강하게 옵니다.
이 게임은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제작자의 의도가 매우 강하게 반영된 게임입니다. 마지막 스테이지에서 다단 로켓을 만들기 위해 한단씩 만들어나가는 과정은 단순 마우스 클릭이 전부입니다. 한단씩 쌓아올리기 위해 자원을 모으거나 생태계 어느 부위를 복원해야 하는 제한 같은 것도 없습니다. 이처럼 생태계 복원 주제를 강조할 땐 게임성과 관련없는 일방통행식 설명이라서 반복 플레이시 매우 지루합니다. 원래라면 게임을 하면서 생태계의 중요성이라든지 복원 작업의 어려움을 느끼라는게 제작자의 의도인데요. 인게임에선 스토리와 게임성이 동떨어져 있어서 몰입이 안됩니다. 자연을 복원하면 대체 왜 떠나는 겁니까? 건물은 짓는 것만 되고 바로 해체하는 건 왜 안되는 겁니까? 인간은 존재해서는 안된다는 극성 환경론자처럼 뭔가 악의까지 느껴지는 설정이라서 게임의 제작 배경이 의심갑니다.
오늘 게임 출시되었기에 버그가 좀 있습니다. 가장 짜증나는 건 툴바 팝업 설명이 뜨면서 마우스 클릭을 불가하게 만드는 버그인데, 매번 툴바를 클릭해서 팝업을 진정(?)시켜야 해서 귀찮습니다. 다른 버그로는 건물이 지형에 끼여서 제거/회수가 안되는 버그가 있는데 빡겜시 걸린다면 꽤 고통스러울 것 같습니다.
게임에 대한 총평은 70점 정도면 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반복플레이는 별로지만 처음 맵을 뚫어나갈 때 생태계가 번창하면서 나오는 연출은 꽤 인상적이었습니다. 랜덤맵이라도 플타임은 꽤 짧은 인디게임이라서 80점 주는 건 아깝네요.
개인적인 평가로는 60점 미만입니다. 제가 싫어하는 퍼즐게임이라서 그렇습니다. 제가 바란 건 심시티처럼 시뮬레이션 계열인데 게임성을 잘못 알고 구입해버렸습니다.
이건 1년 전에 플레이하다 중단하고 끝을 보지 못했던 게임입니다. 네오 아틀라스 1469 는 일본 아트딩크 사에서 제작한 게임으로, 스팀에도 있지만 한글화는 닌텐도 스위치 플랫폼으로만 유일하게 나왔습니다. 당시에도 출시한지 좀 되었기에 중고 패키지 가격이 높아서 다운로드샵에서 구입했죠.
대항해시대와 같은 게임을 찾고 있던 저로선 반은 맞았지만 반은 고개를 젓게 만들었던 게임입니다. 먼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고 지도를 완성해나가는 가장 큰 특징은 대항해시대의 그것이지만, 이 게임은 처음 만들어진게 1991년도라 대항해시대와 차별화하기 위해 지도를 랜덤월드로 변경했습니다. 그러니 해안선을 타고 항해하면 우리가 아는 세계 지도가 아니라 그때그때 맘대로 변화합니다! 덕분에 제 경우 희망봉 비스무리한 걸 봤지만 인도는 내륙에 있어서 들어가보지도 못했네요.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사회과부도를 펼치고 탐험하는 재미가 사라진 겁니다.
또한, 1인칭 함대 탐험 시점이라 지도가 도넛 O 형태로 재수없이 꼬이면 내륙 깊숙히 있는 이벤트는 아예 볼 수 없습니다! 과거 디스가이아 1 게임의 랜덤 던전인 아이템계는 악명이 높았는데, 아예 통과가 불가능한 랜덤 맵 배치 때문입니다. 이 게임도 그와 마찬가지로 게임 내 컨텐츠를 한 번에 전부 볼 수 없는 마구잡이 랜덤 맵 생성으로 반복 플레이를 유도한다고 쓰고 랜덤맵 생성 알고리즘이 개판이라고 이해합니다.
여기서 이미 대항해시대의 장점이 크게 깎였는데, 게임에 추가된 컨텐츠가 함대의 발목을 잡습니다. 기본은 1인칭 함대 시점으로 함대를 옮겨서 진행하는 게임이긴 합니다만, 이 게임의 주역은 다른 서양 무역 게임들처럼 상회가 무역하는 겁니다. 함대가 무역 거점을 발견하면 상회에서 무역로를 지정하고 수익을 거둬야 하는 거죠. 함대를 뒤로 물려서 왕복 노가다하는 것보다는 낫습니다만, 덕분에 또 다시 대항해시대의 게임성과 거리가 멀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짜증나는 점은 보물이나 게임 진행 방식입니다. 이 게임은 맵을 확대해서 이벤트 지점을 터치하는 방식으로 재화를 획득하거나 이벤트를 지정합니다. 그리고 지도 확대 배율은 40배 가량 됩니다. 축소하면 유럽 전체를 볼 수 있는데 확대하면 해안선의 작은 언덕까지 볼 수 있을 정도로 격차가 아득해서 열심히 확대 축소해야 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디테일해서 (실은 랜덤 해안선 생성이지만) 좋다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이 40배 확대해야만 나오는 보물상자나 이벤트 지점이 있다고 하면 어떻겠습니까? 쉽게 말해서 대한민국 크기의 땅덩어리를 쭈우욱 확대해서 서울 종로구 청와대 지붕이 또렷히 보일 정도로 확대해야 숨겨진 보물상자가 튀어나옵니다. 종로구 크기 정도로 축소만해도 보물상자가 지도에서 사라져서 확인 불가능합니다. 이 짓을 전세계 모든 땅덩어리에 해야 합니다. 40배 확대하면 유럽 한쪽 끝에서 다른쪽 끝까지 스캔하는데 몇 분은 걸리며, 아주 가느다란 한 줄만 스캔 가능하므로 여러줄 하면 실제로는 몇 시간을 플레이 해야 스캔 가능한 겁니다! 게다가 메인 이벤트 진행에 따라 나중에 튀어나오는 보물상자 포인트도 있으므로 이 짓을 몇 번이나 반복해야 합니다.
미친 확대축소 노가다에 불을 지피는 건 구닥다리 조작법입니다. 기껏 터치스크린이 있는 닌텐도 스위치인데 조이스틱을 조종해서 느린 속도로 확대 축소하는 것만 가능합니다. 확대 축소하면 당연히 손가락으로 오므리는 핀치투줌 아닌가요? 이런 기본적인 것도 지원 안하고, 함대는 천천히 목표장소로 나아가고, 그 사이에 저는 짚에서 바늘 줍는 심정으로 확대해서 땅을 헤집고 있으면 현탐이 옵니다.
랜덤 지도라 대항해시대처럼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재미도 없고, 무역은 대항해시대의 소매상이 아닌 도매상 급 상회 거래라 취향이 아니고, 인터페이스는 구리고, 지도를 탐색해서 발견하는 역사적 유물도 현실 그대로가 아니라 게임 특유의 유쾌한 분위기로 비틀은 거라 도움 안됩니다. 대항해시대와 같은 시대에 나온 게임이면서 대항해시대와 달라지기 위해 일부러 노력한 B급 게임 티가 좔좔 흐릅니다. 그러니 대항해시대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못했죠. 대항해시대를 대체할 만한 게임을 찾는 여정은 계속됩니다.
이번에도 게임 스타일이 제가 바라는게 아니라서 중간에 플레이 중단한 경우입니다. 시뮬레이션 게임 계열은 의외로 유저가 원하는 창의 크기가 좁아서 만족할 수 있는 게임을 찾기 어렵죠. 그래서 구입 전에 리뷰나 공략 글을 충분히 읽는 것이 좋습니다. 전 대충 읽었다가 구입하고나서 후회했네요.
ANNO 1800 은 유비소프트의 역사가 오래된 도시 경영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 타입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보겠습니다. 생산 건물은 창고 거점을 끼고 물류를 생산하고 창고로 물건을 옮겨 보관, 중간 가공 단계의 건물은 창고에서 물건을 빼내어 가공물을 다시 창고로 넣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통체증이 일어나는 건 물론, 창고와 생산 건물의 거리도 한계가 있으므로 한 곳에 모아서 세워야 합니다. 물론 광산 같은 자원은 구석에 있어서 길을 거기까지 연장해야 하며, 하나의 섬은 굉장히 작고 자원의 종류도 제한되어 있기에 계속해서 테크트리를 올리려면 희귀자원을 구하러 멀리 있는 섬까지 개척해서 또 건물과 주민을 쌓아올려야 합니다.
무역은 어디갔냐구요? 하긴 합니다만 극히 미미합니다. 적어도 초반에는 무역할 만한 물건도 안나오고 수지가 안 맞아떨어져서 파산의 지름길입니다. 제가 한 3시간 플레이는 내실을 다져가는 과정에 불과한 거라 이후는 리뷰할 수 없습니다.
제가 불만을 품은 지점은 대항해시대 및 윙커맨더 프라이버티어같은 1함대 단독으로 세계를 누비면서 무역으로 돈 짤짤이 하고 탐험이나 전투하는 게임이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아노 1800 은 파산당하지 않게한정된 자원을 최소한의 건물로 효율적으로 가공하여 도시를 점점 불려나가는 심시티 계열-아마도 더 정확히는 세틀러 계열에 해당하는 게임입니다. 지속적으로 터지는 사고(적자 상황)를 최적의 물류 배치로 해결하면서 주어진 테크트리를 끝까지 올리는 기쁨을 원하신다면 이 게임이 어느 정도 맞을 수는 있겠지만, 후반까지 플레이한 건 아니라서 단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이전 ANNO 시리즈에 비교했을 때 1800 의 장점은 아주 친절한 튜토리얼과 매우 훌륭한 그래픽입니다. 제가 예전에 샀었던 ANNO 는 2070 이었는데, 안 그래도 어려운 ANNO 게임을 제대로 된 튜토리얼 없이 간단한 조작법 설명만 듣고 하라고 하니 순식간에 정이 떨어져서 그만뒀습니다. 그래픽도 4K 모니터에선 UI 사이즈가 옛날 걸로 고정되어 글자나 아이콘이 손톱만하여 게임 플레이가 불가능한 수준이었죠.
반면 1800 은 도시를 지표면 가까이 클로즈업해서 보면 매우 훌륭한 그래픽을 보여줍니다. 인게임 컷씬도 별도 CG 렌더링 없이 실시간으로 보여줄 정도죠. UI 도 큼직하고 게임에 존재하는 수많은 요소들을 나름 정리해서 상당히 단순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끝없이 나오는 할 짓에 질리지만요. 1800 에서 가장 훌륭한 건 튜토리얼입니다. 예전의 허접한 튜토리얼에 비해 주인공의 인생 성공담과 라이벌의 견제를 담아 게임을 지속할 동기를 마련해주고, 훌륭한 그래픽 덕분에 몰입감도 좋습니다. ANNO 시리즈를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뭘 해야 할지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것도 훌륭하고, 단순해진 UI 덕분에 시선을 옮기면 다음 해야 할 일이 뭔지 금방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주 완벽한 건 아니고 재정수지 적자 해결법이라든지 무역하는 방법 등 경영시 필수적으로 배워야 할 몇가지 요소는 빠져 있어서 내놓은 자식처럼 더 이상 튜토리얼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악화되어가는 도시를 보면 답답하더군요.
요약하면 매우 친절하지만 짧은 튜토리얼로 제가 처음으로 ANNO 시리즈를 조금이나마 맛보게 해주었고 아울러 훌륭한 그래픽이 인상적인 게임입니다. 다만 제가 바란 건 1인칭 무역이지 도시 경영이 아니라서 접는데요. 시뮬레이션 게임이 원래 그러니 자신이 지금 바라는 게임이 맞는지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미리 리뷰나 공략글을 상세히 읽어보고 구입하시기 바랍니다.
이번에 해본 게임은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인 IGA 가 회사를 나온 후 킥스타터로 후원받아 제작한 블러드스테인드 Bloodstained Ritual of the Night 입니다. 노가다성이 짙어서 치트를 썼고 분기별로 한번씩 클리어한 소감입니다.
1. 스토리 ★★
이 게임은 악마성 드라큘라 월하의 야상곡을 다시 보고 싶은 팬들의 염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스토리 또한 월하를 그대로 빼닮은 듯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작중 멀티엔딩도 그렇고 이면의 성도 그렇고 온통 과거 작품인 악마성의 오마쥬 떡칠입니다.
팬의 요망을 강하게 반영한 게임이라서 서사가 과거와 동일하게 된 건 이해는 합니다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희망을 버리기 힘듭니다. IGA 프로듀서의 과거를 정리하는 은퇴식 이상으로 새로운 미래를 제시하는 비전까지 있었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2. 그래픽 ★★
출시한지 좀 되었고 예산도 부족해서 일반인의 기준으로는 좀 쌈마이합니다만, 제작자와 팬의 의도에는 부합하는 최소 기준치입니다.
객관적인 그래픽은 팬의 입장으로도 빈말로 좋다고 말 할 수 없습니다. 필요한 곳은 조금 신경썼지만 전체적으로 부족함이 많습니다. 특히 컷씬은 오글거림 그 자체죠. 2D 악마성도 그닥 좋은 건 아니지만 보여줄 곳만 제한하면서 꾸림은 느끼기 힘들었는데, 역시 3D 는 강제적으로 보여지는 곳이 많아서 깔끔하게 다듬으려면 예산과 인원이 많이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악마성 팬들이 보고 싶어했던 딱 그 게임입니다. 오마쥬 투성이라서 타이틀만 악마성으로 바꾸면 "악마성 드라큘라 ~복각판~" 정도로 이름 붙일 수 있을 정도죠. 팬의 입장에서 이 게임의 그래픽 허점이 그다지 크게 보이지 않다면 오마쥬로 떡칠된 그래픽 때문일 겁니다. 맵 구성과 적들도 과거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복붙 디자인이라서 팬이라면 극호, 악마성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게임답다고 느낄 겁니다.
하다보면 어느샌가 몇시간을 플레이하게 되므로 게임 플레이에 방해를 줄만한 그래픽은 아닙니다.
3. 게임 플레이 ★★★ (팬이라면 ★★★★)
전형적인 악마성 월하의 야상곡 스타일입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라서 뭐라 말하기 힘드네요. 월하 확장판을 원하는 분이라면 바로 이 게임입니다.
새로 접하시는 분을 위해 "월하 게임성"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이 게임에서 점프 같은 플랫포머는 진도를 막는 용도로만 쓰이고 맵 탐사의 중심은 전투가 맡고 있습니다. 발판 점프도 중요하지만 못 가는 곳은 애초부터 갈 수 없도록 확실히 막혀 있고 오리와 눈먼 숲에서 느꼈던 막장마리오 급의 극단적인 플랫포머 게임성은 이 게임에선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따라서 게임 진도를 나갈 때 가장 중요한 건 이중점프나 수중이나 가시밭길을 통과할 수 있는 특수장비를 파밍하러 가는 던전 탐험입니다. 여기서 맵 접근성까지 빼고 스피디한 전투가 되면 데드셀 게임이 되죠. 오리나 데드셀이나 월하의 야상곡에서 영향을 크게 받은 셈입니다.
맵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고 적은 덩치가 상당히 커서 단순 점프로는 통과하기 힘들고, 캐릭터의 피통과 회복 방법도 상당히 제한되어 있으므로 게임의 중심은 자연스럽게적과의 피해없는 전투가 됩니다. 이것도 초기에 장비와 돈이 부족할 때에만 답답하고, 나중에 종결무기를 얻으면 가로막는 적들을 학살하면서 지나가는 재미가 상당합니다. 즉, 월하 게임성은 디아블로처럼 장비 파밍 + 맵을 통과하는 특수 능력 파밍이 핵심입니다.
한편, 게임성의 핵심이 장비 파밍이기에, 파밍에서 난이도를 올린 블러드스테인드의 호불호 요소가 생깁니다. 제한된 컨텐츠로 긴 플레이 시간을 만들려면 노가다 컨텐츠를 만들어야 합니다. 원작 월하도 그렇지만 이 게임 또한 적을 반복해서 학살하여 확률적으로 떨어지는 템이나 특수능력을 흡수해야 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마을의 NPC들 수집퀘도 있고 장비도 강화해야 해서 풀업하려면 필요한 돈과 자원이 엄청납니다.
앞서 말했듯이 저는 처음부터 치트를 켜고 플레이했기에 자원난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치트를 켠 후에도 장비 파밍의 필요성을 심각하게 느꼈기에 (돈과 생명력만 치트함), 만약 바닐라로 플레이할 시 얼마나 오랜 시간을 플레이 해야 멀티엔딩 첫번째 엔딩 분기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이 과정이 악랄하게 길어지면 상당히 고통스러울테고, 적당한 수준이라도 아이템 파밍 자체를 싫어하는 분이라면 불호 요소가 됩니다. 참고로 치트키면 아주 쾌적하게 장비 파밍할 수 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몇 시간씩 플레이했습니다.
4. 음악 ★★
솔직히 본가의 사운드 트랙에는 이길 수 없습니다. 코나미가 아무리 그 꼴이 되었다지만 여전히 비트매니아를 비롯해 리듬게임 최강 회사이고 오리지널 월하의 야상곡은 지금도 듣고 있을 정도로 걸출합니다. 불행이도 블러드스테인드는 딱히 마음에 드는 음악이 없네요. 별매로 구입할 필요까지는 못 느낍니다. 인게임에서는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만, 치트 플레이 덕분에 맵을 한두번만 돌아다녀서 좋은 인상으로 남아 있는 거고, 동일 맵 수백번 반복하게 되면 그 때에도 좋게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저는 치트 플레이를 했기에 정확한 플탐은 모르겠습니다. 장비 파밍에 필요한 잡템 수급이 얼마나 길어지느냐에 따라 상당히 난감할 수 있고, 지금까지 올라온 소감글을 봐도 노가다로 학을 띄는 유저가 많습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컨트롤러
십자키로도 조작 가능하지만 기본은 액션게임이므로 L 스틱이 편한 위치에 있는 XBOX 스타일 컨트롤러가 유리합니다. 이 게임은 진동도 시원찮으므로 듀얼센스 쓴다고 별다른 장점없습니다.
7. 총평 ★★★★
월하의 야상곡 개발자의 월하의 야상곡 팬을 위한 월하의 야상곡 최종판입니다. 모든 내용이 그리운 월하의 야상곡 스러우며, 월하의 야상곡보다 훨씬 맵이 훨씬 커졌음에도 여전히 월하의 야상곡처럼 맵의 빈칸을 촘촘히 공략해서 빈 방을 찾아내는 메트로바니아 그 자체입니다. 분량이 훨씬 많으므로 월하의 야상곡 스타일 = 메트로바니아 게임이 왜 사장되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질릴 때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모든 요소가 상위호환인 건 아닙니다. 과거 2D 도트에 비해 허접스러운 3D 그래픽, 임팩트없는 BGM은 아쉬우며, 직접 확인한 건 아닙니다만 복잡하고 오래걸리는 장비 파밍 노가다가 쾌적한 플레이를 방해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한번 패드를 쥐면 몇시간 동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했습니다.
별 5개를 주지 못하는 이유는 시도 때도 없이 종료되는 버그 때문입니다. 출시 초기부터 버그로 말이 많았다는데, 몇 년 지난 지금 시점에는 진행 버그나 템 버그 같은 건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멀티 엔딩 첫번째 분기 시점부터 강제 종료 버그가 난무하기 시작해서 게임 플레이에 엄청난 지장을 받습니다. 이 게임은 세이브 포인트에서만 저장 가능해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몇 시간 동안 진행한 분량을 몽땅 날리면 보통 열 받는게 아니죠. 강제 종료 버그만 없었다면 도전과제 올클 했을 텐데, 몇 차례나 진행 분량 몽땅 날린 후 화딱지나서 리뷰 올리고 게임 접습니다.
정가 5만원은 약간 비싼 감이 있는데, 매년 수차례 60% 할인하니 1.8만원에 혜자가격으로 구입하는 걸 추천합니다.
이번에도 4시간만 플레이한 부실 리뷰입니다. 본편(?)인 어크 발할라 진도가 영 안나가서 그런지 병행하는 다른 게임도 시원찮네요.
오래간만에 캐슬바니아 월하의 야상곡을 플레이하다 요즘 나오는 메트로베니아 류 게임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몇가지 게임 중에서 가장 저렴한 오리와 눈먼 숲 Ori and the blind forest 을 사서 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저와 안 맞네요.
오리숲은 월하의 야상곡과 같은 장르이긴 하나 게임성이 크게 다릅니다. 오리숲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막장 마리오" 의 후계자 플랫포머 게임입니다. 슈퍼마리오처럼 점프 컨트롤이 매우 중요하고 난이도가 높은 마리오 맵처럼 사방에 즉사 함정이 널려 있어서 아주 약간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는 종류의 게임입니다. 전투 요소도 있긴 하지만 왠만한 건 점프 트릭으로 해치우거나 넘어갈 수 있어서 공격력 스킬 노가다는 전혀 필요없을 정도죠. 반대로 말하면 플랫포머 게임을 잘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중간 강제진행 맵에서 50번 정도 죽고 욕설 좀 내뱉어야 겨우 클리어 가능합니다.
월하의 야상곡은 오리숲과 크게 다릅니다. 옛날 게임이지만 난이도가 굉장히 낮아서 초보자도 부담스럽지 않게 진행이 가능합니다. 맵 구성 또한 점프 플랫포머 보다는 적과의 전투가 더 큰 장애물입니다. 이마저도 알카드 실드 같은 최강 무기 얻으면 다 쓸어버리면서 돌아다니지만요.
월하의 야상곡이 오리숲과 다른 또 다른 부분은 맵과 세계관의 깊이입니다. 월하의 야상곡은 성 하나를 통째로 돌아다니면서 성의 구조를 탐색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맵 디자인과 그래픽 또한 성 분위기에 맞게 잘 조율되어 있어 게임에 몰입하기 아주 좋죠. 반면 오리숲은 슈퍼마리오 월드나 옛날 게임 마계촌처럼 여러 환경의 숲속 - 실은 던전이라 숲으로 보기도 힘든 -을 돌아다니는데, 스토리부터 뭔가 엉성하면서 세계관을 간접적으로 표출해주는 맵 구성까지 부실하니 도저히 몰입하기 힘듭니다.
마냥 아름다운 맵을 만든다고 전부가 아닙니다. 메트로베니아 장르는 던전의 숨어있는 구역을 유저가 간접적으로 조사하게 만드는 것이 묘미이기 때문입니다. 월하에서 요상하게 딱 한 구역만 지나갈 수 없다면 주위 방을 계속 비비다가 마침내 찾아내는 묘미가 있는데, 오리숲은 맵의 방 배치가 대충이라서 어디에 빈 구역이 있을지 짐작이 안 갑니다. 다른 미흡한 요소들도 있는데 오리숲이 월하의 치밀한 맵 구성에 비해 딸리는 가장 큰 이유는 이 두가지입니다.
수많은 연속 점프 즉사 함정맵 때문에 정나미가 떨어져서 유튜브로 공략영상을 보니 이거 바로 포기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막장 마리오나 다름없는 오리숲은 구입하기 전에 반드시 고려해보심이 좋습니다. 아참, 공식 한글지원도 없습니다. (음성은 므어므어 거리는 일본어)
리듬게임을 안한지 (못한지) 오래되었고, 시아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파이널바라인 (이하 파바라인) 은 고작 서너시간 밖에 플레이 안 해봤으므로 깊이없는 탈주 소감입니다.
예전에 나온 3DS 용 시아트리듬 파이널 판타지 커튼콜을 소장하고 있고, 그 때도 플레이 하다 중간에 그만뒀습니다. 이번에 PS4 버전으로 산 파바라인은 인터페이스가 달라졌으므로 터치펜을 적극 활용한 전작과 달리 조이스틱을 이용하도록 패턴을 약간 바꿨습니다. 그 결과 과거 3DS 에 비해 난이도가 조금 낮아졌긴 했습니다만 시아트리듬만의 특성은 훼손되고 좀 평범한 리듬게임이 되어버렸다는 생각이 듭니다.
볼륨은 패키지판 385곡, 이후 나올 시즌패스 3부까지 500여곡으로 파이널판타지 본편만이 아니라 초코보의 모험 등 외전작들 모조리 출시될 예정이므로 플레이 곡 수는 커튼콜 이상으로 빵빵합니다. 또한 RPG 육성 및 파티 시스템을 도입해서 수십명의 캐릭터를 레벨 999로 올려서 보스를 효과적으로 칠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하므로 기대 플레이 타임은 더욱 늘어납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저도 희망적으로 보여서 구입했는데, 과거 3DS 커튼콜을 하다 말은 이유를 까먹어 버렸다가 PS4 파바라인을 켜자마자 뒤늦게 떠올려버렸습니다. 아래글 부터는 보는 사람에게 도움이 안 될 수 있는 저 개인의 소감이므로 패스하셔도 무방합니다.
저는 과거 비트매니아, BMS 믹스웨이버, EZ2DJ 등으로 시작한 유저라서 판정선이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형식이 아닌 리듬게임을 못합니다. 게다가 코나미 게임저작권 소송 때문에 대부분의 리듬 게임이 저에게 익숙한 형식과 조금이라도 다르게 만들려고 해서 게임 선택을 심각하게 제한받아왔죠. 시아트리듬 시리즈 또한 가로로 채보가 흐르는 형식이라서 적응이 전혀 안 됩니다. 판정이 심각하게 구려서 감이 떨어졌나 싶었는데 DJMAX Respect 를 돌려보면 그건 또 아니더랍니다. 요즘 리듬게임으로 시작해서 가로 채보에 익숙한 분이라면 별 문제 없을거라 생각합니다만. 아니 이건 제 능력의 한계일 수도요.
시아트리듬은 키음이 없고 챔벌린을 흔들어대는 무음 게임입니다. 명색이 스퀘어에닉스 본가인데 음악게임 필수인 키음은 좀 기본으로 탑재해줬으면 합니다만, 생각해보면 이 게임은 무려 11년 전 3DS 로 나온 게임이므로 게임기 성능을 생각하면 키음 탑재는 불가능했겠죠.
키음 없는 리듬게임의 최악의 단점은 채보를 무성의하게 짜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키음을 쓴다면 강제적으로 원곡의 리듬을 타고 채보를 짜야 하므로 저난이도 곡은 뻔하디 뻔한 정박자 채보곡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만, 키음이 없으면 상대적으로 채보 제작의 자유가 올라가고 이는 호불호 채보로 연결됩니다. 가장 짜증나는 건 정박곡에서 자꾸만 엇박으로 채보를 짜집기하는 경우입니다. 저는 리듬게임이란 음악에 맞춰 점차 흥을 올려가는 일종의 트랜스 음악 장르 같은 걸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원곡과 전혀 무관한 엇박자 챔버린을 쑤셔넣으면 음악에 대한 몰입이 매우 방해됩니다. 마치 이어폰으로 음악 감상 중 옆자리 할아버지가 유튜브 크게 틀어놓은 상황입니다. 음악과 연동하며 리듬을 따라가야 흥이 돋고 원곡에 대한 리스펙트도 되고 한데, 원곡에는 전혀 없던 챔버린 챙챙 소리를 들어가며 음악과 상관없이 정박 엇박 번갈아 나오는 채보를 눈으로만 보고 치고 있으면 내가 지금 음악게임을 하는 건지 슈팅게임을 하는 건지 구분이 안됩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파판 10 음악을 챔벌린이 더럽(?)히는 걸 보니 분노가 치솟을 정도더군요.
이것과 거의 같은 이유로 때려친 게임으로 VOEZ 가 기억나네요.
오래간만에, 거의 4년 만에 DJMAX Respect 를 꺼내서 플레이 해보니 확실히 이쪽이 더 리듬게임 답다고 느낍니다. 새로 추가된 곡들을 플레이하다보면 절로 흥이 나서 눈으로 따라가기 어려운 패턴도 절로 버튼을 눌러가며 퍼펙트 콤보하는 재미가 쏠쏠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