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게임을 '올클'한 다음, 도전과제와는 상관없는 맵상의 미방문 위치나 무한반복이 아닌 일회성 퀘스트 등을 추가로 깼습니다.이미 게임 컨텐츠 즐길 건 다 즐겼기 때문에 이전처럼 매달리다시피 플레이한 건 아니고, 하루 한시간씩 가볍게 즐겼네요.
먼저 오리진은 이미 맵 상의 모든 포인트를 밝혀놔서 별로 손 댈 구석이 없더군요. 그래서 재미없는 사이드퀘스트(하얀색 느낌표) 빼고 넘겼고, 오디세이는 맵도 크고 스토리와 관계없는 미방문 포인트가 엄청 많기 때문에 생각 이상으로 시간이 굉장히 걸렸습니다.
비슷한 신세대 어크 두개를 나란히 돌리면서 해보니 역시 게임성 및 흡입력은 최신인 오디세이가 더 낫습니다. 그만큼 게임하기 쾌적하고 팔만한 구석이 많죠. 다만 동기유발 측면에서는 여전히 오리진의 다채롭고 이색적인 배경이 더 끌리는 건 어쩔 수 없네요.
게임에 영감을 받아 작중 나왔던 그리스 갤리선을 만들고 있습니다. 유럽의 Maris Stella 에서 만든 Liburnian Monoreme (B.C.400) 이며, 완성하면 오리진의 로마 갤리선 및 오디세이 주인공의 아드레스티아호와 유사한 모양입니다. 아마 한두달 정도 걸릴 겁니다.
남은 도전과제는 1시간 정도 노가다 끝에 끝났습니다. 염소 잡는 트로피가 생각보다 빨리 나와서 금방 끝났네요. 이제 남은 컨텐츠인 디스커버리 투어:그리스나 밥 먹으면서 보려다가, 전편의 디스커버리 투어:이집트에 비해 상당히 너프되어버린 걸 발견하고 소감을 올려봅니다.
디스커버리 투어를 처음 들어가면 이전보다 분량이 줄어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텐데, 맞습니다. 이집트 투어의 음성 설명 첨부 투어 모드는 몇분의 1로 줄어들었고, 그 대신 투어를 끝내고 각 지역의 건물들을 돌아다니면서 추가로 텍스트 설명문을 견학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 그 결과는 본편의 퀘스트 택배지옥이 떠오르는 엄청난 동선 이동이었습니다. 투어 모드에서 빠른 이동이 가능한 지점은 각 투어의 시작점 및 동기화 포인트 두군데 뿐인데, 새로 추가된 텍스트 투어를 보러 가기 위해 저렇게 노란선만큼 수백미터를 이동하게끔 개악해버린 겁니다!
투어 장소 근처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것도 아니고, 지형 상관없이 무차별로 배치되어 있어서 음성 투어 끝내고 주위의 텍스트 견학 포인트보러 다니면 속 터집니다.
그리고 동기화 포인트에 게임과 동일한 동기화 기능은 왜 넣은 겁니까? 그걸로 추가 해금되는 게 있나 싶었는데 전혀 없고 그냥 주위 둘러보는 것이 컨텐츠더군요. 디스커버리 투어만 산 사람에게 게임 본편도 사서 해보라는 압력이 느껴집니다.
작중 가장 엄한 곳에 위치한 견학 포인트입니다. 보다시피 동기화 포인트가 없는 외딴섬이기 때문에 육로로 가는 법은 전혀 없으며, 근처의 다른 섬에서 쪽배를 타고 2 km 를 항해해야 도달할 수 있습니다. 다행인 건 인게임과는 달리 대양을 항해해도 쪽배가 부서지지 않는 겁니다. 그 고생을 해가며 가면 뭐가 있을까요? 가면 더 허탈해집니다. ㅎㅎ
이전 이집트 투어는 밥 먹으면서 투어 하나씩 보기 참 좋았는데 그리스 투어는 투어 도중에도 계속 대사 선택지가 떠서 조작해줘야 하고, 모든 컨텐츠를 보려면 이렇게 본편 퀘스트와 똑같은 뺑뺑이 노가다를 돌려야 하기에 밥먹으면서 보는 건 그냥 포기했습니다.
본편의 역사왜곡 덕분에 디스커버리 투어도 비판적으로 내용을 검토해봤는데, 역시 서술 방식이 좀 이상합니다. 전작에 비해 객관적인 서술은 줄어들었고, 감정적이고 주관적인 묘사로 역사 해설이라기 보단 역사를 풀어쓴 소설 느낌이 드는 구어체였습니다. 단순 번역 문제는 아니고 영어 듣기 원문 또한 약간 빙빙 돌려서 설명하는, 도저히 대학의 전문 학자가 쓸만한 대본이 아니었습니다. 아마도 게임 제작팀 내부 직원이 게임 내 컨텐츠를 제작할 때 쓴 자료를 이용해 만드는 아트북 같은 걸로 착각하고 역사 서술을 한 듯 합니다. 객관적이어야 할 디스커버리 역사 투어에 자기들이 창작한 게임 내 컨텐츠를 넣고 자랑하는 건 제 얼굴에 침밷기죠.
제가 볼 땐 명백히 게임 본편을 사서 하라고 유도하는 의도가 포함되어 있는 구성입니다. 정작 본편을 즐기다 온 사람은 학을 떼며 싫어하는 뺑뺑이 구성인데 말이죠. 또한 게임내 창작 몬스터를 광고하는 서술 및 음성 투어의 대폭 삭감이 투어의 신뢰도와 가치를 훼손합니다. 전작 이집트 투어는 아이를 위해 별매하는 것도 가치있습니다만, 이번작은 말만 전연령 컨텐츠이고 수영할 때 팬티 등은 인게임 그대로 다 보여주니 아이에게 보여주기도 찜찜합니다.
소감을 쓰기에 앞서 미리 경고해드리자면, 이 게임은 밤잠 안 자고 몸이 지쳐서 쓰러져서 자게 될 때까지 하게 되는 부류의 게임입니다. 전작인 오리진도 어크 시리즈 중에서 유독 몰입감이 좋고 에피소드 두세개는 끝내야 손에서 패드를 놓았지만 오디세이는 주욱 이어지는 이어지는 소형퀘스트의 연속이라 하다보면 스스로 끊을 타이밍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취침/출근시간 놓치지 않도록 알람 설정하는 건 필수입니다.
또한,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전연령 대상이지만 성인 게임 리뷰시에는 성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주의드리며, 미성년자가 보기 안 좋은 묘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글을 읽다가 불쾌할 수 있으므로 미리 주의드립니다. 원래부터 폭력적이고 매 게임마다 수천명씩 죽이는 암살자가 주인공인 어크 시리즈인데 유독 오디세이에만 성인게임 경고문을 붙이는 이유는 이 게임엔 유독 연애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성적인 연애가 아니라 '서양게임' 연애 요소로 말이죠. 매스이펙트 트릴로지 시리즈 떠올리면 아주 정확합니다.
1. 스토리 ★★★
(1) 본편 ★★★ 이번작은 스카이림이나 폴아웃 시리즈같은 직접적인 대화 선택지가 전면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덕분에 하나의 퀘스트를 해결하는 방법이 예전 어크의 암살루트 선택 이상으로 풍부해졌지만, 분기의 나비효과는 넓은 편이 아니라서 악명을 쌓아가면서 학살하느냐 증거를 찾아서 내쫒느냐, 그리고 죽이느냐 풀어주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멀티 엔딩이 되는 건 아니며, 루트에 따라 누구는 무조건 죽는 식으로 큰 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따라서 카르마 시스템으로 간단하게 요약할 수 있습니다. 폴아웃 베가스의 팩션 시스템처럼 엄청난 수준의 분기에는 전혀 못 미치죠.
또 다른 주목할만한 특징은 모든 대화에서 화자 캐릭터가 매스이펙트 시리즈처럼 상반신 클로즈업이 되는데, 최신 게임이다보니 감정 표현을 몸짓으로 과다하게 표현해서 보는 내내 지루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렇게 변하니 중요 선택지에서 번역 오류가 굉장히 심각한 걸림돌로 느껴졌습니다. 역대 어크는 발번역으로 유명했고 전작인 오리진부터는 그나마 전문 번역진이 붙어서 나름 충실하게 번역했습니다만, 선택지가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소 오류가 있어도 그려러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본 작은 중요한 선택지에서 오역으로 영어 원문의 늬앙스를 전혀 전해주질 못해 유저의 의도와 달리 선택지를 잘못 선택하는 경우가 꽤 빈번했습니다. 영어듣기와 자막 내용이 달라서 당황한 적도 많았구요. 본작부터는 번역을 더욱 세심하게 해줘야 할 필요가 생긴 겁니다. 번역할 자신이 없다면 이전 대화문 다시보기 및 일시적으로 선택지의 영어 원문 보기 등의 추가 기능을 넣어줬으면 합니다.
메인 스토리 자체는 선택지 분기의 손쉬운 추가를 위해 다소 평범하지만 유저의 의지를 개입시킬 수 있어 흥미를 끄는 좋은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볼륨도 교단만 상대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영웅의 일생을 유년기부터 끝까지 통째로 그리는 방대한 분량으로, 전작 오리진의 바예크가 짧지만 드라마틱한 스토리로 강한 인상을 준 반면, 알렉시오스는 스토리의 힘은 약하지만 인생을 전체적으로 길게 관조하면서 인상을 남기는 타입이라 평할 수 있습니다.
(2) 비판과 우려 한편, 유저에게 선택지를 만들어주니까 역대 어크에서 약간이지만 계속 거슬렸던 요소인 동성애 코드가 오디세이에 와선 막대한 지장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최신 시리즈로 올수록 티나던 "예쁜 여자는 악녀이고, 흉터 마구난 못생기고 추한 여자는 착하다"는 컨셉이 본작은 전면적으로 반영되어 외형이 예쁜 여자면 무조건 원흉이 되는 악당으로 찍거나 신세가 기구하게 되는 엔딩이 99%입니다. 또한 매스이펙트 스타일의 연애도 가능하게 되었는데, "나쁜" 의미로 입니다. 뭔가 목소리가 간드러지는 남자가 나오면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선택지를 골라야하며, 단 한번이라도 하트가 들어간 선택지를 고르면 격렬한 밤이 되었다는 식의 묘사가 나옵니다. 이게 꽤 악질적인 것이, 여자와 성교하는 선택지는 왠만하면 2번째로 가 있어서 막 누르면 고르기 힘든데 유독 남자는 항상 기본 선택이라 생각없이 A 연타하면 그 꼴을 보게 되는 겁니다. 전작들은 선택지가 없어서 영화보듯 유저가 캐릭터에 몰입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선택지가 있는 본작은 타격이 심합니다. 제가 어크 오디세이의 다른 모든 부분은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딱 이 한 요소 때문에 트로피 전부 딸 때까지 다회차 플레이하지 못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겁니다. 스트레스 받으면서 게임할 필요는 없죠.
이와 관련해서 실소를 자아내는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유료DLC 에서 알렉시오스가 가정을 맺고 아이를 키우게 되는데(여캐라면 남자를 만나는 식), 이게 게이 플레이어에게 큰 반발을 샀고, 이에 유비소프트에서 사과하는 일이 벌어진 적 있습니다. 본편은 게이로만 플레이했는데 DLC에서 여자와 결혼해 아이를 가지니 더럽혀진 기분이라 불쾌하다는 겁니다. 제가 볼 땐 유비소프트는 본편에서 원하지도 않는 게이성교 묘사를 봤다가 더럽혀진 기분이 되어 불쾌함을 느낀 일반 이성애자들에게도 똑같이 사과해야 한다고 봅니다.
한가지 더 우려되는 것은, 어크는 역사 고증이 충실하다고 널리 알려진 게임인데, 작중 악역인 템플기사단 마냥 당시 시대상에 안 맞는 역사왜곡을 일삼는 게임만의 스토리를 일반 게이머들이 정사로 받아들여 착각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겁니다. 고대 시대인데 조직의 보스나 싸움꾼들은 거의 항상 여자이고 그 밑의 부하들은 남자며, '용기의 시험' 같은 퀘스트는 대놓고 특정 정치적 코드를 노골적으로 삽입하고 역사의 일부만 발췌하는 식으로 게이머에게 가르치려 들려고 합니다. 그러면서 메인 메뉴에는 디스커버리 투어를 배치해놓고 이 게임은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하는 객관적인 게임인 척 티냅니다. 학자들이 검증하지 않은 이익집단의 편중된 사상을 진실과 거짓말을 섞어서 전하는 식으로 무비판적인 대중을 세뇌하려는 거죠.
계속 지켜보니 유비 게임은 이런 위험한 쪽으로 갈수록 극성을 부리는 것 같아 점점 게임을 사기 꺼려집니다. 후속작인 발할라는 오디세이보다 다소 안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데, 저라면 풀프라이스라도 이렇게 200 시간 푹 빠져서 플레이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내겠습니다. 그러나 발할라도 거의 무조건 오디세이같은 게이함정이 포함되어 있을 것 같아 당장 정가에 사는 건 꺼려집니다. 개인의 취향은 존중받아야 하지만 자신의 취향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면 책임을 질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표현의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요소는 역겹고 게임 할 맛이 뚝 떨어지므로, 동성애 활성화 옵션 같은 걸 필수 제공하여 애초부터 선택지에 전혀 안 뜨게 해주는 것이 대중을 상대로 한 창작물을 만드는 회사로서 아주 당연한 책임이라 생각합니다. 게임하면서 성적 취향이 바뀔 일은 없잖아요? 못하겠다면 판매량 떨어지는 거죠.
(3) 사이드 스토리 ★★★
예전에는 클리어하는 방식에 따라 사퀘의 결말이 정해졌는데 이젠 대사 구문으로도 사퀘의 결말이 정해지다보니 매순간 선택의 갈등이 이어집니다. 그런데 마치 심리테스트 문항들을 그대로 복붙해서 유저에게 심리테스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쾌함마저 듭니다. 이전부터 있었던 어크의 특성이 극대화되었다고 말하기엔 지나치게 무거운 주제가 불쑥 튀어나와 유저를 고민하게 만드는 선택지가 많으며, 덕분에 게임의 흐름을 끊어먹고 스트레스를 줍니다. 정답이나 사이다 선택지는 거의 없고 대부분이 선택에 따른 한쪽의 희생을 전제로 하는 찜찜한 결말이라서 더욱 하기 싫어집니다.
역대 시리즈의 사이드퀘스트를 빛내는 요소는 역사속 실존 위인이 출현하는 장편 퀘스트입니다. 전작 오리진은 위인은 거의 없고 가상의 인물들 심부름이라 동기 유발이 전혀 안되었는데, 본작은 그리스의 유명 위인들이 가득 나와서 재미를 조금 더 느낄 수 있습니다. (인지도 특성상 이런 부분의 재미는 18세기 런던 배경의 신디케이트가 최고죠)
퀘스트 디자인에 대해 다시 비판해봅니다. 어크 오디세이의 모든 퀘스트 디자인은 플레이 시간 증가를 목적으로 한 심부름 뺑뺑이가 역대급으로 심합니다. 예를 들어 미션 수주하느라 웨이포인트에서 300미터 이동 + 수주받고 첫번째 미션(전투)하러 300미터 이동 + 두번째 미션이 있으면 또 300미터 이동 + 목표 다 완결했으면 임무완수 보고하러 웨이포인트타고 300미터 이동해서 퀘스트당 적어도 1Km 이상 걸어다녀야 합니다. 또한 퀘스트를 한꺼번에 몰아서 클리어하지 못하도록 퀘스트 웨이포인트가바둑 격자 모양으로 띄어서 분산배치 되어 있으며, 거기에 24시간 내 제한까지 붙어서 하루 지나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중복 퀘스트까지 있습니다. 이전 어크의 경계지역만 벗어나도 퀘스트 클리어하던 옛날이 그립습니다.
(4) DLC ★★★
전작의 호평 덕분인지 이번 작 또한 2대 대형 DLC 볼륨이 매우 충실하고 시즌패스 소형 DLC 도 빈번하게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필로그에 해당하는 코르푸 DLC 를 무료로 풀어준 것도 좋게 평가합니다. 그러나 그 실체는 본편과 똑같이 천편일률적인 하찮은 심부름 뺑뺑이의 연속이라서 실속은 없습니다.
1차 대형 업데이트인 최초 암살검의 등장은 엔딩 이후의 스토리를 담은 본편 추가퀘 격이고, 2차 대형 업데이트 아틀란티스는 전작 오리진의 파라오의 저주처럼 새로운 맵들을 추가하고 기존의 한계를 뚫어주는 엔드 게임 컨텐츠입니다. 다만 2차 대형 DLC는 전작의 파라오의 저주나 디아블로3 확장팩의 5장과 달리 본편과 긴밀히 맞물려 돌아가는 건 아닙니다. 본작의 맵이 하도 질려서 신맵을 처음 둘러볼 땐 재밌으나, 본작의 모든 퀘스트처럼 DLC 메인 스토리 또한 매번 최소 300m 의 긴 동선+험난한 지형을 타고 이리저리 돌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흥미도는 금방 떨어집니다. 게다가 이번엔 여러 신맵들을 처음부터 돌아다닐 수 없고 한 맵에서 몇시간짜리 지루한 스토리 전부 깨야만 다음 신맵을 갈 수 있는 것도 저평가 요인입니다. 일부러 유저가 빨리 깨지 못하게 고통을 주는 패널티로서 모바일게임처럼 느껴지고 결과적으로 어크 오디세이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 몇 안되는 큰 단점입니다.
이미 모든 DLC가 출시되고 몇년 지난 현재 시점에서 플레이하면 엔딩 보기도 전에 유료 DLC 에 진입해서 엄청난 보너스 각인 등을 빨리 이용할 수 있으나, 메인스토리 스포일러를 당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합니다. DLC에서 애도 낳는데 동시에 본편 여기저기에서 연애질하는 걸 보면 좀 깹니다. 베데스다의 버그 넘치는 방대한 분기에는 못 미치는 캐주얼한 RPG 인 증거죠.
그래도 최후의 DLC인 코르푸는 엔딩 보고 게임내 할 거 다 한 다음 마지막으로 해보시길 바랍니다. 전작과 달리 매우 감명을 주는 이야기의 끝맺음이었습니다.
2. 그래픽 ★★★★☆
그래픽 수준은 오리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사양은 한단계 더 올라가서 4K 풀옵 60 프레임에서 놀다가 풀옵 미만 30~40 프레임으로 버거워졌네요. 주로 구름이나 안개같은 구현이 복잡한 풍경묘사가 강화된 것 같습니다.
단점은 그리스 지형이 다 똑같아서 이집트의 다채로운 지형이 그리웠던 거네요. 온통 섬동네라서 배를 타느라 템포가 끊어지기 때문에 여행하는 맛도 떨어집니다. DLC 신맵은 처음 들어가면 신나지만 퀘스트 디자인을 위한 꼬불꼬불하고 복잡한 지형이라서 컨셉이 다 똑같아서 그런지 보는 맛이 떨어지고, 퀘스트 하면서 데스스트랜딩의 지옥의 택배 기분을 맛보고 나면 빨리 도망치고 싶어질 겁니다.
3. 게임 플레이★★★★★ (1) 전투 ★★★★ 전작 오리진보다 전투 패턴이 다양해져서 저같은 액션치도 더 재밌게 전투할 수 있도록 변했습니다. 50렙 제한이 풀린 이후에도 숙련도가 추가되는 등 99레벨까지 푹 빠져서 가지고 놀기 좋습니다. 전작도 이번 작도 40렙 부근이 레벨업 밸런스가 안 좋아서 고비였는데, 본작은 워낙 게임 자체의 매력이 높기 때문에 버벅거리는 구간을 기력으로 돌파해버립니다. 또한 새게임+ 에서 스토리 관련 진행상황만 빼고 아이템, 레벨 등 전부 승계되어 다회차 진행이 보장됩니다. 소심하게 지도는 리셋되는데, 디스가이아 시리즈의 전례를 볼 때 그냥 제한 싹다 풀어주는 것이 더 재밌고 2회차 도전할 용기가 쉽게 났을 겁니다.
단점이라면 옛날 어크의 암살자로서의 전투기술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무늬만 남아있는 거네요. 이젠 잠입용 암살 기술만 남았습니다. 그 외엔 단점으로 부르기 힘들 정도로 플러스 요인 뿐입니다. 여러가지 의미로 오리진 등 전작과의 유사점보다 차이점을 찾기 더 쉬운 작품입니다.
(2) 밸런스 ★★★★★ 디아블로3 과 거의 유사하게 게임을 바꿔놨습니다. 장비 파밍은 필수이며, 파밍할 줄 모르면 게임이 어렵게 되도록 타이트하게 조여놨습니다. 예전 어크와 달리 장비 등급보단 장비에 달린 랜덤 옵션이 절대적인 위력을 발휘하며, 이게 만약 MMORPG 라면 궁극옵션 달린 전설템 먹기 위해 몇번이고 리셋하는 사람도 있었을 겁니다. 게임 시스템을 모르면 전작에 비해 확 올라간 난이도로 쩔쩔맬 것이지만 한번 빠지면 디아블로3 같은 몰입성으로 오직 장비만 맞추려고 노가다 돌아댕겨서 게임 진도가 안 나갈 정도 입니다.
4. 음악 ★★
두가지 뿐입니다. 오디세이 메인 테마를 살짝 변경한 오~오-오-오오오~ 하는 하울링 아니면 그리스인의 시끄러운 그리스어 말소리 뿐입니다. 역대 어크 중 배경음악이 좋았던 경우는 제 기억상 신디케이트(19세기 런던) 단 하나 뿐이네요. 그 시대 그 나라에 맞는 음악을 골라야 해서 그렇습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간만에 미친 난이도의 '어크' 트로피가 돌아왔습니다. 전편 오리진은 아마도 역대 가장 트로피 따기 쉬운 어크일 듯 한데, 본작은 지금까지 나온 어크 시리즈의 하드코어 수집요소를 다시 탑재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단, 게임도 역대급으로 재밌고 수백시간을 해도 할만해서 트로피 따는 과정은 길어도 고통스럽지 않습니다. (시간이 부족한 트로피 헌터 제외)
일부 퀘스트는 버그로 진행이 안되서 못 따는게 아닌가 생각하실 수 있는데, 정상적으로 게임하면 버그로 알 수 없는 퀘스트 최종 목표 위치로 가서 미리 전투하거나 물건을 가져오는 변칙적인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으니 공략 영상 찾아보면 됩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ONE + 프로그래밍 되는 추가 패들버튼 (서드파티)
이 게임은 할 수 있는 조작이 워낙 많아서 조작버튼도 많고 복잡하며, 덕분에 자주 쓰는 조작버튼이 이상한 곳으로 밀려나 있어서 장시간 게임시 불편합니다. XBOX 컨트롤러로는 버튼이 부족하기 때문에 XBOX 서드파티 컨트롤러 중 뒷면에 패들 버튼이 달려있고 프로그래밍 할당이 가능한 고급패드(EX: STUF Instinct pro)를 사시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패들 버튼 추가를 위해 이번에 XBOX ONE Elite Series 2 컨트롤러를 샀는데, 뒷면 패들 버튼을 D-pad 로 할당해서 어크 오디세이를 쾌적하게 플레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런데 Elite 컨트롤러 뒷면 패들은 프로그래밍이 전혀 불가능하고 A,B,X,Y로 각각 고정 할당되어 있어서 완전 망했습니다. 제일 원했던 추가 기능이 실은 허당이라서 일반 XBOX 패드를 3배 비싼 가격에 산 셈이죠. 반드시 패들 버튼 프로그래밍 가능한 컨트롤러를 찾아보세요.
7. 총평 ★★★★☆
스토리의 어느 측면은 매우 아쉽지만 나머지 대부분은 역대 어크 중 만족도 최고를 새로 갱신한 게임입니다. 전작 오리진에서 빠졌던 기존 어크 요소를 모조리 쓸어담고, 스토리 텔링은 스카이림식, 스토리 연출은 매스이펙트식, 기술 및 장비 등 게임운영은 디아블로3식을 그대로 도입하여 오리진에서 취약했던 부분을 말끔히 보완했습니다. 그 결과는 몇시간을 해도 시계 한번 보지 않고 계속 게임하다가 패드 배터리가 다 떨어지고 나서야 타임머신 탄 것을 뒤늦게 후회하는 매우 흡입력있는 게임입니다. 역대 어크 중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한 게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최고인 겁니다.
할 것이 워낙 많고 맵도 넘쳐납니다. 디아블로3 방식의 강화 시스템이지만 근본은 어디까지나 싱글게임이라 좋은 옵션 아이템 파밍만을 위해 리셋노가다를 하거나 다회차 플레이까지 할 필요성은 떨어집니다. 맵 밝히는 것이 워낙 오래 걸려서 다회차 엄두가 안 나는 것도 있죠. 기존 어크와 비교해 플레이타임이 확연히 길지만 끝은 분명히 있으며, 대부분의 유저는 트로피 전부 따기 전에 질려서 200 시간 가량 플레이할 겁니다. 저는 트로피 2개 빼고 162 시간 걸렸는데, 유비 통계는 스팀 플레이타임 통계보다 정확하므로 1.5배하면 현실 시간으로 240시간 플레이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트로피는 170 시간이면 다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큰 취약점은 스토리, 그 중에서 특히 연애요소입니다. 일반인이든 성적소수자든 연애는 개인적인 취향이며, 서로의 취향을 눈감아줄 순 있어도 자신의 아바타에게 반대쪽의 취향을 마구 들이댄다면 그것은 플레이어 개인에게 있어서 인격적 모독이 됩니다. 양쪽 다 만족할 수 있도록 이성애자는 동성애 차단옵션을, 동성애자든 이성애 차단옵션을, 양성애자는 현재 상태로 할 수 있도록 게임 옵션을 제공하는 것이 모두가 평화롭게 공존하는 유일한 길로 보입니다. 현재의 유비소프트가 이렇게 갈거라곤 전혀 생각지 않기에 저는 이것으로 어크 시리즈를 접습니다.
어크 오리진에 포함되어 있는 이집트 디스커버리 투어처럼 어크 오디세이도 그리스 디스커버리 투어가 탑재되어 있는데, 게임 본편은 온갖 역사왜곡과 검증되지 않은 사상으로 물들어 있기에 디스커버리 투어 또한 신뢰할 수 없는 컨텐츠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가 어째서 이 정도로 이 게임을 더 이상 믿을 수 없게 되었는지 알고 싶다면 게임의 현실성을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면서 해보시면 됩니다. 퀘스트를 깰 때마다 불편한 감정을 느끼시게 될 겁니다.
소감을 쓰기에 앞서 미리 경고해드리자면, 이 게임은 밤잠 안 자고 몸이 지쳐서 쓰러져서 자게 될 때까지 하게 되는 부류의 게임입니다. 전작인 오리진도 어크 시리즈 중에서 유독 몰입감이 좋고 에피소드 두세개는 끝내야 손에서 패드를 놓았지만 오디세이는 주욱 이어지는 이어지는 소형퀘스트의 연속이라 하다보면 스스로 끊을 타이밍을 생각하지 못합니다. 취침/출근시간 놓치지 않도록 알람 설정하는 건 필수입니다.
또한, 이 블로그의 모든 글은 전연령 대상이지만 성인 게임 리뷰시에는 성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 수 있으므로 미리 주의드리며, 미성년자가 보기 안 좋은 묘사를 적나라하게 표현하지는 않지만 글을 읽다가 불쾌할 수 있으므로 미리 주의드립니다. 원래부터 폭력적이고 매 게임마다 수천명씩 죽이는 암살자가 주인공인 어크 시리즈인데 유독 오디세이에만 성인게임 경고문을 붙이는 이유는 이 게임엔 유독 연애 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런 성적인 연애가 아니라 '서양게임' 연애 요소로 말이죠. 매스이펙트 트릴로지 시리즈 떠올리면 아주 정확합니다.
1. 시작 ~ 4 레벨까지
뭣?! 전작인 오리진이 기원전 50년인데 거기서 400년을 더 거슬러 올라가?! 그럼 암살단 흔적도 없던 시절인데 암살스킬 어떻게 쓰라는 거지?! 시작은 막막한 심정 그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평범한 액션 어드벤쳐였습니다. 독수리(드론)도 안 뜨고 배트-적외선 비전도 안 뜨고, 당연히 되어야 하는게 하나도 안됩니다. 심지어 주워먹을 수 있는 아이템조차 가독성 좋게 크게 번쩍거리지 않고 마침표 하나 크기의 하얀 점만 가까이 가야만 떠서 언차티드 하는 기분이었죠.
게임 시작할 때 '제작자의 의도'라면서 더 하드코어한 HUD OFF 모드를 선택하라고 눈치를 줬는데, 이전 어크 시리즈를 해왔던 유저 입장에서 게임이 답답해 죽을 것 같아 옵션에서 원상복구 시켰습니다. 참고로 이거 켜면 화면 내비게이션도 안 뜨고 오직 퀘스트 대사 구문과 메뉴 지도와 방위 등만 보고 위치 찾아가는 '과몰입' 모드라고 합니다. 뭐든지 적당히가 좋은 건데...
아무튼 암살자라기 보단 일개 민간인으로서 땅 위를 기어다니면서 초반 마을을 깨고 나니 게임이 기존 어크보다는 폴아웃 시리즈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혹자는 위처3를 들었는데, 개인적으로는 폴아웃3와 구성이 거의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위처3는 지나치게 복잡하고 까다로워서 중간에 접었고, 폴아웃3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생략이 많이 되어 있는 것이 어크 오디세이와 가장 비슷했습니다. 세계관과 무기를 생각하면 폴아웃3 정도로 간단한 스카이림으로 보면 됩니다.
2. 5레벨~10레벨
와! 드디어 배트-비전을 얻었다! 이거 없으니 가뜩이나 루팅 아이템 알아보기 힘들어서 게임이 참 귀찮았습니다. 그런데 범위가 심각하게 좁네요... 독수리로 광역스캔하는 것도 심하게 너프먹어서 풀업해도 전작 풀업의 절반 업그레이드 수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 두가지는 이후에도 두고두고 괴롭힙니다.
그런데 게임에서 할 것이 과도할 정도로 많습니다. 지난 오리진은 새 게임엔진을 만들면서 이전 시리즈에 있었던 요소를 구현 못한 것이 한이 되었는지 이번 게임은 꽉꽉 우겨담았네요. 그것을 가장 체감적으로 느낄 수 있는 구간이 바로 초반 폭레벨업 + 전세계 지도 밝히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전작의 요소를 우려먹은 것도 있지만 전투는 기존 어크 시리즈의 사골냄새나는 암살 시스템이 아니라, 어크 오리진 시스템을 또 완전히 뜯어 고쳐서 새로 구축한 느낌이 듭니다. 구체적으로 비유하면 디아블로2 → 디아블로3 스킬 시스템처럼 재탄생한 수준으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해도 해도 끝이 없을 것 같고 완전 신나고 재밌습니다!
3. 11~20레벨
우와! 스파르타와 아테네의 대결이네?! 설마 폴아웃 베가스처럼 팩션 가입 시스템도 있는 거야!!? 유비 진짜 칼갈았다! 좋아 그리스에서 아테네 전부 걷어차준다. 띠스 이쓰 씃빠르따!
4. 21~30레벨
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럼 그렇지 귀큰놈의 공장제 게임 어크인걸... 스토리를 맥아리없이 흐려놔서 플레이어가 어느 한 세력에 소속되는 일은 없으며, 언제 어느때든 뒤통수쳐서 양쪽 다 학살할 수 있게 만들어놨습니다.
유저가 직접 선택해서 스토리를 바꿀 수 있다면 더 재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로 전 어떻게든 사람들을 살릴려고 애썼고 게임 내 대형 사이드 스토리는 선택의 요소가 메인 스토리에도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는 편이지만, 그래도 메인 스토리는 강제로 흘러가는 걸 보고 입을 닫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어크 전통 스토리 전개 그대로이고,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건 하나의 큰 줄기 안에서 한번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조연들을 죽여서 사라지게 하느냐, 아니면 '봐줬다' 결말이냐 뿐입니다. 기원전 GTA 같은 또 하나의 위대한 게임이 탄생하는가 싶었는데, 어크 이름값 하느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게임엔진이 좁은 틀 안에 가둬지니 안타깝습니다.
이전부터 어크하면서 오픈월드에 적용하면 재밌는 시스템이지만 어크만의 설정 탓에 '어크'가 아니면 도입하기 힘든 요소들이 있었죠. 지붕 동기화라든지 배트-비전이 가장 대표적입니다. 하지만 스토리까지 꼭 '어크'여야 할까요? 재밌으면 그만 아닐까요? 이미 오리진으로 벽을 부숴버렸는데 반드시 어크식 비극 스토리를 따라가야만 어크 타이틀을 붙일 수 있나요? 멀티 분기 게임은 만들기 어렵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유비가 신세대 어크 기반으로 GTA 같은 게임을 개발하고 있길 기대하며, 앞으로 출시할 어크의 스토리도 게임 시스템처럼 틀을 깨고 혁신하길 바랍니다.
5. 31~40 레벨
슬슬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져서 신요소는 안 보이고 느려지는 레벨업과 돈 노가다 과정에서 게임의 단점이 부각되는 시기입니다. 신 시스템의 장점이 워낙 많아서 불평거리는 전체적으로 보면 미세합니다. 몰입감이 장난 아니라서 한번 손을 대면 떼질 못해 곤란할 지경이며, 아래의 단점은 지금보다 더 나아지지 못해 아쉬운 점 정도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 게임이 많이 복잡해지다보니 발매된지 몇년이나 지난 지금 시점에도 오리진과 비교해 버그가 꽤 많습니다. 트로피 관련 진행 불가 버그가 있어서 이 부분은 조심해야 하지만 대부분은 게임 껐다 다시 켜면 해결됩니다.
- 사이드퀘스트 중에서 반복 퀘스트로 보이는 것들이 있는데, 무려 시간 제한을 걸어놔서 어이가 없더군요. 전작 오리진서 최고 귀중품 반복퀘는 시간 제한을 걸었지만 이번작은 범용 퀘스트조차 24시간 짜리 시간 제한을 걸어놔서 하루 지나면 시간 만료 떴다고 취소 뜨는 것이 마치 모바일 가챠 게임을 하는 것 같아 불쾌했습니다. 싱글 게임은 싱글 게임답게 짧고 굵게 집중력있는 플레이를 하길 원합니다.
- 능력 제한을 해금하는 기준이 레벨이 아닌 스토리 진행인데, 덕분에 혹독한 노가다를 경험하게 되는 구간이 바로 30~40렙입니다. 무지막지한 사이드퀘스트 분량을 소화해내야만 각 스킬의 궁극 레벨에 도달할 수 있도록 해놔서 안쓰고 모아둔 스킬 포인트가 10개 넘게 남아돌 지경입니다.
- 이전에 하던 어크식으로 장비를 맞추면 게임이 안 풀립니다. 이 게임은 디아블로3 장비 시스템을 쓰고 있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근접무기/원거리무기/암살용 창 세가지 공격력이 구분되어 있으며, 여러 무기의 레벨만 보고 고르지 말고 무기마다 달린 옵션을 잘 보고 공격력을 증폭시켜야 예전 어크처럼 활 한방에 나가 떨어지는 걸 볼 수 있습니다.
- 맵은 스카이림보다 크고 넓은데 대부분이 물바다입니다. 온통 섬으로 잘게 쪼개져 있어서 각 섬마다 사이드퀘스트 졸업식 치르고 나가는 감각으로 플레이하게 됩니다. 초반에 맵을 밝히면서 돌아다닐 때 느낀 건데, 땅과 바다를 오가야 하므로 연속성이 없고 빠른 이동을 주로 쓰게 되더군요. 그러다 보니 오리진에 비해 경관의 다양성과 투어링하는 재미는 실망스럽습니다. 물론 이번 작품도 정신없이 스크린샷을 찍으면서 다니고 있습니다만 전작처럼 지역마다 독특한 풍경에 감탄하는 일은 점차 적어지고 빠르게 물리고 있습니다.
- 사이드 퀘스트는 흥미롭지만 동선을 마구 꼬아놨습니다. 내용은 전작 오리진의 재미없는 사이드퀘스트와 별 다를게 없지만 얼굴을 직접 마주보고 과장된 동작을 보면서 퀘스트 대사를 주고받으니 뭔가 몰입감도 생기고 그럴듯해서 좋더군요. 그렇지만 그 쪼그마한 도시 내에서 마치 실뜨기, 아니 육망성 별을 그리듯 동선을 엇갈리게 배치해놔서, 퀘스트끼리 조금이라도 연계해서 단번에 끝내지 못하니 동선이 엄청 길어지기에 돌아다니기 귀찮습니다. 이번 작은 도시 내부에서 말 타고 달리는 속도를 절반으로 제한해놔서 더더욱 답답합니다.
- 공장제 게임입니다. 맵은 더 넓어졌지만 세부 사항은 찍어낸 듯 똑같은 게 슬슬 체감됩니다. 특히 지하 던전이 가장 극심합니다. 폴아웃과 스카이림은 그래도 하나하나 손으로 수정한 정성이 보이는데 오디세이 지하동굴은 딱 봐도 똑같은 지형 복붙했다는 것이 딱 느껴지네요. 전부 그런 건 아니고 문화유적이나 도시는 공들여서 만든 티가 보이지만 정작 게임플레이의 중심이 되는 던전 대부분이 그렇습니다. 전작이나 같은 유비소프트 내 다른 게임에서 그대로 베껴와 복붙하니까 공장제 게임이라 부르는데, 이렇게 던전까지 복붙하는 건 무성의한 거죠.
6. 41~49 레벨
한번 패드를 쥐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기 때문에 이젠 아예 핸드폰으로 1~2시간 타이머 켜고 게임합니다. 안그러면 약속시간 훌쩍 지나서... 그래도 이젠 게임이 많이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몬가몬가 온라인 게임하는 느낌이 많이 듭니다. 특히 디아블로3 처럼 돈 노가다를 위해 사이드퀘를 깨다보면 생각없이 멍~ 하게 플레이하게 되는 면이 여전히 재미는 있어도 무의미한 반복 노가다처럼 느껴집니다. 더 이상 새로운 요소도 없고 눈에 띄게 강해지는 것도, 챌린지로 해금되는 것도 안 보여서 도전욕구를 자극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50렙이 되어야만 챌린지 통계를 보는 것이 해금됩니다. 그 전까진 특정 수치에 도달해야만 순간적으로 보상만 표시) 그저 디아블로3처럼 끝없이 장비 강화하고 교체하고 심부름 퀘스트 반복입니다. 재미는 있지만요.
7. 50~59 레벨
게임의 모든 기능이 해금되며 누구나 어렵지않게 본편 스토리 엔딩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숙련도 등도 해금되어 이것저것 뒤져보니... 할게 여전히 산 같더군요. 참고로 만렙은 99입니다.
이젠 던전말고 일반 필드도 식상해집니다. 지형과 나오는 적이 전부 비슷하다보니 가는 곳마다 다 똑같아 보이고 지루함을 느낍니다. 나름 재밌던 사이드퀘도 슬슬 질려서 메인스토리 진도 밀기 시작합니다.
8. 66 레벨 (본편 클리어)
본편 진도 나가면서 DLC 도 전부 밀지는 않고 중간 정도 진도 나갔는데, 알고 보니까 본편 클리어 이후의 이야기라서 스포일러를 좀 당했네요. 아울러 본편의 메인스토리도 전체 게임의 극히 일부라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은 스카이림처럼 한 명의 이름없는 아무개가 어린 시절의 비밀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그리스를 구한 위대한 영웅이 되고, 그리스 땅에서의 사명이 끝나자 다른 지역으로 훌쩍 떠나버릴 때까지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서사시였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지역의 특정 암살자의 리즈 시절만 간단히 다룬 예전 어크와 비교하면 여러가지 의미로 이전 어크와 닮은 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새로운 어쌔신 크리드입니다.
* 스토리 텔링 방법 : 스카이림의 텍스트 선택 및 분기식 어드벤쳐. 사이드 퀘의 선택들이 서로 영향을 주지는 않지만 메인 스토리 퀘는 이후 메인 스토리 선택지에 영향을 줍니다. * 사이드 퀘스트 : 전작 오리진처럼 플레이 내용은 심부름 꾼이라서 하찮지만 매스이펙트 시리즈처럼 얼굴을 직접 마주보면서 과장된 동작으로 대화를 나누니 지루함을 덜 느낍니다. * 전투 : 디아블로3 스타일 - 스킬퍽 강화도와 장비 옵션에 따라 천차만별의 스타일로 전투할 수 있습니다. 단, 암살자로서의 전투는 이전 오리진에서도 무늬만 암살자였는데 이번작은 더 심해서 그냥 한 명의 스파르탄 전사입니다. * 장비 맞추기 : 디아블로3 스타일 - 장비 옵션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대미지가 2배 4배 8배 뻥튀기 되므로 게임 난이도에 치명적인 영향을 줍니다.
본편 클리어에만 66레벨까지 달리면서 무려 110시간을 플레이했습니다. 좀 더 정확한 유비 통계이므로 제가 지금까지 플레이한 스팀판 어크처럼 1.5배 뻥튀기하면 약 170 시간 플레이 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제 뉴게임+ 모드가 해금되었는데, 지도와 발견한 장소가 전부 리셋되는 걸 보고 2회차는 포기하고 이대로 DLC 까지 끝내기로 했습니다. 당초에는 지금 플레이 시간이면 DLC 까지 전부 클리어 완료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전과 달라도 너무나도 다른 어크였습니다.
오리진의 바로 전작인 신디케이트를 다시는 플레이 하고싶지 않을 정도로 클리어했습니다. DLC까지 전부 클리어이며, 엄밀히 말하면 트로피까지 완전 클리어는 아니지만 (42/56) 다시는 플레이하지 않을 정도로 싹싹 햩아먹었으므로 개인적인 의미로는 클리어입니다.
신디케이트 syndicate 는 클래식 어쌔신크리드 게임엔진으로 만들어진 마지막 작품입니다. 다음 작인 오리진부터 게임성이 엄청나게 변하게 되었죠.
1. 스토리 ★★★★☆
(1) 본편 ★★★★☆ 바로 다음에 나왔던 신세대 어쌔신크리드인 오리진과 여러가지로 비교되는 점이 눈에 띄네요. 신디케이트가 오리진과 비교해서 가장 좋은 점은 자기완결성이 좋은 스토리입니다. 본편을 즐기고 나면 괜찮은 영국판 헐리우드 액션영화 하나 봤다는 뿌듯한 감정이 듭니다. 오리진과 약간 비슷하게 더블 주인공으로 프라이 남매 두 사람 사이를 오가면서 플레이하게 되는데, 주인공은 사실상 남자인 제이콥 프라이이며, 악동 기질이 있는 그가 런던을 개판으로 만들면 이비 프라이가 핀잔을 주면서 재미없게 뒷수습을 하는 전개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만큼 스토리 양상도 상당히 극과 극으로 갈리는데, 남자인 제이콥이 나오면 거의 호쾌하거나 영국 특유의 엽기적이고 황당하며 블랙유머적인 스토리인 반면 여자인 이비가 나오면 우울하고 교조적으로 가르치는 듯한, 후속작인 오리진이 생각나는 연출이 주가 됩니다.
후속작인 오리진에서 스토리가 어떤 결말이 되었는지 아시는 분이라면 예상하시겠지만, 두 사람의 갈등이 신디케이트 스토리의 주된 뼈대가 되며 결말에서 공동의 적을 두고 어물쩡 봉합됩니다. 스토리 파트를 완전히 둘로 나눠서 제작한 건지 끝까지 개운하지는 못해서 별 5개를 주긴 아쉽지만 전체적으로 매우 즐거운 스토리라인이었습니다.
오리진과 비교하여 플레이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또 다른 요소로 선악이 확실하게 구별되는 요소도 있습니다. 오리진은 지금까지와의 어크와는 달리 궤변에 가까운 악의 정당화가 그 말에 악바리로 맞상대하는 바예크의 찡그린 얼굴처럼 플레이어를 짜증나게 했다면 신디케이트는 악당들이 주저없이 선명한 악을 저지르면서 미친 소리를 내뱉기에 제이콥처럼 손쉽게 콧방귀를 내뀔 수 있습니다.
(2) 사이드 스토리 ★★★★★ 시대가 현대와 워낙 가깝고 영국 영어권이다 보니 친숙한 인물들이 많습니다. 이집트 고대 사회보다 우리 생활상과 유사한 점이 훨씬 많고, 단순히 이름만 들어본 걸 넘어서 현대에도 영향력을 주는 위인들의 일화라 후속작인 오리진에 비해 따라가는 재미가 있었네요. 퀘스트 내용도 본편만큼 흥미롭고 재밌었습니다. 영어 듣기가 가능하면 자막으로 표시되지 않는 잡담도 재밌습니다.
(3) DLC (잭 더 리퍼) ★★★ 신디케이트의 스토리 DLC 는 2개가 있는데, 그 중 대형에 속하는 잭 더 리퍼는 스토리는 어크쪽과 영 떨어져 있긴 합니다만, 주제도 그렇고 발매 시기를 생각해보면 딱 서양 할로윈용 컨텐츠입니다. 깜찍한 트릭오어트릿 말고 심슨 가족에서 나오는 기괴하고 잔인하고 끔찍한 그 할로윈 스토리 말이죠... 저는 공포겜은 안 좋아하는데 이런 거 좋아하시는 분에겐 평가 좋을 듯 합니다.
잭 더 리퍼 DLC 는 대형 DLC 라서 별개의 게임처럼 가동됩니다. 무기나 스킬트리 등도 별개로 돌아갑니다만 맵도 일부를 돌려 쓰는 등 반복해서 사용하는 요소가 많아서, 후속작의 역대 최고로 치는 DLC 인 파라오의 저주 수준을 기대해선 안됩니다. 다만 빠뜨리기엔 본편 20년 후의 이야기라서 언제나처럼 어크 스토리 DLC 는 필수 동시 구입입니다!
2. 그래픽 (근거리★★★★★/원경★)
신세대 어크인 오리진보다 구리네요. 바로 이전 어크인 유니티를 플레이하면서 그래픽을 격찬했던 기억이 나는데, 이번에 오리진을 플레이한 직후 이렇게 신디케이트를 플레이해보니 유니티도 오리진보다 더 나을 수 없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출시 순서는 유니티→신디케이트→오리진)
구시대 게임에서 전체 맵에 해당하는 블럭 하나 정도 이내의 거리는 안개도 안 깔리고 텍스쳐도 선명하게 전부 보입니다. 왕궁같이 화려한 맵에선 사물 하나하나 정밀하게 묘사해놓은 수준이 이전 유니티도 그렇고 신디케이트 또한 후속작인 유니티에 결코 안 꿀립니다. 즉, 근거리에선 전작이나 후속작이나 별 차이 없는 우수한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동기화를 위해 높은 곳에 올라가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한 블럭을 넘어가면 안개가 자욱히 깔려 원경의 텍스쳐는 거의 열화됩니다. 반면 오리진은 새로운 게임엔진을 써서 시야가 확보되는 지형 모두 선명하게 보입니다. 신디케이트까진 스크린샷을 찍고 싶은 마음이 전혀 안 드는데 오리진은 가는 곳마다 정신없이 스크린샷 모드를 가동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3. 게임 플레이 (전투 ★★★★/수집★)
(1) 수집 ★
안그래도 무의미하고 보람이 없으며 시간낭비 그 자체인 수집요소 탑재 오픈월드 최악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어크인데, 신디케이트는 그 중에서도 탑 급에 꼽히기 전혀 손색없습니다. 우중충한 런던의 하늘 아래 지저분한 슬럼가에서 폐품 수집하러 건물 틈바구니를 비비적 대는 것과, 광활하고 아름다운 이집트의 자연풍광을 관광하면서 땅에 얌전히 놓인 보물상자를 열러 돌아다니는 것은 똑같은 폐품 수집이라도 천지차이로 느낌이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구시대 어크 또한 오리진부터 추가된 투어링 모드를 진작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원래부터 관광 게임으로 유명했고 게임 내 정보도 충실했습니다. 하지만 원경이 뿌옇게 되는 게임 엔진 자체의 한계로 제대로 된 투어링을 할 수 없었고 게임 플레이도 제약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현실의 큼직한 건물도 어크 세계에 맞게 축소 모델링해서 다닥다닥 붙여 좁은 맵에 우겨 넣어야 했는데, 덕분에 종로구만한 땅에 우리나라 모든 랜드 마크가 건물 하나 건너 입주해 있는 셈입니다. 좁은 구역 내에서 전투도 이루어져야 하며, 조금이라도 구역을 벗어나면 진행상황이 리셋되어 적들이 모조리 되살아나는 상당히 열받는 일이 벌어집니다. 후속작인 오리진은 게임을 끄지 않으면 10 Km 나 되는 넓은 땅을 수시간 돌다가 와도 죽어있는 적의 시체가 고스란히 남아있고 습격한 적진이 텅텅 비어 있는 것과 비교됩니다.
이런 제한을 조금이나마 벗어나기 위해 건물의 높이를 키우게 되었는데, 덕분에 그래플링 훅 같은 이동 수단이 발달하여 본 작에선 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이동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그것이 극악한 헬릭스 결함 찾기로 연결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만요. 손가락으로 실뜨기 한다고 생각해보세요. 두 손으로 엄청 복잡한 실뜨기를 하듯, 여러 건물들 사이에 수많은 경우의 수로 그래플링 훅을 걸치고 그 경로를 통해서 가야만 먹을 수 있는 수집요소가 있다면요? 게다가 절묘한 컨트롤로 점프까지 해야 한다면요? 공략지도를 봐도 유튜브 공략영상을 봐도 닿질 않는 헬릭스 수집요소를 보면 환장합니다.
(2) 전투 ★★★★
구시대 어크의 가장 큰 특징은 배트맨 아캄 어사일럼 같은 타게팅 전투입니다. 타게팅 전투는 초보자도 금방 익숙해지고 쉽게 스타일리쉬한 전투가 가능합니다. 그러다보니 조금만 감각이 있어도 아예 무쌍을 찍는 바람에 몰살하면 그것도 암살이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왔지만요.
나름 밸런스에 신경 쓴 요소도 보입니다만, 스토리를 풀어나가면서 해금되거나 챌린지로 특정 조건 몇십번 달성하면 해금되면서 결국 게임이 쉬워지기 때문에 저같은 액션치에겐 매우 고마운 시스템인 반면, 액션겜 매니아에겐 가장 높은 난이도로 해도 별거 아닌 리듬 액션게임으로 생각되겠습니다.
난이도를 낮추는 다른 요소들도 많이 있지만 스포일러성이므로 생략합니다.
(3) 파쿠르 액션 (직관성 낮음, 숙련시 퍼포먼스)
구시대 어크의 가장 큰 장벽은 마법 소메틱을 하듯 어려운 조작법이었습니다. 어크의 대명사인 신뢰의 도약을 할 때 조차 무려 3개의 버튼을 동시에 누르고 있어야 해서 처음에는 몇 번이나 제자리에서 어물쩡거려야 했고, 난간에서 내려가야 하는데 자꾸만 위로 올라가는 바람에 들켜서 짜증났던 적이 한두번이 아닙니다. 반면 신어크인 오리진부턴 방향키를 기울인 상태에서 점프만 누르면 되는 간단한 방법으로 변경되었기에 조작법보다는 캐릭터가 특정 조작법을 적용할 수 있는 지형 위에 올라가 있는지 여부가 훨씬 중요해졌습니다.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구어크의 조작법은 파쿠르 경로를 전부 분해해서 경로마다 별개의 조작법으로 만들어 놓은 듯 합니다. 비유하자면 수많은 단축키를 일일이 할당해놓거나 옛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같은 조작법입니다. 복잡하지만 모든 버튼을 알면 단축키처럼 신속하고 스타일리쉬하게 움직입니다. 반면 신어크의 조작법은 숨길건 숨기고 보다 직관적으로 일반적인 액션 게임처럼 만들었습니다. 비유하자면 애플 아이폰같은 조작법입니다. 직관적이고 쉽지만 시스템이 허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해서 매번 멈칫거립니다. 제가 비유한대로 두 조작법에는 장단점도 그대로 따라옵니다. 구어크는 처음 진입장벽이 매우 높고 조작의 범위가 넓어서 조금이라도 잘못 조작하면 캐릭터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반면, 완전히 숙련되면 영화같은 이동이 가능해집니다. 신어크는 초보자도 왠만하면 영화같은 이동이 가능해질 정도로 매우 직관적이고 쉬운 이동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지형이 복잡해지고 보다 복잡한 조작체계가 필요해진다면 손조작보다는 화면에 뜨는 별개의 추가 옵션창이 뜨는 딜레이에 의존하게 되는 번거롭고 버벅거리는 조작 체계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직까진 오리진-오디세이-발할라 같이 고층 빌딩이 안 나오는 신화시대 신어크만 나와서 모르겠습니다만, 구작 어크를 신어크 엔진으로 리메이크 한다면 변경된 조작법의 단점이 바로 튀어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신어크 오리진의 조작법이 월등히 낫습니다. 적어도 오리진에선 매우 원활하고 재미있게 플레이 했으며, 구어크는 어려운 조작법 때문에 항상 실패의 부담을 안아야 해서 플레이하는게 겁날 정도거든요. 특히 시간제한 추적 미션 말입니다. -_-
4. 음악 ★★★★★ (번역수준 ★★)
오리진이 역대 가장 옛날이라면 신디케이트는 역대 가장 최근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국입니다. 언어도 익숙한 영어이고 음악도 당연히 익숙할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라든지 욕설도 왠지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ㅠㅠ 이전 오리진에서 이집트인들이 하는 말이 소음공해인 걸 상기하면 이렇게 언어 장벽이 낮은게 얼마나 중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언어장벽하니 번역을 지적 안할 수 없군요. 후속작인 오리진은 번역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훌륭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일부 오역이 없는 건 아니지만 중요한 게임 시스템 번역은 게임 내용에도 잘 어울려서 게임 개발하는 한국인 직원이 번역에 참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전 어크 시리즈는 대대로 발번역으로 유명했으며, 신디케이트 또한 왈도체 번역이 심각합니다. 일본어판 어크를 기계번역한 걸로 작업한 것 같은데, 게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임 내부의 번역팀이 아닌 외주 번역팀에서 작업한 듯 미션 목표까지 전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오역인 부분이 산재해 있어서 다소 짜증납니다.
5. 트로피 난이도 ★★★★★★
극악입니다. 지루하고 보상은 쥐꼬리만한 디지털 수집로동이 천개 가까이 쌓여 있으며, 어크 시리즈 전통의 무진장 재미없는 마차 경주도 있습니다. 본편과 DLC까지 클리어 타임은 50시간이지만 수집요소까지 끝내려면 60시간은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6.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ONE 스타일
보통 액션 게임이고 장시간 L 스틱으로 돌아다녀야 하니 XBOX 컨트롤러가 엄지 덜 아프겠죠. 하다보니 XBOX ONE 엘리트1 컨트롤러 L 스틱이 기울어짐 고장나서 납땜 교체를 위해 부품 주문했습니다.
7. 총평 ★★★★
신디케이트는 이전 게임엔진으로 할 수 있는 건 전부 보여준 구어크의 총아입니다. 역대급으로 할 것이 많고 복잡하며, 후속작인 오리진은 이에 비하면 좋은 의미로 심심할 정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구어크의 단점 또한 극대화되어 있는 게임이라서 사람들이 질린다는 말이 나올만했으며, 특히 무의미한 수집요소와 아까운 투어링 경관을 게임엔진의 한계로 제대로 못 보여준 것은 오리진에서 게임엔진을 적절히 교체할만한 충분한 사유가 되었습니다. 딱 하나만 제외하면 신디케이트 이하 구 어크 시리즈는 취향 외엔 더 이상 찾아가며 플레이할 이유를 찾아보기 힘든 진화선상의 화석인 셈이죠.
그런데 다른 건 다 나아졌으면서 하필이면 스토리만 구려진 걸까요? 곁다리도 아닌 게임의 핵심중의 핵심 메카닉이라서 신디케이트 포함 구시대 어크를 쉽게 놔줄 수 없게 만드네요. 어크가 국가 별로 돌아가면서 테마를 정하고 구시대 어크가 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을 선점(?)했기에 언젠가는 신세대 엔진으로 리메이크 할 필요를 느끼지만, 혹시라도 리메이크하면서 스토리를 더 요상하게 만들까봐 더 걱정됩니다. 다음에 할 걸로 오디세이 현재 할인중이라 사두긴 했는데 구작 어크는 이대로 플레이 안할지 고민됩니다. 마침 오디세이를 구입하면서 어크3 리마스터가 동봉되어 따라왔으니, 오디세이 클리어 후에 이걸 해보고 지금까지 안해본 구판 어크 리마스터를 할건지 말건지 결정해야 겠습니다.
본편은 밍숭맹숭하고 중구난방이라서 역대 최악급의 전개와 플레이 하기 싫어지는 불쾌한 연출을 보여줍니다만, 첫번째 DLC 인 The Hidden Ones 에서는 '옛날 어크 감성'으로 이를 어느 정도 무마하려고 애썼고 두번째 DLC 인 파라오의 저주에서는 거의 본편 절반 분량에 해당하는 막대한 분량으로 이게 진짜 스토리가 아닌가 싶을 정도의 정통 어크 스토리를 보여줍니다. 어찌보면 식상한 듯한 반전극입니다만 그만큼 정신없이 몰입하게 되서 메인스토리를 막 따라가게 만들고 캐릭터들도 매력적으로 만드는 옛날 어크의 매력적인 그 스토리입니다. 그래서 별 2개 줍니다. 파라오의 저주는 최후반 컨텐츠라서 큰 장벽이 되는 본편을 극복하는 분이 많지 않을 것 같아 안타깝네요.
그래픽 ★★★★★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한지
게임 플레이★★★★
(1) 전투 ★★★
생각보다 짜임새있게 만들어져서 옛날 어크보다 본격적인 전투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후반부 만렙에서 노는 걸 염두에 둔 듯한 시스템인데, 덕분에 스토리 도중 한창 레벨업 할 때의 단점이 두드러져서 이전엔 점수를 낮게 줬네요.
그러나 옛날 어크의 멀티타겟 동시 암살 기술이 대거 빠진 것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또한 깊이 있는 전투가 가능해졌지만 한편으로 저같은 액션치는 강타로 쳤다가 빙빙 돌면서 아드레날린 회복될 때까지 피하는 플레이를 강요받기 때문에 보스전 같은 경우 좀 지루했네요.
(2) 밸런스 ★★★★
여러모로 밸런스 조정에 신경쓴 것이 눈에 보입니다. 적이 자신의 레벨보다 3 레벨 이상 높으면 암살로도 대미지가 전혀 안 먹혀서 지역 클리어가 전혀 불가능하고, 스킬도 예전과 달리 풀레벨업을 해도 전부 해방되는 게 아니라 몰빵해서 찍으면 일부 스킬은 못 찍게 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말해서 전략적인 레벨업이 가능해졌으므로 예전과 달리 한번만 하고 끝나는게 아니라 몇번이고 놀 궁리를 해놓은 거죠. 근데 정작 본편 스토리가 시망이라...
음악 ★★
시리즈 전통으로 배경이 되는 나라에 걸맞는 음악을 쓰니까 납득은 가지만 지나가는 이집트인의 시끄러운 말소리 만큼은 제발 줄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트로피 난이도 ★★★★
오래 걸립니다. 레벨업이 상당히 느리고 맵을 전부 밝혀야 하는 트로피도 있어서 그렇습니다. 저는 귀찮아서 몇개는 안하고 끝냈습니다만 공략을 끼고 플레이 한다면 올클 자체는 크게 힘들지 않을 겁니다.
컨트롤러 적합도 : XBOX ONE 스타일
보통 액션 게임이고 장시간 L 스틱으로 돌아다녀야 하니 XBOX 컨트롤러가 엄지 덜 아프겠죠.
총평 ★★★★★
다소 개인적인 평가입니다만 제가 해본 역대 어쌔신 크리드 중에서 블랙 플래그와 동급으로 최고의 어쌔신 크리드였습니다. 오직 DLC 하나 때문에요.
본편은 높은 포텐셜을 지니고 있었으나 밍숭맹숭한 메인스토리 때문에 평가절하 했었습니다. The Hidden Ones 에서는 어째선지 옛날 어쌔신 크리드 제작진이 돌아온 듯 전혀 다른 기조의 스토리 연출을 하더군요. 그러면서 본편에서 어물쩡 끝냈던 퀘스트의 후일담 퀘스트를 추가하면서 나름 깔끔하게 이야기를 마무리하려고 애썼습니다. 어찌보면 유료 컨텐츠 엔딩이라서 이것도 지탄받을만한 행동입니다만, 어쌔신 크리드의 DLC 는 원래 항상 이래서 (내용 빵빵하고 추가 스토리라서 안 살 수가 없음) 그러려니 합니다.
그런데! 두번째이자 마지막 확장 DLC 인 파라오의 저주는 완전 딴판입니다. 첫번째 DLC 의 5배에 해당하는 방대한 맵과 본편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플레이타임을 보장하는 메인스토리로 아주 빵빵해졌습니다. 내용도 매우 재밌었고 캐릭터도 옛날 어크만큼 매력적입니다. 플레이어 레벨도 55로 상한이 올라갔고 추가 스킬도 생기는 등 플레이 범위까지 넓어지는 대격변 같은 확장팩입니다.
무엇보다 저를 감동케 했던 건 상상력이 막나가는 저승맵이었습니다. 이전 글에서 고대 이집트니 상상력 좀 막 나가면 안되냐고 투덜댔었죠? 그 소망이 바로 여기서 실현되었습니다. 그것도 제가 아주 딱 바라던 형태로 말이죠. 이집트 종교의 저승맵부터 시작해서 서양인들이 생각하는 천국 - 끝없이 펼쳐지는 황금 밀밭 - 이계 행성 같은 황량한 전쟁터, 그리고 파이널 판타지 10 의 자나르칸드같은 명계까지 말이죠! 이 게임은 옛날 파이널판타지 15 와 콜라보레이션해서 출시했기에 게임 내에 파판15 광고도 나오고 파판15 무기도 나옵니다. 파판 15 게임에서도 어쌔신크리드 축제를 열기도 했었고요. 그 흔적인지 명계맵도 마치 파판 10 의 자나르칸드의 분위기를 완전히 닮은 곳이 나옵니다. 언젠가 파판10 이 리메이크되서 오픈월드 게임이 된다면 사막이나 자나르칸드 같은 곳에서 돌아다니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어쌔신크리드 오리진 이 게임이 사막과 자나르칸드 두 맵을 전부 실현시켜줄 준 상상도 못했습니다.
Discovery 투어도 당초에는 트로피 달성을 위해 시작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제대로 만든 컨텐츠였습니다. 제가 본 것중 가장 재밌고 생생한 이집트 역사, 종교, 생활상에 대한 박물관 설명이었습니다. 아마 이걸로 이집트 세계사 공부도 가능할 껄요? 실제로, 12세 이용가로 오리진(이집트)과 오디세이(그리스)에서 투어링만 빼서 판매중이기도 합니다. 만약 약식으로 이집트 종교 및 역사를 재밌고 빠르게 알고 싶다면 오리진을 사시는 걸 강력 추천합니다. 단순히 투어만 보는 것도 재밌지만, 게임을 올 클리어 한 다음 게임에 나왔던 수십명의 캐릭터로 투어를 진행하면서 게임 내 모든 퀘스트가 투어와 맞물려 그런 의미를 품고 제작된 거구나 하고 깜짝 놀라실 겁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어쌔신 크리드 게임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졌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제 소감 글을 전부 보셨으면 아시겠지만 본편 메인스토리 하나만 빼고 푹 빠질 정도로 즐긴 어쌔신 크리드가 되었습니다. 다만 오리진의 경우엔 다소 개인적인 소감이 들어가 있으므로 일반 대다수에겐 블랙 프래그가 가장 권장할만하고, 오리진은 저와 취향이 비슷하다면 돈이 아깝지 않은 게임이 될 겁니다.
어쌔신 크리드 오리진은 여러가지 의미로 시리즈를 리부트하는 작품입니다. 게임 엔진부터 게임 메카닉까지 세대교체했기 때문인데, 이전까지 나온 작품(신디케이트)은 구버전 어크, 오리진 이후는 신버전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이전까지 해온 사람이라면 그만큼 변경점이 체감적으로 크게 와닿을 겁니다. 스토리도 오리진 타이틀으로 말미암아 암살단이 최초로 만들어진 계기와 함께 떡밥도 좀 풀어주리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먼저 그래픽이 크게 파워업 했습니다. 이전 유니티나 신디케이트도 충분히 멋진 그래픽이었습니다만, 게임엔진을 교체해서 그런지 이전보다 로딩없이 돌아다닐 수 있는 스케일이 훨씬 커지고, 동시에 촘촘해졌습니다. 그래서 예전의 좋은 그래픽+광대한 규모로 다른 국가의 역사속 세계를 여행하는 맛이 한층 더 좋아졌죠. 유비도 이 장점을 잘 알고 있는지 오디오 코멘터리를 비롯해 가상투어 기능까지 게임에 내장시키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에서 느꼈던 가장 기분좋은 경험은 사방 10 Km 의 공간에서 지금은 가기 어려운 이국의 풍취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거네요. 특히 한번쯤 가보고 싶었던 광활한 사막을 누비다가 밤하늘의 별자리를 헤아리는 로망도 이 게임에서 어느정도 충족할 수 있었습니다. 파이널판타지 10 의 사막 맵 같이 눈으로 봐야만 하고 가볼 수 없었던 곳을 아무런 제한없이 돌아다니면서 배경화면으로 깔아도 족함이 없는 풍경을 감상하는 건 게임 이상으로 만족감을 주는 부분이었습니다.
한편, 게임 메카닉은 다소 호불호가 생길 수 있습니다. 이전까진 배트맨 아캄시리즈처럼 스타일리시하게 날아다니면서 단번에 암살의 일격을 날렸다면, 오리진부터 일반적인 액션 RPG 게임처럼 논타게팅 칼질로 바뀌고 암살 기능은 대폭 제한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뛰어내리면서 여러명을 동시에 처치한다든가 아무리 적의 숫자가 많아도 휙휙 날아다니면서 암살검을 쑤시면 금방 평정되었는데, 적의 방향에 맞춰 방향을 기울인 채로 간격에 맞게 칼질을 해야 하고 암살 또한 전투 중에는 거의 쓸 수 없어서 한방에 적이 나가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면서 적이 두셋만 되어도 굉장히 위협적으로 합격이 들어오기에 가능하면 1대1 상황이 되도록 빨리 처리해야 하죠. 게임 엔진을 교체하면서 사실상 범용 액션 RPG 로 장르 전환이 된 셈입니다. 같은 엔진을 써서 어크만이 아닌 다른 오픈월드 일반 액션 RPG 게임을 만들기 위해 만든 엔진같아 보입니다. 반대로 말하면 어크의 암살자다움(?)을 상당히 잃어버리고 전투가 좀 어려워진 것이 구판을 해본 사람에겐 가장 호불호가 갈리겠네요.
스토리는 좀 씁쓸합니다. 제목의 Origin 으로 예상되다시피 역대 시리즈 중 가장 옛날인 기원전 50년 쯤을 배경으로 하는 암살단 시작의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어크 시리즈를 관통하는 현대와 기억 속의 과거를 오가는 애니머스에 대해 풀어낸 떡밥은 거의 없다시피하고 예전 시리즈와 똑같이 독자적인 RPG 게임으로 보입니다. 기대감을 품고 '신의 목소리'를 끝까지 들어봤자 넋두리 같은 괘변 밖에 안합니다. 과거 어크3 편을 끝으로 스토리를 창조해낸 사람이 회사에서 나갔고 인기 시리즈를 유지하려니 어쩔 수 없긴 합니다만, 이렇게 무성의(?)하다면 앞으로도 떡밥을 풀기는 커녕 어크 시리즈의 인기가 사라질 때까지 각 나라를 배경으로 시리즈를 뽑는데 더 집중할 듯 합니다.
가장 큰 떡밥이 무성의한 것 외에 본편 스토리 내용 자체도 씁쓸합니다. 적어도 과거 시리즈는 악의 축과 선의 편인 주인공의 대립이 선명히 부각되는 편이었는데, 이번에는 나쁜놈도 제각기 사정이 있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서 찝찝하게 만듭니다. 예를 들어 신을 숭상하는 신관이라는 놈은 고대 상이집트의 율법에 따르지 않는다고 사람들을 저주받은 것처럼 죽이고, 자식이 죽은 부모는 자식을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무고한 사람들을 의식의 제물로 바칩니다. 법을 수호하는 대신은 아집에 사로잡혀 죽을 때까지 주인공을 무법자라고 부르며, 마을을 부흥시키기 위해 사람들을 가려서 죽이는 전사는 자신이 마을을 부흥시킬 수 있었을 거라며 주인공을 탓합니다. 전부 사회에서 엘리트에 속하는 사람들이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하고 자신의 목적만을 달성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주위를 모두 희생시키는 부류입니다. 사람들과 영웅들도 폭압에 저항하기 보다는 포기하고 좌절하면서 살거나 악당들의 앞잡이가 되어 또 다른 비극을 일으킵니다. 착취로 인해 수백명이 기아로 죽어가는 가운데 도시에선 선동가들이 얼마나 재산이 증가했고 더 안전하게 살 수 있는지 선전합니다. 주인공 또한 그들의 계획에 휘말려 가족을 잃는 과정에서 그들의 소행이긴 하지만 자기 손으로 가족을 잃어버린 결과에 평생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억지로 당한 건데 악당들이 오히려 피해자 코스프레하며 니가 죽였다고 추궁하는 모습도 짜증납니다.
이렇게 스토리를 좀 시리어스하게 꼬아놨기 때문에 이런 전개가 될 거라는 걸 눈치채는 시점에서 메인 스토리는 더 이상 진행하기 싫고 사이드만 깨작거리게 되죠. 2000년전 이집트 스토리인데 좀 신나고 판타지처럼 팍팍 진도 나가는 감성이 부족한 건 아닌지 제작진은 반성해야 합니다.
후반부 (연속퀘스트로 엔딩까지 직행) 에 들어서면 다른 게임을 하는 것처럼 스토리가 확 바뀝니다. 거진 주인공이 교체되다시피 해서 지금까지 수십시간 플레이한 유저의 아바타는 방관자가 되고 새로운 주인공이 대두되니 도저히 몰입이 안됩니다. 감정선도 엉망진창이라서 재미없고요. 끝은 미리 정해놨는데 주연 배우들이 어거지로 연기하도록 제작진들이 무대 위로 뛰쳐나와 이리저리 지시하는, 마치 유치원 학예회 같은 어색함까지 느껴집니다.
메인스토리와 별개인 사이드 스토리는 여전합니다. 유비식 오픈월드 RPG 게임에 거의 반드시 따라붙는 비판은 넓은 맵에 의미없이 퀘스트와 수집요소를 흩뿌려 놓는 거죠. 오리진은 그런 면에서 이전 시리즈에 비해 확실히 잘 만들었습니다. 광대한 이집트 필드와 수천년 이집트 역사를 이용해 흥미로운 자연 경관 속 개연성 있는 장소에 수집요소를 배치해놨습니다. 퍼즐도 다소 불편하지만 이전에 비해서 도전할만한 적절한 난이도였구요.
하지만 사이드퀘스트는 하다보면 주인공이 심부름센터 직원과 구분이 안 갈 정도로 마구 부려먹힙니다. 본편의 시리어스한 진행과 대조적으로 개그인 퀘스트도 있어서 긴장을 완화시켜주는 기능을 하기도 하지만, 감성의 기저에 본편과 같은 블랙코미디 개그코드가 삽입되어 있거나 리얼하게 어두운 스토리를 담고 있어서 본편처럼 별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사이드스토리를 안 할 수도 없는데, 요즘 유비가 DLC에 맛들여서 레벨업 노가다를 안하면 메인스토리조차 진행이 안 될 정도로 제한을 걸어놨기에 막대한 EXP 를 보상으로 주는 사이드 퀘스트를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건 필수입니다. 아니면 성능업 DLC 를 돈주고 사든지요.
아참, 스토리의 내용과 별개로 퀘스트 중 또는 클리어 이후에도 말을 걸면 상황에 맞는 대사가 더 나오는 건 맘에 들더군요. 마치 팔콤 RPG 게임의 방대한 NPC 대사 스크립트를 보는 듯 했습니다. 전체적인 모양은 좀 그렇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굉장히 신경써서 만든 게임인 건 분명합니다.
저는 맵을 전부 밝히고 사이드퀘스트를 조금 남겨둔 시점에서 엔딩을 봐서 55시간 정도 걸렸네요. 이제 남은 건 구입했을 때 합본으로 산 추가 미션 DLC 2개와 수집요소를 올클하는 것입니다. 어크 시리즈 전통으로 미션 DLC 는 같이 사는 것이 훨씬 이득이거든요. 그렇지만 본편 스토리부터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니 DLC 까지 진도 나가려 해도 동기가 상당히 깎여버립니다. 몰입이 안되니 지금처럼 진득하게 플레이하진 못하고 시간 날때마다 조금씩 진도 나갈 생각입니다.
요즘엔 끈기있게 엔딩까지 보지않고 중도탈락하네요. 끝까지 안봐도 뒷부분은 뻔하다는 자신감으로 쓰는 건 아닙니다만, 적어도 다시는 이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쓰는 겁니다. 다만 그게 게임성을 전부 이해했기에 글로 풀어서 쓸 수 있기 때문인 건지, 아니면 그냥 질려서 그런 건지는 읽는 분께 맡깁니다.
구입하기 전에 스팀의 리뷰글을 보니 집을 청소하고 인테리어하는 게임이라고 하더군요. 정말 말 그대로였습니다. 그래픽이라든지 각종 게임 내 세부 사항에 대한 건 그냥 리뷰글들을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고, 여기선 이 게임이 어떤 면에서 재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질려서 떠나게 되었는지를 집중적으로 적어보겠습니다.
이 게임은 도를 닦습니다. 처음에는 주어진 퀘스트로 소소하게 용돈을 벌고 게임 시스템에 익숙해지는 단계를 겪게 되는데, 정말 별거 아닙니다. 대걸래로 바닥을 밀고, 창문을 뽀독뽀독 문지르고, 벽지를 새것같이 닦아내고, 부서진 세면대나 변기를 치우고 새로 설치하고, 에어컨을 깔고, 벽을 부수거나 새로 만들고, 벽지를 붙이고, 타일을 깔고, 페인트칠을 하고, 전구를 교체해주고, 바퀴... 읍... 유리조각을 치웁니다. 힘든 하루 일과가 끝나고 컴퓨터 앞에 앉아 패드를 잡아 아무 생각없이 컴퓨터 속의 대걸레로 바닥을 밀고 있으면 마음 속까지 정화되는 기분입니다. 정작 내 발 밑은 너저분한데 말입니다. 그리고 십여분 후 컴퓨터 속의 집이 100% 말끔하게 청소되고 도배까지 깔끔하게 되어 있는 걸 보며 기분좋게 침대 속에 기어들어가 잠을 청합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으로 넘쳐나는 아이들이나 학생들이라면 이 게임만큼 따분한 게임은 없을 겁니다. 컴퓨터 속의 집을 청소할 바엔 자기 방부터 먼저 청소하겠죠. 차라리 뒤의 자유과제로 나오는 부동산을 사서 집을 마음껏 꾸미는 컨텐츠에 더 열중할 겁니다. 하지만 저는 상상력이 빈곤한 건지 고작 4채 정도 집을 열심히 꾸미다가 상상력이 고갈나서 멈췄습니다. 이전 단계인 다른 집을 수선하거나 청소해주는 30여단계의 퀘스트를 훨씬 집중해서 했었네요.
그리고 게임은 더 이상 할 것이 없다고 알려옵니다. 퀘스트를 끝내는 것만으로도 각종 업그레이드 (청소를 더 빨리 해준다거나 벽을 한번에 여러개 세우는 등) 또한 9할 이상 해금되어 있으며, 자유과제인 집 꾸미기도 전부 샀다가 되팔면 꾸밀 집조차 없어집니다. 그럼 계정을 새로 파서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죠. 진짜 할 게 없습니다. 추가 유료 컨텐츠인 가든 팩 등이 있긴 합니다만, 원작 게임도 이렇게 소모성이어서야 기대가 안되서 사고 싶지 않더군요.
일상 생활이 힘들다면 마음을 청소하는 기분으로/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으로 집 하나씩 청소한 후 자는 걸 추천해봅니다. 하지만 그리 많지 않은 컨텐츠는 꽤 아쉬울 겁니다.
+ 비슷한 클리어 소감을 느꼈던 다른 게임이 뒤늦게 생각났네요. 드래곤 퀘스트 빌더즈 1/2 를 플레이 했을 때 이 게임과 비슷한 감상을 느꼈었습니다. 전반부는 퀘스트 위주로 게임 기능을 해금해나가고 후반부는 해금한 요소로 자유플레이하는 마인크래프트 풍의 게임이었죠. 물론 이 게임보다 할만한 요소가 훨씬 가득했고 플래티넘 트로피까지 땄지만, 전체적인 즐거움 그래프 및 플레이 중단 사유는 이거랑 동일했네요.
포켓몬하면 전통적인 JPRG 로 턴제 전투 + 수많은 수집요소가 가장 대표적인 게임이죠. 이미 대체제를 수도없이 섭렵했기에 아무리 잘 가다듬은 게임이라 해도 딱히 플레이 할 욕구는 느끼지 못했고, 이는 최근 리메이크 작품들이 출시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나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는 이전 포켓몬 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이라는 것을 리뷰를 보면서 깨닫게 되었는데요. 바로 액션성이 생겼다는 겁니다. 예전에는 백이면 백 십자버튼과 A 버튼을 눌러서 커맨드 명령을 내리고 포켓볼을 던지는 옛날스러운 게임성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포물선을 그리는 포켓볼을 정확히 맞추지 못하면 포획도 할 수 없는 겁니다. 또한, 오픈월드 필드에서 턴제 전투로의 전환도 물흐르듯 자연스러운데요. 빈 포켓볼 대신 포켓몬이 들어있는 포켓볼을 던져서 맞추면 바로 전투에 들어가고, 전투 도중에도 주인공을 이동시킬 수 있는데 어느 정도 이동하면 전투 도망 판정이 되어버립니다. 거의 실시간 전투로 느껴질 정도로 요즘 시대에 맞게 게임성이 변화한 거죠.
필드 및 전투에서 다채로운 액션성이 생긴것과 맞물려, 수집 요소도 훨씬 재밌게 변했는데, 앞서 말한 포켓볼을 던져서 맞추는 건 요즘에는 흔한 '포트리스' 계열의 게임성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아직 게임 초반이지만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이 뒤로 갈수록 구질이 변화하면서 일직선으로 똑바로 날아가서 편하게 맞추거나, 여러번 맞춰야 하는 포켓몬도 한번에 잡아 가둘수 있는 포켓볼 등이 등장하여 게임성을 다양하게 만드리라 봅니다. 100마리 넘는 포켓몬도 한번만 잡으면 끝나는 것이 아니며, 적어도 50번 가까이 포획 및 전투를 해야 도감을 100% 채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 외 방황하는 영혼이라든지 고대 문자 등 다른 수집요소도 충실한 것 같습니다.
포켓몬 레전드 아르세우스는 여러모로 포켓몬이라는 게임을 처음부터 완전히 재구축한 20여년만의 신 게임라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이전에 나온 레전드 피카츄나 소드실드 등은 아르세우스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기술 개발해온 테스트용으로 보면 되죠.
다만, 제가 아르세우스를 더 이상 플레이하길 그만두고 팔아치우기로 결정한 이유는 게임을 오래 플레이 할만한 동기를 유지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들 사정만 주절주절 이야기할 뿐이고 몰입할 수 없는 스토리나 왜색이 짙어서 그냥 기본 의상만 입히고 옷입히기 놀이를 하나도 하고 싶지 않을 정도의 빈곤한 옷들 덕분에 캐릭터성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던져서 맞추기 게임성(포트리스 계열) 또한 지금 제가 하고 있는 게임들 중에 몇개나 있기에 중복으로 여겨집니다.
다행이 올해 말에 나올 9세대 신규 정식 포켓몬 게임인 스칼렛/바이올렛도 아르세우스 시스템으로 보여지니, 거기선 좀 더 일반적인 스토리에 왜색도 빠진 캐릭터 디자인으로 나오길 기대합니다.
휘유, 광란의 일주일이었습니다. 어쩌다가 팩토리오가 드디어 정식버전 v1.0 을 넘어섰다는 말을 듣고 오래간만에 플레이했는데, 예전과 똑같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게 되는 진짜 게임이네요.
거의 2년 전, 0.13 버전 쯤에서 즐길 때에도 엄청나게 할 것이 많았는데, 그 사이에 또 뭔가가 잔뜩 추가되고 정식 버전이 되면서 갈무리까지 깔끔하게 처리한 팩토리오는 돈 값어치를 하는 2020년 진정한 고티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뭐, 얼리 엑세스로 10년동안 만들어온 게임이었긴 하지만요.
아무튼 잠깐 하다보면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가서 2~3시간 정도는 훌쩍 뛰어넘는 타임머신 류의 게임입니다. 게다가 몸이 지쳐도 손이 멈추질 않는 것이 대단하죠. 이 정도로 몰입하게 되는 게임은 요즘 찾아보기 힘든 편입니다. 요즘 가챠 게임이나 일반 싱글 게임들조차 시간을 재화의 도구로 이용해서 몇시간 지나면 보상을 얻는 식으로 몰디자인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게임은 '시간'을 그런 식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는 걸 참교육시켜주는 설계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간이 얼른 지나가기만 바라는 지루함 VS 시간이 지나가는 줄도 모를 정도로 재밌다 정도로 비교할 수 있겠네요.
기나긴 얼리 엑세스 시간동안 지나칠 정도로 완성도가 높은 게임을 지글지글 끓여오다가, 마침내 나온 완성버전 또한 새롭고 참신한 요소로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고 온몸의 삭신이 쑤시게 만든 팩토리오 개발진에게 찬사를 보냅니다.